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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하나메르하나

달의 노래 - 2 (섹피AU)

아래에서 뭐가 흐르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생리중 피가 흐를때 탐폰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몸 밖으로 그대로 내미는 느낌.

아, 침대 시트에 새는데! 하고 벌떡 일어나자 내 숙소가 아니다. 의무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다.


2층으로 오르는 층계에서, 분명히 생리통으로 쓰러졌던 것이겠지.

그걸 다른 사람도 아닌 저 여자에게 들킨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까, 불행이라 여겨야 할까.


"깨어났어요?"


의무관이 나에게 다가온다. 미안해요, 의식이 없어서 마음대로 하나씨 숙소에 들렸다 왔어요, 라며 나에게 옷을 건넨다.

시트는 접어서 세탁기에 넣으세요.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내 침대 주변에 커튼을 둘러주고 멀어져간다.



옷을 갈아입고 탐폰까지 착용하고 나니 저 여자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맡은 일은 다 해야 하기에 시트를 돌돌 말아 세탁기에 넣는다.

고맙다? 뭔 짓이냐? 이상한 짓 안했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멀뚱히 멀리서 서 있기만 한다.


"일단은 대화 좀 해요. 구해줬는데, 대화 정도는 가능하지 않아요?"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건다. 묘한 압박감. 나도 모르게 쭈뼛쭈뼛 그 여자의 곁에 가서 앉는다.



***



아이가 나에게 와서 앉는다. 약점을 잡혔다고 생각한걸까. 생각보다 순순히 다가오니 정말 토끼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자리에 와서 앉자, 내가 실험용으로 키우고 있던 토끼들이 그녀의 주변에 모여든다. 옹기종기, 토끼들이 모여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거 같아 귀엽다.


"일단은 오해를 풀고 싶어서요. 하나양 몸에는 손 하나 대지 않았어요."


아이가 아무 표정이 없다는 것을 알겠다는 뜻으로 알아듣고 계속 말을 잇는다.


"그리고 첫만남때는 미안해요. 제가 좀 모자란 반류라서요. 귀랑 꼬리랑 숨기는것도 스무살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어요. 때문에 다른 사람에 비해서 체취를 잘 숨기지는 못해요.

하지만 거기에 어떤 성적인 의미를 담고있진 않았어요. 하나양의 배경을 모르지만 일단은 하나양이 기분나빠한다니 죄송해요."


아직 몸 상태가 회복이 덜 되었을까. 머리 위로 귀가 솟아있는데 그걸 눈치채진 못한거 같다.

고개는 아래를 향해있지만 귀는 나를 향해 쫑긋거리는걸 보면 내 말을 경청한다는 것이겠지.


"오늘 일에 대해서는 우리만 알기로 해요. 아, 그리고..."

손수건을 꺼낸다. 오늘 하루종일 가지고 다닌 것이니 내 체취는 잔뜩 묻었을 것이다.


"굳이 페로몬 억제제를 먹어 체취를 가리는 것보단 제것으로 덮는게 낫겠죠. 기간 동안엔 가지고 다니세요. 진통제 필요하면 말씀하시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거, 독같은거 안들었으니 버리진 말아주세요. 오늘 일의 대가로 먹는거 보고싶네요."


아이가 딸기사탕을 까 입에 넣는다. 화아, 하고 그녀에게서 상큼한 향이 풍긴다. 익숙한 향기, 익숙한 귀에 잠시 딴 생각에 빠진다.

멍하니 손수건을 들고 나가려는 아이를 황급히 부른다.


"하나양! 귀! 귀요!"


"아...예..."

아이가 귀를 숨긴다. 그리고는 꾸벅,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 나간다. 고개를 숙이다니. 저게 한국식 인사일까. 그래도 아이가 나에게서 긴장을 풀었음을 느낀다.


이렇게... 긴장을 푸는 방법도 있구나... 솔직하게 나의 상황을 말하는거.

새로운 것을 하나 배운다.



***



내 방 침대에 가서 앉는다. 한 손에는 손수건, 다른 한 손에는 오늘 임무에서 입었던 수트.

....

....



"얼간이 아냐?"


내 입에서 나온 그 여자에 대한 평가는 이 한마디로 압축되었다.


반류가 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숨기는걸 배운다. 그리고 그 과정서 자신의 체취를 감추거나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보지 않는 법도 배운다.

그걸 내 나이까지 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지금도 그거에 서툴다는거.


중종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다. 얼간이네, 얼간이.

그런 주제에 나에게는 손 하나 대지도 않았고, 나에게 자신의 체취가 묻은 손수건으로 호신까지 하라고 준다.


"...사람은 착하네."


그래, 정정하자. 머리가 나쁘면서 막되먹은 행동을 하는 사람에 비하면 몇백배는 낫지 않은가. 그래. 사람은 좋네.

그래도 당신이 태생적으로 가진 특혜, 솔직히 그건 질투날정도로 부러워요. 그래서 당신이 좋진 않네요.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금새 몸을 뒤척이며 그 여자에 대한 다른 질문들이 쏟아진다.


왜 토끼를 키우지?

왜 스무살이 되도록 그런걸 배우지 못했지?

왜 나에게 잘해줄까.


그리고 왜...


입 안에 있는 사탕을 혀로 굴린다. 익숙한 맛. 그리운 맛.

이 사탕이 그리웠지?



***



"그럼 박사님 부모님은 반류가 아니었어요?"


"그렇...겠죠? 제가 본 부모님은 그저 원숭이었으니까요."


"그럼 되게 인기 많았지 않아요? 여러 사람들에게 구애를 받았다던가..."


"제가 사람을 무서워해서..."


아이가 눈썹을 올리며 한숨을 쉰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요, 박사님. 이러며 책상에 턱을 괸다.


그 날로부터 일주일 후, 아이는 고맙다며 손수건을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신체검사를 이유로 의무실에 들렀다.

그리고 다음날, 다음날... 아이는 호기심이 많은 아기동물처럼 내 의무실에 들려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갔다.


"박사님 사실은 고양이나 그런거 아녜요?"


"너무하네요! 나름 표범이라구요!"

내 정체를 아는 사람들에게 수도 없이 들은 말이라 나도 모르게 발끈하게 된다. 아이는 내가 소리지르는걸 무시하고 내 꼬리며 귀를 만지작거린다.


"그러게요. 하얗고, 점박이고. 표범은 맞는데... 냄새도 그렇고. 그런데 좀...."

혹시 변해보실래요? 맹수 맞나? 아이가 어이없는 질문을 한다.


"그거 무례한 질문 아닌가요?"


"어, 그게 무례한거긴 알긴 아네요."

아이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한참 어린 아이에게 놀림을 당한거 같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다.


"아, 그럼 마지막 질문."


한참 웃던 아이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진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바라본다. 도로록, 아이의 입에서 사탕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고 날숨에서 상큼한 딸기향이 느껴진다.


"아, 아니에요."

아이가 말을 얼버무리고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꼬리 한번 입에 물어봐요. 나무 한번 올라타 볼래요? 아이는 오늘 나와 장난치려고 작정한걸까.

얼빠진 중종인게 이렇게 편할 때도 있구나. 처음으로 느낀다.



***



햇빛이 잘 드는 카페. 긴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여성이 햇빛을 즐기고 있다.

양복을 입은 사내가 여성의 앞에 선다. 햇빛이 가려지자 여성의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비켜. 지금이 가장 해가 잘 드는 시간이야."


"의뢰야. 지금 읽고 확인해."

서류가 여성의 테이블에 놓여진다.

하지만 여성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는지 이를 드러낸다. 여성의 송곳니가 유난히 날이 섰다.


"두번 말 안해. 비키라고 했어."


남자가 자리를 비켜 서자 다시 여성의 온 몸으로 햇빛이 들어온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고 여성은 해를 즐긴다.

그로부터 두시간 후, 해가 지나고 나서야 여성은 서류를 집어든다.


Target : Hana . S


서류를 읽어내리던 여성이 만족스럽다는 듯 사진 속 아이의 볼을 쓸어내린다.


"마음에 드네. 주제에 맞지 않게 도도하고, 하찮고, 그리고 자신도 모른다는 점이..."

서류를 핸드백에 넣으며 여성은 일어난다. 그 두시간동안 부동자세로 자신을 지킨 남자에게 작별인사따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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