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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하나메르하나

[500팔로워 기념 이벤트] 보충수업 (해리포터AU)

"한국은 어쩐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영국은 애니마구스의 등록, 관리에 대해서 엄격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어요. 즉, 하나의 행동은 불법이라는거죠."


그녀는 괜히 창 밖으로 눈을 돌리며 딴청을 피운다. 마음대로 하시려면 하세요, 아이는 이렇게 보이고 싶겠지만 그 뒤통수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이 마치 잘못을 저지른 강아지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를 데리고 교장실이나 마법부에 갈 생각은 없다. 무엇보다 그녀는 내 기숙사의 학생이다.

"그래요, 사실 하나양은 성인이긴 하지만 학생의 입장이고, 제가 하나양을 고발할 리는 없죠. 하지만 하나양이 모든 수업에 빠졌다는 것은 큰 문제가 있군요, 하나양이 여기에 온 목적은 유럽의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잖아요. 이대로라면 하나양을 이곳에 보낸 한국에게 면목이 없지 않겠어요?"

고발을 하지 않겠다. 그 말만으로도 그녀의 표정이 환해진다. 하지만 나는 아직 말을 다 마치지 않았다.

"대신, 저와 함께 매일밤 보충수업을 해야 할거 같아요. 여태 수업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았잖아요."
아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구겨진다. 나지막하게 혀를 차는게 들킬 줄 몰랐다는 것 같다.

"그 벌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퀴디치 선수 자격을 박탈하겠습니다. 어떻게든 당신의 잘못에는 책임을 지어야겠죠."
결국 그녀가 선택한 벌칙은 나와 함께 보충수업을 듣는 것이었다.

잠깐만요, 허리를 숙이고 인사하는 하나양을 보내다 문득 궁금한 것이 있어 그녀를 불러세웠다.

"다른 수업시간에도 토끼 모습으로 수업에 참여한건가요? 그런거면 굳이 꼭두각시를 사용한 의미가 없지 않나요?"

"아뇨. 다른 수업에는 꼭두각시만 보내요. 꼭두각시에게도 어느정도의 지능은 있기 때문에 전체 수업의 내용을 받아적는 정도는 할 수 있거든요.
하나양이 살짝 얼굴을 붉힌다.

"그럼 대체 왜....?"

"다음 수업에 늦을 거 같아서요. 이만 가볼게요, 교수님."
아이가 다시 한번 더 허리를 숙인채 인사를 한다. 그래도 다행히 다른 수업과는 다르게 내 수업은 참석한 것 아닌가. 굳이 답을 하지 않겠다는 아이에게 추궁을 할 이유는 없었다.


교직 생활 중 처음으로 수업이 일찍 끝났다. 그래서 여러가지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던 참이었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들 펜을 놓고 가방을 싸고 있거나 아니면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 눈에 띄는 한 아이가 있었다. 노트에 고개를 박은 채 펜을 손에 놓지 않은 그 아이, 하나였다.
이 아이가 뭘 하는거지? 가까이 다가가서 아이가 대체 뭘 쓰고 있는지 바라봤다. 내가 늘어놓고 있는 사담을 아이가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받아적고 있었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하나의 팔을 톡 건드렸다. 그러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있던 자리에 깨진 그릇이 떨어져 있었다. 나지막한 비명 소리, 아이들이 놀라 웅성거리는 소리, 그리고 장난이 심한 아이들의 웃음 소리. 그리고 그 가운데서 나는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도깨비, 동양에서는 물체를 인간으로 변신시키는 마법, 그들의 말대로라면 비술이라고도 한다. 이른 나이에 학교를 졸업한 그녀라면 이 기술은 수준급일 터, 나는 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수업을 일찍 끝나고 그릇을 집어든다. 무심코 고개를 든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교실을 나가는 토끼의 모습이다.
토끼... 하나가 애완동물로 한국에서 데리고 온 아이이다. 수업시간에 종종 데려오던 애였다. 바닥에 엎드려 잠을 자거나 교탁 주변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던 귀여운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하나가 아니라면 그 꼭두각시를 조종한 진짜 하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지팡이를 들고 하나를 향해 겨누었다. 동작그만 주문을 당한 토끼가 그 자리에서 뻣뻣하게 굳어 쓰러진다.

"설마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였군요. 벌써 그런 마법을 쓸 줄은 몰랐어요."

나는 바닥에 쓰러진 토끼를 향해 지팡이를 한번 더 휘둘렀다. 토끼가 있던 자리에 긴 갈색 머리를 바닥에 늘어뜨린 작은 소녀가 누워있었다.

"벌써부터 애니마구스가 되다니. 대단하군요, 하나."


***


"이번에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야."

아나 아마리가 호그와트에 새로운 교장이 된 이후에 학교는 상당히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각국의 유학생을 수용하는 등, 비밀스러운 마법학교에서 점차적으로 학교를 개방하는 분위기로 바꾸어가고 있었다. 때문에 교장이 나를 불렀을 때, 이번에는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걱정이 먼저 들었다. 교장실에 들어가자 흰 망토와 같은 동양의 예복을 입은 작은 소녀가 서 있었다. 동양인들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기에 만약 지나가다 보았다면 부모는 어디에 두고 애가 혼자 돌아다니고 있을까, 하고 궁금해했을 것이다. 그런 아이가 한국에서 새로 온 유학생? 고개를 갸웃거릴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도관에서 조기졸업한 학생이야. 부모의 뜻으로 이 곳에서 유학을 하게 되었어. 나이는 열다섯, 또래와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5학년으로 편입시키기로 했네. 분류모자도 이 아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았어. 자네를 여기에 부른 이유는 자네 기숙사에 이 애가 배정되었기 때문이야. 앞으로 잘 부탁하네."

또래? 이 아이가 열다섯살이라는 것일까? 궁금해서 아이의 얼굴을 다시 한번 들여다봤다. 동그란 눈을 살풋 접으며 아이가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송하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실력도 검증되지 않은 학생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조금 당황스럽네요."

하나가 교장실을 나가 수업에 필요한 도구들을 사러 나가자 치글러 교수는 아나에게 강하게 따졌다. 동양의 교육과정과 서양의 교육과정은 다르다. 사용하는 마법도구도 다르고, 주로 사용하는 주문도 다르다. 그런 학생이 어떤 수준을 가지고 있을거라 가늠하고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가, 래번클로의 사감답게 치글러의 주장은 논리정연했다.

"한국의 마법학교는 시험을 통과해야지 다음 학년으로 나아갈 수 있고 학교를 졸업할 수 있네. 보통 이십대 중반에서 삼십대까지 졸업하는 연령대는 다양하네, 그런 학교를 열다섯에 조기졸업한거면 실력은 이미 검증되었다고도 할 수 있지. 어찌 보면 우리와 비슷한 수준일지도 몰라. 이 아이는 다양한 마법교육을 받고싶어하는거 같고, 이번에는 유럽쪽으로 와서 마법을 배우려고 하는거 같네.
그리고, 치글러 교수..."

아나가 한쪽밖에 없는 눈으로 치글러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검은 눈이 치글러의 속을 모두 다 들여다보는 듯 했다.

"설마 내가 자격도 없는 학생을 학교에 들일거라 생각한것은 아니겠지? 아무리 내가 호그와트를 개방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방침을 바꾸었더라도 호그와트는 유럽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문 학교이네. 나는 내가 교장으로 있는 한 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킬 생각은 없어."

그럼 하나양이 무사히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겠나? 그녀의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을 들은 치글러는 그렇게 교장실을 나오게 되었다. 그래. 그렇게 치글러 교수의 기숙사에 새로운 학생이 들어오게 되었다.


***


일단 오늘은 평가만 실시할 생각이니 지팡이와 펜만 가져오시면 돼요. 교수님은 그렇게 말했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치글러 교수님이라니. 교수님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꼭두각시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리는 것을 잊어버린게 내 실수였다. 평소 이 시간이면 기숙사 휴게실에서 아이들과 체스 게임을 하거나 곱스톤 게임을 하고 있을 시간에 교수님의 연구실 앞에 서 있으려니 기분이 좋진 않았다.

문을 두드리자 들어오자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을 열자 단정한 치글러 교수님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깔끔하고 시원한 교수님의 연구실이 드러났다. 이리 와서 앉아요. 교수님은 이미 준비한 시험지를 꺼내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푸욱, 한숨을 내쉬며 나는 가방에서 펜을 꺼냈다. 차라리 나에게 다른 벌칙을 줘. 나는 허공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죠?"

시험 결과를 보자 교수님은 경악에 차 소리를 질렀다. 말도 안돼요. 지금 당신이 장난친건 아니죠? 교수님은 몇번이고 나에게 되물었다.

"왜 그렇죠, 뭐가 이상한가요?"

"당연히 이상하죠. 하나양, 지금 제가 드린 시험문제를 이해하지 못한건 아니죠?"

영어를 읽고 쓰는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교수님의 얼굴은 내가 혹시 독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그리고 내 눈빛에서 답을 읽은 교수님은 이마를 감싸쥐었다.

"그럼 지금 저에게 보여준 주문들은 어떻게 한건가요?"

"그냥.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하고 마음속으로 제가 주문을 성공한 모습을 상상했죠. 그러고 마음 속으로 주문을 외면 되는거죠."

말도 안돼. 교수님이 입을 벌리고 경악하신다. 그 모습이 퍽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유럽의 마법은 주문이 작동되는 원리를 이해해야지만 발동되는 것이에요. 주문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주문을 외더라도 효과는 발생하지 않죠. 하지만 하나양은 주문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결과만을 내고 있는 꼴이네요. 거기에다가 무언주문을 사용하고 있어요. 이건 6학년 수준의 마법인데... 처음에는 하나양이 마법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도술'을 사용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하나양의 지팡이를 보니 하나양이 지팡이를 사용해서 유럽의 '마법'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죠." 정말 천재라는 것이 세상에 있긴 하군요. 교수님은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듯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일단 주문을 할 수 있다는건 문제가 되지 않잖아요? 그럼 된거 아닌가요? 보충수업의 의미가 있나요?"
나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교수님에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교수님의 얼굴을 본 나는 그 질문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양이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을지 몰라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을 공식적인 평가도구로 측정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우리나라의 경우 5학년 학생은 O.W.L이라는 공식적인 평가를 치러요. O.W.L은 마법을 실제로 하는 실습시험과 마법의 동작 원리를 기술하는 필기시험으로 나뉘어있어요. 하나양의 현 상태대로라면 O.W.L을 통과하는 것은 힘들어요. 6학년의 모든 과목은 일정 수준의 O.W.L을 통과해야만 수강할 수 있어요."

즉, 이대로라면 하나양은 6학년 수업을 수강할 수 없다는 것이죠. 교수님은 신기함과 걱정스러움이 반반 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이곳에 와서 공부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이 곳의 마법을 배우고 싶다는 단순한 지식욕도 포함된다. 이대로라면 한 해만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거는 내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그렇기에 나는 절박하게 교수님에게 매달렸다.

"답은 단순해요."
교수님은 내가 도움을 요청하길 바랬다는듯 감탄할 정도로 깨끗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 모든 과목의 교과서를 외면 되죠."
정말 말도 안되는 해결책을 제시하셨다.


***


"저, 교수님?"

하나양의 목소리가 책상 너머에서 들려온다.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건 수많은 책더미가 나와 그녀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기 떄문이다. 나는 수업을 준비하느라, 그리고 그녀는 5학년 변신술 교재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재를 외우느라 우리 모두 다 열중하던 차였다. 적막 속에서 펜만이 종이 위를 달리는 소리가 울리는 와중에 아이의 높은 목소리가 울리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네, 무슨 일인가요?"

"내일 보충수업은 빠지면 안될까요?"

개념을 이해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먼저 교재를 외우게 한 후에 개념을 익히게 하는 편이 더 빨랐다. 때문에 1학년 교과서부터 5학년 교과서까지 차근차근 군소리 없이 외워오던 아이가 뜻밖의 부탁을 하자 불쾌함보다는 궁금증이 일었다.

"다음달에 퀴디치 결승전이 있어서요. 몇 년만에 래번클로가 결승전까지 올라갔다고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능하면 내일은 모두와 함께 훈련을 하고 싶어서요."

주의깊게 아이의 모습을 지켜본 결과, 모두와 친하게 어울리는 듯 했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나에게 혼난 이후에도 내 수업이 아닌 다른 수업에는 여전히 꼭두각시를 보내 수업을 듣게 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수업시간에 하나는 홀로 호숫가에 앉아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곤 했다. 어쩔 수 없는 문화적 차이일까, 하는 생각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런 그녀가 다른 학생들처럼 퀴디치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자 다른 학생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자 기쁜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래요. 오늘 분량은 다 외웠나요?"

신입생같이 앳된 얼굴이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자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나는 눈만을 위로 올려 내 입을 빤히 바라본다.

"그래요, 내일 훈련을 하려면 푹 쉬어야겠죠. 가 보세요."

"와! 감사합니다, 교수님!" 아이가 기분이 좋은지 벌떡 일어나 뒤에서 내 어깨를 꼭 끌어안는다.

"빗자루를 잘 타나요?"
들뜬 모습에 기분이 좋아 평소와 다르게 사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빗자루 타기나 순간이동을 싫어하기 때문에 평소의 나라면 절대 던지지 않을 질문이다.

아, 그러고보니 교수님은 경기에 자주 오시지 않았네요. 하나가 멍하니 날 바라보더니 눈을 위로 도록, 소리가 날듯 굴린다.

"그럼 교수님, 제가 빗자루 타는거 보실래요?"


*


검푸른 밤 하늘에 검은 로브를 휘날리며 하나가 날고 있었다. 빗자루를 타고 있지 않을때에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유난히 왜소한 모습을 보며 그녀를 보호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티를 내지는 않았어도 하나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는지 주의깊게 살펴봤다. 그리고 아이가 은근히 겉도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어쩔 수 없이 따돌림을 당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가뿐하게 하늘을 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작게 탄성을 질렀다. 아, 그래서 이 아이가 래번클로에 왔구나.
독수리, 그녀의 모습은 마치 혼자서 고고히 하늘을 나는 독수리와 같았다. 하늘을 날며 그녀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것과 같았다. 그래서 그녀가 이 곳에 왔구나. 그녀는 단지 자유롭게 학교를 즐기고 있었던거구나. 걱정하던 바가 밤하늘에 흩어지는 느낌에 내 입가에도 그녀와 비슷한 웃음이 나타났다. 그렇게 웃는 사이에 아이는 빗자루의 고도를 낮춰 내 앞에 멈춰섰다.

"교수님이 빗자루를 타는 것을 본 적은 없네요. 다른 교수님은 퀴디치 경기를 보러 오시거나 종종 저희와 같이 퀴디치를 하시던데..."

아이가 내 앞에서 머리를 가볍게 흔들어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묻는다. 그녀의 질문에 답 할 필요도 없었는데, 그녀가 나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거 같다는 내 착각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아이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을 헀다.

"저는 빗자루가 무서워요. 제가 파악할 수 없는 대상이고요, 무엇보다 너무 빠르잖아요. 비슷한 이유로 순간이동도 그리 좋아하진 않아요."

"잘 못하는건 아니구요?"

"글쎄요. 잘 한다고 말은 하고 싶지만... 솔직하게 잘 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게 뭐에요, 교수님도 못하는게 있었어요? 하나가 허리를 접어가며 웃는다. 그 웃는 모습마저도 바람을 닮은 듯 시원해 나도 함께 웃어버렸다.
래번클로는 똑똑한 학생들만이 모인다. 그런 기숙사의 사감은 다른 기숙사의 사감보다 더 완벽해야만 한다. 나도 모르게 그런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건지, 스스로 단점을 털어놓은 것 뿐인데 이렇게 가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아이와 함께 뒤로 고개를 젖히며 웃었다.

"아, 정말 교수님 생각보다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하도 절 뒤에서 뚫어지게 보시기에 독수리처럼 매서운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보답이에요. 아이가 빗자루 앞으로 당겨 앉더니 자신의 뒤를 툭툭 친다.

"네?"

"앉아요. 싫어하는건 몰라도 무서워하는건 별로잖아요. 걱정하지 마요. 저 빗자루 잘 타요."

거절할 명분도 없었거니와 아이가 확고하게 얘기를 했기에 아이의 뒤에 엉거주춤 앉았다. 그리고 아이의 허리에 손을 감았다. 하나가 빗자루에서 손을 떼고 내 손등에 손을 얹어 단단히 손이 감겼는지 확인했다. 그리고는 다시 빗자루의 자루를 단단히 잡았다. 앗, 하는 사이에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아이는 빗자루를 타고 호숫가로 날아간다. 그리고 위로, 더 위로 올라간다.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높은 위치에 올라가자 그녀가 허벅지로만 단단하게 빗자루를 잡고 손을 빗자루에서 뗀다. 그리고는 뒤에 앉은 나에게 몸을 기댄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놓은 것 같아 몸이 뻣뻣하게 긴장이 되었다.

"에이, 무서워하지 마요. 이 상태에서라면 떨어지지 않아요. 그리고 옆에 봐요. 이 시간에 여기서 보는 호수가 가장 예쁘거든요."

어서요, 하나의 재촉에 나는 고개를 돌려 호수를 바라본다. 와아... 까만 하늘과 까만 호수, 그리고 그 위에 수놓아진 별들이 아픔다워 감탄이 났다.

"교수님이 빗자루를 타며 겪은 나쁜 일들이 오늘 밤의 이 풍경으로 다시 칠해졌으면 좋겠어요. 무서워하는 기억이 까맣게 덮였으면 좋겠어요."

하나가 웃으며 나를 올려다본다. 호수에게서 아이에게로 눈을 돌리자 내 품에 기대 장난스럽게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가 있었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외롭기도 하고 삭막하기도 했어요. 학생들은 은근히 나를 무시하지, 말이 통하는 친구들은 없지. 그러니 쓸쓸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보니 교수님이 제 뒤에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교수님이 절 본 뒤에 저에게 말을 거는 애들도 생겼고요. 외롭다고 생각했었는데 교수님은 날 보고 있었어요. 그게 너무 고맙고 또 위로가 되었어요. 이 곳에 대한 삭막한 저의 추억이 교수님 덕분에 나름 재미있게 덧씌워졌어요.
그러니까 저도 교수님에게 좋은 기억을 드리고 싶어요. 교수님을 좋아하니까요."

마지막 아이의 말에 놀라 허리에서 손을 뗐다. 그와 동시에 아이가 내 손을 단단히 붙잡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빗자루를 조종해 땅으로 내려온다. 아이가 진지한 까만 눈을 반짝이며 내 손을 한번 꼭 잡았다.

"조심하세요, 그리고 좋아한다는건 사실이에요. 교수님이 원치 않는다면 이 날의 일은 이 밤에 묻어놔도 괜찮아요."


내 대답은 듣지 않고 아이가 하늘로 다시 날아올라 빗자루를 두는 창고 방향으로 날아간다.


***


O.W.L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를 멀리서 바라본다. 그 날 이후 아이는 그 날 밤의 이야기를 더이상 언급하지 않고 나와 하던 공부에 집중했다. 나 또한 별 얘기를 하지 않고 그녀의 공부를 도와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우리 사이의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어색한듯 부드럽고 부드러운듯 어색한 사이었다.

잘 했나요? 나는 눈썹을 올리는 것으로 아이에게 묻는다. 그럭저럭 잘 봤어요. 아이가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 나의 질문에 답한다.

그렇게, 우리의 보충수업은 끝났다.


***


그리핀도르와 래번클로의 퀴디치 경기, 나는 정말 오랜만에 경기장에 나갔다. 경기장에 나온 나의 모습을 보며 우리 기숙사의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래번클로가 퀴디치 기숙사 대항전의 결승전에 진출한 것을 축하해요, 나는 우리 기숙사의 학생들에게 이렇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하자 나의 눈은 무심코 하늘을 나는 작은 체구의 여자애를 쫒았다.

퀴디치팀의 몰이꾼들은 주로 남자가 맡는다. 강철로 된 블러져를 강하게 쳐 상대방의 경기를 방해해야 하는 것이 몰이꾼의 역할이기에 주로 힘이 세고 체격이 큰 사람이 몰이꾼을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는 체격이 크지도 않고 힘이 세지도 않다. 하지만 그녀가 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몰이꾼이 된 이유는 경기를 보면 명확했다.
그녀는 수색꾼을 해도 될 정도로 가벼운 몸놀림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몸놀림을 사용해 상대 팀 몰이꾼이 우리 팀에게 보내는 블러져를 교묘하게 받아쳤다. 그리고 그 블러져는 상대팀 선수가 깜짝 놀랄만한 곳, 아슬아슬하게 피할 만한 곳으로 날려보냈다.
퀴디치는 위험한 경기이다. 다른 몰이꾼들이 정석적으로 선수를 목표로 두고 블러져를 날리는 것과 다르게 하나는 결코 상대 선수의 몸을 향해 블러져를 날리지 않았다.

경기는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양 팀의 실력은 비등비등했다. 한 팀이 득점을 하면 바로 상대 팀이 그 점수를 뒤따라잡았다. 그런식으로 엎치락뒤치락하길 여러번, 경기는 점점 과열되었고, 양 팀의 추격꾼들의 몸싸움 또한 잦아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하나가 날린 블러져가 상대방 몰이꾼에게 날아갔다. 그가 침착하게 빗자루를 멈추기만 했더라면 다칠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흥분했었고, 너무도 빠르게 빗자루를 멈춰세웠다. 관성을 이기기는 힘들었는지 그의 몸은 빗자루에서 붕 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렇게 그리핀도르의 몰이꾼 한 명이 경기에서 빠지게 되었다. 선수 한 명의 탈락은 그리핀도르 선수들의 분위기를 더욱 험악하게 했다.


그리핀도르에서 예비 선수 한 명이 빗자루를 타고 올라갔고,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의 분위기는 상당히 험악해져 있었다. 두 개의 블러져를 날리는 쪽은 주로 그리핀도르였다. 두 선수는 호흡을 잘 맞추며 경기장의 양 끝에서 블러져를 마구 쏘아댔다. 그렇기에 래번클로의 몰이꾼들은 그 두개의 블러져가 자신 팀의 선수들에게 맞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리고 사건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다. 하나가 받아친 블러져를 그리핀도르 몰이꾼 한명이 받아쳤고, 그것은 곧장 반대편에 있는 다른 그리핀도르 몰이꾼 선수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겨냥한듯 하나에게로 그 블러져가 날아갔다. 내 몸을 쇠공에 맞은 듯 움찔했고, 천천히 하나가 땅으로 떨어졌다.

땅으로 떨어져도 누군가 구해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하나에게 안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나는 하나가 떨어질 위치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숨막히는 압박을 견디고 나자 그녀를 내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땅에 몸이 부딪히는것도 개의치 않고 그녀를 품에 꼭 안았다.


***


정신을 차리자 병동이었다. 침대 옆 협탁에는 팀원들이 보낸 격려카드와 간식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침대 옆의 의자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오후의 햇빛을 받으며 그녀가 가만히 웃었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보며 나도 함께 씩 웃었다. 눈을 내리는데 붕대를 감은 교수님의 양 손이 눈에 들어왔다.

"다쳤어요?"

"네. 하지만 괜찮아요. 순간이동은 성공했어요."

흐릿한 의식 속에서 누군가가 날 받아든거 같았었는데, 마법이 아니라 교수님이었구나.

"마법을 쓰지 왜 몸으로 받아내요. 교수님이 래번클로 사감님이지, 몸으로 싸우는 그리핀도르에요?!"

팔을 다쳤다는 사실이 괜히 속이 상해 볼멘소리를 내뱉는다. 하지만 교수님은 손을 뻗어 가만히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하나양이 다칠까 걱정이 되니 다른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하나양 덕분에 순간이동도 성공하고. 처음으로 성공한거에요. 고마워요."

내가 어떤 불만도 내뱉을 수 없을 정도로 환히 웃어주니 오히려 내 쪽에서 말이 막혔다. 으이구... 나는 손을 뻗어 교수님의 손 위를 가볍게 쓸었다. 아프진 않죠? 내가 묻자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잘했어요. 순간이동도 성공하고. 교수님도 이제 다 컸네요."

내 말에 교수님이 기가 찬듯 웃는다. 교수님의 웃음에 나 또한 웃음이 터진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이나 웃는다.


"저기요, 교수님."

"네?"

"마법사들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300살인거 알죠? 그런걸 보면 18살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거기다 교수님이 오늘 순간이동을 배우신걸 보면 저나 교수님이나 앞으로 배워야 할게 많은건 똑같구요."

교수님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러니까 교수님, 제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알았죠?"


나는 짐짓 모르는 척 교수님의 손을 조심히 들어 내 머리 위에 얹는다. 머리 아픈거 같아요. 쓰다듬어주세요. 핫, 하는 교수님의 웃음이 들렸지만 나는 눈을 감는다.

오늘따라 창으로 들어오는 볕이 따뜻하다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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