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두 발을 내딛고 뒤를 돌아보니 뒤는 앞과 같은 사막이었다. 내가 뭘 잘못 본 것인가 눈을 비벼봐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사막의 신기루인가. 고된 임무 때문에 탈진 상태에 빠져 환각을 본 것인가. 내 옷을 살펴보니 메카에 탑승할 때 입는 전투 수트이다.
메카를 호출하려 한다. 하지만 호출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먹통일 뿐이다.
헤드폰에서는 어떠한 무전도 오지 않는다. 때문에 현재 나의 상태를 기지의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다.
즉, 내가 직접 기지의 사람들과 합류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상태에 대한 가장 현실성 있는 가설은 내가 임무 중 어떤 이유로 환각상태에 빠졌던 것이고, 임무에 대한 기억을 잊고 사막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이다.
앞에는 무너진 건물 더미, 그리고 무언가가 폭발한 듯한 검은 연기구름.
뒤에는 황량한 모래사막.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어디로 가야 본부와 합류할 수 있는가.
오버워치는 분쟁의 한 가운데에서 싸운다. 결국 앞으로 가는 것을 선택한다.
그들과 합류해 이 노란 고글의 주인을 찾아야 한다.
**
모래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걷는다. 파괴된 빌딩 잔재들을 지나, 한참동안 모래 언덕을 지난다. 그리고 나면 다시 파괴된 콘크리트 더미를 지난다.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저 모래바람 너머로 보이는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곳. 하지만 아무리 걸음을 재촉해도 연기가 가까워지진 않는다. 계속해서 같은 길을 되풀이하는 착각이 든다.
무전을 수신하는 헤드폰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가끔 건물 사이를 지나가다 지지직하는 백색 소음만이 날 뿐이다.
소음이 짙어지는 곳으로 가 볼까 싶었지만 잘못 길을 들었다가 이 사막에서 영영 길을 잃을거 같은 두려움에 이내 원래 내가 가던 길로 발길을 돌린다.
세번째로 빌딩을 지났을까, 더 이상 걸어갈 수 없어 콘크리트 벽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숨을 고른다.
또 다시 짜증나는 백색소음이 들려와 신경질적으로 헤드폰을 벗어 뒤로 던졌다. 하지만 이내 내가 한 행동이 쓸모없는 일이었음을 알고 벽에 뒷통수를 쿵쿵 박았다.
한참 숨을 고르고는 다시 헤드폰을 귀에 걸었다. 지직거리는 소음에 규칙성이 생기고 사이사이에 높은 음이 들렸다. 사람의 목소리인것 같기도 했다. 그래, 분명히 저 쪽으로 가면 무전이 연결될 것이다.
무전이 연결되는 곳을 찾아 발걸음을 돌린다. 부서진 건물 아래, 지직, 지직, 하며 잡음이 줄어들고 높고 쾌활한 여성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강해진다.
----
<토끼야! 너무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돼!>
<무리하는거 아녜요. 그저 내가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지키는거지. 언니야말로 교란조가 여기엔 왠 일이에요?>
<하늘에서 토끼가 떨어지는데 당연히 받아야지. 너무 무리하지 마. 너 외에도 사람들을 지켜줄 사람은 많으니까.>
----
***
건물 위에서 적을 향해 메카를 집어던지고 그 반동으로 건물에서 떨어진다. 능숙하게 머리를 감싸는 것을 보면 그런 생활이 익숙한 듯하다. 그래도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허둥지둥 그 애, 이번에 새로 온 신입요원을 받았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노래? 음악? 뭔가 재밌는 이름이었어.
열아홉이라는 나이에 가질 수 없는 화려한 경력들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프로게이머, 영화배우, 그리고 대한민국 국군. 밝은 목소리로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 하지만 이름은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로봇의 생김새와 아이의 가슴에 있는 마크를 보고서는 대충 별명을 붙였다.
눈을 찌푸리고 충격을 기다리던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더니 놀란 듯 큰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황급히 나에게서 떨어져 저 편으로 걸어간다.
"토끼야! 너무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돼!"
고마워, 라는 인사는 받은 셈 칠게. 난 아이의 등 뒤에 대고 외쳤다.
"무리하는거 아녜요. 그저 내가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지키는거지. 언니야말로 교란조가 여기엔 왠 일이에요?"
고맙다고 하려는 걸까, 한참을 멈춰서 있던 아이의 입에서 예상 외의 불퉁한 대답이 나와 더 놀란다.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지키는 거라니…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책임감에 뒤로 한 걸음 물러난다. 분명히 스타 연예인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다르구나?
그녀의 솔직한 대답에 나도 솔직하게 대답한다.
"하늘에서 토끼가 떨어지는데 당연히 받아야지. 너무 무리하지 마. 너 외에도 사람들을 지켜줄 사람은 많으니까."
***
정신을 차려보니 머리를 감싸쥔 채 울고 있었다. 머리속을 밀고 들어오는 옛 기억, 그 혼란스러움에 숨을 헐떡거린다.
무거운 책임을 한 마디로 가볍게 덜어간 여자. 그 이후로도 나는 이 여자의 품에 수도 없이 많이 안겼었다.
성가시게 다가오고 성가시게 말을 걸던 여자. 꼬맹아, 토끼야, 하나야! 날 성가시게 굴던 사람.
---네가 어디를 가더라도 꼭 내가 지켜줄게. 너의 반대편에서 널 지켜보고 있을게.---
눈물을 닦는다. 내 반대편에서 날 지켜준다 말 해줬다.
그럼 내가 있는 곳의 저 편에서 날 지켜보고 있겠지. 그리고 나를 지켜준다고 했어.
바닥에 떨어진 고글을 집어든다. 그 사이에 무전에서는 다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일어나보니 그 새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주변에 있던 콘크리트 잔해는 없어지고 그 대신 흙으로 빚어진 흙집들이 늘어서 있다.
내가 아직도 환각상태에 빠져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아예 미친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지독한 두통을 겪으면 겪을 수록 내 머릿속의 부족한 퍼즐 조각이 메꿔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요원들과 합류하는 것에서 그녀를 찾는 것으로 행동의 우선순위를 바꾼다.
그녀를 찾아 그녀가 누군지,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알게 된다면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주변의 먼 곳까지 쭉 둘러본다. 저 멀리, 검은 연기를 배경으로 그 사람이 서 있다.
푸른 빛이 나는 장치를 가슴에 찬 여자, 마구잡이로 뻗친 짧은 갈색 머리.
잠시라도 눈을 떼면 사라질거 같은 두려움에 그 곳으로 달려간다.
사막의 신기루인가. 고된 임무 때문에 탈진 상태에 빠져 환각을 본 것인가. 내 옷을 살펴보니 메카에 탑승할 때 입는 전투 수트이다.
메카를 호출하려 한다. 하지만 호출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먹통일 뿐이다.
헤드폰에서는 어떠한 무전도 오지 않는다. 때문에 현재 나의 상태를 기지의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다.
즉, 내가 직접 기지의 사람들과 합류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상태에 대한 가장 현실성 있는 가설은 내가 임무 중 어떤 이유로 환각상태에 빠졌던 것이고, 임무에 대한 기억을 잊고 사막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이다.
앞에는 무너진 건물 더미, 그리고 무언가가 폭발한 듯한 검은 연기구름.
뒤에는 황량한 모래사막.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어디로 가야 본부와 합류할 수 있는가.
오버워치는 분쟁의 한 가운데에서 싸운다. 결국 앞으로 가는 것을 선택한다.
그들과 합류해 이 노란 고글의 주인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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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걷는다. 파괴된 빌딩 잔재들을 지나, 한참동안 모래 언덕을 지난다. 그리고 나면 다시 파괴된 콘크리트 더미를 지난다.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저 모래바람 너머로 보이는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곳. 하지만 아무리 걸음을 재촉해도 연기가 가까워지진 않는다. 계속해서 같은 길을 되풀이하는 착각이 든다.
무전을 수신하는 헤드폰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가끔 건물 사이를 지나가다 지지직하는 백색 소음만이 날 뿐이다.
소음이 짙어지는 곳으로 가 볼까 싶었지만 잘못 길을 들었다가 이 사막에서 영영 길을 잃을거 같은 두려움에 이내 원래 내가 가던 길로 발길을 돌린다.
세번째로 빌딩을 지났을까, 더 이상 걸어갈 수 없어 콘크리트 벽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숨을 고른다.
또 다시 짜증나는 백색소음이 들려와 신경질적으로 헤드폰을 벗어 뒤로 던졌다. 하지만 이내 내가 한 행동이 쓸모없는 일이었음을 알고 벽에 뒷통수를 쿵쿵 박았다.
한참 숨을 고르고는 다시 헤드폰을 귀에 걸었다. 지직거리는 소음에 규칙성이 생기고 사이사이에 높은 음이 들렸다. 사람의 목소리인것 같기도 했다. 그래, 분명히 저 쪽으로 가면 무전이 연결될 것이다.
무전이 연결되는 곳을 찾아 발걸음을 돌린다. 부서진 건물 아래, 지직, 지직, 하며 잡음이 줄어들고 높고 쾌활한 여성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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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야! 너무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돼!>
<무리하는거 아녜요. 그저 내가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지키는거지. 언니야말로 교란조가 여기엔 왠 일이에요?>
<하늘에서 토끼가 떨어지는데 당연히 받아야지. 너무 무리하지 마. 너 외에도 사람들을 지켜줄 사람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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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위에서 적을 향해 메카를 집어던지고 그 반동으로 건물에서 떨어진다. 능숙하게 머리를 감싸는 것을 보면 그런 생활이 익숙한 듯하다. 그래도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허둥지둥 그 애, 이번에 새로 온 신입요원을 받았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 노래? 음악? 뭔가 재밌는 이름이었어.
열아홉이라는 나이에 가질 수 없는 화려한 경력들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프로게이머, 영화배우, 그리고 대한민국 국군. 밝은 목소리로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 하지만 이름은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로봇의 생김새와 아이의 가슴에 있는 마크를 보고서는 대충 별명을 붙였다.
눈을 찌푸리고 충격을 기다리던 그녀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더니 놀란 듯 큰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황급히 나에게서 떨어져 저 편으로 걸어간다.
"토끼야! 너무 그렇게 무리하지 않아도 돼!"
고마워, 라는 인사는 받은 셈 칠게. 난 아이의 등 뒤에 대고 외쳤다.
"무리하는거 아녜요. 그저 내가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지키는거지. 언니야말로 교란조가 여기엔 왠 일이에요?"
고맙다고 하려는 걸까, 한참을 멈춰서 있던 아이의 입에서 예상 외의 불퉁한 대답이 나와 더 놀란다.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지키는 거라니…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무거운 책임감에 뒤로 한 걸음 물러난다. 분명히 스타 연예인이라고 했는데, 생각보다 다르구나?
그녀의 솔직한 대답에 나도 솔직하게 대답한다.
"하늘에서 토끼가 떨어지는데 당연히 받아야지. 너무 무리하지 마. 너 외에도 사람들을 지켜줄 사람은 많으니까."
***
정신을 차려보니 머리를 감싸쥔 채 울고 있었다. 머리속을 밀고 들어오는 옛 기억, 그 혼란스러움에 숨을 헐떡거린다.
무거운 책임을 한 마디로 가볍게 덜어간 여자. 그 이후로도 나는 이 여자의 품에 수도 없이 많이 안겼었다.
성가시게 다가오고 성가시게 말을 걸던 여자. 꼬맹아, 토끼야, 하나야! 날 성가시게 굴던 사람.
---네가 어디를 가더라도 꼭 내가 지켜줄게. 너의 반대편에서 널 지켜보고 있을게.---
눈물을 닦는다. 내 반대편에서 날 지켜준다 말 해줬다.
그럼 내가 있는 곳의 저 편에서 날 지켜보고 있겠지. 그리고 나를 지켜준다고 했어.
바닥에 떨어진 고글을 집어든다. 그 사이에 무전에서는 다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일어나보니 그 새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주변에 있던 콘크리트 잔해는 없어지고 그 대신 흙으로 빚어진 흙집들이 늘어서 있다.
내가 아직도 환각상태에 빠져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아예 미친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지독한 두통을 겪으면 겪을 수록 내 머릿속의 부족한 퍼즐 조각이 메꿔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요원들과 합류하는 것에서 그녀를 찾는 것으로 행동의 우선순위를 바꾼다.
그녀를 찾아 그녀가 누군지, 왜 내가 여기에 있는지 알게 된다면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주변의 먼 곳까지 쭉 둘러본다. 저 멀리, 검은 연기를 배경으로 그 사람이 서 있다.
푸른 빛이 나는 장치를 가슴에 찬 여자, 마구잡이로 뻗친 짧은 갈색 머리.
잠시라도 눈을 떼면 사라질거 같은 두려움에 그 곳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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