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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COMA - Prologue

<자폭 시퀸스 가동!>

가장 내가 걱정되는 소리가 무전을 통해 들려온다. 하늘에 있는건 아니지? 하고 쨍하게 맑은 하늘을 보니 역시 아이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
적들의 총이 하나에게로 향한다.

저게 적진 한 가운데에서 겁도 없이!
적진 한가운데로 폭탄을 집어던지고 아이가 떨어질 위치로 가속기를 사용해 간다. 이로써 적들의 주의가 그녀에게서 내가 방금 던진 폭탄 쪽으로 쏠렸을 것이다.

가슴이 조여온다. 더운 사막의 열기 때문일까, 가슴골로 땀이 한 방울 흐르는게 느껴진다.

내가 가기 전까지만 별 일이 없길.

"어우, 자기! 내가 부탁했잖아. 제발 조심히 좀 싸워, 그리고 위에서 떨어질거면 미리 나에게 얘기라도 해줘. 총 맞았음 어쩔 뻔했어, 응?"

두 팔로 무사히 그녀를 받아들자 내 입에서는 우선 불평이 쏟아져 나온다. 매번 내가 조심히 싸워달라 부탁하지만 그녀는 늘 전투의 흥분에 휩쓸려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막 불이 붙었단 말야. 그리고 뭐 언니가 지켜줄 거잖아."

태평하게 아이는 내 품에서 내려와 내 볼에 입을 맞춘다. 그러니까 떨어질 때 나를 불러달래도! 한 소리를 더 하려는 나를 내버려두고 꼬맹이는 새로운 메카를 소환한다.

"내가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최대한 지켜야지. 그리고 나는 어디서도 최고의 플레이를 하고 싶거든!"

아이는 나를 보고있지 않다. 나보다 더 먼곳, 목표를 보고 있는 그녀를 보며 불안함을 느낀다.
메카가 우리 앞으로 떨어진다.
잠깐 자기야, 그 안으로 들어가려는 하나를 붙잡는다.
잔소리를 하려다가 생각을 바꾼다.

"가기 전에 뽀뽀 한 번 해주고 가."

그녀를 품에 꼭 안고 칭얼거린다. 살짝 입을 맞추려는 그녀의 뒷머리를 깊게 눌러 그녀의 달큰한 혀를 한번 쓸어본다.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

으휴, 하여간. 하나가 나를 흘겨보고는 볼을 쓸어준다. 그럼 나 진짜 가! 그녀가 메카를 타고 저 멀리로 날아간다. 위험에게서 그녀를 지키러 나도 그녀의 뒤를 따른다.

벌써 그녀의 메카는 부스터를 사용해 저 멀리서 아군이 받을 피해를 대신 받아주고 있다. 나는 그녀에게 피해를 가하는 적군의 후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자신이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최대한 지키려고 하는 당돌한 토끼. 나는 그런 꼬맹이를 지킨다.

네가 어디를 가더라도 꼭 내가 지켜줄 거니까. 그녀의 반대편에 있어도 나는 그녀와 같이 행동한다.


***


침대에 등을 기대고 있다가 벌떡 일어난다. 아아, 빠르게 패드를 누르지만 역부족이다.

"아, 죽었다."

"그러게 나랑 보조를 맞춰 움직이는게 어때, 자기는 너무 앞서나간다니까.
그러니까 자꾸 죽지."

그래도 어떡해, 빨리 나가서 지켜야지. 내가 화가 나 패드를 집어던지고 과자를 집어먹는다.

"자기, 짜증났어?" 그녀가 침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묻는다. 두 손가락으로 과자를 집어 먹으며 싱글싱글 웃는게 짜증난다.

"그러니까 너무 조바심 가지지 않아도 된다니까. 자기가 급하게 하지 않아도 돼."

그럼 누가 지켜주는데.

내 손으로 한국을 지켰다. 나밖에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다는 말을 수 없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나 만큼 잘 싸우는 사람은 적다. 그러니 내가 제일 빠르게 나가서 처리해야 한다.

언제나 최고의 플레이를 해야 한다. 내 옆에 있는 아군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돼. 내가 자기를 지켜주잖아. 언제나, 어디서나."

그녀가 나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한다.


*


그녀의 눈 속에 비친 나를 본다. 그와 동시에 두통이 밀려온다.

난 누구지?

당신은 누구야?

그리고 여긴 어디지?


얼마나 머리를 감싸쥐고 있었을까. 내 어깨에 닿는 따뜻함에 고개를 들자 그녀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이제 준비가 되었나 보네. 그만 갈까, 하나야?"

하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친숙한 이름에 나의 머릿 속 깊은 곳에서 나에 대한 기억들이 솟아나온다.

프로게이머로의 활동, 군인으로의 경력, 오버워치로의 입단.

"...당신은 누구야?"

내 앞에서 주근깨 투성이의 얼굴을 하고 아이처럼 웃는 당신, 그러면서 한없이 진지한 눈을 한 당신은 누구야.

"이제 그걸 알아보러 가는거지. 나는 먼저 가볼게. 아, 이게 필요할거야."

그녀가 내 손에 안테나가 달린 헤드폰을 건네준다. 금이 간 헤드폰. 그걸 쥐자 다시 두통이 시작된다.

순식간에 스쳐가는 기억. 메카를 조종하는 나의 모습이 지나간다. 용감하게 앞에 서서 적들의 공격을 막고 맨 몸으로 메카의 밖으로 도망나온다.

찬란하게 폭파하는 메카를 뒤에 두고 아무런 방어 장비 없이 하늘을 나는 나에게 두려움은 없다.
왜 그렇지? 그걸 생각하려 하는데 기억의 잡음이 하도 심해 두통만이 심해진다.

"자기는 토끼니까 금방 따라올거라 믿어. 그럼 먼저 갈게."

내가 붙잡기도 전에 그녀는 척척,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송하나, 19세, 오버워치 요원, 코드명 D.va, 전직 프로게이머.

주변을 둘러본다. 티비와 침대만이 있는 방, 티비에서는 <Insert coin> 이라는 문구와 함께 내가 조종하던 캐릭터가 쓰러져 있다.

문을 열자 사막의 모래와 뜨거운 열기가 내 뺨을 스친다.  한 발 내딛으려는데 톡, 하고 노란 고글이 발에 차인다. 아까 그 머리가 제멋대로 뻗친 여자의 것이다.

그 여자는 뭔가를 알고있다. 나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그러니 그녀를 찾아야 한다. 모래 투성이의 사막에 한 걸음,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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