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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첫 걸음 - Epilogue


신쿤(@nerf171)님의 썰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 http://sinkoonote.tistory.com/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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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어? 천천히 하지 그래?"

"괜찮을거 같아. 원래 이런건 겁 없이 하는거야."

"그건 내가 할 말이야... 그래도.. 적어도 날이나 밝고 하는건 어때, 자기."

"지금 딱 감이 와. 보스전은 감이 왔을때 싹, 하고 해치우는거야. 말 걸지마. 방해되니까."


하여간 겁이 없어 쟨. 하나의 앞에서 손톱을 깨문다.
천천히 해도 된다고 했는데 기여코 엘보우 클러치를 짚고 걸어다닌 것이 한 달 전.
아직 복귀까지는 3개월이나 넘게 남았다. 하지만 그녀는 하루빨리 나와 걷고싶은가 보다.

대체 뭘 하려고? 하고 물어보니 놀이공원도 가야 하고 사파리도 가야하고 오락실도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 엘보우 클러치를 한 채 놀이동산에 갔을때엔 매우 힘들었지. 그녀가 타고자 하는 놀이기구는 탈 수 없다고 직원들이 막아섰고, 결국 걸어다니다 지친 그녀를 업고 놀이동산을 돌아다녔었다.

그게 그렇게 한이 된 걸까? 집중을 하느라 잔뜩 인상을 쓴 그녀의 얼굴이 진지해 웃음이 나온다. 정말 보스전을 앞두고 있잖아.

하지만 웃으면 안된다. 웃었다가 넘어지면 몇날 몇일을 구박받을거야.

그녀가 엘보우 클러치를 땅에 떨어뜨린다. 넘어질지도 몰라. 가속기를 언제든 사용할 준비를 한다.
엘보우 클러치를 사용한 후에도 얼마나 바닥에 자주 넘어졌는지, 그녀의 온 몸은 멍 투성이었다.

내가 가속을 사용해도 정말 신기하게, 알 수 없는 각도로 그녀는 넘어져왔다.
넘어진 곳의 상처를 봐도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아파하기보다는 공략에 실패했다며 분해했고, 밤을 새우며 새로운 '공략법'을 찾아댔다.
대체 이런 애가 1년간 걷지도 않고 어떻게 참았을지. 지금의 모습을 보면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녀의 다리가 바들바들 떨린다. 새삼 그녀의 종아리를 보자 처음 그녀를 봤을 적의 그 다리 굵기와 비교가 되어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직도 매일 아침 다리를 주물러주지만 어느정도 살집이 붙은 다리는 볼 때마다 흐뭇하다.


한걸음, 바닥에서 발을 완전히 떼진 않았지만 그녀가 걸음을 떼었다. 그렇게 한걸음, 또 한걸음. 비틀거리면서 그녀가 나에게 온다.

다섯 걸음 쯤 왔을까, 그녀의 몸이 심하게 비틀거린다. 내가 다가가려 하자 오지말라며 그녀가 소리를 지른다. 그러다가 넘어져 크게 다쳤으면서 늘 그렇다.

간신히 자세를 바로잡은 그녀가 다시 한걸음, 또 한걸음 나에게 걸어온다. 마치 다른 세상의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처럼. 나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팔을 뻗으면 그녀의 손이 나에게 닿을 거 같다. 그녀가 나에게 손을 뻗는다. 나도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마주잡는다.

그렇게, 만 2년하고도 9개월 만에. 그녀는 첫 걸음을 걸었다. 나에게로 오는 여덟 걸음.


그녀가 나의 가슴에 안겨 숨을 몰아쉰다.

"잘했어 자기야. 당신은 정말 대단해. 와... 대단해. 제일 멋졌어."
눈에 눈물이 고여 그녀의 어깨에 슬쩍 닦는다.

하나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꼬맹이도 감격스러운지 볼에 눈물이 흐른다.

"나 멋져?"

"응. 정말 멋져."

"아, 이거 녹화는 해 뒀어?

아차차, 내가 난처한 표정을 짓자 그녀가 볼을 부풀린다.

울었다가 토라졌다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바뀌는 그녀의 얼굴이 예뻐 양 손으로 볼을 잡고 입을 맞춘다.

"괜찮아.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까."


***


"이것도 너프해 보시지. 이것들아!"

하늘에서 공격해오는 비행 옴닉들을 향해서 메카를 발사한다. 그리고 나는 창공에서 땅으로 낙하한다.

아, 꽤 높은데...

하지만 걱정은 없다. 시원한 느낌도 든다. 떨어지는 시간도 아까워 그 사이에 새 메카를 호출한다.
어딘가에서 푸른 빛이 빛나고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품에 안긴다.

"자기, 몸 조심하라고 했지. 또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언니가 나에게 따진다.

"또 다치긴. 이렇게 어디서든 달려오잖아. 솔직히 말해봐. 내가 싸울때 언니는 어딘가에서 숨어서 나 보고있지? 위에 얘기해서 언니 감봉해야해."

"숨어서 보고있긴? 인이어에 네 목소리밖에 안들리는걸 어떡하니. 너프라는 말만 들으면 나는 혹시 네가 하늘에 있지 않나 목이 빠져라 하늘만 보는거 알어?"

"그럼 다칠 리 없겠네."

"송하나!"

언니가 내 이름을 부른다. 으이구 걱정은. 언니의 볼에 살짝 뽀뽀를 한다.

"왜, 다치면 또 일이년 쉬면 되지 뭐."

언니의 얼굴이 붉다. 꼬맹이가 가면 갈수록 말솜씨만 늘어서... 언니가 투덜댄다. 이번에는 삐죽 내민 입에 입을 맞춘다.

"언니야말로 나이가 들면 들수록 걱정만 많아."

<저기, 둘 다 모두 지금 작전중이다. 연애는 나중에 하도록. 안그러면 다시는 같은 작전에 투입하지 않을 줄 알아라.>

무뚝뚝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울린다. 에이, 분위기 깨는데엔 선수라니까.
얼굴이 빨개진 언니에게 어서 가라고 손짓을 한다. 언니가 다가와 내 머리에 약한 꿀밤을 먹인다.

"조심해서 싸워. 다치지 말고."

"응 언니도."

이마에 언니의 입술이 닿는 듯 하더니 금새 사라진다. 나도 메카에 오른다.

이제 싸우는 것도 어디에서 떨어지는 것도 걱정이 되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나를 계속 지켜보는 사람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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