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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단문] 샴푸(@dva_online 님을 위한 글)

"자기, 오늘도 잘 보냈어?"


레나는 늘 그랬듯 하나의 머리를 빗어준다. 윤기가 있는 갈색 머리. 요즘 들어 그 머리가 푸석해진다고 생각한다.


"흐음.. 자기, 요즘 힘든 일 있나? 머리가 왜 이렇게 푸석하지? 트리트먼트 좀 해야겠다, 그치?"


그녀는 소중한 보물을 대하듯 하나를 안아 화장실로 데려간다.


샴푸를 짜 하나의 머리를 감긴다. 혹시 얼굴에 샴푸가 튈까 조마조마하는 손길은 아이를 다루는 어머니의 것과 같다.

손가락을 세워 손가락 끝으로만 연인의 머리를 감긴다.

거품을 헹구고 난 후에는 트리트먼트를 하고 캡을 씌운다.


"자기, 나는 자기의 샴푸냄새가 얼마나 좋았는지 알아? 어떻게 그렇게 달콤한 딸기 향기가 나는지.. 내가 마트란 마트는 다 뒤지며 딸기 향이 나는 샴푸는 다 써봤어."


그녀는 하나의 옆에 앉아 과거를 회상한다.



**



"언니, 게임하는데 방해되니까 머리에 그만 코 대요. 정수리 냄새 안좋은데...!"


"응? 안좋긴? 나 자기 머리냄새 너무 좋은데? 상큼하고 달달하고... 나 자기 머리냄새 너무 좋아."


레나는 하나의 머리에 입을 맞춘다. 하나의 볼이 붉게 물든다. 민망한지 풍선껌을 푸우, 하고 불며 다시 게임에 집중한다.

하지만 신경을 다른 곳에 쓰고 있기 때문일까. 몇번의 실수가 연속된다.


아이씨, 하나는 신경질적으로 게임기를 던지고는 쇼파에 앉아 자신의 등을 지지하고 있는 레나의 무릎을 받침삼아 뒤로 눕는다.


"언니, 나랑 언니랑 같은 샴푸 써요."


"응? 그랬었어?"


"응. 늘 같은 샴푸였어. 언니 머리에서도 나랑 같은 향기가 나."

레나는 머리를 몇번 비벼보더니 코에 가져다댄다. 상큼한 향기는 비슷하다. 하지만 다른걸.


레나의 멍한 표정을 보던 하나는 몸을 뒤집어 레나와 얼굴을 마주댄다.


"언니, 나에게 엄청 반했나보네. 다른 냄새도 맡고."


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하나의 코에 뽀뽀를 한다.


"응. 나 자기에게 엄청 반했어. 이제 알았어?"

다시, 그녀의 뒷머리에 손을 묻으며, 레나는 깊게 입맞춤을 한다.



**



"아, 자기 시간 다 됐다."


레나는 하나의 머리에 씌워진 캡을 빼 낸다. 그리고는 하나의 머리를 한번 더 헹군다.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고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기대게 해 머리를 말려준다.


"자, 머리 다 말렸어. 개운하지?"


하나가 레나의 눈을 바라본다. 레나는 그녀의 눈에, 코에, 입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릿결에 코를 박고 한참을 숨을 들이쉰다.


"응. 자기도 기분 좋다고? 나도 좋아."


하나의 머리를 든다. 그리고는 벽 장식장에 그녀의 머리를 올려놓는다.

멍하게, 동공이 열려진 하나의 눈이 레나를 바라본다.

거기서 무슨 답을 얻은 것일까, 레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응. 난 자기가 엄청 좋아. 자기의 딸기냄새. 나만 맡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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