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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인연 - Prologue

쿠쿵(@sesese0505)님의 썰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 https://twitter.com/sesese0505/status/76391535897350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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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 돌아오고 있는걸까.

아니면 다른 시간대로 가고 있는걸까.


그 아기는 무사히 살아남았을까.

무사히 살아남았으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정말, 몇번씩이나 만나는데 이름도 모르고, 제대로 대화도 나눠본 적이 없구나.

그런 애에게 몇번이고 뛰어가는 나도 참 바보야.


그런데 지금 내가 없어지기 직전의 작전에서 누가 다치지는 않았겠지? 아무도 안 다쳤으면 좋겠는데...

설마 윈스턴이 다치진 않았겠지? 그가 없으면 나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데.



무(無) 속에서 나는 여러 생각을 한다.



**



오랜만에 일어난 가속기의 고장.

분명히 작전의 시작을 기다리던 때였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눈이 빛에 적응하기 전부터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동원해 현재가 언제인지 파악한다.


앙겔라의 탄성이 나의 뒤에서 들린다. 그래. 적어도 앙겔라는 다치지 않았어.

시야가 확보된다. 앙겔라가 나의 팔을 붙잡는다.

그녀가 날 붙잡을 수 있다는건 내가 유령상태가 아니라는 거지. 나도 앙겔라의 손을 잡으며 함께 기쁨을 나눈다.


"레나 돌아왔어? 이번에는 그리 오래 없어지지 않았어. 한 두세시간 됐어."

윈스턴의 목소리가 나에게 안도감을 준다. 아직 임무중이구나.


주변을 둘러본다. 내가 없어지기 전과 같은 배경. 습관처럼 휴대전화와 손목시계를 나란히 두고 시간을 확인한다. 정확히 두시간이 차이가 난다.

전투는 한창인듯 여기저기서 포성이 울린다. 나도 어서 뛰어들어 사람들을 도와야지.


"잠깐만요, 레나. 몸 상태를 확인해야죠."


뛰어가려는 나를 그녀가 붙잡는다. 반대쪽 팔을 붙잡자 부러진 곳에서 통증이 온다..

앗, 하고 비명을 지르자 또 그랬군요, 하고 앙겔라가 나를 노려본다.


"오늘 임무는 조금 늦게 가도 돼요. 새 요원이 왔잖아요? 그런 눈 하지 말고요. 안그러면 윈스턴에게서 그 가속기를 빼앗으라고 할거에요.

저번에도 말했지만 다른 시간대로 몸이 이동했을때엔 제발 저희가 구해줄 때 까지 가만히 좀 있어요. 그러다 몸이 심하게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거에요."


내가 어떤 눈빛을 하고 있는지 다 해석을 했다는 듯 앙겔라가 나의 말문을 막고 팔을 들여다본다.


"그냥 지팡이 쓰면 안될까. 나 괜찮은데."


"지금 레나 당신의 몰골을 보면 그런 소리가 안나올걸요."


앙겔라가 소독솜으로 이마에 있는 상처를 소독한다. 의료 기구를 두는 쟁반을 들어 나의 모습을 확인한다.

얼굴은 검뎅 투성이인데다 얼굴에는 찢어진 상처도 있다.  


그래. 내가 없어도 잘 될거야. 다른 곳에서 나름의 "임무"를 하고 왔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조바심이 나지? 나도 모르게 다리를 덜덜 떤다.


"제발, 레나. 가만히 좀 있어요."


"앙겔라. 쓸데없이 불안해. 내가 가봐야 할거 같아."


"그럼 붕대라도 감고 가요. 새로운 요원이 와서 오늘 임무는 수월하게 끝날거라고요."


"새 요원? 맞다. 만나봤어?"


"네. 아주 다부지던데요. 라인하르트같은 다른 돌격조 요원들이 앞으로 덜 위험해질거 같아요. 그런데..."

그녀가 입가에 미소를 띄고 말한다. 하지만 곧 얼굴이 굳어진다.


"응? 왜, 성격에 문제라도 있어?"


"그건 아니지만..."


그녀가 내 팔에 부목을 대고 붕대를 감으려고 할 때였다.


<자폭 시퀸스 준비 완료!>


아주 낯선 여자아이의 목소리. 아니. 낯설지 않아.

천막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처음 보는 로봇이 하늘에 떠 있다.


<자폭 시퀸스 가동! 비상 탈출!>

로봇이 하늘에 있는 적의 비행선으로 날아간다. 로봇에서 작은 소녀가 튀어나온다. 긴 머리를 하고 있지만 유난히 동글동글한 저 뒤통수.


"뒤통수!"


네? 하고 앙겔라가 묻는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자리에 없다.


오버워치 요원으로 뽑혔으면 저 상황이 익숙하다는 것이다. 굳이 내가 가서 저 애를 구해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왜일까. 본능적으로? 아니 운명적으로? 나는 저 아이가 있을 곳으로 내가 가진 능력을 다 해서 뛰어간다.

가속기에서 스파크가 인다. 하지만 고장이 날때의 스파크와는 다르다. 그래, 나의 감정을 대변하듯 이 가속기도 흥분하고 있다.


드디어 만났어.

이 가속기가 감질나게 만나게 해 준 그 사람과.



**



"레나 옥스턴씨. 들립니까?"

스피커를 통해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몇년 간 이 방에서 나간 적이 없다. 아니 나간다는 개념조차도 나에게 어울리는지 모르겠다.

투명 유리로 이루어진 벽으로 막힌 저쪽 방에서 흰 가운을 입은 박사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네, 들려요."


청각은 이상이 없어요. 후각도 시각도 이상 없어요. 나는 그들이 무슨 대답을 할 줄 알기에 다다닥, 다음의 답변도 마저 내놓는다.


"아, 이번에는 다른걸 시도할 생각이에요. 윈스턴 박사, 들어오세요."


안경을 쓴 고릴라가 저쪽 방으로 들어온다. 저 고릴라가 박사야?


"안녕하세요, 레나 옥스턴씨. 저는 윈스턴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발견해서요.

당신의 문제는 당신의 분자구조가 시간과 분리된 상태인겁니다."


"네, 알아요. 그 얘긴 여러번 들었어요."


몇번이고 들은 이야기를 또 들으려니 지겹다 부탁인데 본론으로 넘어가 주셨으면 좋겠어요.

윈스턴이 유리벽 너머에서 쓴웃음을 짓는다. 괜한 이야기를 한번 더 했군요. 라며 사과한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그래서 제가 슬립스트림의 기술을 통해 개발한 장비가 있습니다. 이걸 한번 사용하셨으면 해서요."


그가 문을 열고 들어와 나에게 푸른 빛이 나는 기계를 건넨다. 내 몸의 변화를 느끼지 못해 눈썹을 치켜올린다.


"이거 만져보시겠어요?"


그가 땅콩버터를 건넨다. 바닥으로 떨어질텐데... 그의 손바닥에 얹어진 땅콩버터에 손을 댄다.

놀랍게도 내 손은 그것을 통과하지 않고 손바닥에 단단한 촉감을 전해주고 있다.


벽 너머에서 환호성이 들린다. 그는 나의 놀란 눈을 들여다보며 씩 미소를 짓는다.


"세상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는 땅콩버터를 들어올린다. 딱딱한 질감, 차가운 온도, 무거운 질량감. 정말 몇개월 만에 느껴보는 감촉인가.


"평소에는 이렇게. 하네스에 장착하여 착용하시면 될거 같습니다. 기지 내에서는 벗을 수 있도록 조금 더 효과범위가 넓은 것도 개발할 예정이구요."

그가 나에게 하네스를 건넨다. 묵직한 하네스의 감촉. 평생 이것을 차고 살아야 할 수도 있지만 일단 내가 세상과 이어져있을 수 있다는 것에 감격한다.


*


무거운 질량감을 다시 느끼게 되었음에 기뻐 땅콩버터를 허공에 던졌다 다시 받는다. 그러길 서너번. 땅콩버터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난다.

내가 제 때 손을 갖다대지 못한게 아니다. 다시 손 끝에서부터 내 몸이 투명해지고 있다.


"어어...! 윈스턴씨!"


"옥스턴양!"


그가 놀란듯 나를 부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세상이 깜깜해졌다.

아무런 감각을 느낄 수 없는 무(無)의 공간으로, 나는 다시 내던져졌다.


희망이 클수록 절망에 대한 낙차도 크다. 소리를 지르고 싶어 숨을 들이쉰 그 순간, 다시 세상이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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