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쿵(@sesese0505)님의 썰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 https://twitter.com/sesese0505/status/76391535897350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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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 이제 정신이 들어요?"정신을 차리자 앙겔라와 윈스턴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가슴을 더듬거렸다. 하지만 가슴은 텅 비어있다.
"항구적인 장치를 발명했어. 당분간 네가 시간가속기를 찰 일은 없을거야."
"왜?"
"시간 이동을 하고, 네가 거기서 뭔 일을 할 수 있다는건 괜찮아. 하지만 거기서 네가 크게 다쳐오는건 문제지.
차라리 시간대 속에서 유령으로 있는 널 무사히 내가 데려오는게 나을거 같아."
"하지만 거기에 가서 나는 사람들을 구했어!"
"레나.. 너는 이 곳의 사람이야."
"그래도...!"
할 말이 없다. 그래 나는 이 곳의 사람이다. 내가 구한 사람은 단 한사람 뿐.
그리고 그 사람을 구한 이유도 큰 목적이 아니다. 그저 그 사람에게 본능적인 끌림을 느꼈기 때문이지.내가 사소한거에 변화를 준다고 한들, 지금 이곳이 변화는 없다.
"레나, 당신이 다시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어서 느낄 기쁨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가속기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 당신을 더 고양시킬거라는 것도 잘 알고요. 하지만 이번 일은 너무 과했어요.
당신이 입은 상처는 정말 이번에야말로 죽을 뻔 했어요.
현재, 그리고 미래에 당신이 구할 사람을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앙겔라의 말이 마음에 박힌다. 그래. 이상하게 그 아이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집착했다.
팔로 얼굴을 가린다. 형광등의 불빛이 가려지자 머리가 차갑게 식으며 생각이 정리된다.
내가 만났던 소녀. 그들은 지금 죽어서 먼지가 되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과거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죽기 직전까지 내 몸을 내몰았다?
"...그래. 미친 짓이었어."
왜 내가 그들에게 집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미친 짓이었어. 그래. 정신차리자, 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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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가속기가 잘 고장이 안나네?"
윈스턴이 나의 맞은편에 앉아 묻는다.
"그러게. 한참동안 고장이 안 났지? 가끔씩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세계로 갈 때는 있었지만 그것도 몇 년간 뜸해진 일이고."
나의 대답에 그가 씩 웃는다. 아무래도 그는 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책임감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처음에 비해선 많이 나아졌지. 안그래?"
"그렇죠. 처음에 사라졌다가 나타났을때엔 여기저기 다쳐와서 제가 얼마나 고생했다고요."
앙겔라도 우리의 대화에 끼어든다.
앙겔라의 말에 문득 옛 생각이 난다.
그래, 가속기를 처음 차기 시작한 후, 과거의 한국이라는 곳으로 몇 번 갔었지. 거기서 우연히 비슷하게 생긴 여자애를 두 번 구했었어.
정말...비슷하게 생겼단 말이지.
"윈스턴. 나 궁금한게 있는데.. 앙겔라도 같이 들어줘.
예전에 가속기 사고 난 후에 내가 자주 다쳐서 왔잖아. 근데 그때 내가 간 곳은 시간대는 다르지만 같은 나라에 갔어. 그리고 거기서 비슷한 사람을 구했었어.
이게 우연일까? 우연이 아니라면 왜 이 애를 만날까?"
윈스턴은 또 한참동안 생각에 빠지더니
"과학에서는 우연은 있을 수 없지. 하지만 증명할 수 없고 가설도 세우지 못하겠는걸? 데이터가 없어." 라는 재미없는 대답을 한다.
그래, 넌 늘 그렇지. 앙겔라? 앙겔라는 어때? 그녀에게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낸다. 적어도 그녀는 사람의 심장을 가지고 있잖아.
"아...그, 글쎄요.. 그정도면 인연 아닐까요?"
"인연?"
"왜, 불교 용어인데... 여튼. 운명이라는거죠."
운명? 이쪽은 갑자기 너무 감상적으로 들어간다. 윈스턴과 앙겔라가 합쳐져서 반 나눴으면 좋겠는데. 나는 한숨을 쉬며 수송선 밖 풍경을 내려다본다.
한 도시에서 일어난 옴닉의 폭주. 우리는 그것을 제압하러 간다.
"아, 이번에 새 요원이 온다던데. 어떤 사람이야?"
잭에게 묻자 대답 없이 앞만을 바라본다. 그는 임무에 앞서 저렇게 로봇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아, 궁금하네. 새로운 요원이라. 누구지?
내 궁금증에 대답하듯, 가속기에서 바지직, 하는 소리가 난다.
"어? 이거 왜이래?"
모두의 눈이 내 가속기에 쏠린다.
"레나! 당신 몸!"
앙겔라의 비명에 내 몸을 본다. 가속기가 켜져 있을때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모두의 놀란 눈을 보며 나는 서서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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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그리 오랜 시간 헤메지 않고 바로 새로운 곳으로 떨어졌다.
마치 우리가 이번에 할 작전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아니, 우리가 할 임무보다 더 처참한 광경이 내 눈앞에 있다.
미친 옴닉들이 눈 앞에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군인들이 그들을 진압하려고 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당신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 구할 사람들을 생각해줘요.라는 앙겔라의 말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닥에서 뒹구는 신문 조각에서 지금이 2000년대 초반임을 알 수 있다. "지금"은 "현재"로부터 그리 많이 떨어진 과거가 아니다.
익숙한 글자들로부터 여기가 어딘지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앙겔라가 말한 운명이 맞을지도 모른다.
또 여기로 와 버렸다. 그래. 그 뒤통수가 여기서 위험에 처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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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옴닉을 정지상태로 돌리고 많은 부상자들을 구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그 소녀는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착각일수도 있어. 하지만 착각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김이 빠진다.
부상자들을 군대의 수송차량에 실어보내고 고개를 돌린다. 5층 빌라 건물로 옴닉들이 몰리는 것을 발견한다. 지상의 입구로, 그리고 옥상을 통해 옴닉들이 빌라로 들어간다.
그들이 몰리는 이유는 단 하나, 거기에 처치할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지상의 옴닉들을 처치하며 빌라 안으로 들어간다. 거기에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생명이 있을 것이다.
"누구 없나요? 대답해주세요!" 옴닉들과 대치하며 나는 소리친다. 제발. 대답이라도 해 주세요. 한국말을 좀 배워둘걸, 후회도 든다.
"여기 사람 있어요!" 다행이도 영어로 대답이 들려온다. 앞에 몰린 옴닉들 한 가운데에 폭탄을 설치하고 뒤로 빠진다. 폭탄이 터지고 옴닉들의 잔해를 헤치며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나의 방심을 비웃듯, 옴닉 한 기가 3층으로 가는 계단에서 자폭을 시도한다.
나는 무사하다. 옴닉이 나를 보고 자폭 버튼을 누르는 순간, 나는 시간을 역행해서 2층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 방법이 없다. 옥상에서는 옴닉들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여성의 비명도 들린다.
"저기요! 뛰어내리세요! 제가 구해드릴게요!"
"그건 안될거 같아요! 제가 다쳤거든요!"
절망적인 소식. 섣부른 행동을 한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저기요! 부탁이 있어요! 밖으로 나가서 창문이 보이는 곳에서 얘기해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속을 사용해 창문 앞으로 간다. 어서 뛰어내려요! 구해드릴게요! 소리를 친다. 하지만 여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부탁드려요!" 하는 소리와 함께 하얗고 작은 물체가 허공을 난다. 그와 동시에 빌라에서 큰 총성이 들린다.
아기의 포대기. 가속기는 아까의 사용으로 수명이 다 했다는 듯 지직거린다. 하지만 저 아이는 여성이 나에게 맡긴 목숨과도 같다.
나의 모든 힘을 다해 가속을 사용한다. 그리고 간신히, 아이를 안는다. 포대기를 젖히자 아이의 얼굴이 보인다.
입을 삐죽거리며 울 것 같기에 몸을 몇번 흔들어주니 울음기를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동그란 눈이 나를 바라본다.
아아...너였구나...!
본능적으로 내가 또 사라질것을 느낀다. 나는 재빠르게 아이를 군인에게 맡긴다.
"제발. 아이를 부탁드려요." 사라지는 날 보며 놀라는 군인에게 나는 몇번이고 당부를 한다.
제발, 제발 부탁드려요. 이 아이를 꼭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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