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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인연 - 2

쿠쿵(@sesese0505)님의 썰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https://twitter.com/sesese0505/status/763915358973505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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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라면 유령 상태로 여러 시간대를 관망했다면 가속기가 있는 이제는 내가 그 시간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왕이면 내가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었다.

때문에 언제 또 어떤 시간대로 여행을 할지 모른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습관처럼 주머니에 통역기를 넣어가지고 다니기 시작하게 되었다.


시간 이동을 하게 되며 통역기를 귀에 꽂는다.


매운 공기. 최루탄이다.

전장 한 가운데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눈을 떴을때 본 광경은 민간인을 구타하고 있는 군인들이었다.

믿을 수 없었다. 왜 군인이 민간인을 때리지? 지금이 어디고 언제인지 알기도 전에, 또 내 두 눈에는 익숙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곱게 땋은 댕기머리. 윤기나는 갈색 머리가 감싸던 동그란 뒷통수.

그것과는 다른 모습. 그 때와는 미래인 것일까. 그 뒤통수의 주인은 챙모자를 쓰고 있었다.

얼굴에는 수건을 둘러쓰고 있어 확인을 하지 못했지만, 내가 잊을 수 없는 뒤통수.


그 아이는 이미 군인에게 맞은 상태였던 것일까. 제대로 일어서지 못한 채 뒤로 기어가듯 도망치고 있다.

군인은 맹수가 사냥감을 가지고 놀듯, 그 아이의 머리를 겨누고 진압봉을 든다.


저번과는 다르게 능숙하게 아이를 안고 도망친다. 아이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주변에 있는 쓰레기통을 밟고 훌쩍,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뛰어간다.

건물의 옥상과 옥상을 넘나들다 이미 유리창이 모두 깨진 상점 안으로 들어간다.


"누구세요?"


거친 억양으로 소녀가 묻는다. 하긴 외국인이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구조해 준다면 고마움보다는 경계심이 먼저 들 것이다.

통역기를 꺼내 아이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음... 그래, 너를 도와주러 온 해결사야."


"해결사?"

아이는 통역기 화면에 써진 글자를 따라 읽는다. 아직 나에 대한 불신을 거두진 못한 듯 하다.


아이가 나에 대해서 불신을 가지고 있는가와 상관 없이 나는 아이의 상처를 살펴본다. 다리에 무언갈 맞았던 것일까.

한쪽 다리가 외양으로 보기에도 심하게 부어 있었다. 청바지를 입고 있었기에 바지를 올려 자세히 살펴 보지는 못했지만 일단 거동을 할 수 없는것은 확실했다.

지금 이곳이 일단은 군인이 침입해 오지는 않았겠지만 언제 다른 민간인이 군인을 끌고 들어올지 모르는 일이다.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아이를 다시 안아들자 아이가 거칠게 나의 몸을 민다.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참아줘."

아이를 안고 뒷문으로 나섰다.


바깥에서는 아직도 전장과 같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대충 해석을 하자면 독재자를 타도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통역기 화면에서 번역되는 언어를 알아보니 한국. 여기는 과거 한국의 민주화 운동 시대이다.


저번 시간 여행 이후, 나는 일본이 침략했던 국가에 대한 깊은 조사를 해 보았다.

그때 내가 구한 소녀가 입은 전통 복장과 가장 유사했던건 대한민국의 과거, 조선의 복장.

이번에 온 곳 또한 한국.


가속기를 착용한 후에 일어난 두 번의 시간여행. 그리고 내가 구하게 된 똑같은 뒤통수를 가진 소녀.

이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아니면 이 아이가 나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아까 처음 내가 소녀를 만난 대로와는 달리 뒷문은 비교적 한적했다. 시간 가속을 사용하는 대신 빠르게 아이를 안고 뛴다.

멀리서 군화발 소리가 나는 것 같으면 잠시 멈추었다 가까운 골목으로 도망가기를 몇 번이나 했을까. 나는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눈 앞의 골목이 막힌 골목이라는 것을 알아채자 마자, 우리의 발 밑으로 최루탄 하나가 굴러들어 왔다. 그리고 나의 어깨에 큰 타격이 느껴졌다.


'잘못 선택한거야. 다시 선택해야 해.'

맞는 충격으로 몸이 흔들렸을 때 확인한 군인의 숫자는 다섯명 정도. 이렇게 그녀를 안은 상태에서는 상대를 할 수가 없다.


'적어도 몇 초만, 몇 초만이라도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나는 간절히 바란다.

 


*



그리고 그때와 같은 신기한 일이 다시 일어났다. 내가 정확히 몇 초 전에 움직였던 곳, 그 곳으로 내가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내 품에 있는 아이도 그것을 느끼는 듯, 숨을 멈춘다.

그렇게 우리는 막다른 골목이 아닌 골목을 마주치기 전의 길에 서 있게 되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빠른 움직임으로 나의 어깨를 친 군인의 진압봉을 빼앗아 그의 급소를 친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날듯이 뛰어 순식간에 그들을 진압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의 품에 있는 무전기를 빼앗고 다시 나는 소녀에게 돌아온다.


"언니 뭐에요?"

몇번이나 나의 이상한 능력을 본 아이가 몇번이고 비슷한 질문을 한다.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너와 비슷한 뒤통수를 가진 애만 보면 구해주고 싶어.' '나는 미래에서 온 조종사인데 시간이동을 할 수 있어.' '나는 슈퍼 히어로야.'

어떤 답변도 소녀를 납득시킬 수 없다. 그래서 아까와 같은 답변만을 반복한다.


"해결사가 왔어."



**



번화가에서 점점 더 사람이 뜸한 주택가로 들어간다. 무전을 들으니 이미 이 아이와 나는 그들의 수배대상이 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게 군인을 다섯이나 폭행한 외국인과 성인 여성이다.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건 내 행동이 하도 빨라서일까, 나는 그저 '외국인 여성'으로 알려진데에 비해 소녀의 인상착의는 비교적 상세하게 알려져 있다.


그리고 무전의 마지막, 신경쓰이는 발언이 들린다.

<각하께서는 사태가 악화될 경우, 발포를 허용하셨다.>


아이의 인상착의

분홍색 셔츠에 청바지, 검은 모자.


이걸 이용할 수 있을거 같아. 이번에도 내가 널 구해줄게.


가장 가까운 민가에 들어간다.

누구세요! 비명에 가까운 여성의 목소리에 아이가 먼저 거친 억양으로 도움을 요청한다.


"군인이 사람을 때리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아주머니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는 일단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밖에서 계엄령이 내렸으면 모두 숨어서 자신의 몸을 사릴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아주머니는 우리를 방에 들이고 대문을 걸어잠궜다.

하지만 난 여기 숨을 생각이 없다.


"저기, 이름이 뭔지 모르겠지만 너. 옷 벗어 얼른."

아이의 눈이 위로 치켜올라간다. 미쳤어요? 아이의 앙칼진 목소리가 방을 울린다.


"제발. 내가 너에게 나쁜 짓을 한 적이 있니? 부탁이야. 옷 벗어."

아이에게 상세히 설명할 시간은 없다. 이곳으로 오면서 다른 군인에게 우리의 모습이 들켰을지도 모른다.


"정확하게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다면 벗지 않을거에요. 지금 저는 당신의 이름도, 나이도, 아무것도 몰라요. 제가 네에네에 응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거친 억양과 다르게 통역기 안에서는 올바른 표준 영어가 나온다. 

저게 한국어의 사투리이고 저 사이에 엄청난 비속어가 섞여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소녀의 성격이 생각보다 더 괄괄할거 같다고 느낀다.


그래. 그 정도 성격이면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다.


"무전을 들어보면 우리는 지금 군인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수배중이야. 나는 단순히 외국인 여자라고 나오지만 너는 모자와 옷차림 모두가 상세히 나와 있어.

너는 지금 도망을 치기에 무리인 상태지. 그러니까 내가 너의 옷을 입고 그들의 시야를 돌릴거야."


"당신이 외국인이라면 왜, 우리나라의 일에 신경을 쓰시죠?"

그녀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말이 막힌다. 하지만 그래도 답을 던져야 한다.


"나라의 일이 아니야. 너의 일인거 같아. 나도 잘 몰라. 그걸 알고싶어서 이러는거고.

확실한건 내가 너에게 나쁜 짓을 하지는 않는다는거야. 제발. 믿어줘. 그리고 내 말대로 해줘."


그녀와 나 사이에 짧지만 긴 침묵이 오간다.

그리고 먼저, 아이가 모자를 벗고 셔츠를 벗는다. 입을 가린 두건까지 벗자 아이의 얼굴이 드러난다. 말투와 마찬가지로 도도하고 다소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여성이다.

어차피 청바지를 입은 것은 같기 때문에 나는 티셔츠를 벗어 아이에게 건네준다.

잠시 후, 나는 아이의 옷을 입고 문을 연다.


"이름이 뭐에요?"


"레나 옥스턴이야."


"다치지 마세요."


걱정해주는걸까? 나는 뒤를 돌아 아이와 눈을 마주친다. 아까의 날카로운 눈은 다소 둥글어져 고양이보다는 토끼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럼. 난 해결사인걸? 다치지 않아."



**



말은 쉽게 했지만 도망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가속을 세 번 이상 사용하면 숨이 너무 차 어딘가에 기대 숨을 골라야 한다.

하지만 상대는 군이다. 결국 나는 포위된다.

금새 군인에게 두들겨맞고 머리채를 잡혀 질질 끌려간다. 가속기의 불이 점점 흐려지더니 결국 꺼진다.

좋은 타이밍이네.


진압봉이 내 머리 위로 올려지는 순간, 내 머리채를 잡고 있던 군인의 손에서 내 몸이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간다.

그렇게, 나는 다시 형체를 잃고 수 많은 시간대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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