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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인연 - Epilogue

쿠쿵(@sesese0505)님의 썰을 기반으로 만들었습니다.

https://twitter.com/sesese0505/status/763915358973505536




드디어 만났어.


이 가속기가 감질나게 만나게 해 준 그 사람과.


헤어질때마다 느꼈던 허무함, 그래도 구해줬다는 만족감.

마지막으로 너를 구할때의 그 기쁨.

그리고 드디어 만났다는 환희.


모든것이 뒤섞여 눈물이 나려고 한다. 안돼. 눈을 깜빡여 흐린 시야를 맑게 바꾼다.

손을 뻗어 너를 안는다. 꼭 감은 눈동자, 고양이같기도 하고 토끼같기도 한 이목구비.

매번, 다른 곳과 다른 때에서 짧게 만났지만 잊을 수 없는 얼굴.


드디어, 우리가 여기서 만났구나.


***



<자폭 시퀸스 준비 완료!>


저 비행선을 놓치면 언제 또 저들이 이곳에 쳐들어올지 모른다. 그렇기에 이번에 확실하게 결판을 내야 한다.


<자폭 시퀸스 가동! 비상 탈출!>


나는 메카에서 튕겨져 나와 허공에 사지를 편 채 떨어진다.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대로 떨어지면 아플거야.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동그랗게 만다.

이정도에서 떨어지면 꽤 아프긴 할거다. 하지만 견딜만해. 어디 부서지거나 하진 않을거 같고.


아픔을 기다리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하지만 아픔이 찾아오는 대신 다른 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처음 맡아본, 하지만 익숙한 향기.

눈을 뜨자 낯선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함께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지만 그 여자도, 그리고 나도 시간이 멈춘듯 서로를 바라본다.

여자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마치 헤어진 연인을 만난 사람처럼.

눈가가 촉촉한게 혹시 운거야? 나 때문에?


누구지? 어디서 만나본거 같아. 아주 익숙하고...편하고... 그리고 그리운 사람.


그녀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무섭지 않다는 듯 순식간에 어딘가에 발을 디디고는 또 뛰어오른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묻는다.


"누구세요?"


"나? 나는 음... 그래, 너를 도와주러 온 해결사야."

누구세요?라는 질문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을까? 그녀는 더더욱 환하게 웃는다. 마치 온 햇살이 그녀의 얼굴에 쏟아지는 것 같다.


"도움은 필요 없거든요?"

나도 모르게 툴툴거리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내 이 말도 그녀는 듣기가 좋은지 이번에는 소리까지 내며 웃는다.

하지만 그녀의 마지막 단어가 입에 걸린다. 해결사? 해결사? 어디서 자주 들었던 말인데...


"저기요,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그건 왜?"


"우리...혹시 만난적 있지 않아요?"


"글쎄, 그런거 같아?"


"당신이 낯설지가 않고 익숙해요. 오래전에 알고 있던 사람처럼."


이름을 알려주기도 전에 그녀는 나를 어딘가 옥상에 내려놓는다. 주위를 살펴보자 요원들이 우리의 주변에 있다.

얼굴을 만지면 기억이 날지도 몰라. 저 미소. 저 얼굴. 손으로 물을 움켜쥐는 것처럼 기억이 날 듯 안날 듯 내 머릿 속을 빠져나간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그녀의 볼을 만져본다. 이 느낌.. 익숙한거 같은데.


"아, 죄송해요. 제가 사람을 잘 기억하는 성격은 아니어서... 그런데, 당신 저를 도와준 적이 있죠?"


역시, 인연이라는 걸까? 그녀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더니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다. 그리고는 나에게 손을 뻗는다.


"아까도 말했듯 나는 해결사라서. 도와준 사람은 꽤 돼.

아, 이름 물어봤었지? 내 이름은 레나 옥스턴이야."


레나 옥스턴... 레나 옥스턴...

아무래도 생각이 나지 않아. 잘 모르겠어.

결국 나는 내가 먼저 고개를 숙이기로 했다.


"미안해요. 아무래도 기억이 잘 안나네요. 저는 송하나에요."


"괜찮아. 잊었음 어때? 내가 널 기억하고 있는걸? 오랜만이야. 드디어 만나게 되어 반가워.

송하나...송하나... 하나구나. 드디어 이름을 알게 되었네."


드디어? 그녀는 날 안다는 걸까? 

이 사람은 결코 나에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는 알 수 없는 확신이 든다. 오히려 이 사람은 나를 수도없이 구했었어.

하지만 그녀가 누군지 알 수 없어서야 이도저도 안된다.


"저 아세요?"


"안다고 할 수도 있고 모른다고 할 수도 있지. 이제 그만 돌아갈까?"


알쏭달쏭한 말만을 남기고 그녀는 동료들에게 돌아간다. 그렇게 뛰어가면 어떡해요, 의무관이 그녀에게 화를 내고 그녀는 유들유들하게 대처한다.

뭐지. 이 익숙한 느낌...


"데자뷰라고 하던가..."

그래, 이런 느낌을 데자뷰라고 하지...

하지만 그것보다 이건 더 강한 느낌인걸. 뭔가 자석이 다른 자석에게 끌리는 이 느낌.


아, 잘 모르겠어. 결국 나도 그녀의 뒤를 따른다.



***



오래 전부터 안 것 같은 느낌이에요. 우리 어디선가 만난 적 있는거 같은데. 이런게 데자뷰인가요?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며 다가왔다.


글쎄. 어떨까.


나는 자세히 그녀에게 이 일에 대해 설명할 생각은 없다. 설명한다고 해도 이걸 믿을 사람이 있을까.


아, 맞아. 나는 주머니를 뒤져 천조각을 꺼낸다.


"저기, 혹시 이 글자 알아?"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가 나를 위해 찢은 치마자락.

그리고 그 위에 내 피로 그녀가 쓴 문자.

찾아볼까 생각은 했었지만 찾지는 않았다. 왜일까, 이 순간이 올 줄 안걸까.


"어? 이건 송(宋)이라는 한자에요. 제 성씨네요. 어디서 났어요?"


아... 그렇구나. 내가 정말로 널 만난게 맞구나.


신기하네, 번자체는 우리나라밖에 쓰지 않는데. 이거 누가 줬어요?

조잘조잘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그녀를 한번 더 끌어안아본다. 이번엔 아까처럼 급한 상황이 아니니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 팔에 힘을 줘서 꽉 내 품에 그녀를 넣는다.


그녀는 놀란 듯 뭐라고 소리를 쳤지만 무시하고 계속 끌어안는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너도 내 등을 끌어안아준다.


그래. 너였구나. 송하나.

손으로 뒤통수를 쓸어본다.

이제서야 만났다고 뒤통수, 아니 송하나.


가속기가 이어준 길고 긴 끈이 이제야 닿았어.

닿은 것 뿐이니까. 이제 이어가는 것은 내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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