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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필요충분조건(中)

6시 30분, 알람으로 설정해둔 진동이 울리기 전에 휴대전화의 알람을 끈다.

내가 확 움직여서 토끼가 깼을까 고개를 내려 내 가슴에서 자고 있는 하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직 쿨쿨 자고 있는 하나의 몸을 천천히 옮겨 이불을 몸에 돌돌 감아준다. 이렇게 하면 내가 아침을 준비할때까지 뒤척이지 않고 쭉 잔다.


아침을 준비하고 나면 7시, 이불속에서 자는 하나를 데굴, 뒤집는다. 목뼈부터 차근차근 안마를 시작한다.

기분이 좋으면 낮게 깔리는 소리가 들리고 아프면 칭얼거리며 짜증을 낸다.


팔을 뒤로 해서 날개뼈 부근의 근육을 풀어준다. 아픈지 칭얼거린다. 그래그래, 괜찮아.

하도 조종간을 과격하게 움직여서 그런가보네. 부드럽게 아프다는데를 쓸어주고 다리까지 주물러준다. 다시 고릉고릉 기분이 좋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일어나야지 토끼야. 아침 먹자."


"응..."

아이가 멍하게 대답한다. 볼까지 조물조물 주물러주며 뽀뽀를 해주면 깨끗하게 일어난다.

그러면 7시 30분. 딱 아침 먹기 좋은 시간이다. 


양상추, 사과 자른 것에에 키위 드레싱을 잔뜩 얹어서 주면 와삭와삭 잘도 씹어먹는다.

아직 정신이 없어 눈도 못뜨지만 한 손으로는 정신없이 어제 걸어놓은 모바일 게임의 보상을 수령하고 있다.


그 사이에 나는 하나와 나의 스케쥴을 확인한다. 훈련이 있고, 임무가 하나 있네...

임무 관련해서는 내가 같이 가봐야겠어. 접시를 흘끗 보니 샐러드가 거의 비어 간다. 전자렌지에서 우유를 꺼내 하나에게 건넨다.


"먼저 씻고와. 나는 할게 있어서."



*



물소리가 떨어지는걸 확인하자 설겆이를 하며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전략팀에 전화를 한다.


"아, 오늘 우리 토끼 배치가 어떻게 돼? 응? 전선이라구? 안돼안돼. 오늘은 상태가 별로던데? 후방으로 빼줘.

에이 자기, 저번에 내 말 안들었다가 우리 하나가 다쳤었잖아. 그때 내가 어떻게 했더라? 맞아. 2주간 하나 간병한다는 이유로 훈련 다 취소했었지.

또 그렇게 하고싶어? 그치? 우리 자기가 내 말은 잘 들어줘. 고마워 내가 오늘은 어떻게 해 볼게."


전략 팀을 살살 달래고 협박해가며 하나의 위치를 바꾼다.

저번에는 내 말을 안듣고 하나를 앞쪽에 보냈다가 그녀가 어깨에 염좌가 오는 큰 사고가 있었었다.

전치 1주도 안되는 부상이지만 그때 나는 2주간 파업을 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


뭐, 도와주는거잖아? 나쁜거 아냐.

오늘도 일이 수월하게 잘 풀린다. don't worry, be happy. 오래된 노래를 흥얼거리며 엉덩이를 씰룩댄다.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하나가 내 엉덩이를 팡. 하고 친다. 내가 마저 할테니 언니도 가서 씻어.


"그냥. 햇살이 눈부셔서."


내 뜻대로 잘 되어가 기분이 좋다. 반대쪽도 쳐줘! 하나에게 반대쪽 엉덩이를 내놓자 못말려, 하며 반대쪽도 쳐준다.



**



"하나양이 여기 있었군요. 운명이 저에게 미소를 짓나 봅니다."


겐지의 목소리가 들리자 하나의 옆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그녀가 뒤로 물러나며 총을 쏘지만 그가 칼날로 가볍게 막아낸다. 으이씨. 하는 표정을 보아하니 지면 꽤 골을 내겠지.

내가 그의 등에 대고 총을 몇번 쏜다. 역시 닌자는 다르다. 내가 쏜 총알은 모두 바닥에 꽂힌다. 


하지만 내가 그의 뒤로 계속 돌아가 총을 난사하고 그가 그것을 피하는 형식을 반복하니 하나에겐 기회가 온다.

타당, 하는 경쾌한 총성과 함께 하나가 그의 등에 총을 명중시킨다.


"잘했어 토끼야."


"언니 도움이 크긴 했어도 내가 좀 잘하지!" 하나가 기분이 좋은지 폴짝거리며 나에게 온다.


둘이 손바닥을 허공에서 부딪히고 다시 원래 자신들이 맡은 포지션으로 나간다.


그렇게, 하나의 1승으로 오늘 훈련은 마무리 지어졌다.



*



"트레이서는 늘 그렇듯 교란조. D.Va는 이번에 지원팀 호위를 맡게 되었어."

어? 호위? 아이가 따지려는걸 내가 막고 잭을 돌려보낸다.


"호위라니! 오늘 나 전위 아니었어요?"


"뭐, 오늘 임무가 그렇게 과격한건 아닌가보지. 그리고 자기도 좀 쉬어야지."


"언니, 나 BJ야. 오늘 방송 그럼 뭘로 해."

입이 툭 튀어나온 하나가 불만을 늘어놓는다. 이 사람들 싸우는거 보러 왔단 말이야.


"그럼 그냥 오늘은 수다방송 한다고 해. 괜찮잖아?"


그래도... 하는 아이의 튀어나온 입에 쪽! 버드키스를 한다.


"오늘 몸도 완전하지 않잖아? 디바의 포인트는 원샷 원킬인데 이러다가 오늘 그거 안나오면 더 재미없을거야."

아이를 꼭 끌어안아 날개뼈 부근을 손바닥의 딱딱한 부분으로 지긋이 눌러준다. 끄으응, 하는 소리가 나는게 아직은 불편한가.. 오늘 계획에 거품목욕도 추가한다.



그렇게 임무가 진행된다. 그닥 어려운 임무는 아니지만 흘끔흘끔 뒤를 바라본다. 오늘 하나는 별 일을 안할거다.

전투에서 물러났다는 점이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하다. 언니! 라고 부르면 달려가서 허공에서 아이를 안는 기분은 최고인데.

뭐, 어쩌겠어. 오늘 토끼 앞발이 조금 불편한데.



**



"자기! 나 거품목욕, 거품목욕 하고싶다!!"


"또 거품목욕이야. 그거 하면 뒷정리가 얼마나 성가신줄 알아?"


"그래도.. 나 오늘 좀 쑤시는데. 같이 거품목욕하면서 장난치자. 응?"


하나의 등에 매달려 칭얼대니 하나가 별 수 없다는 듯 청소는 언니가 하는거야! 라고 다짐을 받는다.

그녀가 들어가 물을 받는 동안 이번주 스케쥴을 확인한다. 아, 나 출장이 있네...

쯧쯧쯧, 나도 모르게 혀를 찬다. 그럼 하나를 돌볼 수 없잖아.


여기저기 전화를 넣을 곳이 많네.


하나가 나를 부른다. 그건 내일 생각하고! 지금은 같이 즐기자.



*



"야이 변태언니야."


샤워가운을 몸에 두른 하나가 변기 위에 앉아 나를 노려보고 있다.

나는 바닥에 남은 거품을 쓸어 보내며 민망해 하나를 흘끗 쳐다본다. 아... 저 도끼눈. 너무 귀엽잖아.


"뭐가 마사지야. 이게 마사지면 언니 경찰에 끌려가."

철컹철컹 알아? 철컹철컹? 하나가 손목을 겹치더니 흔든다.


"언니 출장이라니까..."


"출장이라고 목욕하면서 이렇게 막! 응? 막! 그러는건 어디있어!"


아까 일이 생각났는지 얼굴이 새빨개져서 소리를 지른다.


"자기, 화장실은 방음이 잘 안돼. 이거 다른 방에 들릴지도 몰라."


으이익, 하고 하나가 입을 다문다. 아. 정말 재밌는 토끼야.



**



하나가 나 대신 출장 짐을 싸 주고 있다. 세면도구를 가져오라기에 잠깐 화장실에서 전화를 한다.


"아, 식당 아주머니. 저 레나에요. 네. 아, 제가 출장을 가는데 하나가 밥을 잘 안 챙겨먹을거 같아서요. 애가 잘먹는거 보내드릴테니 어떻게 안될까요?

네. 부탁드려요 아주머니."


"응, 잭. 나 출장가있는 동안 얘가 분명히 늦잠잘거거든? 그냥 짜증 한번 낸다 생각하고 전화 좀 자주 걸어줘요. 뭐 어떻게 해. 아직 애잖아.

응. 부탁해요."


이 외에도 여기저기 하나를 부탁하는 전화를 넣고 나온다. 하나가 내 소중한 콜렉션을 자신의 방에 숨기는게 보인다.

뭐, 내걸 아무리 버려도 나는 주문할 곳을 알고 있으니... 괜찮아.



***



"트레이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해?"


다른 요원이 나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하루종일 신나게 떠들다 그녀 생각을 하느라 조용해지니 내가 이상해 보였나 보다.


"아니. 집에 두고 온 토끼 생각이 나서..."

그냥 그렇게 대답한다. 걱정된다고. 어디 다치지 말고. 밥도 잘 먹고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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