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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PTSD-트레이서

하늘을 날고 있으면 진정으로 자유로워진 느낌이 든다. 중력에 의해 대지에 두 발이 묶여있는게 아니라 진정으로 이 세계를 여행하는 느낌. 어떤 힘에 매어있지 않은 느낌. 이 느낌 때문에 나는 비행 조종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기기는 중력이라는 힘을 더욱 뛰어넘어 순간이동을 할 수 있을거라 한다.
진짜 나는 자유로워진다.

<<WARNING>>

붉은 경고등과 급박한 경고음, 내가 무슨 조치를 취할 수 없이 세상은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 후에 내가 인지하는 세상은 시간의 흐름과 무관했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었고 수많은 공간을 뛰어넘었다.
자유. 그것은 고독이었다. 누구도 날 볼 수 없었고, 나는 그 누구도 만질 수 없었다.
사람을 만지고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 외롭다.
아무리 그들에게 소리를 질러도 그들은 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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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지르며 일어난다. 지금 여기가 어디지, 어떤 시간대지? 눈 앞이 깜깜하다. 시간과 공간이 없는 곳인가, 내가 존재하기는 하는가. 두렵다. 나도 모르게 몸을 말고 소리를 지르게 된다.

"언니! 무슨 일이에요! 언니!"

누군가 나를 부르며 몸을 흔든다. 내 뇌에서 보내는 환각인가, 환각이라면 고개도 들고싶지 않아. 헛된 희망은 없는게 나아.

"언니! 나야! 하나라고! 고개좀 들어봐!!"

억지로 고개가 들려져 목소리의 주인과 눈이 마주친다. 긴 갈색머리, 그리고 긴 갈색 눈. 갈색 눈동자 속의 내가 비친다. 내가 "존재"하는걸까. 내가 너를 만질 수 있을까. 몸이 떨린다. 
그녀가 내 손을 끌어 가슴에 댄다. 그리고 나에게 입맞춤을 해 온다.
상큼한 향기, 따뜻한 입술. 손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 그 속의 단단한 심장박동.

아아. 나는 존재하고 있어. 나는 여기에 있어.
몸이 떨리고 눈물이 흐른다. 무서워. 무서워 하나야.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소리내어 운다.
그녀는 내가 아기인양 안고 등을 둥글게 쓸어준다.
한국어인걸까. 이국의 느린 자장가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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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그녀는 살면서 자장가라는걸 불러본 적이 없다.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엘 가서 최신가요를 불렀으면 불렀지, 동요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선 부르질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품에서 떠는 언니를 진정시키려면 이 노래만한게 없다고 생각한다.

"아가는 혼자남아... 집을 보다가...."

트레이서, 학창시절에 오버워치 영웅담을 듣노라면 늘 나오는 그녀의 이야기라면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자주 들었다. 활기찬 영웅 트레이서. 정의의 편 트레이서.

하지만 그녀와 같이 살면서 그녀는 종종 이런 발작을 일으킨다. 활기차고 얼굴에 늘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녀가,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트레이서가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울부짖지도 못한채 눈물을 흘린다.
하나는 매우 놀라 그녀를 가장 잘 아는 윈스턴에게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수개월간의 실종, 그건 이 시간대에 매어있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얼마나 오랫동안 홀로 있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철저한 고독이 그녀의 정신에 큰 상처를 남겼다.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그녀의 상처가 언제 나을지는 모른다. 아마 평생 갈 것이다. 때때로 그녀의 꿈 속에 나타나서 마음을 할퀴고 가겠지.
하지만 적어도 내가 언니 옆에 있는 동안은, 편히 잤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도록 도와줄게.
하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가 과거의 상처에 힘들어하더라도, 내가 도와줄게. 내가 지켜줄게.

"팔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레나는 어느새 다시 잠에 빠져들어있다. 그녀의 표정이 한결 편한걸 보면 이번에는 꿈이 나쁘진 않은 듯 하다.
다행이야.
자신의 품에서 웅크리고 자는 것 보다 베개를 베고 편히 자는게 좋을텐데, 하지만 레나의 손은 하나의 옷자락을 쥐고 놔주질 않는다.
레나의 눈가에 남은 눈물을 닦아주고 하나는 다시 레나의 등을 쓸어준다. 그녀의 머리칼에 입을 대고 속삭인다.

"사랑해 언니.. 무서워하지마요.. 나도.. 언니도.. 우리 모두 지금 여기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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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서가 겪을 PTSD를 상상하며 써 보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필력의 부족함을 느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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