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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Redo-1

늦은 밤, 하나와 레나는 침대에 누워서 잘 생각도 하지 않고 서로 바라보고 있다.

"왜 언니는 매일 나를 애 취급해요?"
"왜긴 왜야. 꼬맹이니까 그러지."

입이 부루퉁하게 튀어나온 하나가 귀여워 레나는 입을 맞춘다. 둘이 사귀게 된 이후, 하나는 자신을 어리게만 보는 레나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툴툴대는 하나가 너무 귀여워 레나는 자꾸 놀리게 된다.

"자기, 생각해보자. 자기는 차 마실때 어떻게 마시지? 우유 듬뿍에 설탕 두 스푼이나 꿀 한 스푼. 그리고 사탕이랑 과자 좋아하고. 낯선 사람 보면 일단 경계하고 센척하고. 그리고 음식 먹을때도 채소는 골라내고 먹지..." 

"아아아아아아!" 하나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자기가 꼬맹이임을 증명하는 레나의 입을 막았다. 그래요. 내가 어리게 행동하는건 안다구요. 그래도 법적으로 성인인데....

하나는 아무 말 없이 레나의 품에서 가만히 있는다. 하나가 불만인 점은 레나와 사귄지 몇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레나는 하나에게 입에 하는 뽀뽀 외에는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즘은 중학생들도 딥 키스정도는 하는데... 나를 연인으로 보긴 하는건가, 아니 내가 성적 매력이 없나...

찌푸려진 미간에 뽀뽀를 하며 레나는 하나의 등을 쓸어준다. 생각하는게 눈에 다 보인다니까. 레나의 입장에서는 아직 하나가 너무 아이같아서, 그리고 더 이상 진도를 나갔다간 자신이 넘을 수 없는 선(?)을 넘을거 같아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늦었다. 자야지."
하나의 몸을 자신의 앞쪽으로 돌려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은 레나는 하나의 몸을 천천히 흔든다. 마치 애를 재우는 것처럼.

"애 아니라니까."
평소라면 레나의 팔을 살살 쓸어내리며 잠을 잘 하나가 오늘은 볼멘소리를 한다. 아, 아무래도 단단히 속이 상했구나. 이걸 어쩐다... 눈을 굴리던 레나는 하나를 달랠 방도를 찾는다.

"아, 자기. 이번 여름휴가 어떡할거야?"
"여름휴가요?"
"응. 자기만 좋으면 이번에 부산에 갈까? 나는 태닝하고 꼬맹이는 수영하고. 내가 튜브랑 다 준비할테니까.."

또 애로 본다 봐. 하나는 한번 더 쏘아붙일까 하다가 만다. 여름의 해수욕장이면 수영복을 입어야 하고. 그러면 언니에게 내 어른스러움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요. 같이 보내지 뭐."
기분이 나아진 하나는 레나의 팔을 쓸어내리고는 레나의 품 속에서 잠이 든다. 그릉그릉 하다가 잠이 드는게 꼭 애완동물같아 레나는 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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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실행까지 5...4...3..."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모리슨의 건조한 음성이 이어셋으로 들어온다. 하나는 조종간을 고쳐 잡으며 숨을 천천히 내쉰다.

이번 작전은 테러리스트의 본거지 소탕. 낡은 공장지대를 주거지로 삼은 테러리스트는 지금 공장 안에서 이곳의 상황을 보고 있다. 정면으로 돌격하는 하나에 반해 레나의 경우 후방에서 적군을 교란시키는 역할이기에 하나보다 먼저 적진으로 잠입하여 적들에게 혼란을 주어야만 한다.
그녀는 이미 저 공장 안에 들어가 펄스폭탄을 설치하려 할 것이고, 아마 모리슨의 저 신호가 끝나기가 무섭게 안전지대로 대피할 것이다.

그럼 내 곁에 있다. 내 시야 안에 있으면 내가 지켜줄 수 있어.

"...2...1"

폭탄의 굉음과 함께 자신의 옆에 푸른 불빛이 나타난다. 자기를 보고 한쪽 눈을 찡긋하는 그녀를 보며 하나는 건물 안으로 돌진한다.

늘 그랬듯, 오늘의 작전도 순조로울 터였다.

적들은 손쉽게 처리되었다. 다른 건물들을 수색하며 남아있는 적군을 처리하고 인질로 잡혀있을지도 모르는 민간인을 구조하는 것. 좁은 골목 사이, 그리고 작은 건물 안을 수색해야 했기에 하나는 메카에서 내려 소총을 들고 주변을 수색했다. 몸이 흠뻑 젖었으니까 본부로 돌아가 레나와 함께 따뜻한 물에 샤워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래, 그렇게 생각을 하며 방심했던 탓일까.

갑자기 옆에서 푸른 불빛이 나타나 그녀는 레나가 또 장난이라도 거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저격수의 총성이 들렸고 자신의 앞에는 레나의 등이 보였다. 어, 저격인가. 언니야 시간을 되돌릴수도 있고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으니 걱정이 되진 않았다. 문제는 나 자신이다. 게임 중엔 방심하면 안되는데.

하지만 레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하나의 몸을 반대쪽으로 밀었다.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천천히, 자신이 레나의 곁에서 멀어짐과 동시에 레나의 시간가속기의 불이 꺼지고 레나의 몸이 사라졌다. 어. 하는 순간에 그녀가 없어졌다.

적군 저격수의 총성과 동시에 반대편에서도 총성이 들렸다. 저격수는 처리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언니가 어디 갔지? 하나는 멍하게 벽에 기대 주저앉아 있었다. 바닥에는 산산조각이 난 시간가속기가 있었다. 천천히 하나는 그것에 손을 뻗는다. 자기가 기댔었던 벽이 자기 쪽으로 쓰러지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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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으로부터 이틀 후, 하나는 의식이 돌아왔다. 다행히 그녀에게는 큰 부상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지남력은 많이 손상되어 있었다. 그녀는 어느것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치글러 박사는 윈스턴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치글러 박사는 하나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그녀의 눈에는 평소와 같이 생기가 돌지 않는다. 앙겔라는 옆에 앉은 윈스턴 박사와 눈빛을 교환한다. 어떻게 말해야 한다....

"하나양, 공식적으로 레나는 순직처리 되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나의 손이 윈스턴 박사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무슨 의미에요, 그거."
"트레이서, 다시 말해서 레나 옥스턴은 총격에 의한 사망, 이라고 본부는 이 일을 마침표찍을 생각입니다."
"죽지 않았어!!!"

하나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의무실을 울린다. 죽지 않았다고! 내 허락도 없이 그런 일은 없어!

어깨로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손을 치울 생각도 않고 윈스턴 박사는 말을 잇는다.

"총알을 맞지 않았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그녀의 현재 상태는 과거 슬립스트림 사건의 재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그녀는 어떤 시간대에 있을지 가늠할 수 없고, 언제 돌아올지도 예상할 수 없는거죠. 따라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윈스턴 박사가 짧게 숨을 들이쉰다. 그녀는 그의 절친한 벗이었다. 벗의 죽음을 그녀의 연인에게 전하는 것이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실을 회피하고 헛된 망상에 젖어있는건 하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이 세상에 언제 돌아올지 장담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게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 송하나양."

윈스턴 박사가 고개를 숙인다. 혹시 모를 쇼크를 대비해 치글러 박사 또한 하나양을 주시하고 있었다.

윈스턴 박사의 옷깃에서 하나의 손이 떨어진다. 그리고 스르륵, 그녀가 땅으로 무너져내린다.

"같이 여행가기로 했단 말이에요.. 우리 둘이서 함께.. 언니는 태닝하고, 나는 수영하고.. 둘이서 맛있는것도 먹고..."

손에 얼굴을 파묻으며 그녀는 오열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감히 위로하려 하진 못한다.
그저 그녀의 떨리는 어깨를 바라보고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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