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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Redo-2

총을 맞는다고 생각했다.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못했다. 뒤에 있는 꼬맹이는 메카에 타지 않은 상태이고 내가 없으면 이 총알을 받아야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선택안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를 안고 피할수도 있지 않았을까. 보통 나는 신중한 성격이 아니기에 시간역행을 사용해서 내가 한 행동을 수정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았나, 싶다. 총알에 맞는 순간 죽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아마 그렇게 생각한다.

수많은 시간대를 여행한다. 예전처럼 한 시간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휙휙 하고 시간대들이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본부에 있는 그녀의 방에 와 있었다.

본부는 내가 시간가속기를 계속 달지 않아도 되도록 나를 위한 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그렇기에 본부에 도착하면 일단 가슴에 있는 거추장스러운 장치를 떼곤 했다. 그 장치가 나를 다시 이곳에 불러온걸 보면 단순한 편의장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주변을 둘러본다. 오늘 작전에 나가기 직전의 모습 그대로다. 미처 설거지를 하지 못한 그 애와 나의 찻잔. 그녀가 가지고 놀던 게임.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
꼬맹이는 많이 놀랐을거다. 달래줘야지. 그 전에 장난 좀 치고.
시계를 보는데 벌써 저녁이다. 그들이 돌아왔으면 진작에 왔을 시간이다. 혹시 그녀가 다치진 않았나, 걱정이 된다.

방 밖을 나가자 뭔가 낯선 감각이 든다. 늘 생활했던 공간인데도 낯선 느낌. 휴게실에 들어서니 꼬맹이의 뒷모습이 보인다. 뭔가 낯선 감각이 들지만 무시하고 그녀의 뒤로 조용히 다가가 그녀의 등을 껴안는다.

"뭐야 지금....!"

순식간에 시야가 뒤바뀐다. 그녀가 나의 팔을 잡고 순식간에 나를 앞으로 넘겨버렸다. 그녀의 주먹이 나의 급소 가까이에서 멈춘다. 우리 둘 다 서로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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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는 하나의 모습을 보고 얼어붙는다. 그녀가 방금까지 본 그녀의 모습은 갓 성인이 된 아이의 모습이었다. 말랐다곤 젖살이 이제 갓 빠지기 시작한 볼은 보송한 솜털이 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 앞에서 그녀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하나의 모습은 달랐다.
젖살이 모두 다 빠진 얼굴에는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 있다. 장난기 대신에 진지함이 얼굴을 채웠다. 레나의 팔을 잡은 하나의 손은 굳은살이 박혔으며 팔에는 근육이 느껴졌다.
언뜻 보이는 팔뚝과 눈썹 위에는 흉터도 있다.
이제 갓 요원이 되어 근육도 없었던 송하나가 아니다. 꼬맹이라기보단 진짜 전투를 하는 투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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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는 치글러박사의 연구실에 앉아 있었다. 그 첫만남 이후에 하나는 자신만 보면 인상을 쓰며 자리를 피한다. 알고 보니 레나가 스쳐지난 그 짧은 순간에 6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 사이에 40대가 된 앙겔라는 6년 전에 비해 조금 더 사람이 부드러워지고 대화를 할 때에 속을 꿰뚫는다는 느낌만을 제외한다면 37살의 그녀와 같았다.

"하나 때문이죠?"
이젠 이름 끝에 양,이 붙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당신을 피한다고 생각이 들거에요."
"나에게 많이 화가 났겠죠. 6년동안 없어졌으니."
"그런게 아니에요."

앙겔라가 전한 이야기는 이랬다.
레나가 없어진 이후에 하나는 몇달간은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멍하니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그 일이 지난 후에는 집착적으로 레나의 흔적을 보존하려고 했다. 레나가 보았던 하나의 방이 그대로 있었던 것은 하나가 다른 방을 쓰면서까지 그 당시의 흔적을 없애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평상시와 같이 돌아왔다고 한다. 똑같이 싸우고, 돌아와서 훈련을 하고, 게임을 하고.

다만 레나에 대한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피한다는 것만이 달랐다고 한다. 다른 동료들이 레나의 기일을 기념할때도 하나만은 그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그녀는 당신이 돌아올거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6년은 길죠.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진 않지만, 그래도 과거에 아팠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은거에요.
사실 지금 그녀는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나쁘다는건 알지만 그녀가 이별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이고 극복하도록 한다면 다른 요원들이 그만큼의 위험을 더 안게되는걸요.
우리가 모두 하나의 희생을 무시하고 그녀의 기형적인 이별 극복을 암묵적으로 동조한거죠."

레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나가 겪었을 고통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뿐더러 다른 동료들의 행동 또한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영웅이 아니야.-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들이 구했을 수 많은 목숨들을 위해 한 사람의 모든 것을 파괴한 것이다.

아무 말도 없이 레나는 일어났다.
지금 당장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송하나를 만나고 싶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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