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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언니-2

영어 대화 : " "
한국어 대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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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나의 방에 가장 많이 있는 사람은 레나 옥스턴이다. 존재 자체가 호기심으로 이루어진 그녀는 한국에서 온 물건- 한국의 음식, 팬들이 보내준 게임, 그녀가 스스로 수집한 고전 게임 등-을 아주 재미있게 관찰하곤 했다.
그리고 오늘, 하나의 방에는 레나 외에 매우 낯선 손님이 있었다.

"파라언니 이 버튼으로 시작하는거고요, 이게 공격버튼. 이게 이동이에요."
"아. 그렇군요. 오. 재미있네요."

고전중의 고전 게임. 갤러그. 하늘에서 자유자재로 비행을 하는 파라를 보고 하나는 그녀를 방으로 초대해 갤러그를 하도록 했다. 함께 이인용 게임을 하며 점점 파라도 게임에 적응을 하며 즐기기 시작했다.

"[언니]! 여기여기! 이거 먹으면 공격력 증가! 체력회복도 먹어요!"
"네. 참 흥미로운 비행 시뮬레이션입니다. 과거의 공군은 이걸로 전투기 시뮬레이션을 했군요. 그 당시엔 허황된 비행기법일지 모르지만, 저라면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 둘의 모습을 지켜보며 레나는 가슴 한 구석이 불편해졌다. 저 꼬맹이가 계속 언니언니하며 파라와 함께 콘솔을 들고 웃고있다. 하나의 엉터리 한국어사전에 의하면 언니는 "신경쓰이는 사람"이라고 한다. 물론 레나는 언니의 원래 의미를 알고 있다. 하나의 의도 또한 알고 있다. 그래도 본부에서 그녀가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아질때마다 마음 속에서 불편한 감정이 생기는건 어쩔 수 없다.

"자기야- 나 소닉 하고싶어--!"
"잠깐만요, 이것 더 하고요."
"아아- 마리오 하고 싶은데 게임팩 어디있어?"
"[언니], 저 지금 게임중이잖아요."

단칼에 거절을 당하고 그녀는 입만을 내밀고 죄 없는 큐브만을 이리저리 돌려댔다.
더 멋진 언니가 되고 싶은데, 하다보면 떼쟁이가 되는거 같다. 맞춰질거 같으면 어긋난다. 마치 지금 손 안에서 구르는 큐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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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 좋은 전술을 많이 배워갑니다."
"네. 재밌었죠?"
"아, 이건 비행 시뮬레이션으로..."

결국은 진지하게 게임을 즐겨버린 파라가 떠난건 세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 시간동안 레나는 의자에 앉아서 큐브만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직도 못하고 있어요?"
레나의 등 뒤에서 큐브를 낚아챈 하나는 착착착, 큐브를 돌리기 시작한다.
"...."

레나는 뭐라고 말을 하지 않고 부루퉁하게 입만을 내밀고 있었다.
처음에 이 곳에 온 사람은 자기였다. 경계심 가득한 그녀를 이 방에서 휴게소로 빼낸건 자기였다. 다른 요원들과 친해지게 도와주고 그녀가 이곳에 적응하도록 도왔다.
그런 그녀가 이제 이 방에 다른 사람을 초대한다. 메르시를 불러서 테마병원이라는 게임을 소개해주고 자리야에게 펀칭 기계를 알려줬다. 메이에게 스포어도 알려주고 루시우와 함께 리듬게임을 즐긴다. 그리고 오늘은 파라와 함께 웃으며 그녀에게 언니라고 불렀다.

소유욕일까. 내가 뭐라고 그녀에게 독점욕을 보이지. 이러는 내가 싫어.

서운함, 혼란스러움.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휩싸여 아무 말 없이 그녀 손의 큐브만을 보고 있었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별거 아냐."
"에이. 입이 지금 엄청 나왔어요. 왜, 내가 안놀아줘서 삐졌어요?"
"그런거 아냐."

그럼 왜일까. 라고 중얼거리며 하나는 큐브를 돌린다. 그녀의 손 안에서 큐브는 여섯개의 면에 여섯개의 색이 채워져간다.

"그냥. 하나는 이제 나에게 신경쓰이지 않는걸까. 싶어서."
"무슨 소리에요?"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레나를 바라본다.
한참 두 눈이 마주치고 레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얘기를 한다. 그래. 어긋나는건 싫어.

"파라도 메이도. 다 [언니]가 되었잖아. 하나에게."
"아! 그건 내가 장난친거에요. [언니]의 원래 의미는..."
"알아. 근데 하나가 모두에게 [언니]라고 하는게 괜히 속상해. 나만 하나의 [언니]이고 싶어."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른다. 레나의 고백에 하나의 손 또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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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도 모르는건 아니다.
그녀에게 의지를 했고, 그녀를 특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온 첫사랑이기에 이걸 온전히 받아들이는게 겁이 났다.

레나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그녀의 눈동자도 떨리고 있다.

아. 우리 모두 다 겁을 내는 거구나. 우리는 겁을 내고 서로 각자의 춤만 추고 있었어. 이제 본격적으로 함께 시작해볼까. 착착착, 그녀의 손이 다시 움직인다. 여섯 면에 여섯 색이 각자 맞춰진다. 탁자 위에 큐브를 올려놓는다.

[바보. 그렇게 직선으로 돌진을 하면 나도 비킬 수 없잖아요.]
"...하나?"
[좋아해요. 언니.]
"...응?"
"다른 사람들도 [언니]라고 부를거에요. 사전적 의미로만. 그리고 레나 옥스턴 당신은 별개의 [언니]라고 불러줄게요. 됐어요?"


레나의 눈이 크게 떠진다. 그리고 입도 크게 벌려진다.
"자,자기야."
"그럼 [언니]도 그 자기야, 좀 고쳐야 하는거 아니에요? [언니]도 모두에게 자기야. 라고 하잖아요."
"아, 그건..."
"[언니]. 나 출출해. 우리 차 마실까?"
"응응! 내가 맛있는 차 타줄게. 밀크티 좋지?"

레나가 신이 나 일어난다. 찬장을 열자 노란색과 분홍색, 같은 디자인의 컵이 있다. 오후의 해가 비치는 곳에서 레나가 미소를 짓는다.
이제 우리 둘이 함께 우리의 춤을 추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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