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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판2차

생존전략

칼카브리나의 눈에 서서히 빛이 들어왔다. 눈 바라보지 마십쇼! 렌은 칼카브리나의 몸에 대검을 박은 후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여우와 눈이 마주쳤다. 이제야 화살이 시위를 떠나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렌이는 보았다. 활시위를 놓고 그 반동으로 큰 원을 그리던 여우의 손이 자신의 무릎께에 있는 작은 옷더미를 집어올렸다. 아니. 정확히 하면 옷의 주인인 작은 소환사를 집어올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앗, 하는 사이에 붉은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빛이 사라지자, 셋은 칼카브리나는 안중에 두지 않고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작은 소환사는 양 손으로 책을 꼭 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쩌려고 그랬어! 피했어야지!"

"그렇다고 내가 그 빛을 봤어봐. 지금쯤 네 미간에 화살이 박혀있을걸?"

렌이의 핀잔에 여우는 바로 맞받아쳤다. 둘이 옥신각신하는 틈에 백오는 프마에게 다가갔다.

"프마언니? 괜찮아?"

"사리...."

응?

뜬금없는 프마의 중얼거림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녀의 정수리만을 보았다.

"살의는 쨤푸!!" 그녀의 몸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자 렌이가 짧은 비명을 질렀다. 백오는 지팡이를 꽉 쥐었다. 자신의 언약자가 크게 다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백오의 걱정은 쓸데없는 일이었다. 두툼한 소환서, 그 모서리가 렌이의 정수리를 가격했다.

"나의 쨤푸는 세상을 뚫을 쨤푸다! 쥬거라! 쥬거어어!"


어디서 그런 도약력을 익혔을까. 아니,애초부터 소울 크리스탈의 기억도 없이 저런걸 쓸 수 있을까, 백오는 기가 차 입을 벌리고 있었다.


"좀 말려봐! 저리가요 누님! 넘어진다구요!"

"쥬기꺼다아! 쥬거! 쥬거!"

폴짝거리는 라라펠, 그리고 한 손은 이마를 문지르는 와중에도 남은 한 손은 기특하게 적의 적의을 계속해서 사로잡고 있는 언약자. 사건의 원흉은 활도 내팽개치고 구석에서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었다.

...

"마인 제대로 안불러?"

짜증이 난 백오가 여우에게 날선소리를 퍼부었다.

왜 내가 여기서 공격을 하고 있는가. 백오는 주문을 외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무리한 기술 사용의 여파였을까. 너덧번 "쨤푸"를 사용하던 프마는 방의 한 구석에서 얌전히 잠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흘끗거릴때마다 웃음이 터지는 여우에게 활을 들게 할 수는 없었다. 그건 또 다른 참사를 부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인형을 부순 둘은 등을 마주하고 기대앉았다. 렌이의 이마에 난 상처가 유난히 쓰린 전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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