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의무실입니다."
"박사님, 저 하나에요. 오늘 훈련 못 간다고요."
"아, 또 그날인가요?"
"네."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부작용도 심한 거 같던데, 약을 그만 먹는게 어때요?"
"……"
"여보세요? 하나양?"
"오늘 못간다 전해주세요."
"알았어요. 잘 말해줄게요."
박사님의 한숨소리를 들으며 전화를 끊는다. 전화기 옆에 있던 알약 한 줌을 물 한병과 함께 넘긴다. 그리고는 이불을 뒤집어 쓴다.
몸은 열이 나 뜨겁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오한에 방에 있는 이불을 있는대로 뒤집어써야 한다.
보통 감기였다면 의무실에서 수액도 맞고 편히 쉬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감기가 아니다.
이건 나에게 주어진 저주. 오메가의 히트사이클이다.
맘 맞고 잘 해주는 알파를 만나 하루빨리 각인해라. 그러면 네 몸도 편해질거다. 이 말을 수 없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누군가의 오메가로 살고 싶진 않았다.
나는 여느 알파들보다 우수하고 능력이 있다. 한달에 한 번 오는 히트사이클을 이유로 내 가능성을 버리고싶진 않았다.
남들보다 치열하게 살았다. 그렇게 내 이름을 드높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영웅의 전당이라 부르는 이 곳, 오버워치에까지 왔다.
하지만 오버워치에 왔다고 나의 투쟁이 끝나는건 아니었다. 오버워치 내의 마초스러운 알파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오메가의 호르몬을 풍기지 말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약의 복용량이 늘어났고 보통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오던 사이클이 한 달 주기로 오게 되었다.
=========================
한참을 몸을 떨다 잠들었을까. 찬 수건이 이마에 닿는걸 느끼고 눈을 떴다.
눈을 뜨자 트레이서가 내 앞에 있었다. 어떻게 들어온거지? 몸을 일으키자 트레이서가 내 어깨를 눌러 다시 침대에 눕힌다.
"아픈데 움직이지 말고 누워있어. 문이 열려있더라고 허락 안받고 들어온건 미안."
쾌활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손을 댄 곳이 불이 붙은 듯 뜨겁다. 입에서 더운 김이 나온다.
"나가주세요."
"응?"
"불편하다고요. 나가주세요."
그녀가 있는게 지금 내 상태에 하나도 도움이 될게 없다. 알파의 향기가 내 코로 들어온다. 내가 이렇게 아픈게 당신 같은 사람 때문이야. 화가 나 옆으로 누워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허, 참… 하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닫힌다. 내가 무례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래도 미안하진 않다. 평생 이런 고통을 겪지 않는 당신은 좀 당해도 싸.
어?
근데 이상하다. 알파인 저 여자가 왜 내 냄새를 맡고도 아무렇지도 않지?
======================================================
레나는 참담한 기분으로 방에서 나왔다. 보이지 않은 손으로 뺨을 맞은 느낌이다.
철저한 거부, 증오. 짧은 몇 마디 말에서 자신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당신만 아니었다면 내가 이러지 않아도 돼.'
그녀는 등으로 레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아.. 늘 햇빛이 비추던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좋아했다.
아무리 약으로 정체를 숨기려 해도 이미 기지 내에서는 그녀가 오메가라는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날카롭게 날이 선 그녀를 아무도 건들일 생각을 않는 것 뿐이다.
자신을 최고의 적으로 두는 아이. 늘 자기 자신을 극복하려는 모습.
그 모습에 반했을 뿐이다.
하지만 아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날을 세웠다. 유일하게 허락하는 대상은 앙겔라 정도일까.
그래도 좋아해줬으면 좋겠는데…
=========================================
"토끼는 어때?"
아침부터 레나가 와서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아침에는 약한 편인데 커피를 마시기도 전에 이것저것 묻는 그녀가 달갑진 않다.
"독감이죠 뭐."
에이, 그런거 말고. 진짜로 말야. 레나가 짜증을 내며 대답을 재촉한다. 하나는 3일째 방에서 나오질 않고 있다. 그녀가 궁금해 하는것도 무리가 아니다.
"박사, 꼬맹이 말인데.. 어떻게 도와줄 순 없을까?"
"오메가가 편해지려면 몸을 섞는게 가장 빠르고 확실하죠, 그러다 각인까지 되면 더 좋고."
내가 대답해놓고 내가 웃는다. 송하나는 어떤 알파와도 각인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이 여자도 마찬가지다.
"그건...싫어요. 혹시 알파가 페로몬을 내뿜는 기관을 제거할 수 없을까요?"
미쳤구나 이 여자가… 아직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걸까?
"레나."
"네."
"상담을 다시 받는건 어때요?"
에이, 됐어. 앙겔라도 이제 별볼일 없구만, 하고 레나가 나가려 한다. 아…
"저기 레나. 실험중인 약품이 있는데, 실험에 참가할래요?"
=======================================================
몇일째 이렇게 아픈건지 모르겠다. 내일은 나아질거야, 라고 생각한지 사흘째.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박사님에게 문자가 온다.
<치료법이 가고 있어요.>
<하나양이 생각하는게 아니니까 거절하기 없기에요.>
그리고 곧,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박사님인가, 하고 문을 여니 트레이서였다.
다시 문을 닫으려 하니 그녀가 문을 막는다.
"치료법. 거절은 거부한다는데, 자기?"
"박사님, 저 하나에요. 오늘 훈련 못 간다고요."
"아, 또 그날인가요?"
"네."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부작용도 심한 거 같던데, 약을 그만 먹는게 어때요?"
"……"
"여보세요? 하나양?"
"오늘 못간다 전해주세요."
"알았어요. 잘 말해줄게요."
박사님의 한숨소리를 들으며 전화를 끊는다. 전화기 옆에 있던 알약 한 줌을 물 한병과 함께 넘긴다. 그리고는 이불을 뒤집어 쓴다.
몸은 열이 나 뜨겁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오한에 방에 있는 이불을 있는대로 뒤집어써야 한다.
보통 감기였다면 의무실에서 수액도 맞고 편히 쉬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감기가 아니다.
이건 나에게 주어진 저주. 오메가의 히트사이클이다.
맘 맞고 잘 해주는 알파를 만나 하루빨리 각인해라. 그러면 네 몸도 편해질거다. 이 말을 수 없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누군가의 오메가로 살고 싶진 않았다.
나는 여느 알파들보다 우수하고 능력이 있다. 한달에 한 번 오는 히트사이클을 이유로 내 가능성을 버리고싶진 않았다.
남들보다 치열하게 살았다. 그렇게 내 이름을 드높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영웅의 전당이라 부르는 이 곳, 오버워치에까지 왔다.
하지만 오버워치에 왔다고 나의 투쟁이 끝나는건 아니었다. 오버워치 내의 마초스러운 알파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평소에도 오메가의 호르몬을 풍기지 말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약의 복용량이 늘어났고 보통 6개월에서 1년 주기로 오던 사이클이 한 달 주기로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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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몸을 떨다 잠들었을까. 찬 수건이 이마에 닿는걸 느끼고 눈을 떴다.
눈을 뜨자 트레이서가 내 앞에 있었다. 어떻게 들어온거지? 몸을 일으키자 트레이서가 내 어깨를 눌러 다시 침대에 눕힌다.
"아픈데 움직이지 말고 누워있어. 문이 열려있더라고 허락 안받고 들어온건 미안."
쾌활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한다. 하지만 그녀가 손을 댄 곳이 불이 붙은 듯 뜨겁다. 입에서 더운 김이 나온다.
"나가주세요."
"응?"
"불편하다고요. 나가주세요."
그녀가 있는게 지금 내 상태에 하나도 도움이 될게 없다. 알파의 향기가 내 코로 들어온다. 내가 이렇게 아픈게 당신 같은 사람 때문이야. 화가 나 옆으로 누워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허, 참… 하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닫힌다. 내가 무례하다고 생각하겠지.
그래도 미안하진 않다. 평생 이런 고통을 겪지 않는 당신은 좀 당해도 싸.
어?
근데 이상하다. 알파인 저 여자가 왜 내 냄새를 맡고도 아무렇지도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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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는 참담한 기분으로 방에서 나왔다. 보이지 않은 손으로 뺨을 맞은 느낌이다.
철저한 거부, 증오. 짧은 몇 마디 말에서 자신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당신만 아니었다면 내가 이러지 않아도 돼.'
그녀는 등으로 레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아.. 늘 햇빛이 비추던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좋아했다.
아무리 약으로 정체를 숨기려 해도 이미 기지 내에서는 그녀가 오메가라는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날카롭게 날이 선 그녀를 아무도 건들일 생각을 않는 것 뿐이다.
자신을 최고의 적으로 두는 아이. 늘 자기 자신을 극복하려는 모습.
그 모습에 반했을 뿐이다.
하지만 아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날을 세웠다. 유일하게 허락하는 대상은 앙겔라 정도일까.
그래도 좋아해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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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어때?"
아침부터 레나가 와서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아침에는 약한 편인데 커피를 마시기도 전에 이것저것 묻는 그녀가 달갑진 않다.
"독감이죠 뭐."
에이, 그런거 말고. 진짜로 말야. 레나가 짜증을 내며 대답을 재촉한다. 하나는 3일째 방에서 나오질 않고 있다. 그녀가 궁금해 하는것도 무리가 아니다.
"박사, 꼬맹이 말인데.. 어떻게 도와줄 순 없을까?"
"오메가가 편해지려면 몸을 섞는게 가장 빠르고 확실하죠, 그러다 각인까지 되면 더 좋고."
내가 대답해놓고 내가 웃는다. 송하나는 어떤 알파와도 각인할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이 여자도 마찬가지다.
"그건...싫어요. 혹시 알파가 페로몬을 내뿜는 기관을 제거할 수 없을까요?"
미쳤구나 이 여자가… 아직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걸까?
"레나."
"네."
"상담을 다시 받는건 어때요?"
에이, 됐어. 앙겔라도 이제 별볼일 없구만, 하고 레나가 나가려 한다. 아…
"저기 레나. 실험중인 약품이 있는데, 실험에 참가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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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째 이렇게 아픈건지 모르겠다. 내일은 나아질거야, 라고 생각한지 사흘째.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박사님에게 문자가 온다.
<치료법이 가고 있어요.>
<하나양이 생각하는게 아니니까 거절하기 없기에요.>
그리고 곧,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박사님인가, 하고 문을 여니 트레이서였다.
다시 문을 닫으려 하니 그녀가 문을 막는다.
"치료법. 거절은 거부한다는데, 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