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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치료법 - 下

앙겔라는 골치가 아프다.
저번에는 레나가 찾아와서 알파의 페로몬을 지워달라고 하더니 이번에는 하나가 뿔 난 황소처럼 의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어찌나 부지런들 하신지. 오는 시간도 하나같이 아침 일찍이다.
씩씩대며 하나는 그녀 앞에 알약 하나를 던졌다.

"언니가 이걸 왜 먹어요?"

"아프니까 먹죠."
나라고 당신들에게 이리 저리 차이는 돌멩이가 아니라구요. 심통이 난 앙겔라가 고분고분하게 미주알고주알 고해바칠 이유는 없다.

"어디가 아픈지 묻는거에요!"
능글능글, 요령이 좋은 레나와 다르게 하나는 한번 톡, 건드리자 파르륵 화를 낸다.
매일 레나가 와서 하나에게 장난 친 얘기를 신나게 하더니, 그녀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진지하다. 알파를 증오하던 그녀가 맞나? 앙겔라는 이리저리 하나의 얼굴을 살펴본다. 레나에게 빚이라도 졌나? 하지만 위로 올라간 그녀의 눈꼬리는 그녀가 눈을 치켜뜸에 따라 더더욱 올라가 무서운 느낌을 주었다.

저러다가 터질지도 몰라, 앙겔라는 그만 답을 주었다.

"알파의 페로몬. 그것을 바꾸는 것은 알파의 몸에 큰 부담을 주죠. 그걸 장기간 복용했으니 부작용이 있을수밖에요."

"장기간이요? 제 히트사이클에만 먹는 줄 알았는데…"

"장기간 먹어야죠. 그래야 효과가 있는거에요."

"그럼 진통제는…"

"저는 이제 그만 먹으라고 말했어요. 이제 하나양의 몸도 어느정도 나아졌을 거니 다시 하나양에게 억제제를 먹게 하면 된다고요. 거절한건 그녀에요."

"그러면 레나언니를 낫게 하려면….."

약을 먹지 않으면 되지요. 앙겔라가 눈으로 대답한다.
"하지만 하나, 그것은 중요한 해결책이 되지 않아요. 하나라면 알아도 되겠죠. 아니, 하나가 직접 레나의 입으로 들어요. 그녀가 왜 알파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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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왔더니 토끼가 없다. 어디든 폴짝폴짝 뛰어다닌다니까.
또 다시 몸이 쑤시다. 꼬맹이가 없는 사이에 잠깐 잘까, 하고 쇼파에 누웠다.


잠시 눈을 붙였을까,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눈을 떴다. 꼬맹이 왔어, 하고 일어나려는데 하나가 나를 잡아 억지로 쇼파에 눕힌다.
"언니 열나. 누워있어."

하나가 얼음주머니를 내 이마 위에 얹어준다. 어쩐지, 몸이 무겁다 했더니 열이 나는 거였구나.

"감기 걸렸나. 내가 하도 돌아다니니까 말야."
씩 웃으며 핑계를 댄다.

"감기 아닌거 알아. 이것때문이지?"
하나가 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낸다. 앙겔라가 준 약…

"왜 그렇게까지 나에게 잘해줘? 왜 그렇게 언니 냄새를 바꾸고 싶은거야? 박사님은 언니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한다고 했어. 왜 그런거야?"

꼬맹이가 따지듯 묻는다. 나는 뭐라고 답 할 수 없다. 아이가 얼굴을 나에게 가까이 붙인다.

"언니에 대해 다 알아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언니를 심하게 오해할거 같거든. 부탁이야."

아이의 진지한 눈빛에 더 이상 숨기질 못하겠다.

하아… 한숨을 쉬고 나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렇게 어머니는 나를 싫어하셨어. 그래서 그럴까? 나도 내가 알파라는게 그닥 좋지는 않아. 어머니의 그 훈육방식 덕분에 사이클 상태에 들어간 오메가의 냄새를 못 견디진 않아."

"그럼 날 위해서 약을 먹은건…"

"네가 나를 싫어하는 눈빛과 어머니의 눈빛이 닮아서일까.
보통 오메가들은 나를 피하거나, 아니면 나와 함께 자고싶어했지. 근데 너는 나를 싫어했잖아.
…...그리고 그 전부터 네가 좋기도 했고."

열 때문일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술술 뱉는다. 마음 속의 이야기가 나오자 마음이 후련한거 같기도 하다.

토끼는 내 말을 듣더니 얼굴이 빨개졌다. 쓸데없는 소리야. 하면서 얼음주머니로 내 입을 틀어막는다.

얼굴 전체가 얼음주머니로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 시원해.. 눈을 감으니 이대로 잘것만 같다.

"나도 언니 좋아해요. 나를 오메가로 안 보고 그냥 사람으로 대해주니까.
그리고 나를 위해서 이렇게 희생해주니까.
그런데 언니만 희생하는건 싫어. 우리 다른 해결책을 찾아보자."

하나가 얼음주머니를 들어올린다. 얼굴이 빨개진 하나가 나를 보고 있다.

"그러니까 약은 압수,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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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압수당한 후에도 회복하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그동안 하나는 내 옆에서 나를 간호해줬다. 그간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우리는 점점 가까워져 갔다.
애인? 친구? 어딘지 모를 그 애매한 상황을 우리 모두가 즐기고 있었다.

"...그 녀석이 내 이름을 안부르고 계속 오메가, 오메가 하고 부르잖아요. 오늘 한번 자주면 앞으로 편히 살게 해줄게~ 하면서.
그래서 그냥 그녀석의 고간을 꽉 쥐어잡고는 이름을 알려줬죠. '야 이 마초자식아. 내 이름은 송하나, 송하나라고 망할놈아.'"

"하하하! 진짜 성깔있네, 너. 그렇게 이름을 안부르고 오메가, 알파라고 부르면 짜증을 내겠네. 그래서 그 녀석은 어땠어?"

"어떻긴 어때요, 질질 짜면서 잘못했어요, 송하나님." 하고는 도망갔죠."

"이야. 장난 아니네. 이렇게 끔찍하면서 웃긴 얘기는 처음 들어봐. 너 정말 대단하다. 어떤 알파라도 너랑은 한번 자고 싶겠어."

"언니야말로 그렇게 오메가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니 온갓 오메가들이 달라붙죠. 쫓아내기 힘들지 않았어요?"

"글쎄… 정 안되면 도망가면 되니까, 내가 도망가는데엔 선수거든."

기억을 회상하며 숨을 깊게 들이쉰다. 숨과 함께 아이의 달달한 향기가 몸으로 들어온다.
하나를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괜히 머쓱해진다.

슬쩍, 하나의 얼굴을 보니 그녀도 얼굴이 붉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과정에서 내 체향도 아이에게 갔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둘 다 약을 먹지 않아 서로를 유혹하는 체향을 뿜고 있다.

"미안… 오늘은 내 방에서 잘까?"

"아니, 괜찮아요."

아이가 이불 속에 있는 내 손을 가져다 자기 머리 위에 놓는다. 그리고 내 손을 앞뒤로 움직여 쓱쓱, 쓰다듬게 한다.
"괜찮아요. 언니가 만진다고 내가 어떻게 되는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안 만지고 살거에요?"
그리고 아픈 사람이 가긴 어딜 가. 하며 하나가 내 옆으로 들어온다.
시선은 게임기로 향해 있지만 얼굴이 붉다.

"그래도, 저, 우리 모두, 그게.. 다, 힘들지… 않을까?
내가 말을 더듬으며 말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게임기만을 보고 있다. 아니, 미세하게 손이 떨리는게 내 말에 긴장한거 같다.
한참 말이 없기에 천장만 멀뚱히 바라본다. 천장 무늬 속에서 토끼 한 마리, 표범 한 마리를 찾았을 무렵, 탁. 하고 아이가 게임기를 내려놓는다.

"언니라면 괜찮을거 같아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킨 나를 노려보며 아이가 말한다.
뭘? 뭐가 괜찮아?

"언니라면 각인. 괜찮을거 같다고."
아이가 엉뚱한 소리를 해 순간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어?"

"아아!"
아이가 짜증이 났는지 내 멱살을 잡아올렸다.

"언니와 관계를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사귀고 싶다고! 이 바보 멍청이 언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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