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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Legacy - 3

미쳐 날뛰는 언니를 진정시키는데엔 한참이 걸렸다.

꿈이 아니었어! 하며 언니는 주저앉아 울었다.

대체 무슨 꿈인데? 하고 다그쳐 물어도 고개만 저을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눈물을 그친 언니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언니, 무슨 꿈인지 알아야 꿈이 맞다 그르다 말해줄거 아냐. 무슨 꿈인데?"


언니는 다시 한번 고개만 저었다. 빨개진 콧등에 주근깨까지, 평소보다 더 어려보이는 언니가 측은해서 품에 꼭 안았다.


"언니가 말해줘야 내가 덜 걱정하지. 대충이라도 말해줘."


"하나가...자기가 죽는 꿈을 꿨어. 오늘 죽는 꿈을. 손도 베었고..."


음... 내가 죽는 꿈이라니, 기분은 썩 좋지 않다.

하지만 어떻게든 불안해 못 견디는 언니의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


"그거 언니가 자주 느끼는 기시감, 데자뷰 아냐?"


그거랑은 달라! 언니가 소리친다.


"데자뷰는 같은 일이 일어나는거고! 이거는 좀 다르단 말이야!"


"그럼 내가 죽지 않겠네."


"아아! 자기!"

언니가 저렇게 흥분한 모습은 처음이다. 파랗게 질린 얼굴이며, 아이처럼 엉엉 울다니..

어떻게 진정을 시켜야 하지.. 머리를 굴리며 품에 안긴 언니의 몸을 좌우로 천천히 흔든다.


"그럼 언니가 바꾸면 되잖아? 미리 안거면 다르게 행동하면 되잖아. 언니가 경험한 데자뷰..."


"데자뷰가 아니라니까!"


"알았어, 그럼 그.. 언니가 미리 본 나의 죽음을, 언니가 피하게 만들면 되겠네. 그렇지?"


언니가 조용해진다. 다행이다.


"맞아. 피하면 되는거야."


응?


"그래. 피하면 돼."


언니가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한다. 얼굴을 닦으며, 옷을 입으며 언니가 계속 중얼거린다.

피하면 되는거야, 피하면...



**



"이렇게 갑자기 휴가를 신청하는건 좀 곤란해, 옥스턴."


"하루만이면 돼. 제발."


"그래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지 않나."


"오늘 임무는 없는걸로 알고있고, 훈련은 말이 훈련이지 장비 점검이잖아?"


"그렇지만..."


"나도, 꼬맹이도 휴가가 남은 걸로 기억하는데. 우리 둘이 몇일을 비우겠다는것도 아니고 겨우 반나절이야. 그것도 안되는거야?"



곤란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는 모리슨 아저씨, 그리고 평소의 유들유들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책상 위에 두 팔은 얹은 살벌한 언니.

나는 그 둘을 보며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뭐에 씌인 것처럼 순식간에 씻고 옷을 입은 언니가 나를 화장실에 밀어넣으며 씻고 나와. 라는 한 마디만을 했다.

뭐, 씻긴 씻어야지, 하고 씻고 나오니 이미 언니가 가방에 여권까지 챙겨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라고 물어도 휴가. 라는 짤막한 대답.

언니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어 내가 뭐라고 말을 걸 수조차 없었다.

그대로 사령관실로 직행, 그 후의 상황이 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알겠다. 오늘 하루, 둘의 휴가를 허가하지.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네, 옥스턴."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을거에요. 가자 하나야."


"근데 어딜 갈 생각인가?"

잭 아저씨가 언니의 등에 대고 묻는다.


그러게? 어딜 갈거지? 나도 언니의 뒤통수를 바라본다.

언니는 한참 대답이 없다 한마디를 툭 내뱉는다.


"런던, 제 고향이요."



언니가 내 손을 끌고 밖으로 나간다. 언니! 하고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서야 언니는 얼굴이 펴졌다.


공항까지 가는 차 안, 언니는 무엇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운전을 했다.

속도 좀 줄여! 라고 소리쳐도 언니는 앞만을 응시하며 운전했다.

이러다 정말 죽겠네, 라고 중얼거리고 싶었지만 그러다 언니가 정말 사고라도 낼까봐 나는 벨트만을 꼭 잡고 있었다.


공항에서도 여전히 굳은 얼굴, 비행기의 탑승 문구가 뜨기까지 언니는 전광판 화면만 무서운 얼굴로 바라봤다.

몇번을 물어봐도 조금 있다가, 라고 하기에 게임만을 하고 또 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이내 안전벨트를 하라는 램프가 꺼지자 언니의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


"언니, 괜찮아? 갑자기 휴가는 왜? 그리고 런던에 왜 가?"


"하나씩만 물어봐줘, 자기."


언니가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답했다. 배시시, 언니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자기가 늘 궁금해 했잖아. 언니는 어디서 살았고, 어디서 컸는지. 지금 내 집으로 가는거야."


"언니의 집?"


"응. 주로 생활은 오버워치에서 하지만 그래도 집은 있어. 예전에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집."



언니는 나에 대해 물어보는걸 좋아했지 자신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유일하게 언니가 자신에 대해서 공개하는건 런던 임무 때, 자신이 자주 가던 곳이라고 소개한 펍이었다.

여기 음식이 맛있어! 군대에서 외박 나오면 늘 여기서 식사를 했지. 라고 하며 언니는 웃었다.


언니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가족에 대해 물어봐도, 좋은 사람들이었어. 나를 사랑해줬지. 그냥 이 말뿐이었다.


집은? 부모님은? 이것저것 물어봐도 어릴 적에 돌아가셔서 잘... 이라는 애매한 답. 그래서 나도 그렇게 언니에게 이것저것 캐묻지는 않았다.

그런 언니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더더욱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언니를 바라보는데, 언니는 뭐가 그리 좋은지 히죽대며 내 얼굴을, 머리칼을 쉼없이 만져댔다.


"그러다 닳겠어."


"아, 그런가... 너무 보고싶었어서.."

언니가 손을 주춤한다. 하지만 이번엔 손가락으로 손을 뻗어 손을 만지고 또 만진다.


"꿈 때문에 그래?"


언니의 손이 멎는다. 무슨 꿈이었기에 그렇게 무서워하지.


괜찮아. 괜찮을거야. 언니의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대게 한다. 언니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만진다.



**



비행기에서 내려 휴대전화를 켜자 여러 통의 메세지가 와 있다.

긴급 임무. 모리슨 아저씨에게서 많은 부재중 연락이 와 있었다.


전화를 해 볼까, 하고 통화버튼을 누르려는데 언니가 나의 손을 막는다.


"자기, 오늘은 휴가잖아. 그냥 우리끼리만 놀자."


"그래도 긴급임무라는데, 가봐야 하지 않을까?"


평소에는 언니보다 내가 더 놀자고 하는데 오늘은 다르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라고 말하자 언니가 그 사람들은 괜찮을거야. 라며 고개를 젓는다.


그러고는 공항에서 바로 택시를 잡아 런던의 한 주소를 일러준다.

택시비 비쌀텐데, 라고 하니 괜찮다며 웃어보인다.



"집중해. 오늘 자기가 내 집으로 가는거잖아."


"그렇네, 누굴 초대한 적은 있어?"


"글쎄, 어렸을 적 친구를 초대한 적은 있었지? 근데 나이가 들고 내가 이 집을 상속받은 이후에는...처음이네, 네가."


그렇구나.. 언니의 집에 처음으로 발을 들인다는 생각에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



얼마나 달렸을까, 잠시 언니의 어깨에 기대 졸았는데 택시가 멈춰섰다.


여기야, 라며 언니가 가리킨 곳은 아담한 이층 주택. 관리를 아예 안 하진 않았는지 깨끗한 마당을 가진 집이었다.


언니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울타리의 문을 연다.


"들어와, 우리 집에 온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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