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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Legacy - 6

최선을 다 해 전투를 치룬다. 

뒤에서 하나가 여기저기로 부스터를 사용해 돌아다니는 소리를 듣는다.


다행이야, 괜찮을수도 있어.

하지만 하나가 탈 수 있는 메카는 이거 하나 뿐. 혹시나 그녀가 다칠까 내가 먼저 나서서 옴닉들을 파괴한다.


그래,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내가 먼저 없애버리면 되는거야. 그럼 아무 일도 없을거야.

만약 이 일이 끝나면 당장 앙겔라에게 갈거야. 앙겔라에게 실력 좋은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를 소개받아서 약을 받아 먹던 상담을 좀 해야겠어.


그리고 나중에 하나와 결혼하고, 가능하면 아이도 낳고.

지금 텅 비어있는 그 집에 다시 사진들을 채워넣자. 나와 그녀의 사진을, 그리고 생길지도 모르는 우리 자식의 사진을.



*



한 공원의 호숫가. 하나와 이곳까지 옴닉을 쫓게 되었다. 

이제 나는 보통 사람들처럼 뛸 수밖에 없다. 하나를 지키느라 지나치게 사용한 가속기가 이제 자신의 역할을 다 해간다는 듯 불길한 소리를 내고 있다.


부스터를 사용해 내 앞을 붕붕 날아다니던 하나의 메카가 갑자기 푸륵, 하는 소리를 내더니 땅으로 내려왔다.

왜 이러지? 하나가 조종간을 몇번 쥐고 흔들지만 반응은 없다.


머릿속으로 타래타래 펼치던 즐거운 상상들이 얼어붙는다. 역시, 이런 예감은 틀리길 바랐었다. 이것조차도 꿈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꿈이 아니라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진짜 현실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휴대전화를 꺼내 익숙한 번호를 누른다.

메카 안에 있던 하나가 전화를 받는다. 메카 안에 연결된 블루투스일까.


"응, 언니 무슨 일이야? 무전 쓰면 되잖아."


"아니, 그냥 자기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무전으로도 목소리는 들리는데?"


언니 하여간 엄청 이상해. 하나가 투덜댄다. 그래서 싫어? 라고 하니 한참 말이 없다.


"싫지는 않은데 걱정은 돼. 언니가 불안해하는게, 언니가 힘들어하는게, 다 걱정이 되네.

근데 봐. 괜찮잖아. 이제 일은 거의 다 했잖아? 이제 기지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거야."


그녀가 밝은 목소리로 나를 달랜다. 오늘 나는 그녀에게 마음껏 불안감을 토해냈구나.


"자기야 미안. 오늘 내가 너무 과보호를 했나?"


전화기 너머에서, 그리고 메카의 밖으로, 하나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 그러게. 과보호야 이거. 오늘 언니가 살짝 미친거같다고 생각했는데 과보호가 적당한 표현이다.

꼭 지금 우리가 약혼을 한게 아니라 내가 언니의 양자로 입양된게 아닌가 하는 착각도 들어."


"그냥, 겁이 나서 지켜주고 싶었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엄청 듣네. 하나가 웃으며 답한다.


"미안하다는거 알면 돌아가서 잘해. 안그러면 나 정말 화내고 이 약혼 물릴수도 있어.

아니, 그건 좀 그런가.. 이 반지 정말 예쁘니까. 음악도, 반지도. 언니답지않게 모두 다 로맨틱했어.

지금 이런 말 할 분위기 아닌거 아는데, 정말 사랑해 언니. 언니와 사랑하게 된거, 약혼한거 다 후회 안해. 나 지금 엄청 행복해."


하나의 행복해하는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린다.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집중할 수가 없다.


내 앞의 저 먼곳에 옴닉이 우리를 보며 서 있다.

가슴에는 붉게 반짝이는 폭탄.

대충 크기를 짐작하건데 꽤 먼 반경의 범위에 피해를 줄 수 있을 거 같다.


"응? 언니, 듣고있어?"


옴닉이 천천히 이쪽으로 온다.

천천히 움직이는 걸음걸이로 보건데, 폭탄의 위력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것 같다.

적당히 범위 내에만 들어오면 폭탄을 터뜨리겠지.


머릿속으로는 여러 가지의 작전을 짜지만 태연한 목소리를 쥐어짜 얘기한다.

"응. 나도 지금 엄청 행복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똑똑하고 부자인 여자를 약혼녀로 맞이했잖아. 아마 나는 복권 1등에 당첨된거나 마찬가지일걸?"



아이의 웃음소리가 높게 울린다. 아,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웃음소리.


"하나야, 지금 이거 메카에 블루투스로 연결된거지?"


"응, 왜?"


휴대전화에서 몇 가지 앱을 실행시킨다. 어제 하나의 목소리를 흉내냈던 그 앱. 그와 동시에 점멸을 사용해 메카의 밑부분에 바짝 눕는다.


"해치 봉인. 메카 방어모드 개시"


전화기에서 내 목소리가 하나의 목소리로 변조되어 메카에 울린다. 명령이 입력된걸까, 푸쉬식, 하는 소리가 나며 조종간이 안쪽으로 들어간다.

응? 언니 뭐하는거야? 하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린다. 나를 보려는 거겠지.


하지만 집중을 해야 하기에 휴대전화를 던진다.


눈을 돌려 옴닉을 본다. 녀석의 발걸음이 한층 더 빨라졌다. 총을 꺼내 메카의 아랫부분. 기계의 심장을 쏜다. 메카에서 전원이 끊어지는게 느껴진다.


<언니! 지금 뭐하는거야? 어디있어?>

무전으로 하나의 말이 들린다.


"사랑해 하나야. 정말로. 사랑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가속기의 사용. 나는 옴닉에게 달려가 옴닉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그대로 호수로 뛰어든다.



***



-해치 봉인. 메카 방어모드 개시.


내가 알지 못하는 소리를 언니가 한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하는데 메카의 조종간이 안으로 들어온다.

뭐야, 목소리로 입력이 되는거야? 언니는 이걸 어떻게 알았지?


지금 작전중인데 이게 무슨 장난이야.


"언니, 뭐하는거야?"


언니에게 한 소리를 하려고 힘들게 몸을 일으켜 뒤를 본다. 옴닉, 몸에 붉게 반짝이는 폭탄을 단 옴닉이 우리에게 걸어오고 있다.


장난하지마, 어떻게 해야 하지?

닥치는대로 아무 버튼이나 누르려 손을 뻗는다. 하지만 내가 버튼을 누르기에 앞서 메카의 아랫부분. 즉 기계의 심장부에서 총성과 함께 진동이 느껴진다.

메카 안의 전원이 꺼진다.


"언니! 지금 뭐하는거야, 어디있어?"


허공에 소리를 지르지만 휴대전화에서는 응답이 없다. 다시 무전에 대고 언니를 부른다.


언니에게서 무전이 들려온다.

"사랑해, 하나야. 정말로 사랑해."


푸른 빛이 옴닉에게 달려든다. 그리고 앗, 하는 사이에 호수로 옴닉이 빠진다.

천천히, 슬로우 비디오처럼 언니가 옴닉을 안고 호수로 뛰어드는 것이 보인다.


상황이 뭔지 이해하기도 전에, 큰 굉음과 함께 호수의 물이 바깥으로 튄다.

전원이 꺼진 메카도 그 충격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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