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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첫 걸음 - Prologue

신쿤(@nerf171)님의 썰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http://sinkoonote.tistory.com/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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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후우... 콜록! 허어억."


받은기침을 연속으로 내뱉는다. 역시 이 곳까지 올라오는건 힘들었어.

하지만 여기라면 누구도 눈치를 채지 못하겠지.


이제 마지막이야. 부들거리는 팔으로 난간을 잡고 몸을 끌어올린다.

바보같은 다리, 짐짝같은 살덩어리를 겨우 들어올린다.


머리를 난간 밖으로 내밀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까마득한 바닥. 팔에 힘을 주고 머리를 아래로 더 내린다. 그리고 몸이 앞으로 기울어진다.


눈을 감고 온 몸을 스치는 바람을 느낀다.


이젠 제발, 그만하고 싶어. 모두 다 지겹고 짜증나...



*



딱딱한 바닥이 닿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너무 빠른 순간이라서 죽은 것일까? 죽은 후에도 생각할 수 있다니 사후세계가 있긴 하구나.



"자기, 위험할 뻔 했잖아."

포근한 사람의 품. 땀 냄새가 코에 닿는다. 눈을 뜨자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여성이 보인다.


"함부러 옥상에서 뛰어놀고 그러면 안돼 꼬맹아."

주근깨가 있는 콧등이 찡긋거리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는 엇차, 하고 나를 땅으로 내려놓는다.


아, 그러면 안되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바닥으로 풀썩 주저앉는다.


"어? 많이 다친거야? 사람 불러줄까?"

시끄럽고 정신 사나운 여자가 안절부절 못하며 나의 팔을 잡아 세운다. 하지만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다리가 계속 꺾인다.


"아, 안되겠네. 일단 업혀."

그녀가 나에게 등을 돌린다.


"저기요, 그냥 가 주는건 어때요?"

짜증이 난다. 내가 하려고 했던 행동은 허사로 돌아갔고 모르는 여자 앞에서 추태까지 부렸다.


"업히는게 싫으면 사람 불러올게, 여기서 잠깐 기다려 자기."


저기요! 하고 소리지르기도 전에 여성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튼튼한 다리로 땀을 흘리며 뛰는 뒷모습. 그 모습을 보며 더더욱 화가 난다.



***



"아이가 옥상에서 놀다 떨어졌나봐요. 근데 걷질 못하는게 어딜 다쳤나봐요.

환자복을 입은거 보니 여기 환자인거 같아요. 머리와 눈 색은 갈색, 나이는 열다섯 쯤?"


허겁지겁 병원에 있는 아무나 붙잡고 소리친다. 놀라서 뛰어나올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그는 '아 또야.' 하는 표정을 짓는다.


"박사님? 네, D.va요원이 또 '그걸'한 것 같습니다. 잠시만 와 주시죠."


감사합니다. 가볍게 목례를 한 그는 휠체어를 끌고 병원 밖으로 나간다.

꼬맹이가 다쳤을까 걱정이 되어 나도 밖으로 따라나간다.



"도와줄 필요 없어요!"

앙칼진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리를 쓸 수 없는걸까, 부들거리는 팔로 소녀는 휠체어 위로 올라가고 있다.

직원은 어쩌질 못하고 휠체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휠체어를 꼭 잡고 있다.


도움을 받길 싫어하나 보네. 하지만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빠르게 뛰어가 아이의 겨드랑이 아래에 손을 끼운다. "뭐 하는 짓이야!" 아이는 소리를 지른다. 소리를 무시하고 아이를 휠체어에 앉힌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눈썹을 찌푸린 그녀는 나에게 악을 쓴다.


"병신이라고 동정 받을 생각은 없거든? 살려줬다고 내가 무릎꿇고 인사라도 해야 하나? 좋은 구경을 했음 어서 꺼지지 못해요?"


감사의 말을 듣고자 남을 돕는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폭언을 듣는 건 처음이다.

내 얼굴도 달아오른다. 무슨 말을 쏘아붙이고 싶지만 상대는 장애인. 결국 아무 말 없이 아이를 쏘아본다.


"하나양, 또 무슨 일인가요?"


예상치 못한 얼굴과 마주친다. '앙겔라?' 하고 묻자 그녀는 눈짓으로만 나에게 인사를 하고 그녀의 휠체어를 밀더니 병원 안으로 사라진다.



D.va요원? 오버워치의 요원이었나? 들은 기억이 없다. 대체 누구지?



**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병원 앞의 벤치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 여자애는 누구인가. 다리도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어떻게 옥상에서 떨어졌는가. 어째서 나에게 화를 냈는가. 내가 무슨 잘못을 한건가.


수 많은 질문들이 오가던 중, 누군가 나에게 차 한잔을 건넨다.


"많이 놀랐죠?"


앙겔라가 나에게 쓴웃음을 짓는다. 미안해요, 애가 좀 예민해요.


"대체 누구에요? 코드네임도 있는걸 보면 요원인거 같은데, 저는 저런 요원은 본 적이 없어요."


수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뱅뱅 돌았지만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아, 한국에서 온 송하나라는 요원이에요. 나이는 열아홉."


그리고 그녀는 말을 가다듬으려는 듯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뒷말을 잇는다.


"그녀는 작년, 오버워치의 요원으로 첫 임무에 나갔었죠. 그리고 그 임무가 마지막 임무가 되었어요."


"그럼 보통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나?"


거기엔 좀... 앙겔라는 말을 잊지 않고 쓴 웃음만 짓는다.


"자존심이 강한 아이라 남의 도움을 받는걸 싫어해요."


그런데 왜 재활을.. 하고 물어보니 이번에도 말이 없다.



비밀이 많은 아이. 어린 나이에 얻은 장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아까의 무례한 태도도 어느 정도 참을 만 하다.



**



"잭 불렀어?"


사령관실에 들어가니 잭과 앙겔라가 함께 있다.

둘이 함께 나를 노려보고 있으니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인지 먼저 생각하게 된다.

사령관실에 불려올 정도로 잘못한 기억은 없는데, 대체 왜 그러지?



그는 말을 꺼내기 전에 나에게 파일을 하나 넘긴다.

파일 위에는 <NMC>-Not Mission Capable(임무수행불가)-라는 푸른 도장이 크게 찍혀 있다.


한 장 넘기자 보인 사진은 아까 보았던 아이의 것. 아까보다는 더 어려보이고 살집이 붙은 얼굴이다.

이름 송하나, 국적 대한민국.


서류를 훑어보는데 위에서 잭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서류 속의 그 애를 다시 임무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트레이서, 너의 새로운 임무다."


"응?"


서류의 마지막 장으로 팔락팔락 종이를 넘긴다.


<임무 중 척추 부상에 의한 하반신 마비.

 부상 치료 후 재활운동 거부>


"자기가 거부한걸 어떻게 내가 하라는거지? 그냥 한국으로 다시 넘기면 안돼?"


그게 곤란해. 라고 잭은 말을 잇는다.


"그녀가 부상을 당한 이후, 그녀가 조종하던 기체-MEKA-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어. 거기다가 그녀가 재활을 거부하며 그녀의 후원기업마저도 등을 돌렸지.

뭐, 과정은 길지만 짧게 요약하자면 한국에서 그녀를 받아주지 않아. 복귀 명령이 내려지지 않았어.


즉, 본부의 윗사람들에게 지금 현재의 D.va는 애물단지라는거지.

하지만 돌격조에 요원은 늘 부족해. 하는 수 있으면 다시 그녀를 오버워치에서 쓸 수 있게 하고 싶다. 라는게 윗사람들의 지속적인 방침이야."


근데 그걸 내가 왜. 라는 마음 속 질문에 앙겔라가 귀신처럼 알아채 대답한다.


"옥스턴 양은 과거 그 '사건'으로 1년 넘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않았죠. 저는 당신이 송하나양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리라 믿어요. 그러니 부탁드리는거에요."


"부탁이라기 보단 명령이지. 그동안 트레이서, 너에게 현장 임무는 없다. 너에게 있어서 최우선 임무는 D.va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상."


말도 안돼! 나는 공군 조종사지 심리치료사나 의사가 아니라고! 하고 소리쳐봤지만 소용은 없다.


결국 사령관실을 나온 나의 품에는 송하나에 관한 수 많은 서류만이 가득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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