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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첫 걸음 - 1

신쿤(@nerf171)님의 썰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 http://sinkoonote.tistory.com/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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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에게 영웅이라 말하며 나를 배웅했다.

게임 속의 나는 영웅이었다. 세계의 모든 게이머가 나를 숭배했다.


그리고 곧, 나는 우리나라의 영웅이 되었다. 나를 보며 국민들은 열광했고, 나의 핑크색 메카는 나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날 후원했고, 나의 온 몸은 광고판이 되었다.

내가 입는 것, 먹는 것, 말하는 것. 세상은 나를 주목했다.


그런 내가 영웅의 전당에 가는 것은 당연했다. 그곳에서도 나는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이다.


메카를 하늘로 날려 보내며 나는 짜릿함을 느꼈다. 곧바로 새로운 메카를 호출하며 충격에 대비해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땅에 떨어졌다. 늘 그렇듯 벌떡 일어서려고 했다. 내가 일어서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환호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메카는 땅에 떨어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 다리는 나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이었다.



<송하나 낙하쇼.gif>


<국방부는 각성하라. 해외로 수출되는 고기방패>


<국방부 공식 발표 : 송하나 안전수칙 지키지 않아>


<생각해보면 송하나 존나 건방지지 않았음?>


<지 실력만 믿더니 나라망신 제대로 시키네...>


<건방진 송하나 인성.avi>


영웅이었던 나는 그렇게 고기방패가 되었다. 고기방패가 된 나는 순식간에 하이에나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국방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 나에게 책임을 물었다.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군인.


그 공포는 나를 게임계에서도 버림받게 했다.

휠체어를 타고 어떻게 해서든 나간 스타 리그. 거기에서 나는 경기를 진행할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저들의 눈이 나에게 외친다. 망신스러운 여자.


게임 속 유닛들을 움직일 수 없었다. 디지털 신호일 뿐인데, 그들을 운용할 때마다 사고가 재현된다.

결국 나는 최악의 경기를 치렀다.


그렇게, 게임 속에서도, 그리고 현실에서도 나는 버림받았다.



**



늘 같은 악몽. 조금 더 뒤의 내용이 있을텐데, 누군가의 손길에 나는 놀라 눈을 부릅뜬다.

하늘은 아직도 밝다. 한두시간쯤 잤을까, 누가 나를 깨웠는지 알아본다.


"아, 잠에서 깼어? 미안..."


"누구? 아 또 당신이야?"


나를 지옥으로 다시 끌어내린 여자, 그 여자가 나의 옆에 앉아있다.


"왜 여기에 온거지?"


"자기를 돌봐주라는 임무를 받아서, 병원 좀 돌아보려다가 자기가 뭘 하는지 궁금해서..."


"나가."


"아니, 악몽을 꾸는 거 같던데. 무슨 얘기인지 말해줄 수 없어?"


"나가라고!"


배에 힘을 주어 악을 쓴다. 놀란 듯 그녀가 몸을 멈춘다. 하지만 나갈 생각은 없어 보인다.

뒤에 있는 베개를 들어 힘껏 여자를 내리친다. 


"나가, 안나가? 나가라고!" 

두 손으로 베개를 들어 머리를 내리치려는 순간 몸의 중심이 뒤로 쏠린다. 어어, 하는 순간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꼬맹아 괜찮아?"

그녀가 놀라 나에게 달려온다. 더 이상 추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다.


"나가! 꺼지라고 나가라는 말 안들려? 당신이랑은 한 마디도 섞고싶지 않아!"


그녀가 나를 부축하러 오기에 얼굴에 베개를 던진다. 명중이다. 베개가 얼굴에서 천천히 땅으로 떨어지려다 그녀의 양 손에 잡힌다.


"나는 그냥 너랑 얘기를 하러 온거야."


"얘기는 무슨, 본부에서 나에게 내는 돈이 아까워 어떻게 해서든 날 꼬드기려는 거잖아! 그냥 날 내버려둬! 병신인채 살겠다 하는데 왜 그래!"


몸에서 힘을 많이 줬나. 아랫도리가 축축해진다. 하반신 마비가 회복되었다고 해도 재활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런 수치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수치스러워 눈물이 나올거 같다.


"제발, 부탁이니까 한 걸음도 오지 마. 오면 죽어버릴거야. 혀를 깨물어서라도 죽을거야."


그녀는 나를 바라만 보고 있다. 손에 든 베개를 침대 위에 두더니 문을 열고 나간다.


그녀가 나간걸 확인한 후에야 바닥에 엎드려 운다. 속옷과 바지에서 느껴지는 찝찝한 느낌이 나를 더 비참하게 한다.


"...제발, 날 죽게 해줘. 제발..."



***



숙소로 어떻게 올라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탁자 위에 "송하나"와 관련된 신문 기사, 공식적 문서, 비디오 파일 등을 잔뜩 내려놓는다.


저런 식의 적대감은 처음 겪어봤다.

앙겔라도 잭도, 나를 잘못 골랐다.



소녀와 내가 비슷한 점은 단 하나뿐, 큰 사고를 당했다는 것, 그리고 이에 따른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고에 대한 기억은 고통스럽다. 언제 내가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감은 지금도 나를 억누른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그녀에게 있는 마음의 상처는 상처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내 앞에서 실례를 한 그녀. 그녀의 등에서 비참함, 굴욕감과 함께 어떤 위태로움을 느꼈다.

그것을 알아내야 한다.


나는 가장 위에 있는 서류부터 집어들고 꼼꼼히 읽기 시작한다.



*



"하아..참.." 마지막 서류를 내려놓으며 기지개를 켠다.

사람들은 내가 유령이 된 채 나타나자 나를 되돌려놓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썼다.


"우리는 널 되돌려 놓을 거야. 우리만 믿으렴."


다시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나에게서 새로운 능력을 발견해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새로운 삶에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세상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난 나를 도와준 세상에 보답하기 위해 영웅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다르다. 마치 티비 속의 아이돌처럼, 아이는 숭배를 받으며 살아왔다.


천재적인 지능과 아름다운 외모. 사람들은 그녀의 성공을 당연시 여겼다.

그렇기에 그녀의 실패에 대해서도 당연히 질타를 했다.


그녀를 지지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골칫덩이인 그녀를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은 사람만 있을 뿐.


너무 외롭잖아.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계를 본다. 아이는 이미 잠에 들었을 시간이다.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빈다. 그제서야 몸이 피곤하다는걸 느낀다.


내가 널 일으켜 세워줄게. 내가 너의 세상이 되어, 새로운 첫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

쇼파에 등을 기대며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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