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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D에 의한 발작이에요."
"PTSD? 꼬맹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어?"
"여기 관련 서류에요. 당신에게는 이게 제공되지 않았나보네요."
귓가에서 치글러 박사와 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고 싶은데 너무 무거워 떠지지 않는다. 몸 속의 피가 납으로 된 것 마냥 몸이 무겁다. 큼큼, 냄새를 맡으니 여기는 언니와 내 방이다. 손에 링거가 매달린걸 보면 박사님이 내 방에서 나를 치료해주셨나 보다.
"뭐야 이거? 지금 한국은 이런 애를 전쟁에 투입했던거야?"
"그 당시 한국에서는 인력이 부족했어요. 그리고 시뮬레이션 결과 또한 지나치게 좋았죠. 일단 큰 문제를 해결하는게 우선이었을거에요. 그리고 실제로 하나양은 이런 식의 큰 발작을 일으킨 적이 없었구요. 속으로 참고 있었겠죠."
"그래도 이건 말이 안돼! 이런 애는 싸울 수 없어!"
"알아요. 저도 그래서 상부에 여러번 건의를 했었죠. 모리슨 또한 저의 생각에 동의했구요. 하지만 레나, 우리는 인력이 부족해요. 저도, 그리고 당신도. 우리 모두 PTSD 하나는 가지고 있잖아요."
"...."
레나 언니의 목소리가 없다. 누군가가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가 난다. 약기운 탓인지 다시 잠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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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자기야. 일어났어?"
손 끝에 보드라운게 느껴진다. 언니가 내 손을 자기 볼에 부비고 있나보다.
"응..언니이..."
너무 오래 잤는지 목에서 갈라진 소리가 난다.
눈을 뜨자 언니의 얼굴이 보인다. 눈이 빨갛고 살짝 부은것도 같다.
"언니, 울었어?"
내가 큼큼대며 말을 하자 언니가 내 입에 빨대를 물려준다. 내가 물을 마시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본다. 내 손만을 계속 조물거린다.
"언니.."
"자기야. 이 일이 좋아?"
"응? 무슨 말이야?"
"자기, 이거 그만두면 안돼? 자기가 스스로 나가는건 어떨까? 이건 위험하고... 아, 자기 대학에 가는건 어떨까? 저번에 앙겔라 언니의 책을 보고 흥미도 느꼈잖아. 그래. 공부는 어때?"
언니가 횡설수설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다시 언니의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언니.. 나는 요즘 언니를 지키기 위해 싸워. 내가 불안해서 언니를 놔두고 나가겠어?"
"그럼 같이 나가자. 나는 그냥 일하고, 자기는 공부하고. 한국이든 영국이든, 아님 제 3의 나라여도 상관없어."
"그거 안되는거 언니가 더 잘 알잖아. 언니는 못해."
언니의 눈이 커진다. 잠깐 숨을 참으며 나를 본다.
"언니가 말했지, '한 사람이라도 이런 일을 당하지 않게 싸울거야.'라고. 언니는 정의의 영웅이야. 영웅은 싸우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지."
크게 뜬 언니의 눈에서 뚝, 하고 눈물방울이 떨어진다. 손이 무겁지만 그 손끝으로 언니의 눈물을 닦아준다.
"이런건 영웅같은게 아냐. 나, 난..그냥 네가 힘들지 않았음 좋겠어. 그냥.. 아무 기억 없이, 나랑 있었으면 좋겠어."
한번 터진 눈물은 멎질 않는지 언니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얘기한다. 언니도 알 것이다. 언니도, 그리고 나도 이곳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쉬잇...나는 언니의 손등을 두드린다.
한참 울고난 후, 언니는 고개를 든다. 퉁퉁 부은 눈에는 무언가 결의가 담겨 있다.
"나에게 네 이야기를 해줘. 나도 너의 힘든걸 같이 짊어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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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를 하는데엔 몇일이 걸렸다.
다리와 팔을 비롯한 이곳저곳에 총에 의한 상처가 있었으니 작전에 참가할 수는 없었고, 언니는 그 시간 내내 나와 함께 있었다.
언니는 침대에서, 나무 밑에서, 쇼파 위에서, 볕이 좋은 건물 옥상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나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앉히고 머리를 몸에 기대게 해서 얘기를 들었다.
언니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내가 혼자 넋두리하는거 같아 얘기를 하는건 수월했다. 하지만 간간히 그 끔찍한 기억의 단편이 나를 괴롭혔다.
몸을 떨기도 하고 숨을 가쁘게 쉬기도 했다. 그때마다 언니는 나를 안아주며 괜찮다. 사랑한다. 이야기를 해줘서, 살아남아줘서 고맙다. 라고 말했다.
언니 또한 어떨땐 몸을 가늘게 떨기도 했다. 간격을 두고 떠는게 언니도 우는거 같았다. 그럴때마다 나는 언니의 손을 잡아줬다.
"...그날 내가 총을 맞으며 건물의 잔해를 헤집은거요. 언니가 못나갔을거라 생각했어요. 언니라면 잔해들 속에서 가뿐히 도망칠 수 있었을텐데, 순간 그 생각은 안나더라고요."
길고 긴 옛 이야기를 끝내며 나는 그날의 이야기를 얘기한다.
"언니를 두고 또 도망갈 수 없었어요. 누군가를 또 죽게 놔두고 싶진 않았어요."
긴 침묵이 흐른다. 언니는 말 없이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사실. 너는 누군갈 살렸어, 자기."
언니가 주머니에서 사진을 한 장 꺼낸다.
사진 속, 다리에 붕대를 한 아이가 우리를 향해 웃고있다.
"그날, 자기와 내가 구한 아이야. 자기가 그렇게 적들의 공격을 막아주는 사이에 아이는 빠르고 안전하게 의사들에게 갈 수 있었어."
뚝, 내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이 아이는 자기에게 고마워하고 있어. 자기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살기위해 도망치던 소녀가 아니야."
눈물이 마구 쏟아져서 숨을 쉬기가 힘들다. 우느라 어깨가 심하게 흔들린다.
언니가 뒤에서 가만히 나를 안고 흔들어준다. 쉬이... 우리 꼬맹이가 힘들었구나...
고마웠다. 예전처럼 그 누구도 구하지 못하고 도망치지 않게 되어서 그 아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구원을 받은 느낌이었다.
지금 내 등 뒤에서 나를 가만히 흔들어주며 함께 울어주는 언니, 그리고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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