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시우(@GaruOverwatch)님의 썰을 참고했습니다 : http://garuren.tistory.com/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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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쁫츄!"
"아이고, 재채기가 심하네. 자, 자기. 흥!"
"내가 애에요, 내가 할게."
하나가 내 손에서 휴지를 빼앗아간다. 목소리가 아주 걸걸한게 라인하르트 같다. 핑 하고 코를 푸는데 귀여우면서도 안쓰럽고 힘들어하는 애를 귀여워한다는 나에 대한 배덕감이 든다.
삼일 전, '메이언니에게서 빌려왔어요!' 하면서 하나가 냉각총을 가지고 왔다. '자기. 빌려온거야, 슬쩍한거야?' 라고 묻자 '쪽지는 남겼으니 빌려온거죠-' 하면서 놀러 나가는 하나를 막지 못했다.
솔직히 그 냉각총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에 하나를 막지 못하고 결국 나도 가지고 나와서 같이 장난을 쳤다.
하나가 '나만의 겨울왕국을 만들고 싶어요-' 라면서 메이 흉내를 내는게 너무 귀여웠웠고 결국 나도 하나도 여기저기에다가 냉각총을 쏴대며 놀았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는걸 그땐 잊고 있었다. 신명나게 놀다 보니 어느새 옷은 축축하게 젖었고, 치글러 박사에게 잡혀 뭐하는 짓이냐고 혼난 후에는 그 옷이 몽땅 말라 있었다.
다음날부턴가, 아침에 일어나는 하나의 목소리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큼큼, 큼큼, 거리고 돌아다닐때 진작 박사에게 데리고 갈걸. 박사님께 가자니까 싫다고 도망가는 녀석을 기여코 붙잡을걸.
감기는 오늘 절정에 달한 듯 하다. 얼굴도 발갛고 뜨근뜨근. 콧물은 줄줄.
안되겠어서 억지로 앙겔라에게 끌고 간다.
"정확한...감기네요. 38.9도. 심한데? 일단 약은 지어줄게요. 주사 한대 맞고 가는건 어때요?"
덜 힘들텐데... 하면서 앙겔라가 주사를 꺼내든다. 하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안맞을래요."
"자기야."
내가 달래는 명목으로 제압하기 위해 몸을 일으킨다.
그와 동시에 하나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날 쳐다본다.
"나 주사 싫어. 주사 맞으면 더 아플거야. 약도 잘먹을거니까. 응? 쁫츄우!"
눈꼬리까지 내리면서 나를 올려다본다. 아. 이러면 내 맘이 약해지는데... 옆에서 치글러 박사가 못말린다는 듯 한숨을 쉰다.
레나양은 하나양에게 약해요. 그럼 안되는데...
주사를 집어 넣으며 메르시는 하나에게 약속을 받는다.
"그럼 오늘 하루는 집에서 푹 쉬어요. 따뜻하게 이불 덮고. 잘 먹으세요. 레나도 옆에서 장난치지 말고 잘 돌봐줘요."
둘만 붙어있으면 꼭 사고치잖아요. 라고 그녀가 덧붙인다. 억울하긴 한데 반박할수는 없다.
그 순간, 스피커에서 모리슨의 목소리가 들린다.
"긴급한 일이 생겼다. 모두 회의실로 모이기 바란다. 다시 한번 말한다, 긴급한 일이 생겼다. 모두 회의실로 모이기 바란다."
아. 하필이면.. 오늘같은 날 긴급소집이라니.
"박사, 나는 못간다고 전해줘요."
"아..네, 알겠어요."
별일이군요, 당신이 빠지다니. 하면서 박사는 서둘러 방을 빠져나간다.
"언니 가봐야 하는거 아냐?" 라고 하나가 묻는다. 그렇게 기운없는 얼굴로 말해봤자 설득력 없어, 꼬맹이.
"오늘은 자기 돌보는게 내 최우선 임무야."
하나를 부축해서 방으로 돌아간다.
침대에 눕히려고 하자, 게임할거야. 라며 쇼파로 간다. 하나가 하도 뒹굴거리는걸 좋아하니 쇼파는 넉넉한 것으로 사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짐가방에서 전기장판을 꺼내 쇼파에 깔고 침실에서 이불을 가지고 온다. 방의 온도도 충분히 맞춰놓고 물병을 가져다가 쇼파 옆 탁자에 둔다.
"물 많이 마셔야 한대." 물잔에 물을 따라서 하나에게 건넨다. 하나가 물잔을 들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언니, 가봐."
"뭔소리야. 내 임무는 오늘 자기를 돌보는 거라니까."
"그냥 감기야. 약 먹고 한숨 자면 낫는거. 그리고 나는 다섯살짜리 애도 아니고 혼자서 있을 수 있어.
그런데 나도 안가는데 언니까지 안갔다가 누구 하나 다치면 내 마음이 불편할거 같아."
하나가 뚫어져라 나를 쳐다본다. 그런 핑계를 대면 내가 안갈수 없잖아.
"어서 갔다 와. 언니가 가야 일이 빨리 끝나지. 응?"
"그럼 갔다올게. 아프면 연락 주고."
볼에 뽀뽀를 한다. 가면서도 기분이 찜찜하고 하나에게 미안하다.
잘 다녀와- 하면서 그녀가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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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먹고, 게임을 좀 하다가 약기운에 잠이 든 것 같다.
꿈을 꿨다. 어렸을때 처음 한 게임에서 졌던 일, 옴닉이 바다 위로 올라와 무인 메카들을 조종했던 일, 다친 많은 사람들. 죽은 사람들. 레나 언니가 다친 일.
안좋은 꿈에서 깨려고 버둥대지만 약기운은 계속 나를 꿈 속에서 가위눌리게 한다.
그리고 그 꿈에서 깨어나오게 한건 지끈거리는 두통과 내 몸의 열기 탓이었다.
"하아...큼큼... 언니 있어?"
하늘은 벌써 까매졌다. 언니 목소리가 없는걸 보면 아직 들어오지 않았나보다. 위험한 일이 아니었음 하는데...
지끈지끈. 입술에 닿는 날숨이 뜨겁다. 목 안쪽도 쓰리고 뜨겁다. 이마도 뜨겁다. 근육 하나하나가 뜨겁고 욱신거린다.
언니가 난방을 빵빵하게 해놔서 공기가 후텁지근할텐데 내 뺨에 닿는 공기는 차다. 보통 감기가 아닌거 같다.
"약...약.."
약을 먹으려고 협탁으로 손을 뻗는다. 손을 이불에서 빼내는건 어찌 되었는데, 협탁으로 손이 가질 않는다. 손이 바들바들 떨리다 결국 이불 위로 떨어진다.
혼자서 있으니 괜히 서럽다. 감기인걸 아는데 이러다 내가 죽을까봐 무섭다.
"언니...언니... 레나언니.."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언니를 부른다. 전투 중 언니를 부르면 늘 귀신같이 내가 어디있는지 알아채고 왔으니 이번에도 올수도 있어.
"언니...언니..."
바보같긴. 언니는 이걸 못들어. 못 와. 지금 언니는 밖인걸.
"언니...언니... 흑흑흑.."
눈물이 난다. 왜 늘 오던 사람이 안오지. 무슨 일 있나.
내가 이렇게 아픈데 왜 안오는거야. 와서 내 이마좀 짚어줘. 열이 많이 난다고 호들갑 떨어줘. 약도 갖다주고 날 좀 안아줘. 언니 냄새 맡으면 좀 나을거 같은데.
"언니...언니..으엉엉.. 언니..."
결국 소리를 내서 울고 만다. 언니가 안와서 무섭고 언니가 야속하고, 아픈게 너무 무섭다. 머리도 아프고 몸도 아파. 언니..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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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차가운게 닿았다. 볼에도 차가운 공기가 닿아서 기분이 좋아 눈을 뜬다.
눈 앞에 언니가 있다. 이마에도 땀이 송글송글. 놀란 눈으로 나에게 뭐라고 말한다.
제대로 들리지 않아 언니, 내가 얼마나 언니를 찾은줄 알아? 근데 왜 이제와.. 언니 나 많이 아팠어.
하고 싶은 말은 엄청 많은데 눈물만 나온다. 언니의 전투복 자켓을 붙잡고 운다.
언니가 손을 떼려고 한다. 가지마 언니. 내 옆에 있어줘. 가지마.
별것도 아닌 일이 생각보다 늦게 끝났다. 짜증이 난다. 숙소에 아픈 토끼가 있는데. 내 속을 모르는지 모두들 늦장을 피운다.
모리슨이 해산 명령을 내렸을때엔 평소보다 더 서둘러서 뛰어왔다. 자주 시간 가속기를 쓰면 안된다고! 하는 윈스턴의 말을 무시하고 층계를 순간이동으로 오른다.
돌아왔을때 하나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숨도 거칠었다. 많이 아픈거 아냐? 저녁약 먹었나? 걱정이 되어 무심코 이마를 짚어봤다. 따끈따끈 수준이 아니라 뜨끈뜨끈이다.
박사에게 보여야겠네. 하고 깨우려는데 하나가 눈을 뜬다. 처음에는 초점도 없이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눈에 눈물이 고이고 뚝뚝 떨어진다. 미안해, 언니가 미안해.
"미안해 자기. 내가 늦게왔지. 저녁은 먹었어?"
물어보는데도 하나는 대답 없이 울기만 한다. 손을 뻗어 내 자켓을 움켜쥔다.
먼지 투성이야. 잠깐, 잠깐 갈아입고 올게. 하는데 흑흑흑,하고 어깨를 떨며 운다.
"잠깐. 잠깐이면 돼."
전화를 집으려고 하나의 손을 자켓에서 뗀다. 박사, 박사 연구소 번호가 몇번이었지. 이럴때 머리가 안돌아가다니. 레나 옥스턴, 이 바보 멍충아.
"언니.. 언니.. 가지마.. 언니..."
하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하나가 나를 향해 손을 뻗는다. 손 끝이 부들부들 떨린다.
박사를 부르는것보다 얘가 우선인거 같다.
한번 더 순간이동을 사용해서 방으로 간다. 이 먼지투성이 옷을 빨리 벗어야 하는데 손이 떨린다. 반바지를 입고 티셔츠에 머리를 쑤셔박는다. 휴대전화를 집어들고 다시 한번 가속기의 힘으로 하나 옆으로 간다.
"언니 여기 있어, 자기야.. 그만 울어. 울면 머리아파.. 울지마, 울지마. 쉬이이..."
내 품에 하나를 품는다. 후끈, 하는 열기에 등에서 땀이 솟아나는 느낌이다. 40도 가까이 될거 같은데. 빨리 박사를 불러야 하는데 하나가 내 품에 머리를 부비적댄다.
강아지같아.. 하는 생각이 들며 얘를 오늘 하루종일 혼자 뒀음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나가 알 수 없는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어투로 보건데 오늘 혼자 둔 것에 대한 투정같다. 아무래도 많이 서러웠나 보다.
"미안.. 늦게와서 미안...간지러, 간지러 하나야."
머리카락이 간지러워서 하나의 머리를 쓸어준다. 하지만 내 배, 가슴, 허벅지에 머리를 비빈다. 시원한 느낌이 좋은가.. 결국 머리만 쓸어넘겨주고 박사에게 전화를 한다.
박사는 오늘 임무에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느라 바쁘다고 한다. 꼬맹이가 아프다니까! 하고 소리를 지르자 최대한 빨리 가겠다며 일단 급한 열부터 내리게 약을 먹이라고 한다.
"하나야.. 자기, 약 먹자.. 약.."
부비는것도 지쳤는지 꼬맹이가 멍하니 내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다. 약을 입가에 가져가자 싫다는듯 으으응, 거리며 얼굴을 허벅지에 묻는다.
아..어떻게 한다...
물컵과 약을 손에 쥐고 고민한다. 약을 하나에게 먹여야 한다.
어떻게든 이 약이 하나의 목을 통과해야 해. 그래야 열이 떨어지지.
하나야.. 하고 불러 하나가 잠을 자지 않도록 한다. 약을 내 입에 넣고 물을 머금는다. 하나의 입술에 내 입을 맞댄다. 시원한 내 입술이 기분좋은지 정신없이 입을 맞대고 혀도 넣으려고 한다.
그 때, 내 입에 있던 약을 하나의 입 안으로 넣는다. 시원한 물이 들어가서 기분이 좋은지 꼴깍 하고 물을 넘긴다. 입이 쓴지 꼬맹이가 인상을 찌푸린다. 다시 물을 머금고 그녀의 입 안으로 물을 넣어준다.
하나가 진정을 하고 내 품에 기대자 하나를 품에 안고 침대로 옮긴다. 혹시 하나가 땀을 흘려 이불이 젖을지도 몰라 침대에 새 시트와 이불을 깔았는데,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옷을 속옷만 남기고 벗겨 다시 내 품안에 넣는다. 보송하고 시원한 이불이 몸에 닿자 기분이 좋은지 하나가 한숨을 내쉰다.
허벅지를 굳이 베려고 해서 결국 나는 앉은 채 하나를 다리 사이에 눕힌다. 목이 아픈지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본다.
눈으로 수많은 말을 하는듯 하다. 나 오늘 무지 아팠어. 언니가 엄청 보고싶었어. 혼자 있어서 무서웠어. 그래도 언니가 와서 다행이야. 와줘서 고마워.
"미안.. 언니가 늦게 왔지? 미안.. 자도 돼. 언니가 있잖아. 자기가 잠 자고 일어날때까지 옆에 있어줄게."
가슴을 토닥인다. 조용히 어렸을적 어머니께서 내가 잠들때 불러주던 자장가를 흥얼거린다. 몸을 좌우로 살짝살짝 흔들어주자 하나는 이내 잠에 빠진다.
그렇게 울었으니 피곤하지... 미안해.. 혼자둬서 미안해 자기야. 아프지마.
앙겔라가 온 것은 하나가 잠들고 난 후였다.
열을 재보니 40도까진 아니어도 꽤 높았다. 하나의 팔에 링거를 꽂아준다. 얇은 손등에 굵은 바늘이 들어가자 마음이 쿡,하고 쑤시다.
다 내탓인거 같아 속상하다.
"당신 탓이 아니에요 레나."
"그래도.. 진즉에 좀 고집을 부려서 요 꼬맹이를 박사에게 데리고 왔었어야 했어.."
"이렇게 지금 잘 돌봐주는걸요. 봐요, 아기처럼 자고있잖아요. 그런데 의무실로 안 데리고가도 괜찮겠어요? 여기서 당신이 간호하긴 힘들텐데.."
고개를 젓는다. 오늘 내가 잘못해서 더 아픈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하루종일 날 기다린걸. 눈 떴는데 내가 없으면 또 울거야. 같이 있어줘야해."
못말리겠네요. 힘내봐요. 하곤 박사가 떠난다.
박사가 떠나고 하나가 잠에 완전히 빠진거 같아 잠시 화장실에서 수건에 물을 적셔온다.
오늘 땀을 줄줄 흘렸을 하나의 이마를 팔을, 다리를, 가슴을 수건으로 닦아준다.
등도 닦아주고 싶은데 깨워야겠지. 결국 수건을 놓고 하나의 옆에 누워 팔베개를 해준다.
잠결일텐데도 내 손이 몸에 닿자 꼬옥, 하고 잡는다. 그녀가 잠꼬대로 언니. 라는 말을 한다.
"쉬이..여기 있어. 자기 혼자 둬서 너무 미안... 아프지 마. 내가 너무 속상하잖아.
차라리 건강하게 나에게 화내는 꼬맹이가 더 좋아. 내일은 말끔하게 나아서 나에게 투정부려줘. 사랑해 하나야. 우리 토끼."
하나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차라리 내가 아픈게 낫겠다.
내일은 부디 깨끗하게 낫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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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꿈을 꿨다. 꿈속에서 언니는 나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잠깐씩 잠에서 깼지만 옆에서 레나언니 냄새가 나 금방 잠들 수 있었다.
일어나자 침대 위였다. 옆에는 언니가 있었고 팔에는 수액이 들어가고 있었다. 언니가 옮겨준거구나.
몸이 개운했다. 언니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언니가 부스스, 하고 눈을 뜬다.
"자기 일어났어? 몸은 어때?"
"응 훨씬 나아졌어."
다행이다.하며 언니가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근데 언니...
"목소리 이상한데..언니."
큼큼, 하고 언니가 목을 가다듬는다. 아아아- 하지만 언니 목소리는 조금 쉬어있다.
"그러고 보니 얼굴도 약간 빨갛고...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니 살짝 미열이 있다.
.....
.....
"언니. 가자. 박사님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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