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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꽤 평범한 학생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교복 차림으로 친구들과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고, 시간이 더 남으면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그렇게 평범한 일상이었다. 공부를 못하는 편이 아니었으나, 게임에 소질이 있었으므로 한창 게이머로서 활약을 하고 있었으며 점점 세계 랭킹에 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평소와 비슷한 여름 날이었다. 교실 창 밖에서는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댔고, 학교의 에어컨이 단체로 고장이라도 났는지 교실은 찌는 듯 더웠다.
너무 더워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었는데도 힘들어서 꾸벅꾸벅 잠이 쏟아졌다.
그리고 갑자기, 스피커에서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아닌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울려댔다.
가슴이 쿵쿵쿵, 하고 뛰는 사이렌 소리에 애들은 웅성거렸고 선생님은 우리를 진정시키려고 사이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자리에 앉아! 조용히!'
스피커에서 학년부장 선생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모두 체육관으로 대피하라고 했다. 사정은 그곳에 가서 알려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웅성거리는 아이들 틈바구니에 껴서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수업을 땡땡이칠수 있다고 웃는 아이가 있었고 핸드폰의 전파가 터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아이들이 있었고,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좁은 체육관에 모여 있다고 짜증을 내는 아이들도 있었다.
핸드폰의 전파가 터지지 않아 부모님에게 문자도 날리질 못했다. 라디오나 인터넷, 어느 것도 작동하지 않았다.
귀를 찢는 사이렌 소리는 멈추지 않고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머리가 아파왔다.
그 순간, 체육관 바닥이 심하게 울렸다. 천장의 전구들은 서로 부딪힐듯 흔들렸고, 벽은 마구 떨렸다.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발작적인 웃음, 허세를 부리는 남자애들의 워어어- 하는 소리.
쿵, 쿵. 처음에는 넓은 간격을 두고 울리던 바닥이 이제는 몇초 간격으로 울렸다. 그 사이에 전구는 꺼져버렸고 몇몇 전구들은 서로 부딪혀 깨졌다. 유리조각을 맞은 아이들은 피를 흘렸고, 유리를 피하려 애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깔려서 다친 아이들도 생겼다.
그 사이에 나는 어느새 체육관의 문가에까지 밀려났다.
그리고 그 다음은 마구 잡음이 섞인 티비 화면같다.
갑자기 체육관 안쪽부터 천장이 무너져내렸고 그 틈으로 보이는 하늘은 연기로 새까맸다. 그리고 그 연기 너머에 거대한 로봇-메카-가 있었다.
수년 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남해의 옴닉 사태에서 무인 로봇이 옴닉들을 물러나게 했다고 한다. 근데 그 메카의 총구가 체육관의 바닥을 향했고, 순식간에 총구가 불꽃을 뿜었다.
놀라 머리를 감싸고 바닥으로 엎드렸다. 한참 후, 총구에서 불꽃이 멈췄다. 미칠듯한 정적. 살며시 몸을 일으킨다. 바닥은 붉은 액체로 범벅이었다. 저게 뭐지? 하는 것도 잠시, 비릿한 냄새가 콧 속을 가득 채웠다.
도망쳐!
네 발로 기듯이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순간, 그 애와 눈이 마주쳤다. 옆 반의 아이었다. 인사도 한번 한 적은 없지만 얼굴은 알고 있다. 그 애의 머리에서는 피가 나오고 있고, 한쪽 팔은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다.
정상적인 팔로 나에게 손을 뻗는다. 구해줘야 해! 하면서 그 애에게 가려는 순간, 쿵, 하면서 메카가 바닥으로 내려왔다. 메카의 총구가 그 애를 향한다.
저기로 가면 나도 죽어.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도 모를 힘으로 문을 열고 도망나왔다. 내 등 뒤로 탕탕탕탕! 하는 총성이 들리고 그 총성이 내쪽으로 가까이 오는게 느껴진다.
앗, 하는 순간 다리에 뜨거운 고통이 느껴진다. 바닥으로 고꾸라진다. 살고싶어.라고 생각한다.
정신을 차렸을때 가장 처음 인지한 감각은 후각이었다. 피 비린내와 달걀이 썩은 냄새. 그 다음은 촉각. 후끈하고 습한 느낌. 그리고 청각, 파리들이 왱왱대는 소리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마지막으로 시각이었다. 어두침침한 병원의 천장.
다행이 총알이 내 다리를 스쳐서인지 찢어진 살을 꼬매는 간단한 처치만을 받으면 되었다. 하지만 화상을 입은 사람, 다리가 없어진 사람. 내 양 옆의,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은 심각하게 다친 사람들이었다.
파리들이 사람들의 상처에 붙어 알을 낳고, 그곳에서 구더기가 끓었다. 그나마 경상이었던 나는 그 병원에서 의사들을 도왔다. 내가 할 수 있는건 거의 없었다. 썩어가는 살에서 구더기를 떼 주고 파리를 쫒는다. 피에 절어 썩은내가 나는 붕대를 소독약에 담근다.
왜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지?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었지만 정부에서는 '왜 메카가 민간인을 공격했는가, 현 사태를 외부에 어떻게 포장을 해야 하는가.'로 논의 중이었고 해외의 원조를 거부한 상태였다.
몇날 몇일을 병원에서 있으니 감정이 무뎌져 가는 느낌이다. 엄마와 아빠가 보고싶다. 병원의 허락을 구해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병원에서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들이 건네준 서류에 따르면 부모님이 계신 아파트는 메카의 폭격으로 무너져 내렸고,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 중 생존자는 나뿐이라고 한다.
그래도 고집을 부려 집이 있었던 곳으로 가 본다. 부스러진 콘크리트 더미 간간히 온갖 가전들이 부서져 있다. 사람들이 그 무더기에서 시체를 꺼낸다. 시체는 가만히 두면 썩어서 병을 일으키기에 꺼내자 마자 소각장에서 태운다고 한다.
부모님의 외동딸인 내가 마지막으로 받은 부모님의 유품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사망신고서 두 통을 받았을 뿐이다.
잘 곳이 없었으므로 병원으로 돌아가 잠을 잔다. 코를 얼얼하게 하는 썩은내도, 매일 매일 죽어 나가느라 바뀌는 옆 침상 환자의 죽어가는 신음소리도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던 중, 육군에서 사람이 왔다. '자네가 프로게이머 송하나인가?' 하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을 하자 나를 데리고 가까이에 있는 육군 부대로 간다.
큰 건물은 깨끗하게 빛이 났고 에어컨이 나오고 있었다. 방향제 냄새가 오히려 낯설어 코와 눈이 찡했다. 익숙한 썩은 냄새가 나서 어디서 나는거지, 하고 찾아보니 내 몸에서 나고 있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나는 비싼 쿠키와 커피를 대접받았다.
[남해에서 다시 옴닉들이 올라왔네, 이번 옴닉들은 전파를 통해서 무인 메카를 장악하고 그것을 자기들의 전력으로 삼고 있네. 때문에 유인 조종 메카를 제작하고 탑승자를 찾고 있네. 하지만 우리 군대의 인력은 부족하지.]
수 많은 서류에 서명을 하고 나는 육군 본부에 적을 두게 되었다.
훈련은 없었다. 단 한번의 시뮬레이션 전투 후, 나는 메카를 몰게 되었다.
더운 공기와 공기 속에서의 썩은 시체 냄새. 아무렇지도 않았다. 처음 메카를 전쟁터에 타고 갔을때, 내가 발로 밟고 있던 잔해 밑에서 뭉게진 시체가 나왔을때는 놀랐지만 그 다음부터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대신 그 후부터 한동안 내 머릿속에 병원에서 내 옆 환자의 신음소리, 잔해 밑에서 배어나온 피가 떠올라 머리를 두 팔로 감싸고 몸을 웅크리고 자는 버릇이 생긴다.
나는 도망친게 아냐(맞아.).
그저 내가 살아남기 위해, 좋은 환경에서 밥을 먹고 씻을 수 있게, 이 기계들을 바닷속으로 수장시킨다.
그게 내 할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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