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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벌칙

레나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레나가 하나보다 더 좋아하는게 있으니, 그것은 하나를 놀려먹는 것이다.
작은 것 하나를 톡, 하고 건드리면 마치 스프링을 건드리듯 파르르.. 하고 떠는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

그리고 오늘, 하나가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는 지금. 레나는 하나를 놀릴 작전을 하나 더 생각해낼 수 있었다.

화장실 문 앞, 하나가 자신의 속옷과 실내복을 정갈하게 개켜서 넣어놓았다. 물론 입고 온 옷은 화장실 밖에 있는 빨래바구니에 넣은 상태이다.

이때다, 레나는 조용히 빨래바구니를 치우고 하나의 옷들을 모두 가져가버렸다.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 레나는 이 시간이 너무도 즐거웠다.
마치 어린왕자의 여우가 네시에 어린왕자가 온다면 세시부터 즐거워하듯. 레나는 하나가 장난에 파르륵, 짜증을 내기 전부터 가슴을 두근거리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샤워기 물 소리가 끊기자 레나의 심장은 쿵쾅쿵쾅 두방망이질을 한다.(10...9...8)

문이 살짝 열리고 촉촉한 하나의 손이 화장실 바닥을 더듬는다.(7...6...5)
더듬,(4...) 더듬.(3...) 더듬더듬더듬더듬...(2...1...!)

"언니이이!!!!"

아, 짜릿한 느낌. 하나가 짜증을 낸다.

"언니! 내 옷!!!"

이때가 하이라이트이다. 순순히 옷을 주면 안된다.

"글쎄? 자기가 옷 가져갔잖아?"

"아아아--- 그러지 말고 옷!!!"

"언니는 모르는 일이야, 꼬맹이."

"옷 내놔!!!"

하나의 머리속의 분노 게이지가 차는 것이 보인다.(65%)

이때는 아직 더 놀려먹어도 좋을 때이다.

"하나 양, 부탁을 할 때에는 상냥한 목소리로 해야죠."
온화한 치글러 박사의 목소리를 흉내낸다.

조용히, 샤워실 안에서 하나가 화를 삭히는 소리가 들린다.

"언니, 옷좀 갖다 주세요."

"옳지. 하나양은 착하군요."

속옷을 가져다가 화장실 앞에 놓는다. 물론 하나가 기대하는 속옷은 아니다.

"이게 뭐야!!!!"(80%)
그녀가 받은 속옷은 내가 미리 사둔 망사 속옷이다.
앞은 망사로 되어 있고, 뒤는 끈으로만 되어 있는 아주 단촐한 속옷. 브래지어도 마찬가지이다. 화려한 꽃 자수와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려 

"속옷."

"이거 어디서, 아니 또 어디서 산거야!!"(85%)

내가 아무 말도 없자 하나가 욕을 퍼붓는다.

"이 변태언니! [바보! 똥개! 말미잘! 해삼!]...으아아아아!!!"(87%)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욕들을 한바가지를 하더니 이번엔 나를 회유하려고 든다.

"언니이- 나 이거 못입는데."

"왜 못입어. 내가 이거 입는 사람들 봤는데 자기야. 진짜 이뻐. 괜찮아. 사람 입으라고 만든거인걸?"

하나가 숨을 씩씩대는게 여기까지 들린다.(99%) 아무 말도 없는게 포기한듯 하다.(100%)
자, 이제부터가 본방송이다. 핸드폰 카메라를 준비하고 연속촬영, 셋, 둘, 하나.

수많은 촬영음과 함께 속옷만 입은 하나가 찍힌다. 착착착착. 하나가 얼굴을 붉히고 화장실에서 나와 내 핸드폰을 확인하고 주먹을 쥔 후에 나에게 달려든다.
엄청나게 맞는걸 피하기 위해 순간이동을 한다. 꼬맹이는 요즘 내 도주 경로를 외우게 되었는지 후드를 잡힌다.
엇, 하는 사이에 뒤로 넘어가면서 휴대전화의 화면을 손으로 터치한다.

얼굴만은 맞지 않게 피하면서 뭔 일이 있었는지 화면을 확인한다.


"....하나야."

발로 나를 걷어차던 하나가 내 떨리는 목소리에 이상한지 발을 멈춘다.

"일났다.. 어떡해..."

하나의 사진을 오버워치 여성 단톡방에 올렸다. 순식간에 숫자가 사라진다. 숫자가 사라지는데에 비해 누구도,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숫자가 1만 남는다. 아마 그 1은 하나일 것이다.

으아아앙. 하나가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다.
이건 진짜, 진짜 미안하다.

"자기야, 내가 잘못했어. 혼내줘, 때려줘."

하나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아... 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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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후에 하나가 울음을 멈췄다. 하나의 원래 옷을 가져다주자 화장실에서 갈아입고 나온다.(200%)
나는.. 죄인이기에 무릎을 꿇고 있다.

"무슨 벌이든 감사히 받겠습니다."

"언니, 이런 상황일때 한국에서는 뭐라고 하는 줄 알아?"

"...."


[이 꽉 깨물어, 강냉이 나간다.] "이를 단단히 물지 않으면 치아가 손상될거야. 라는 뜻이야."

아아... 이를 꽉 깨문다.

하나가 내 뒤로 돌아간다. 뒤통수인가, 등인가, 엉덩이인가...!

"이이잇!"

하나가 내 고글 끈을 뒤로 잡아당긴다.
아아아. 이건 진짜 무섭다고. 눈이 튀어나올거 같다.

"잘못했어요 디바언니! 눈이 튀어나올거 같아요! 용서해주세요!"

"이런거에 사람 눈은 안튀어나와!"(150%)

"잘못했어요 하나언니! 용서해주세요!"

"다시는 그런 속옷 사올거에요, 안사올거에요?"(100%)

"안사올게요, 안사올게요." 

"안사올거 맞죠?"

"네.. 네.. 그러니 자비ㄹ..!!"

자비를 구한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나가 고글을 놔버린다. 퉁!하고 뒤통수를 끈이 강타해서 몸이 앞으로 튕겨나간다. 와자작, 하는 소리가 난다.

"언니! 괜찮아?"(00%)

아아... 아파.. 눈물이 찔끔 나온다. 그래도 화는 다 풀린거 같다.
몸을 일으켜서 고글을 벗는데, 주륵. 코에서 뭔가 후두둑 떨어진다.

"언니 코피!!"(-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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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는 생각보다 잘 멎질 않았다.
앙겔라에게 가자 코뼈에 실금이 간것 같다고 하고 코에 거즈를 쑤셔박는다.

"아아아..아파..."

"어쩌다가 코뼈를 다친거에요?"

하나가 손을 배배 꼰다.(-60%)
내가 먼저 선수를 친다.

"장난 좀 쳤다고 고글을 뒤에서 잡아당겼다 놨어. 고글이 깨졌다고."

"저런! 그런 장난은 치면 안되죠 하나양! 고글 파편이 눈에 들어갔으면 크게 다칠뻔 한걸요."

"근데 언니가..."

"언니가 아무리 하나의 속옷을 바꿔친다고 해도 하면 안되는거에요. 레나가 눈이 다치면 하나양이 더 속상할걸요?"

앞의 말에 하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지만 눈이 다칠뻔했다는게 하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 듯 하다.(-80%)

"네..잘못했어요." 하나가 고개를 푹 숙인다.(-100%)

하나의 표정은 진짜 미안한 듯 하다.
이러면 안되는데 또 가슴 속의 자학심이 발휘된다.


"아아아.. 아파... 히잉..."

"언니 미안... 아파?"

"무슨 일이야, 하나양이 또 때렸나?"

휴게실에서 늘어져 엄살을 부리고 있으니 토르비욘이 옆으로 와 나에게 묻는다. 아, 좋은 기회다.

"응, 내가 잘못한거긴 한데... 하나가 내 고글을 가지고 장난치다가 코뼈가 나갔어. 뭐 내 잘못이지."
성숙한 언니 연기를 하나 앞에서 부린다. 여기 중 나의 연기를 속을 사람은 없다. 하나 빼고.

"오, 그럼 안되지. 크게 다칠뻔 했네. 그만한게 다행이야."
토르비욘이 씩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리고 간다. 고마워요 아저씨. 나중에 한턱 쏠게요.

"언니...."

"응?"

"미안... 내가 언니에게 뭐 해줄거 없을까?"

해줄거라... 머릿속이 빠르게 뱅글뱅글 돈다. 이때야말로 큰걸 해야지.

"아 그럼 부탁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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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정말 이거면 되는거지?"

화장실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 그거면 돼. 나는 그거면 앞으로 3년은 웃으며 지낼 수 있을거 같아.

"나, 나간다..."

하나가 목소리를 떨며 나온다. 그에 맞춰서 나는 노래를 튼다. 요즘 나오는 신곡 중 가장 끈적끈적하고 관능적인 노래다.

하나가 천천히 나온다. 몸에 헐렁한 토끼옷을 입고 있다. 이거에 맞춰 그 귀여운 토끼옷을 적절하게 움직일수는 없을걸. 하고 나는 속으로 낄낄댄다.

근데 왠걸, 잠시 당황하던 하나는 서서히 옷의 단추를 푼다. 팔까지 벗어내리고는 허리에 소매를 묶고 내 무릎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내 무릎 위에서 천천히 랩댄스를 춘다.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진다. 하나가 내 옷의 단추를 하나씩, 하나씩 푸른다. 나도 모르게 목 뒤로 침을 넘긴다.

"자, 자기야..."

하나가 내 귀로 입을 댄다. 입에서 더운 바람이 훅, 하고 끼친다. 아... 이게 아닌데....

"큭...큭큭큭큭...."

어?

"큭큭큭큭큭! 푸하하하!! 지금 언니 얼굴 엄청 웃긴거 알아? 내가 그럼 나와서 막춤이라도 출 줄 안거야?"
하나가 내 어깨를 끌어안고 박장대소를 한다. 놀림 당한건가, 싶어 괜히 부끄럽다.

"아아..하하하! 그 얼굴..! 너무...바보같아.."
하나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데굴데굴 구르며 웃는다.

에잇. 하나 어깨를 잡아 누르고 입을 맞춘다.

"날 놀린건 알겠는데, 자기야. 나 못참겠어."

그대로 드러난 하나의 어깨에 입을 맞추고 이를 세운다.

방비를 하지 않은 자극에 하나가 숨을 들이마신다.

오늘, 우리의 밤은 길고도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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