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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센티넬버스 AU) Present - Prologue

이 글은 신쿤(@nerf171)님의 썰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 http://sinkoonote.tistory.com/15


"굳이 네가 갈 만한 곳은 아닌데. 예상되는 탈론의 요원 수도 열명 남짓이다."


낮은 목소리가 회의실의 바닥에 깔렸다. 그는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선글라스로 가려진 그녀의 눈은 굳이 선글라스로 가리지 않더라도 표정을 읽기 힘들었다.


"굳이 갈 만한 곳이 아니란 말은 가도 상관이 없다는 뜻이겠죠?"


마네킹처럼 공허한 눈빛을 가진 그녀가 마네킹과 같은 공허한 웃음을 짓는다.선천적으로 공감능력이 결여된 센티넬들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데에 서툴다. 

그런 그들이 "필요에 의해 웃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지금 그의 앞에 있는 그녀와 비슷한 웃음을 짓는다. 남들에 비해 도도한 센티넬이 부탁을 하는 것이라면 정말 필요한 것이겠지.


결국 그는 서류에 사인을 한다. 펜 소리만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는걸 알았다는 듯 레나의 얼굴에 미미한 미소가 띠어진다.

서류를 받아 든 레나가 흰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나가다 우뚝 선다.


"모리슨, 오늘 날짜가 어떻게 되죠?"


늘 같은걸 묻는군, 모리슨은 매번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역으로 그게 왜 궁금한지 묻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한숨으로 질문을 대신하며 모니터 한 구석을 내려다본다.


"2071년 8월 31일이군."


화악, 레나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나타나 모리슨은 흠칫 놀란다. 그녀가 저런 표정을 지을 수도 있던가?

고마워요 잭. 레나가 문을 열고 나간다. 딱.딱.딱. 규칙적으로 지팡이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모리슨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어차피 저 애에게 들을 수 있는 얘기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았어. 포기해.



***



<지금 대한민국 서울시에 탈론의 습격경보가 내려졌습니다. 모든 민간인들은 서둘러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안내합니다...>


다른 나라라면 사이렌이 울렸을 때 이미 도시는 텅 비어있을 터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서울은 달랐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이 재난경보보다 더 중요하다는 듯 행동했다.

시내의 광고판은 평소처럼 반짝였으며 도로는 차들로, 인도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다만 탈론과 정부군, 그리고 탈론에 대항하는 UN군이 있는 충무로 근처는 마치 다른 세계인 양 조용했다.

그 곳은 서울의 다른 지역과는 달랐다. 고요한 이 곳의 땅은 곳곳이 전투로 인해 부서져 있었으며 시신들이 널려 있어 전장 그 자체였다.


군인들이 총구는 한 사람을 향해 있었다. 그리고 그 군인들의 뒤에는 세 명의 센티넬들이 그 사람을 보며 전투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모든 사람들의 시선 끝에는 한 남성이 서 있다.


"리퍼, 순순히 투항한다면 살해는 하지 않겠다."


옆에 있는 요원이 리퍼에게 말한다. 정말 올 필요도 없었네. 하품을 하려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 미간을 찌푸린다.

서른명 가까이 되는 군인과 요원들의 숨소리. 그리고 그 앞에서 들리는 소리는... 분명히 웃음소리였다. 그 웃음소리는 썩은 내를 풍기는 사람, 즉 리퍼에게서 나오고 있었다.

수십명의 군인, 그리고 세 명이나 되는 센티넬을 앞에 두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위험한 사람이다. 본능적으로 레나는 몸을 긴장시켰다.


훅, 하는 썩은내가 가까이 오는 것과 동시에 시간을 가속해 뒤로 도망간다. 조금만 늦었어도 그가 내 손을 잡을 뻔했다. 손을 잡아서 뭘 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위험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뒤로 도망가자마자 다시 가속기의 힘으로 옆으로 몸을 구른다. 자신이 있었던 곳에 화염구가 떨어졌는지 훅 하고 열기가 옆에서 끼친다. 그와 동시에 요란한 총소리가 들린다.


분명히 한국에 온 탈론의 수는 10명이었다. 그 중 아홉은 단순한 군인으로 방금 한국군이 모두 죽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외의 센티넬은 없었다. 그건 자신의 예민한 감각이 자신있게 말 할수 있다.

거기다 자신에게 날아온 화염구를 던진 사람의 냄새는 익숙하다. 방금까지 자신의 옆에서 자신과 함께 상황을 지켜보던 센티넬이었다.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그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 바로 죽은거겠지.


곧바로 죽을 것을 알면서도 같은 부대의 부대원을 죽이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그러면 그의 능력은...


"조종사(Controller)구나."


센티넬 중에서 S+급에 속하는 능력. 다른 사람과 신체접촉을 하면 그 사람을 자신의 꼭두각시처럼 조종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짧은 시간에 리퍼는 다른 센티넬에게도 손을 뻗쳤을까.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로 피하자, 자신의 코 바로 앞에서 꽤 센 바람이 스쳐간다.

괴력을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원, 그마저도 리퍼와 신체접촉을 당했는지 자신을 향해 그의 무지막지한 주먹을 휘두른다. 그것을 몇 초의 간격을 두고 가속기의 힘으로 피한다.


군인의 소총소리는 권총소리와 한참 섞이더니 멈춰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있던 곳으로 권총이 쏘아지는게 느껴진다. 

팅, 하더니 가속기에 총알 한 대가 맞는 느낌이 든다. 가속기는 나에게 있어서 생명줄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가속기가 심한 충격 때문인지 불길하게 지지직거린다. 

놀라서 멈칫하는 사이에 목이 졸려진다. 호흡이 강제로 멈춰지며 머릿속에서 하얀 빛이 번쩍인다. 펄스건을 꺼내 그의 머리에 대고 쏜다. 팔에서 힘이 풀렸지만 혹시 모르니 가슴과 배에 두 발씩 더 발사한다.



저 멀리서 썩은내가 섞인 호흡이 느껴진다. 그가 나를 관찰하는게 느껴진다.


"장님인가. 보이지 않는 대신 다른 것은 예민하군. 중요한 능력은...그래, 너도 조종사구나. 나와 다르지만."

시간 조종사(Time Controller).. 그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능력이 어느정도일진 모르지만 쓸모는 있겠네. 하고 그가 말한다.


그가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르기에 섣부르게 행동을 취할 수는 없다. 그렇게 나는 그가 있는 방향을 노려본다. 그리고 내 귀에 그의 인이어에서 들리는 무전 내용이 들린다.


<목표물 추적 실패. 후퇴를 권유합니다. 다음 목표물을 찾으러 가는 것이 낫겠습니다. 대상이 있는 ㄱ...>


내가 그 무전에 귀를 기울이는걸 알았을까. 그가 인이어를 벗어 바닥에 던져 부수는 소리가 들린다.


"엿듣는건 안좋은 버릇이야."


그가 나를 향해 권총을 발사하려 한다. 철컥, 하고 격철이 당겨지는 소리에 맞춰 옆으로 피하며 총을 쏜다.


탄피가 떨어지며 나는 쇳소리를 끝으로 더 이상의 소리는 없다. 썩은 냄새도 온데간데 없어 화약 냄새만이 그가 존재했었다는걸 알려준다.

능력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일까. 미열이 나는 듯 하다.


"본부, 여기는 트레이서. 대상은 도망갔다. 이곳의 생존자는 나 혼자뿐이다. 뒷처리를 바란다. 나는 응급상황을 대비하여 근처의 보급고로 가겠다. 그 곳에서 다시 만나자."

음성 안내기를 통해 현재의 좌표를 듣는다. 주머니에서 접혀진 지팡이를 꺼내 펼치고 우리가 방금 타고 온 수송차량을 향해 더듬어간다. 수송차량에서 전투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머리칼에도 피가 묻은 느낌이 들어 다른 요원의 가방을 뒤져 모자를 꺼내 쓴다. 그리고 다시 차에서 나와 보급지를 향해 더듬어 간다.


속에서 짜증이 올라온다. 다 죽을건 뭐람. 젠장, 귀찮게 걸어가야 하잖아.



***



탈론의 습격경보 덕분에 낮 시간에 학교가 끝나 거리는 뭔가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보통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낮 시간에는 거리 대신에 학교에 있다. 하지만 오늘 낮 시간의 거리에는 학생들이 가득 차 있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 나 또한 있다.


"적성검사 어떻게 봤어? 이게 대학 입시랑도 연결되잖아."


"뭐, 그럭저럭 봤지. 너는 지원 대학 어디로 썼어?"


"나야 K대, Y대, H대 법학부 썼지. 일단은 법학 계열로 가고 싶으니까. 쏭, 넌?"


"나야 뭐..."


정말 포기를 모르는구나. 친구는 질린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바라는 곳은 육군 사관학교이다.


"거기에 간다고 해서 UN군에 들어갈 확률은 정말 낮다니까? 요즘 들어보니 그쪽도 거즘 내정되어 있다 하더라. 거기 가봤자 육군에 평생 몸 바치는건데..."


"그래도 학비에 용돈까지 주잖니." 친구의 입을 막을 이야기를 해 그녀의 입을 막는다. 그리고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넘긴다. 일찍 학교가 끝났으니 PC방이나 가지 않을래?


난 어릴 적의 사고로 가족을 잃었다. 그 때 심지어 목숨까지도 위협받았었다. 그런 나를 구해준 것은 한 센티넬과 그 센티넬을 진정시킨 가이드였다.

어릴적에는 가이드가 꿈이었다. 하지만 그건 일부의 특수체질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가이드가 센티넬을 진정시키는 방법이 뭔지 알게 된 이후에는 가이드라는 직업이 거북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그 가이드를 옆에서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것이 나의 꿈이었다.


센티넬과 가이드는 UN 평화유지군의 소속으로 등록되어 활동한다. 고아인 내가 UN 평화유지군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 그 때문에 나는 군인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거기에 간다 하더라도 내가 UN의 문지방을 넘을 확률은 정말 낮다. 하지만 그래도 시도해보지 않으면 안되는 법이다.


**



"앗!"


"아,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친구와 수다를 떨며 걷다 마주오던 사람과 부딪혔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는 그 사람의 차림새를 보고서야 그가 시각장애인임을 알게 되었다.

그에게 지팡이를 주워주다 그 사람과 손이 부딪혔다.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내 쪽을 바라봤다. 이제 보니 외국인이다. 사람이 많은 종로 한복판에서 넘어지니 얼마나 당황했을까.


"죄송해요, 친구와 대화하다가..." 나는 다시 그녀에게 사과를 한다. 그제서야 그녀는 입꼬리를 올린다.


"아뇨, 감사합니다. 혹시 이 주변의 B 약국이라고, 아시나요?"


B 약국이라면 이 주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약국이다. 그 장소가 관광지로 인기있는 곳이었나? 의아함이 든다.


"이 주변이 복잡해서 어쩔 수 없어요, 제가 찾아드릴게요."

친구와 가려는 곳과 반대방향이기에 친구를 먼저 보내고 그녀의 손을 잡아 약국으로 안내해준다. 그녀가 유난히 나의 손을 꼭 쥔다. 손등을 보니 생채기가 있는게 여러번 넘어진 듯 하다.


"여기가 B 약국이에요. 돌아가실 때에도 조심히 돌아가세요."


약국에서 몸을 돌려 나오려는데 그녀가 나를 붙잡는다. 날 붙잡는 손이 미묘하게 뜨겁다. 생채기가 있는데 이렇게 꽉 잡으면 상처가 터질텐데. 내려다보니 손등은 깨끗하다. 반대 손이었나?


"저, 죄송한데 오늘이 몇년 몇월 몇일 몇시죠?"


엉뚱한 질문에 잠시 멍해지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답을 해 준다.


"오늘은 2071년 9월 1일, 오후 2시 45분이에요."


이상한 사람이야. 손을 놓고 가려는데 그녀가 더 강하게 내 손을 잡는다. 대체 뭐가 그렇게 흥분되는건지 그녀의 볼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이름, 이름이 어떻게 돼요?"


"......송하나에요. 송. 하. 나"


송하나... 송하나... 예쁜 이름이네요.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중얼거린다. 이거 위험한거 아닌가, 손을 뿌리쳐야 할까, 생각하는 와중에 그녀의 손이 주머니를 뒤지고 명함 한 장을 건넨다.

영어로 쓰여져 있는 사회단체같은 기관명이 점자와 함께 쓰여져 있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도 마찬가지로 영어로 쓰여 있다.


"레나...옥스턴?"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리자 그녀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불린 사람처럼 환하게 웃는다. 아까 불안과 흥분에 찬 얼굴과는 또 다르다.


"네. 그렇게 부르는거 맞아요. 고맙습니다 송하나씨." 고맙습니다. 그녀는 지팡이를 양 손으로 잡은채 몇번이고 인사한다.

이상한 사람이야. 나는 중얼거리며 친구가 있을 PC방을 향해 간다.



***



송하나...


나의 가이드. 드디어 만났어.


몸에서 들끓던 열기도, 쑤시던 근육통도 사라진지 오래이다.


레나는 하나가 뛰어간 곳으로 고개를 향한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녀의 입에는 그 전에는 본 적이 없는 환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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