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신쿤(@nerf171)님의 썰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 http://sinkoonote.tistory.com/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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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대체적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S급 가이드는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대게 사회의 지도층을 구성한다. 힘을 가진 사람이 사회를 지배하는 법이다.
물론, 나의 경우에는 그런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뇌파의 검사, 이는 민간인을 대상으로만 실시하고 있었다. 그래, 말 그대로 별종을 구분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별종이다.
이미 사회 지도층은 가이드가 가지고 있는 감마-G파의 비밀을 알고 이를 숨겼다. 그리고 자신들의 그 지식과 유전자를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했다.
가이드들의 자식은 선천적으로 감마-G파가 활성화되기 쉬운 체질이다. 그리고 어릴적부터 이 뇌파를 더 활성화시키는 훈련을 받고 가이드라는 사회 지도층으로 성장한다.
그래. 외부인, 별종이 받는 곱지 않은 시선은 어디서든 받아봤다. 하지만 그게 이렇게 피곤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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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가 된 후에 받은 팔찌를 들여다본다. 가이드는 센티넬의 뇌파와 심박수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센티넬은 폭주를 할 위험이 있을 때, 심박수가 급속도로 높아지며 베타파와 세타파의 활동에 이상이 발생한다. 물론 이 때에는 팔찌가 진동을 통해 가이드에게 센티넬의 이상 상태를 알려준다.
옥스턴씨의 뇌파와 심박동은 정상이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이 사람의 뇌파와 심박동은 명상을 하는 수도승과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임무를 하고 난 이후에나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지만, 금새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벼운 악수나 포옹으로 하는 아침인사, 그녀가 준비한 식사를 하고 나면 그녀는 자신의 방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 학교에 갔다오면 임무나 훈련장에 나간다는 메모와 함께 저녁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아침의 간단한, 아니 거의 없는 것과도 같은 가이딩. 이것만이 내가 레나 옥스턴씨에게 제공하는 것의 전부이다.
-특이체질들은 제대로 된 가이딩을 하는게 아니지. 걔들은 좀 별종이고... 그렇다 보니 원시적이라고 해야 할까.
교실에서 들은 모욕적인 발언을 고개를 흔들어 쫒아낸다. 수업이 끝나고 내가 가는 곳은 집이 아니다. 어차피 집에 레나 옥스턴씨는 없다. 내가 가는 곳은 치글러 박사의 연구실이다.
"오늘도 왔네요?"
"그냥, 혼자 있기도 적적해서요."
박사님의 반가운 인사를 받고 나는 한 구석에 앉아 교과서를 들여다본다. 나를 제외한 모두는 다 아는 내용이라서 대충 듣는 내용이다. 하지만 나에게 심리학, 윤리학 등의 다양한 교양지식은 대한민국의 의무교육에서 들은 것이 전부이다.
이 모든 지식이 센티넬의 감정을 파악하고 그들을 진정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지식이 없는 나는, 정말 원시적인 가이드일까. 속이 상해 책을 소리가 나게 덮는다.
"박사님."
답답해서 박사님을 부른다. 박사님과 눈이 마주치자 한숨이 먼저 나온다. 오늘 하루 중 처음으로 받는 진심어린 눈맞춤이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오늘 이 곳에 와 묻기로 한 것을 묻는다.
"레나 옥스턴씨의 서류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어서요. 먼저 이 장애 부분. VR 기술로 어떻게 되지 않는건가요?
그리고 시간 이동이라는 것도 가속기의 도움으로 이동하는 것인걸 보면 센티넬이라고 보기엔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고요. 마지막으로 이 코드 블랙(Code Black)...."
잠깐만요 하나양, 너무 많은 질문에 박사님이 손을 들어올린다. 그녀의 얼굴이 난처한듯 찌푸려진다.
"일단 능력과 관련해서는 저희도 잘 몰라요. 시간과 관련된 능력이라는 것만은 확실해요. 그녀의 눈도 그것과 관련있는것 같아요. 뭔가를 본다고는 하는데, 알려주질 않으니까요. 그래서 어떠한 장치로도 세상을 보게 할 수는 없네요.
마지막으로 코드 블랙... 그게 어떻게 해결되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류는 다 제공해 드린거에요. 이게 전부에요. 미안해요, 하나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박사님의 입에서 이렇게 아마(may be...)라는 말이 많이 나온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코드 블랙, 센티넬이 폭주를 하고 난 이후의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이 상황에서 센티넬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코드 블랙의 상황에서의 센티넬은 사살된다.
이런 엄청난 일을 겪고도 그녀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무사히 돌아왔으며 10년이 넘게 오버워치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그리고 나는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 박사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 사람에게 어떤 것도 하고 있지 않은거 같아요."
단지 악수, 포옹이 전부에요. 이 말까지 하려다가 너무 부끄러워 결국은 그 말을 목 너머로 삼킨다. 박사님은 묘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다.
***
"가이드가 있으면 가이딩을 받아야지 여기서 뭐 하는거에요?"
링거액을 조절하며 나는 레나에게 한 소리를 했다. 이 약이 만능은 아니고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는건 당신도 잘 알텐데요. 내 잔소리에도 그녀는 그저 입가에 미소만을 담을 뿐이다.
Cloud 9. 가장 가이딩을 하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마약성 진정제이다. 가이딩이 부족한 센티넬들만이 가끔씩 이 약을 처방받는다.
하지만 레나는 수도승보다도 더 안정적인 정서상태를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래, 마약을 사용해서라도 말이다.
"레나, 혹시 하나가 당신을 거부하나요? 하나가 혹시 그렇다면 그녀에게 추가적인 교육을 시켜야겠어요."
레나가 벌떡 일어나 내 옷소매를 잡는다. 그녀의 정서가 갑자기 불안정해졌는지 그녀의 팔찌에서 삑삑대는 경고음이 난다. 하나에 관해서는 그녀는 이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그럼 저에게만이라도 알려주세요. 무슨 일인지 자세히 말해주지 않으면 저는 이걸 상부에 알릴 수 밖에 없어요. 혹시 하나가 당신의 마음에 차지 않나요?"
그녀가 한참을 내 얼굴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 수도 없다.
"하나는 갑자기 나의 가이드가 됐잖아. 분명히 조심해달라고 했거든. 자기는 겁이 많다고. 나는 십년 넘게 그녀를 기다려왔지만 그녀는 내가 처음이야.
그 애는 예전에 탈론의 센티넬에게 가족을 잃었어. 그럼 얼마나 내가 무섭겠어. 거기다 혼자 살아왔으니 내가 불편할거고..."
십년을 넘게 기다렸다고요?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어 말을 막고 되묻자 레나는 여튼 그런게 있어, 라며 말을 계속 잇는다.
"그러니까. 그녀가 싫은건 아냐. 그냥 겁을 먹지 않도록 하는거지. 그녀는 이제 갓 가이딩 교육을 받기 시작했고..."
그런데 계속 이러면 안되겠지? 어떻게 해야 겁을 먹지 않게 다가가는거야? 레나는 나에게 묻는다. 보통 이런 정서적인 문제는 센티넬과 가이드가 함께 조정해 나가는 것 아니었나.
가이드가 겁을 먹지 않도록 가이딩을 거부하는 센티넬이라. 생전 처음 보는 괴짜 센티넬의 질문에 잠시 할 말을 잊는다. 뭔가 연애상담 같은 기분도 드는데...
"...천천히, 천천히 나가면 될 거에요. 지금 레나가 하는건 완전한 거부잖아요? 천천히 자신이 위험하지 않다는걸 보여줘요. 상대방이 편하게..."
연애를 해 본적도 없는 내가 누군가의 연애 상담 비슷한 것을 하고 있구나. 씁쓸한 기분이 들어 그녀의 팔에서 주사바늘을 뽑는다.
"그런 말도 안되는 것으로 가이딩을 거부할거면 다음엔 주사 안 놔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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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박사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 사람에게 어떤 것도 하고 있지 않은거 같아요."
그로부터 몇일 후, 하나가 나에게 상담을 하러 왔다. 대체 이 페어는 왜 똑같이 답답하지? 위험하지 않다는걸 보여준게 아니라 완전히 밀어낸거잖아.
"천천히 기다려줘요. 정 안되겠음 먼저 다가가는것도 좋고요. 책임감 있는 가이드의 모습을 보여주는게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가이드는 센티넬을 이해해줘야 하는 사람이에요. 센티넬을 초능력을 가지고 감정이 없는 괴물로 생각하기 보다는 조금 모자란 사람으로 봐도 될거 같아요."
"모자란 사람이요?" 하나가 이상한 답을 들었다는 듯 되묻는다.
네 모자란 사람이요. 최근에 모자란 사람들을 많이 보고 조언을 해 줬거든요.
나는 일을 해야 한다는 핑계로 하나를 쫒아낸다. 다들, 나를 뭘로 보는거야.
"박사님."
하나양이 문가에서 또 질문이 있다는 얼굴로 나를 부른다. 짜증이 나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좀 더 진지하고, 어딘가 자신없는 태도로 날 보고있다.
"내가 자격이 없는, 그러니까 민간인 출신의 특이체질이니까... 박사님 말대로 조금 모자른, 그런 가이드는 아니죠?"
아, 요즘 학교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문 때문이구나. 이번 질문에는 조금 더 자신있게 답해줄 수 있다.
"그럼요, 하나양은 내가 여태 본 수치 중에서도 강한 가이딩 수치를 가지고 있어요. 학문적인 기초가 없어도, 감정적인 부분으로 다가가더라도 하나양은 레나의 좋은 가이드가 될 거에요.
혈통이니, 가문이니... 그런건 소용 없어요. 어떻게 가이드가 센티넬의 미숙한 부분을 어루만져 주느냐가 좋은 가이드를 결정하는 요소에요."
아이가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인다. 힘내요, 하나양.
***
"저 필기 들여다보는 꼴 좀 보라지. 저러다 강사 엉덩이도 닦고 다닐거 같지 않아, 빅터?"
내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나에게 야유를 보낸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나는 수업을 이해해야 하기에 그의 말을 무시하고 필기한 노트를 바라보는데 집중한다.
파트너의 말을 무시하는 것이 짜증났을까, 뒤에서 빠른 속도로 무언가가 날아와 내 노트를 뚫고 바닥에 가 박힌다.
지우개나 비슷한 무언가였던 것 같다. 겁이 나지만 용기를 내 뒤를 돌아본다.
빅터,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으로 B급 센티넬이다. 옆에 앉아서 아까까지 나를 비웃던 사람은 A급 가이드인 렉스. 둘 다 명문가 출신으로 몇 대째 센티넬, 혹은 가이드를 배출한 집안이다.
첫 만남부터 빅터는 레나 옥스턴이 대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었다.
그녀의 능력이 시간 조종이라고 알리자 그 정도 능력으로는 S급이 나올 수 없다며 그때부터 나와 나의 레나 옥스턴씨를 무시했다. 거기에 대해 나 또한 그런 그들을 무시해줬다.
적어도 내가 느끼는 레나 옥스턴씨는 그런 취급을 받을 사람은 아니었고, 이를 변명하기에는 내 능력이 부족했기에 내가 할 수 있는건 무시하는 것 뿐이었다.
빅터가 이렇게 능력을 쓰게 된 걸 보면, 오늘은 여태 했던 단순한 비웃음으로 끝나지 않을 느낌이 든다.
"저래서 출신이 중요한거야. 봐. 천박한 것들은 불러도 대답을 안하다 큰 소리를 내야 뒤를 돌아보잖아. 마치 개와 같아. 크게 호통을 쳐야 돌아보지."
렉스가 빅터의 품에 안긴 채 빙글빙글 웃고 있다.
"애초부터 제대로 훈련을 받아오지 못한 가이드들은... 원시적이지. 포옹이나 키스, 섹스만으로 진정을 시킨단 말이야. 감정의 교류라던가 민감한 것을 다룰 줄 모르지. 짐승들처럼.
...... 그런걸 보면 레나 옥스턴이라는 센티넬도 이상하지 않아? 성벽이 이상하다던가. 생각해봐, 20여년간 어떤 가이딩도 받지 않았으면... 이런거 아냐?"
그가 상스럽게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너야말로 가이딩 하면 그런것만 생각하는걸 보면 너희 집안은 만만찮은 매음굴인가보지? 너의 파트너인 저 센티넬도 그런거 아냐?"
결국 나도 참지 못하고 따져 묻는다. 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가장 빠르게 도망을 간다면 어디가 나을까. 안전 요원이 있는 관제실일까, 아니면 교무실일까.
그들이 몸을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나도 함께 몸을 일으킨다. 빅터가 앞서 나오는걸 보며 의자를 집어든다.
"자기, 그런건 저 멍청이에게 통하지 않아."
처음 듣는 쾌활한 목소리. 그와 함께 옆에서 뭔가 나타났다 사라진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바람이 분걸 보면 확실히 나타났었다. 그와 동시에 빅터가 이마를 감싸쥔다.
그의 발치에 있는건...내 지우개다.
"우리 자기가 지우개를 선물 받았길래 말야, 나는 돌려준거야."
빅터의 옆에 그녀가 나타난다. 면티에 청바지 차림이지만 가슴에 가속기를 차고 있는걸 보면 임무를 가기 전, 혹은 갔다 온 후인거 같다.
빅터가 옆으로 주먹을 휘두르지만 이미 레나 옥스턴은 없다. 그 사이에 그녀는 내 옆에 와 있다.
"자기 말 한번 잘하더라.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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