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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실험 - 1(Lena Oxton)

눈이 엄청나게 부셨다는걸 기억한다. 그리고 하나가 내 가속기에 손을 대는걸 보고 하나의 손을 떼네려고 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박사가 실험을 했던 빈 사무실에 그대로 서 있었다.

"뭐야.. 모두 어디 갔어? 윈스턴- 하나야-!"
불 꺼진 사무실에서 나간다. 혹시 나 빼고 사라진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어 무섭다. 윈스턴은 고릴, 아니 과학자니까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꼬맹이는 아니다.

"하나야-! 자기야-!"
소리를 지르며 돌아다니는데 뒤에 차가운 총구가 닿는다.

"조용히 손 올리고 바닥에 엎드려. 머리통에 구멍 나기 싫으면 천천히 하는게 좋을거야. 허튼짓 해도 머리통에 구멍이 날 줄 알라구."

차가운 목소리에 등골이 오싹하다. 무슨 일이지? 혼란스러운 머리로 레나는 목소리가 시키는 행동을 따른다.

목소리의 주인은 엎드린 내 몸의 이곳저곳을 확인한다. 무기가 없는걸 확인하고 그녀는 내 팔을 케이블타이로 묶는다. 한손으로 능숙하게 처리하는게 노련한 투사의 모습이다.

아까 나왔던 사무실로 다시 들어간다. 천천히 몸을 돌려. 라는 명령에 천천히 몸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과 마주본다.

"어? 자기? 아, 아닌데.."
"언니?"

그곳엔 하나가 서 있었다. 아니. 하나가 아닌가? 눈꼬리에 살짝 주름이 져 있다. 귀여운 볼살이 있던 곳에는 무언가에 긁힌 듯한 흉터가 있다. 머리칼은 등을 지나 엉덩이에 닿아 있다.

무엇보다 키가 엄청 커져있다. 헐렁한 터틀넥에 딱 붙는 청바지. 헐렁한 터틀넥도 곡선이 두드러진 몸매를 감추진 못한다.

그 "하나"도 무척이나 놀란듯 하다.

"언니..지?" 그녀가 다가와 내 앞에 선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모습이다. 내 볼도 잡아당겨보고 머리도 쓰다듬어 보더니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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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그녀는 이 상황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고 납득한 듯 하다.
윈스턴이 그랬었지. 포기했지만, 하고 중얼거린다. 뒤의 말이 매우 신경이 쓰인다.

"그럼 포기한거라는건... 실험이 실패한거야?"

"실패한거죠. 아, 근데 걱정하지 마요. 그 이후로도 수십번 실패하지만 신기하게 잘 데려오더라고요."
그때마다 언니가 뭔가 엄청난 꼴을 하고 오긴 했지만.. 하고 중얼거린다. 그 부분이 제일 걱정되는거야.

그런데 방에 내 모습이 없다. 그리고 지금이 언제인지에 대한 정보도 없다.

"근데 지금은 언제지? 그리고 나는..."

"아 그건 걱정 안하셔도 되요. 언니는 지금 잠깐 나갔어요. 뭐 사러 간다고는 했는데 보나마나 별거 아닐거에요. 예전부터 늘 그래왔는걸요.
그리고 지금은 209X년이에요." 라며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얘기한다.

"20년이나 지난 미래라고? 나는 분명히 20분 전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그렇죠. 비슷한 사례가 많아요. 1시간 전으로 돌아가려고 한 언니가 1세기 전으로 간다던가..."

유들유들, 능글능글. 평소에 톡톡 튀던 하나가 아니라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이곳저곳을 뜯어보면 하나의 얼굴이 있는데 그 성숙한 모습에 괜히 가슴이 두근거린다.

"윈스턴이 고쳐줄거니까 걱정 마시고. 차라도 한잔 해요. 정 안되겠으면 우리가 언니를 양자로 삼으면 되죠" 라는 엄청난 소리를 하면서 하나는 부엌으로 간다.

40대의 내 모습도 보고싶네. 하고 생각하던 차, 하나가 차를 탄다는 말에 황급히 일어난다.
하나가 탈 줄 아는건 코코아뿐인데.

"아, 그냥 앉아있어요." 라고 하나는 다시 나를 막는다. 그래도 불안해서 식탁 의자에 앉아 그녀를 지켜본다.

키 때문에 카운터에 구부정하게 서서 그녀는 능숙하게 물을 끓이고 찻잎을 넣는다.
설렁설렁 하는것 같지만 손 끝은 야무지고 유연해서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자기 것과 내 것. 스트레이트 홍차 두 잔을 들고 온 하나는 내 앞에 차를 놓고 한모금 마신다.

"이제 언니도 늙어서 매일 나에게 차 타달라고 징징대요. 그래서 저도 어느정도는 탈 줄 안다구요. 마셔보세요."

한모금 마셔보니 홍차의 향기가 그윽한게 매우 맛이 좋았다.
내가 놀란 눈을 하고 있었는지, 하나가 후후거리며 웃는다. 눈꼬리가 휘어지며 주름이 잡히는게 내가 아는 하나의 모습과 비슷하며 달라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젠장, 엄청 섹시하잖아.
이 하나라면 내 마음도 읽을 수 있을거 같아. 하며 눈을 돌리며 방을 구경한다.

식탁 옆 장식 선반에는 나와 하나가 찍은 여러 사진이 있었다.
평범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도 있었지만 <하나 첫 얼굴 흉터 기념>이라는 병원에서 함께 웃고 있는 환자복 차림의 우리 둘 모습이나, <레나 첫 흰머리 기념>이라는 얼굴을 찌푸린 나와 웃고 있는 하나의 얼굴도 있다.

그런 나를 그녀는 뚫어져라 쳐다본다.

"언니가 이렇게 귀엽게 생겼다고는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애같은 행동으로 귀엽다고 느낀 적은 많지만.."
하나가 손을 뻗어 내 머리와 볼을 쓰다듬는다. 이야. 부드럽고 말캉한게 완전 애네. 하고 그녀가 웃는다.

놀림받는거 같은 기분도 드는데 그녀의 손길이 너무 기분이 좋아 눈을 감고 그것을 즐기게 된다.
그 순간, 가슴에서 환하게 빛이 빛났다.

"어, 돌아가는 거구나. 미안 언니. 차 한잔만 대접했네."
그녀가 웃으며 잘가, 하고 손을 흔든다.

"저, 저기! 모두 무사한거지?"

"응. 모두들 무사해. 조금씩 다치기는 하지만 박사님이 있잖아. 우린 괜찮아."
다행이다. 20년 후에도 모두 건강하구나.

빛이 점점 더 밝아지는 가운데 하나가 나에게 온다.

"차만 대접하긴 뭐하니까. 이건 바람이라고 쳐야 하나, 언니가 꽤 심통부리겠는데."
하며 그녀는 내 볼을 두 손으로 감싼다.

응? 하는 사이에 그녀가 나에게 입을 맞추고 그녀의 혀가 부드럽게 내 이를 훑는다. 나도 모르게 입을 더 벌리고 그녀가 상냥하면서도 강렬한 입맞춤을 해준다.

입을 떼고 그녀가 웃는다.

"그 표정. 정말 바보같네. 아,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둘걸. 잘가, 언니."

빛이 더 환해지고 나는 다시 그 빛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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