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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실험 - 2(송하나)

한국어 : [ ]
영어 : " "


나도 모르게 언니를 붙잡았다. 빛이 지나치게 강하게 나왔고, 지직거리는 불길한 소리도 나서 언니에게서 가속기를 떼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윈스턴이 내 이름을 불렀고 언니가 내 손을 떼려고 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는 이 곳에 와 있다.

...놀이터?

나무가 울창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가 어디야? 하고 주위를 둘러보는데 전혀 알 수 없는 곳이다. 아. 어떻게 하지. 침착해 송하나. 손에 얼굴을 묻는다. 아무 생각이 안나.

"언니! 울어?"

아주 앳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영국식 영어, 그것도 아주 친근한 억양에 고개를 든다.
귀를 덮는 숏컷, 반팔에 반바지. 얼굴에 귀엽게 난 주근깨.

[어...언니]

"이상한 말을 하네! 그게 뭐야?"
아이가 까르륵 웃는다. 그 웃는 모습이 너무도 익숙하다 이 아이가 웃는건 마치....

"저, 꼬마야... 이름이 뭐니?"

"나? 나는 레나 옥스턴이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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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언니! 더 높게!! 높게!"

그네를 힘차게 밀어준다. 보통 애들이면 무서워 울 높이인데도 이 애, 아니 언니? 여튼 이 애는 더 높게 밀어달라고 한다.

지금 하나가 와 있는 시간대는 20년 전. 20분 후로 간다는게 왜 20년 전으로 돌아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가 그네를 밀어주는 아이는 6살의 천진난만한 레나 옥스턴이었다.

어떻게 이 시간대에 이 장소에 왔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할 일은 이 꼬마 레나와 놀아줘야 한다는것은 알겠다.

한참을 그네를 밀어주고 아이와 놀아줬다. 오랜만에 모래성도 쌓아보고 아이와 줄넘기도 해 주었다. 아이는 내가 두꺼비집을 무너뜨리지 않고 만드는걸 신기해했고, 그렇게 오랜시간 줄에 걸리지 않고 줄을 넘는것도 신기해했다.

내가 뭔가를 할때마다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대단해!!" 라고 소리쳤다. 긴 머리를 신기해하기에 주머니에 있던 머리끈을 주니 머리를 땋아서 길게 늘어뜨리고는 뭐가 좋은지 키득키득 웃어댔다.

언니, 아니 레나의 더 밝고 꾸밈없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가 느슨해져 자주 아이의 볼을 쓰다듬곤 했다.

하늘에 석양이 드리우자 아이는 나에게 팔을 벌리고 높이 들어줘! 라고 했다.
아이를 안아서 내 어깨에 무등을 태우자 아이는 나무를 가리키며 저기! 저기 데려다줘! 라고 외쳤다.

그곳에 데려다주자 아이는 겁도 없이 나무 줄기를 타고 올랐다. 어어, 조심해! 하고 소리치자 쉬이잇. 하고 인상을 쓰는게 퍽 진지해 웃음이 났다.

조용히 아이는 새집을 구경하더니 바들바들 떨면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도중에 앗, 하더니 나뭇가지에 이마를 긁혔는지 이마를 감싼다. 떨어지려는 아이를 내가 먼저 잡는다.

"위험하게. 조심해야지."

"응. 큰일날뻔했다. 근데 대단하네. 마치 슈퍼맨같아."

아이가 나를 또 대단하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뭐를 하는 거냐고 묻는다.

"여기 새알이 있어. 곧있으면 아기새들이 태어날거야."

"매일 와서 보는거야?"

"응! 엄마새랑 아빠새는 바쁘니까 내가 대신 지켜주는거야."

아이는 뭐가 바쁜지 짧은 두 다리로 통통통, 걸으면서 얘기를 한다.
그리고는 반대편 나무 아래에 서서 가방에서 무언갈 꺼낸다.
고양이 사료와 물통, 그리고 플라스틱 그릇 두개를 꺼낸 아이는 사료와 물을 그릇에 담아 바닥에 놓았다.

그러자 풀숲에서 애기 고양이들이 나와 사료를 먹는다.

"너가 이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거야?"

"응. 안그러면 엄마고양이랑 아빠고양이가 아기새를 죽일수도 있다고 엄마아빠가 그랬거든."

"그럼 고양이가 나쁜거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고양이들은 배가 고파서 새를 먹는거래. 그러니까 내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새도 살 수 있고 고양이도 살 수 있어."

아이의 해결책이 퍽 언니다워서 나는 웃음이 났다. 그럼 그 사료는 어디서 났어? 라고 하니 용돈을 아껴서 샀다고 한다.

"그럼 네가 사고싶은걸 못 사잖아."

"응. 근데 정의를 지키는 사람은 자기가 먼저 히생(sacrifine)해야한대!"

"히생이 아니라 희생(sacrifice). 레나는 정말 정의를 수호하는 영웅이구나."

아이가 너무 기특해 뒤에서 안아준다. 아, 언니는 태생부터 이렇게 남을 위했구나.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아이는 안겨서도 연신 종알거린다.

"그리고 있지, 그리고 그리고 나는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늘?"

"땅은 어른들이 이미 지키고 있으니까 나는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어른들을 지킬거야. 그리고 나는 하늘을 날때 시원해서 좋아."

아... 이 애의 미래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하다. 이 애는 분명 하늘을 날 것이다. 그리고 더 자유롭게 날려고 하다가.....

"굳이 하늘을 날지 않아도 정의의 영웅은 될 수 있어."
안된다는걸 알지만 혹시나 해서 아이의 마음을 바꾸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는 입을 꼭 다물고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말한다.

"그래도 나는 하늘이 좋아! 새처럼 날아다닐거야. 누구보다 빠르게 날아서 다른 사람들을 모두모두 구할거야. 슈퍼맨처럼!"

내가 바꿀수 없다는 확고한 심지가 아이에게서 느껴진다.

"그래. 레나는 분명히 하늘을 날 수 있을거야.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고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될거야."

아이는 자기가 이겼다고 생각했는지 씨익, 하고 이까지 드러내며 웃는다.
그리고는 이제 집에 가야한다며 후닥닥 뛰어간다.

아이를 붙잡으려고 손을 들었다 내려놓는다. 원래 저렇게 앞뒤없이 천방지축인 성격이었구나, 싶다. 그리고 갑자기 환한 빛이 나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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