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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첫 만남 (@Garuren#3733님의 트윗을 참고했습니다.)

참고트윗 : https://twitter.com/GaruOverwatch/status/755963409368178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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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윈스턴 박사의 실험은 주로 레나 옥스턴의 시간 가속기와 관련된 것이 많다.


시간 가속기는 레나 옥스턴, 한 개인을 위주로 움직인다. 

그녀 개인을 일정 시간 전으로 돌려놓던가 아니면 그녀만의 시간을 빠르게 해 남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식으로 말이다.

따라서 이것을 그녀 개인이 아니라 일정 집단, 아니 특정한 공간까지의 범위로 확대하는것이 현재 윈스턴 박사의 연구 목표이다.


그리고 그의 새로운 실험작을 실험하는건 시간 가속기를 여태 다뤄온 레나 옥스턴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실험작 또한 레나 옥스턴에 의해 사용되었고, 그녀는 정확하게 10분만에 그녀의 위치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3시간 후, 그녀는 복도에서 총상을 맞은채 발견되었다.


하나에 의해 발견된 레나 옥스턴은 피를 많이 흘린 상태라 수혈이 필요했지만 다행이도 생명에 지장이 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연인 송하나는 그녀가 의식을 되찾는 그 시간까지 그녀의 옆에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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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의무실의 천장이 보였다. 손을 누군가 잡고 있어서 보니 하나가 옆에서 잠들어 있었다. 의식을 잃기 전에 그녀에게 다녀왔다. 라고 말했었는데, 그게 꿈이 아니었나보다.

갈색 머리, 그게 귀여운 '꼬맹이'를 연상하게 해 나도 모르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움찔, 하며 하나가 눈을 떴다.


"어, 자기. 일어났네? 그냥 둘걸 그랬나?"


태연하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는데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어, 뭐가 잘못된건가. 하는 순간에 그녀가 나를 안는다.

아아, 아프다고 아파.


"이 바보같은 언니! 어디 갔다왔어! 걱정했단 말야.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지는게 어딨어! 그동안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아, 미안미안. 새로 한 가속기에 문제가 생겼나봐."


"그게 아니라!!"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주먹으로 내 팔을 친다. 아아, 아프다니까.


"보고싶었다고! 정말 보고싶었어! 내가 십년간이나 찾아다녔는데!"


아, 머릿 속에서 몇개의 퍼즐이 들어맞는다.

왜 그녀가 나를 처음 만났을때 고개를 갸웃거렸는지. 이제 알거같다.


"미안해 꼬맹아. 걱정 많이 했구나. 자, 언니는 괜찮아. 그러니까 울지마. 울면 되게 못생겨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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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울던 하나가 진정을 하고 사과를 깎아서 나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자기는 빨개진 눈과 코를 한 채로 앞니로만 사과를 갉아먹는다. 아, 나는 진짜 둔하구나..


토끼 모양으로 껍질을 남겨둔 사과를 들고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어본다.


"근데 말이야, 어떻게 확신했어. 내가 그 '언니'라는걸?"


응? 하나가 나의 물음에 가속기를 가리킨다. 정확히 말하면 실험 실패작인 가속기, 그리고 그 가운데 붙어있는 토끼 스티커.


아아.. 그거구나. 내가 납득한걸 안 하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손을 뻗어 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3시간 전, 아니 먼 옛날이라고 하는 그 일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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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윈스턴의 실험이 성공한 기억은 없다. 그저 충전량을 약간 늘려주었던 것이 최고의 성과일까.

이번의 실험도 역시나 실패. 이번에는 대체 어느 때의 어느 곳이냐, 하고 나는 눈을 부릅떴다.


주변에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건물의 간판들도 네모반듯한게 알아볼수가 없다. 이번에는 외국이냐, 하며 공원으로 간다. 신문을 보면 적당히 지금이 언제인지 알 수 있겠지.

공원 벤치에서 사람들이 읽다 두고 간 신문을 집어든다. 10년 전이다. 주변의 글씨를 다시 한번 찬찬히 훑어보니 한국어이다. 여기는 한국이구나.


"윈스턴...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는건 너무했어.."


먼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윈스턴이 가속기를 고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내가 여기에서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


두번째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오버워치 본부로 가는 것.

거기로 가면 10년 전의 젊은 윈스턴이 있을 것이고, 거기에서 가속기를 고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돈도 신분증도 없다. 밀입국자가 되어버렸네... 하고 한숨을 쉰다.


선택지는 하나, 여기에서 10년 후의 윈스턴이 나를 불러주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힘내 윈스턴. 내가 지루해 죽기 전에 날 불러줘.



[언니 여기서 뭐해요, 언니도 혼자에요?]


잠깐 딴 생각을 하고있었나보다.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응?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꼬마애가 앉아있다. 열살쯤 되어보이는 꼬맹이이다. 

갈색의 긴 생머리에 살짝 올라간 눈매, 풍성한 속눈썹이 주는 느낌이 누군가와 비슷했다. 꼬맹이는 뚱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마침 주머니에 넣어둔 번역기를 떠올린다. 내가 장난을 칠때마다 하나가 하도 한국어로 욕을 퍼붓기 때문에 요즘은 필수적으로 가지고 다닌다.

번역기를 귀에 연결한다. 지지직하는 잡음이 심하기는 하지만 말은 알아들을 수 있고, 내 말을 전할수도 있을 것이다.


"뭐라고?"


"사지 멀쩡한 언니가 여기서 뭐하시냐고요. 언니도 혼자에요?"

요녀석 말뽄새가 만만찮네. 어디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거침없는 입담에 웃음이 나온다.


"나는... 여기서 그냥 기다리고 있어."


"누구를요?"


10년 뒤의 누군가. 하면 애는 무서운 사람이라며 엄마에게 달려갈거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적당히 둘러댄다.


"심심해서 친구할 사람."


"아.. 그렇구나. 여지간히 할 일이 없으신가봐요."


꼬마는 한숨을 푹 쉬며 가방에서 무언갈 꺼낸다. 자요, 하면서 건넨 것은 김으로 싸여진 삼각형의 밥이다.

오, 김밥. 한번은 하나가 쟁여놓은 김을 다 먹었다가 하나에게 엄청 혼났었는데 그 이후로 나는 김을 잘 먹지 못한다.

반가운 얼굴로 포장을 뜯자 아이가 측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너 몇살이니? 열살? 왜이렇게 우울한 눈빛이야."

애 눈빛 치고는 너무 칙칙한 눈빛이라서 말을 걸어본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니.


"그냥, 살기가 힘들어서요."

허, 살기가 힘들단다. 보통이면 핫, 하고 웃었겠지만 아이의 눈빛이며 한숨이 너무 처연해서 아이의 이야기를 더 듣고싶었다.

내가 진지하게 자신의 말을 들어주려 하는걸 알고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아이는 9살이라고 한다.아이의 논리력, 그리고 추론력 및 지능은 또래 아이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한다.

보통이면 남들이 부러워할 이야기다. 하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


아이의 부모님은 아이의 이 재능을 썩히고 싶지 않아했다. 초등 교육은 의무교육이기에 아이는 초등학교는 다니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수준은 그 교육과정보다 훨씬 앞서있다.

여기에서 부모의 개입이 시작된다. 아이가 집에 가는 순간, 그때부터 아이에게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된다.


'학교는 적당히 다니면서 친구를 사귀렴.' 아이의 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아이의 수준에 맞는 친구들은 없다. 아이는 남들 귀에 좋은 소리를 하지는 않았고, 이것은 시기와 질투를 부른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아이는 외로웠다. 하지만 부모님께 친구를 사귀고 싶어. 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건 너무 애같은 요구니까요. 라고 아이는 덧붙인다.



"이야. 정말 너 힘들겠구나. 내가 뭐 도울 일이 없을까..."

아이에게 위로를 건네며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는다. 갈색의 긴 머리가 누구를 연상시켜서일까. 그 아이도 풀이 죽어있을때 이렇게 쓰다듬어주면 금새 기운을 차리곤 했다.


아이에게는 처음으로 받는 위로였는지 가만히 아무 말도 없다가 이내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 모습이 또 측은해서 머리를 더 쓰다듬어줬다.


한참을 운 아이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는 목 멘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면요... 부탁이 하나 있어요..."


"그럼! 나는 남들 도와주는게 직업이야. 뭐든지 말해!"


"우리.. 친구 하면 안되요?"


아... 이 부탁은 어렵다. 지금부터 일주일 후일지, 아님 내일일지, 그것도 아니면 10분 후일지. 윈스턴은 나를 부를 것이다. 그럼 이 꼬마는 혼자 있게 된다. 그건 꼬마에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거절을 하려고 하는 순간 아이의 눈을 보았다. 기대, 걱정, 두려움...

아, 모르겠다.


"좋아! 우리 이름도 모르네. 나는 레나 옥스턴이야."


"네? 이름이 잘 안들려요."

아이의 눈이 기쁨으로 반짝이던 그때, 아이가 이름이 안들린다며 눈썹을 찌푸린다.


레나 옥스턴. 레.나, 옥.스.턴.

여러번 얘기를 하지만 내 이름을 말할때마다 엄청난 잡음이 생긴다.

그건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입을 오므렸다가 벌리는건 알겠는데 지지직, 하고 잡음이 생겨 제대로 들리지가 않는다.


아, 내가 시간여행을 해서 그럴까. 207X년의 나는 여기에 있으면 안되잖아.

내가 납득을 하고 있는 사이 아이는 이름도 모르는데 어떻게 친구를 해요,하며 울상을 짓는다.

얘에게 사실을 말할수도 없고... 어쩌지, 하는데 머리에서 기막힌 생각이 떠오른다.


"별명 어때. 친구끼린 별명으로 부르잖아."


"별명이요?"


"그래 별명...음...너는. 너는... 꼬마! 꼬마로 하자. 음, 이건 좀 약하고... 꼬맹이! 꼬맹이 좋네."

아이가 이름을 말할때 "ㅗ" "ㅏ"의 입모양을 한 것을 기억해내고 즉석으로 별명을 짓는다. 하나가 Kid가 [꼬마], 또는[꼬맹이]라고 하는걸 알려줬었는데 이걸 여기서 써먹다니.


"나는 꼬맹이 아닌데..." 아이는 별명이 맘에 안드는지 입을 삐죽거린다.


"입을 삐죽거리는것만으로도 너는 꼬맹이인거야, 꼬맹이."


"그럼 나는 뭐라고 부를거야?"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뭐라고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다. 그리고는 눈웃음을 치며 "그냥 언니요." 라고 말한다.

더 캐묻고 싶은 마음도 들었는데, 첫만남부터 애를 놀렸다가는 뒤끝이 좋지 않을거 같아서 그러자고 한다.


"그럼 너는 꼬맹이고 나는 언니야. 우리 매일 이 시간마다 만날래?" 내가 묻자 아이는 그러자며 웃는다.


그렇게 꼬맹이와 나의 약속이 맺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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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윈스턴은 손이 느렸다. 나는 여기에서 벌써 2주 넘게 체류중이었다.

처음 몇일은 아이가 준 돈으로-요 꼬맹이가 큰 돈을 가지고 다녔다.- 숙박을 해결했지만 언제까지나 꼬맹이의 신세를 질 수는 없었다.

"꼬맹이가 아무한테나 큰 돈을 덥썩덥썩 주면 안되는거야." 하고 혼냈더니 아이는 "언니니까 돈을 주는거지." 하고 입을 삐쭉거렸다. 하지만 영리한 녀석이라 그런지 떼는 쓰지 않고 납득해 주었다.


나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구했다. 아침부터 아이와 만나는 6시까지는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하루 숙박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식사는 적당히 편의점의 폐기음식으로 떼웠다. 한국의 편의점은 영국의 일류 레스토랑 못지 않았다.


아이와 만나서 딱히 하는 일은 없었다. 아이는 늘 삶에 지쳐있었기에 나와 있으면 뭔가 재미있는걸 하고싶어했다.

뭔가 재밌는거라... 그 순간 하나가 생각났다. 재밌는거라면 하나만큼 많이 가지고 있는 애가 없지.

그래서 아이의 돈 일부와 내 돈 일부를 모아 게임기와 소프트 몇 개를 사줬다. 머리가 좋아서 그런가. 순식간에 아이는 능숙하게 게임을 했다.


그렇게, 윈스턴을 기다리는 하루 하루가 지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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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평소와 같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꼬맹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나를 기다릴 꼬맹이가 오늘은 나타나질 않는다. 배가 고파 삼각김밥의 포장지를 뜯는다.

다 먹고 나서 시계를 쳐다보니 6시 30분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나. 몸이 아픈가.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나.


7시가 되어도 아이가 오질 않는다. 그냥 나도 쉬러 가자, 하고는 일어서는데 누군가 나를 붙잡는다.


"???가 말한 언니인가요?"

잡음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나를 언니라고 할 사람은 꼬맹이밖에 없다. 고개를 돌리자 중년의 여성과 남성, 부부인듯 보이는 사람이 서 있었다.

여성의 눈매며 얼굴형이 꼬맹이와 비슷하다. 꼬맹이의 부모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9살 먹은 여자애 말씀하시는 건가요? 키는 요만하고. 그 애라면 맞아요."


"??? 가 혹시 여기로 왔나요?"


부모가 애원하듯 묻는다. 제발 여기로 왔다고 해 주세요. 라는 눈빛이다. 쎄한 느낌이 든다.


"아뇨. 여긴 오지 않았어요. 무슨 일 있나요?"


"아아.. 애가 없어져서요.. ??가 갈만한 곳을 모르시나요?"


잡음 때문인지 아이 때문인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영리한 아이라 어디 혼자 갔을 리는 없다.


"어딜 갈 애가 아닌데요. 애가 없어졌으면 일단 학교에 연락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아이를 걱정하는게 느껴졌는지 부모의 경계가 풀리는걸 느낀다. 꼬맹이의 엄마가 내 손을 붙잡으며 얘기를 한다.


"학교가 끝나고 어떤 애가 ??가 차에 타고 간걸 봤대요. 그리고 애를 본 사람은 없어요."


이 바보 꼬맹이가. 머리가 아찔하다. 누가 봐도 납치 아닌가.


"일단은 경찰에 연락하시는게 나을거 같은데요."


"경찰에서도 일단은 찾는다고 얘기는 했는데, 일단 집에 가 있으라고만 해서요. 애가 하도 언니, 언니 하면서 웃으며 얘기하길래 와 봤어요."


아이의 납치에서 경찰의 초동수사가 얼마나 중요한데, 공공기관이란...! 하고 따지려는 찰나, 꼬맹이 아빠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네? 애는, 애는 무사한가요? 애 목소리라도 들려주세요, 제발... 뭐, 뭐든지 하겠습니다. 네...네? 네...."


납치범인걸까. 왜 나쁜 예감은 이렇게 정확하게 들어맞는건지 모르겠다. 꼬맹이 아빠의 얼굴은 새파래져 가고, 눈에는 눈물이 고여간다.

목소리라도.. 제발 목소리라도!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울부짖지만 전화는 끊겼다.


"당신... 당신이 우리 애를 납치한건 아니겠지?"  


"무슨 일인가요?"


"우리 ??가.. ??가 납치되었어. 놈들은 돈을 가져오라고 하고.. 당신에게 돈을 들고오라고 하더군. 당신! 우리 애를 납치한거지?!"

붉어진 눈으로 그가 나를 쏘아본다. 그가 나를 오해할 만 하다. 2주 전에 나타난 알 수 없는 여자가 꼬맹이와 논다. 그리고 2주 후 아이가 납치되었다.


"일단 진정하세요."


"진정은 무슨 진정! 우리 애 내놔! 제발. 우리 ??. 당신이 데리고 있다고 말해줘..."


그가 무너진다. 그리고 내 앞에 무릎을 꿇은 그는 꺽꺽대며 운다.

할 말이 없다. 그저 나는 이마를 짚고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중이다.


"경찰에 일단 연락하세요. 제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든, 그게 아니든. 일단 경찰은 필요하니까요.

납치범은 경찰을 부르지 말라고 했을겁니다. 하지만 하나가 어떻게 되든 그놈들은 잡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저의 이 말로 저에 대한 오해가 풀리셨으면 합니다.

돈은... 돈은 준비하세요. 제가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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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의 부모와 함께 아침까지 공원에 있었다. 은행 문이 열리는건 9시. 그렇게 큰 돈을 찾으려면 창구에 가야 한다.

경찰에서는 나를 용의자로 놓고 수사하려고 했지만 꼬맹이의 아빠가 일단은 말려줘 나에게 GPS와 도청기를 붙이는 것으로 경찰은 만족한다.


GPS는 작은 스티커 형태로 내 시간가속기에 붙여졌다. 시간가속기를 의아하게 보는 그들의 눈에 코스튬..이라고 얼버무린다.

경찰이 나를 한심하게 보는게 용의선상에서 제외된거 같다. 기뻐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 꼬맹이의 일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서 다른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GPS를 가렸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하다가 주머니에서 뭔가 발견된다. 꼬맹이가 선물로 주었던 스티커이다.

스티커를 멍하니 보는데 토끼 스티커가 눈에 들어온다. '하나야, 자기야 도와줘.' 스티커를 GPS 위에 붙인다.



그들과 만나기로 한 곳은 교외의 한 폐창고였다.

천천히 돈이 든 가방을 들고 들어가자 다섯명의 남성과 꼬맹이가 보인다.

많이 울었는지 눈과 코가 빨갛게 부어있었다.


으이구... 눈이랑 코가 빨갛게 부으면 못생겨진다고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나쁜 악당 아저씨들, 여기 돈이야. 이제 우리 꼬맹이 데려가도 될까?"


꼬맹이가 무서울까봐 일단은 가볍게 말을 건다.

그들이 손짓으로만 나를 오라고 부른다. 손으로 돈가방을 가리키는게 확인을 하려는거 같다.

천천히 걸어가 돈가방을 내려놓는다. 꼬맹이와 눈이 마주치자 씨익 하고 웃어준다. 괜찮아.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래, 이정도는 예상했어. 보지도 않고 가방을 안은채 뒤로 돌아 나를 공격한 그것을 막는다.

그리고 에비, 하며 하나를 안은 남자의 얼굴로 돈가방을 던진다. 예상 외의 행동에 놀랐는지 그는 꼬맹이를 놓은채 머리를 막는다.


그 사이에 하나를 안고 가속기의 힘을 사용해 창고 내 컨테이너 박스 뒤로 간다. 순식간에 내가 없어지자 그들이 소리를 지르며 나를 찾는다.

나는 그 사이에 꼬맹이의 손을 묶는 밧줄을 풀어주고 입을 막은 테이프를 떼 준다.

아앙, 하고 울음을 터뜨리려고 하기에 손으로 입을 막고 쉿. 한다.


"괜찮아 꼬맹. 해결사가 왔잖아? 걱정하지 말고. 언니가 다 알아서 할게. 너는 여기 조용히 있으면 돼. 두 손으로 입 막고 조용히.

궁금해도 얼굴 내밀지 말고. 눈 꼭 감고있어. 금방 갔다올게. 갔다와서 우리 맛있는거 사먹자." 


그리고 다시 가속기를 작동한다. 그리고 나를 찾고있는 놈 중 하나를 안고있는 놈의 뒤통수를 친다. 니가 제일 나뻐, 니가.

사실 그 다음은 힘들지 않았다. 단순한 지역의 범죄자인듯 한 그들에게는 그럴듯한 전술도, 무기도, 움직임도 없었다. 그리고 가속기의 힘을 사용하면 그들을 상대하는건 매우 쉬웠다.


"꼬맹아 나와. 밥먹으러 가자. 언니 배고파!"

남자들을 모두 쓰러트리고 나는 꼬맹이를 부른다. 이제야 배가 슬슬 고프다. 이녀석, 네가 오늘 몇사람을 놀래킨줄 알아.


언니이-! 하며 꼬맹이가 내 품으로 달려온다. 너도 무서웠겠지. 꼬맹이를 안아들고 나서려는데 뒤에서 철컥, 하는 소리가 난다.

익숙하고도 재수 없는 소리에 일단은 멈춘다. 가속기를 사용하려고 하지만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아까 싸울때 뒷 일을 생각하지 않고 써서 그럴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켜지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시간은 없다. 그리고 내가 선택할 선택지도 하나 뿐이다.


아이를 안고 몸을 웅크린다.

나를 죽이려고 하는건지 총은 가슴 위주로 맞는다. 그리고 가속기가 단단해서 총알은 튕겨난다. 하지만 몇발은 가속기가 가리지 못하고 내 피부를 찢는다. 그리고 마지막 한발은 내 어깨에 맞는다.


기계가 말을 안들으면 때리라고 한 오랜 옛말이 틀리지 않듯 윙, 하더니 가속기에 전원이 켜진다. 나 혼자라면 시간을 되돌려 놈을 확실히 혼내주겠지만 품에는 꼬맹이가 있다.

때문에 내가 선택할 일은 하나, 내 몸의 시간을 가속해 이곳을 빠져나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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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를 안고 얼마나 달렸을까. 남들이 보기에 내가 시간가속을 쓰는게 순간이동 같겠지만 사실은 달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처럼 편하게 도망치지는 못했다.

이정도면 못 쫓아오겠지. 싶은 곳에 와서야 꼬맹이를 내려놓는다. 꼬맹이에게 아버님의 전화기를 건넨다.

꼬맹아, 아빠와 전화해. 네 목소리를 제일 듣고싶을거야.


꼬맹이와 아빠는 전화를 한다. 그리고 나는 너무 숨이 차서 주저앉는다. 폐도 어깨도 욱신거린다. 가속기를 연속으로 써서 그런지 가속기에서는 연기와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다.


"아빠? 지금 언니와 있어. 언니가 피가 많이 나, 죽을거 같아!" 라고 아이는 소리친다. 아이는 엉엉 울며 전화를 끊는다. 들리는 내용으로는 가속기에 붙은 GPS가 있는 곳으로 구급차와 경찰차를 보내준다고 하는 거 같다.


"언니? 언니! 내말 들려? 구급차가 여기로 온대! 죽으면 안돼! 알았지? 응?"


꼬맹이가 울면서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언니는 총에 어깨를 맞은거지 귀를 맞은게 아니야. 그렇게 소리 안질러도 돼." 나는 웃으며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래도 총에 맞았잖아! 언니 죽는거 아니지?"


"이정도는 앙겔라 박사님이 있으면.. 아,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 있나? 여튼 언니는 안죽어. 괜찮을거야. 꼬맹이 나중에 언니에게 맛있는거 사줘야해?"


꼬맹이를 달래고 있는데 멀리서 구급차 소리가 난다. 꼬맹이가 일어나서 불러온다고 하기에 말리려고 손을 뻗는다. 같이 있어야지. 아직 위험해. 하려는데 순식간에 달려나간다. 하여간 성질은 급하다니까.


"천천히 가! 넘어져!"

  

꼬맹이의 등 뒤에 대고 소리치는 순간 가속기가 환하게 빛난다.

앗, 하는 순간 세상이 밝은 빛으로 가득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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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엉덩이에 차가운 바닥이 느껴진다. 여긴 어디지, 하고 손을 바닥에 대니 매끈하고 차가운, 익숙한 바닥이다. 아.. 나 돌아왔구나. 꼬맹이가 놀랐겠는데...


"언니!"


눈 앞에서 하나가 나에게 뛰어온다. 아아. 자기. 자기가 나 지켜줬어. 긴 말을 하기 힘들어서 손을 들고 "다녀왔어."라고 말한다.


그녀가 내 앞에서 우뚝 서더니 여기서 가만히 있어! 잠 자지 말고! 라고 말하며 복도를 뛰어간다.

그 뒷모습이 묘하게 꼬맹이와 비슷하다. 하고 생각하는데 잠이 쏟아진다.


자지 말랬는데... 뭐 내가 누구 말을 듣는 애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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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박사님을 데리고 오는데, 언니는 의식을 잃고 있었어. 들것에 언니가 안겨 나가는데 가속기에 이게 보이잖아.

이거. 내가 언니에게 준 스티커랑 같은거야."


하나는 나에게 머리를 맡기고 천천히 말을 이어간다.


"그 때, 등 뒤에서 빛이 환하게 빛나서 뒤를 돌아봤지. 피는 보이는데 언니는 없잖아. 한참을 찾아도 보이질 않았어. 결국 경찰과 구급대원 모두가 언니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지.


경찰은 언니가 범인 중 한사람이라고 단정지었어. 하지만 실제로 잡힌 범인들의 진술에 의해 언니가 범인과 한 패가 아니었다는게 밝혀졌지.

부모님도 계속 언니를 찾으려고 했어. 뭐, 부모님이 언니를 적극적으로 찾은 이유는 내가 몇날 몇일을 울고불고해서였을거야.


나중에, 언니를 처음 만났을때, 언니가 '해결사가 왔어!' 라고 하는 순간 오래 전 기억이 다시 생각났어. 근데 언니가 나를 못알아보는거 같아서 나도 뭐라고 말은 못했지."


"그랬구나. 돈도 찾고, 범인도 잡고. 다 잘 해결됐네."


"언니. 그때 살려줘서 고마워." 하나의 눈이 다시 붉어진다.


"으이구. 그때 그 성질 나쁜 꼬맹이가 이렇게 커서 고맙다고 말도 하고. 언니는 기뻐, 자기야."


울려고 하는 하나에게 농담을 던진다. 하나가 뭐, 하고 발끈하지만 눈매는 부드럽다.


"그리고 있지. 그냥 그때 느꼈어. 토끼 스티커를 붙일때 말야. 왠지 너가 지켜줄거 같았거든. 뭔가 이거 통했을까."

그런 그녀에게 이 말을 하며 웃는다. 나 참 바보같은 소리나 하고.


"그런거 알면 나에게 잘해. 내가 언니 살려준거니까." 그녀도 눈을 찡긋거리며 말한다. 언니가 나으면 맛있는거라도 먹으러 가자. 며 그녀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아. 10년 만에 얻어먹는거니까 진짜 맛있고 비싼거 먹으러 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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