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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再来(재래-sairai) - 2<Loop 1>

눈을 뜨자 깜깜한 어둠이었다.


그래, 그 실험이 실패한건가. 그럼 그냥 여기서 계속 있으면 되는걸까. 하고 그녀는 생각한다.


"어-이! 표정 너무 바보같은데?"


자신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너무 익숙한 목소리라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자신"이 있었다.


"아? 시간가속기에 문제가 생겼나? 그게 어떤 느낌인지는 안다고. 그거랑은 달라. 허억!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다니!... 이러려고 했어, 자기?"


"자신"은 쉴새없이 말을 하며 나에게 다가온다. 놀리는거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쁘다.


"넌 누구지? 여긴 어디야?"


"윈스턴의 시간가속기. 음. 타임머신이라고 하자. 그 타임머신의 안이야. 


아저씨의 실험은 성공했어. 그리고 나, 나는... 음.. 여기의 관리자라고 해두자. 나는 여기 관리하는 사람이야.


여기서 자기를 안내해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보내주는 사람이야. 자기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잘 생각하고 그곳으로 가면 돼."


레나는 꼼꼼히 "자신"의 모습을 살펴본다.

엄연히 말하면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전투복 여기저기도 그을음이 가 있고 총을 넣어두던 장치도 박살이 나 있다. 고글도 깨져 있다.


"여기에서 싸움이 있는거야?"


"자기가 나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을줄은 몰랐는데? 지금 자기는 할 일이 있지 않아? 어디로 갈지 마음이 정해졌나본데?"


"자신"이 손을 들어 뒷편을 가리킨다. 그곳엔 하얀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가봐. 자기가 가고싶은 곳으로 갈거니까."


레나는 빛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녀의 뒤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한가지 말하는거 잊었는데. 너가 가는 곳에서 '너'는 이질적인 존재일거야."



-----------



눈을 뜬다. 여전히 어둡다. 하지만 얼굴에 닿는 건조한 바람으로 이곳이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그 저주스러운 곳. 모든 문제가 생긴 곳.


멀리서 과거의 자신과 하나가 보인다.

하나가 발을 통통통 구르는 모습이 눈물나게 그리운 모습이라 나도 모르게 달려갈뻔 했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일방적으로 적에게 당했다. 그리고 하나가 이곳에서 다친다.


몸의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이곳저곳을 계속해서 주시한다. 저 멀리서 빨간 불빛이 빛나는게 보인다.


그리고 내가 뛰어가기 전에 이미 전투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건 내가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두명이라는 것.


저쪽의 나를 목표로 하는 사이에 내가 적을 처리하면 된다.

하나가 다치기 전까지만 일을 처리하면 된다.



하지만 일은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적은 트레이서가 둘인 것에 대해서 적잖이 놀라기는 했다.

하지만 적은 지나치게 빨랐다. 잡았다, 싶으면 순식간에 도망가서 하나에게 놈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게 최선이었다.


"젠장. 마치 날파리같아."

세번째로 녀석을 노린 총이 빗나갔을때 나는 혀를 찼다. 이대로라면 내가 바라지 않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그런 내 머리에 정말 무서운 생각이 떠올랐다. 이걸 내가 실행해도 될까. 하지만 지금 다른걸 생각할 여지는 없었다.

내가 여기에 온 목표는 단 하나. 하나가 다치지 않게 하는것 뿐이다.


일부러 총을 이 시간대의 나에게 쏜다. 허둥지둥 피하는 나를 적의 쪽으로 몬다.

적의 목표는 하나가 아니었다는 나의 추측이 어느정도는 맞은거 같다. 적은 총을 피하는 "나"에게 달려든다.


'이때야.'


나는 내 몸을 가속해 나에게 달려간다. 손에서 익숙한 물건을 꺼내 나에게 붙인다. 펄스 폭탄.

"나"는 적잖이 놀란듯 폭탄을 바라보다 내 얼굴을 보고 더 놀란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를 본 그녀-나는 씩 웃으며 적의 몸을 꼭 끌어안는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그녀가 사라진다.

시간을 가속해 폭탄의 범위가 하나에게 닿지 않는 곳으로 가려는 것일 테다.


쾅!


어두운 그믐달 밤이 환하게 밝혀진다.


나를 죽였다는 죄책감이 있지만 해결했다. 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원래 시간대로 갈 필요 없어. 그냥 내가 나를 대체하면 되잖아. 라는 미친 생각까지도 든다.


몸을 돌려 하나를 본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이 상황을 보고 있다. 놀란 것일까. 그래, 놀랐을거야. 하나야.. 하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누, 누구야 당신!"


그녀가 나에게 총을 겨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나를 향한 그녀의 눈에는 엄청난 적의가 가득 차 있다.


"자기야 총 내려. 나야."


"언니를 흉내내지마. 손 들어!"

그녀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친다. 다가가려다가 그 자리에 멈춰선다. 그녀의 볼에 눈물이 흐른다.


"나야. 레나 옥스턴. 자기를 구하기 위해 왔어."


"나를 구해? 당신이 레나 옥스턴이라고?"


"응. 그러니까 총 내려."


"당신이 레나 옥스턴이라면 대체 왜! 왜 언니를 죽인거야?!"

그녀의 총구는 떨리고 있지만 똑바로 나를 겨눈다.


"이 일에서 너는 하반신을 잃어. 그리고 자살하지. 그래서 내가 일을 올바르게 하려고 왔어. 널 구하려고. 그건, 사고였어."


"사고같은 소리 하지 마! 너는 언니를 죽였어! 언니는 죄 없는 사람을 결코 죽이지 않아!"


아. 그렇다. 나는 죄 없는 사람을 죽이지 않아.

그래도 어쩔수 없었어. 그렇지 않았음 하나가 다쳤을거야.


"어쩔 수 없었어. 이건 사고였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발치에 총알이 날아든다.

하나야..!


"사고? 언니의 몸에 폭탄을 붙인게 사고? 당신이 언니를 총으로 적 쪽으로 몬걸 내가 모를거 같아? 사고가 아냐. 살해지."

그녀의 입에서 폭언이 쏟아진다.

  

"넌 결코 나의 언니가 아니야. 네가 내 언니였으면, 절대 그런 짓은 안해.

언니라면 절대 그렇게 남을 이용해서 나만을 구하려고 하지 않아.

언니라면! 절대 오늘같은 날에는 이런 짓을 안한다고!"


이런 날?

그 순간 다리에 뜨거운게 지나간다. 갑자기 힘이 빠져 주저앉는다. 통증이 올라온다.

다리에서 피를 흘리며 하나를 올려보고 있으니 하나가 내 이마에 총구를 들이댄다.


"당신은 모르나봐. 역시. 당신은 언니가 아니니까 그렇지.

오늘은 언니가 나에게 청혼한지 1주년 되는 날이야.


그래. 내가 오늘 사고를 당한다고 쳐. 근데 그래도 언니라면 나를 다시 낫게 할거야. 날 자살하게 내버려두지 않아. 날 두고 떠나는게 아니라.


레나 옥스턴은 그래. 그러니까 너는 레나 옥스턴이 아니야. 그냥 살인범이고 언니의 모조품이지."


하나가 자살을 하게 내버려 둔건 나?

내가 하나를 죽게 내버려뒀다. 내가 하나를 떠났다?

그 날 하나가 화를 냈을때. 나는 어떻게 했지?


---'잠깐 나갔다 올게. 열 식히고 있어.'---

---'딱 질색이야... ... 마음대로 해.'---



-----------



컥...커걱...


손 밑에서 팔딱팔딱, 얇은 맥박이 느껴진다.

통통통, 머릿속에서 하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통통 튀는 발.


"아냐.. 내가 아냐.. 내가... 아니라고..."


내가 죽인게 아냐. 레나 옥스턴도. 송하나도 내가 죽인게 아냐.

내가 죽이는건 나쁜 사람들. 나는 나쁜 사람들만 죽여.

그런데 일이, 일이 나쁘게 흘러갔는걸.


"아냐! 내가 아냐!"

손에 힘을 준다. 내 볼을 무언가가 할퀸다. 그만 말해. 나는 널 죽이지 않았어. 나는 나도 죽이지 않았어.


아냐. 아냐. 아니라고.



-----------



뚝. 내 손등 위로 피가 떨어지는게 보이자 그제서야 정신이 든다.

내가 뭘 하고 있었지?

내가 뭘...


내 손은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이미 움직이지도 않는 그녀의 목을 조르고, 또 조르고 있었다.

하얀 얼굴은 평소보다 더 창백해져 있다. 감지 못한 눈. 공포에 질린 그 눈.


살인자.


"아냐..아.. 아.. 하나야.."

하나의 얼굴을 품에 안는다.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는 그녀의 손톱이 빨갛다. 그제서야 얼굴이 쓰리다. 그녀가 내 얼굴을 할퀴는 동안 나는...나는...


"아..아냐.. 난.. 살인자가.."


멀리서 수송기의 엔진 소리가 들린다.


"바꿀 수 있어. 바꿀거야.. 난.. 바꿀거야.."



"정신 차리자 레나 옥스턴. 괜찮아. 넌 바꿀수 있어.


이번에는.. 이번에는.. 다시 가서 내가 혼자서 그놈을 죽이는거야.

죽여버릴거야. 머리를 박살을 낼거야.


그리고... 정신차려.. 그리고 원래 있는 곳으로 갈거야. 그럼 하나는 살아있을거야..

바꿀 수 있어. 레나 옥스턴. 넌 잘 할수 있어.."



그녀의 얼굴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바꿀거야.. 내가 바꿀거야...



-----------


익숙한 어둠. 이번에는 내 앞에 그녀석이 있다.


"자기. 얼굴이 왜그래. 엉망이네?"


나가야 하는데, 빛으로 된 곳이 없다.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알려줘."


"무슨 일 있었어?"


"하... 짜증나게 하지 말고 알려줘."


"확실하게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고는 문은 열리지 않아.

정리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그리고 무엇을 할지."


"당연히 아까 그 곳으로 가야지. 이번엔 그곳의 나도 죽이지 않고 적을 죽일거야."


"그리고. 어떻게 할거야?"


말이 막힌다. 어떻게 하긴. 원래 내가 있던 곳으로...


"그곳이 바뀔까?"


"무슨 소리야?"

관리자의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답한다.


"자기는 답을 알고 있을텐데. 더 이상 숨기지 말자고. 우리 사이에."


관리자가 웃으며 내 눈을 바라본다. 모든 것을 알고있다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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