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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再来(재래-sairai) - 3<Loop 2>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서 있자 그녀는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


"아무 말도 안하는거 보니 말하고 싶지 않은거야? 그럼 문제에 답을 하는 걸로 할까?"


"그런거 집어치워."


"에이- 하지만 자기가 답을 내지 않으면 계속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자기 설마 나랑 같이 있고싶은거야?"


짜증이 나 미칠거 같다. 화를 가라앉히려 한숨을 쉬자 그녀가 깔깔거리며 웃는다.


"그럼 다시 문제를 낼게. 자기의 하나와 자기가 방금 죽인 하나의 차이점이 뭔지 알겠어?"


내가 죽인... 손에 하나의 목을 조르던 감촉이 재현된다. 내가 죽였어.

뺨의 상처도 다리의 상처도 모든게 다 느껴진다.


갑자기 숨이 가빠진다. 자리에 주저앉아 헐떡이고 있으니 그녀가 와서 내 상처를 들여다본다.


"다리도 뺨도. 죽을 정도는 아니야.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해주지. 넌 송하나와 레나 옥스턴을 죽였어.

다시 질문할게. 네가 아까 죽인 그 둘과 네가 죽도록 내버려둔 송하나와 너. 두 쌍의 차이가 뭐지?"


"...청혼."


"맞았어. 착하네.

그래. 네가 죽인건 너 자신이 아니야. 다른 레나 옥스턴이지. 그리고 네가 그렇게 지키려고 노력하다가 죽여버린 송하나도 네가 죽게 내버려둔 송하나가 아냐.

아마 네가 없었으면 하나는 다리는 잃었을지는 몰라도 목숨을 잃진 않았겠지?"


---언니라면 나를 다시 낫게 할거야. 날 자살하게 내버려두지 않아.---


내 잘못으로 그녀가 죽었어. 나는 그녀를 내버려뒀어.


"자자, 우울해할 시간은 없어. 빨리빨리 다음 곳으로 가야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응?"


"내 하나는 이미 죽었어. 내가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아.

괜히 내가 갔다가 다른 하나들을 죽이고, 다른 나를 죽이면 어떻게 해."


"맞는 말이야. 네가 이렇게 있으면 적어도 너는 다른 누군가를 죽이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건 선택지점인거야. 모든 하나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어. 그곳에서 총을 맞고 다리를 잃어."


그녀의 절망적인 말이 떨어진다.


"하지만 있지. 지금 그대로 있는거라면 지금 그대로에 멈추는거야.

하나가 다리를 잃은 순간에 선택지는 또 나뉘어. 아까 네가 죽인 레나 옥스턴이 할지도 모르는, 하나를 자살하게 두지 않는다.

그리고 네가 했던, 하나를 자살하게 한다.


우리의 인생에는 이러한 선택지가 무수히 많아. 가지에서 새 가지가 나뉘듯 끊임없지. 그리고 나는. 너에게 그 가지로의 안내를 해주는거야."


"다시 한번 묻겠어. 너는 어디로 가고 싶지?"


나는....



-----------



다시 맞는 모래바람의 느낌은 여전히 엿같았다. 대체 이 일을 몇번이나 반복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역시 이번에도 멀리 둘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이번 목표는 그것이 아니었다.


적이 나타날 곳으로 달려간다.


빨간 불빛이 나타난다.


"어라? 둘이네."

허공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둘이야. 그러니까 하나만 데려가라고. 너도 이곳에 오래있고 싶진 않잖아."


"아니? 우리 쪽에서는 추가수당이라는게 있거든. 그리고 난 몸을 쓰는걸 정말 좋아해. 그러니까 이왕이면 둘 다 데려가는게 좋을거 같아."


"그러면 둘 다 못데려갈거야. 내가 너를 막을거니까.

우리 둘이면 너는 못이겨. 나는 널 이긴적이 있어. 총알을 아낀 값을 추가수당이라고 생각해."


잠시. 조용해진다. 내가 한 말을 무시한걸까. 조바심이 든다.


"좋아. 하지만 각오해. 우리는 칭얼거리는걸 싫어하니까."


따끔, 하고 목에 무언가가 박혔다는걸 느끼는 순간. 나는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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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은 어떤가 트레이서?"


"엿같네."

심장이 쿵쿵쿵, 뛴다. 흥분되는 기분이 지속되니 뭐든 하고싶은 기분이 든다.


"우리는 각자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신체를 강화해주지.

위도우메이커가 저격에 자신이 있으니 우리는 그녀의 심장 박동을 늦춰줬어. 그래야 사격에 정확도도 생기고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있을 수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너희들에게는 역으로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해 준거야. 몸에서 쉴새없이 아드레날린이 나오는거지.

근데 참 신기해. 어떻게 같은 사람이 이렇게 한 곳에 존재하는건지 모르겠어."


나는 건너편에서 벽에 공을 던지고 있는 그녀를 본다.

나와 닮은 수준이 아니라 나와 같은 그녀. 그들의 말로는 오버워치에서의 시간 가속기가 오류를 일으키면 한 장소에서 두명의 사람이 나온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이 곳으로 왔는지 모른다고 한다. 탈론에 스스로 왔고, 그들은 자신을 이렇게 바꿔줬다고만 알고있었다.

이제 그녀는 다만 몸을 움직이는게 즐겁다고만 얘기한다.


나도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더 숨이 차고 몸이 떨린다. 차라리 뛰어다니는게 몸이 더 편한거 같다.


"자네들에게는 신기한 재주가 있네. 다른 평행세계를 침범할 수가 있더라고. 지금 자네는 자네가 있는 세계에서 우리의 세계로 온거네."


박사는 칠판에 그림을 그린다.


"현재 우리의 세계를 A라 가정하면 우리는 트레이서를 무작위의 세계로 보내는 실험을 했네.

거기에서 트레이서를 데려올 수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반복적으로 가능하다면 트레이서로만 구성된 교란 팀을 만들 수 있지 않겠나.

그래서 오늘 트레이서를 처음으로 다른 세계, 그러니까 자네가 있는 세계 B로 보낸거네. 그리고 이렇게 성공했지."


껄껄껄, 박사는 손뼉을 치며 웃는다.


"그럼 우리에게 뭘 원하는거죠?"


"이번에는 두명의 트레이서가 무작위의 세계, C로 함께 가는 것이네. 처음에는 C와 D각각의 세계로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그 경우에 위험이 더 커지지.

이번 임무의 결과에 따라 탈론이 할 수 있는 임무의 규모가 달라질거네."


잘 부탁하네. 하며 박사는 나에게 등을 돌린다.

뭐, 상관없다. 몸을 움직일수만 있다면. 아, 근데 잠깐.


"저기."


나에게 몸을 돌린 박사에게 나는 묻는다.


"송하나. 라고 알아? 그 사람이 누구야?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라. 송하나. 나에게 중요한 인물이야?"


박사는 대답 대신 내 눈을 한참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대답한다.


"송하나. 죽여야 하는 목표네. 트레이서는 생포, 송하나는 사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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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깜깜한 어둠이었다.


옆에 있던 트레이서가 '저쪽으로 가면 돼." 하고 나를 빛으로 이끈다.


"처음이 아니라 그런지 잘 가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또 내가 있다.

여기에 나만 몇명이야. 하는 생각이 드는데 세번째 내가 나에게 온다.


"기억해. 네가 애초부터 왜 왔는지. 그럼 잘 가."


내가 손바닥을 좌악-펴며 인사를 한다.


"무시하고 가. 나에게도 그랬어."


트레이서가 나를 끌고 빛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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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모랫바람이 내 뺨을 진정시켜준다.


"저기야." 하고 트레이서가 가리킨 곳에는 나와 여자 하나가 서 있다.


"송하나..."


그 여자를 보자마자 이 이름이 나온다. 송하나구나. 저 여자. 죽여야 하는 목표.


"가자."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뛴다.


생포해야 하는 그녀는 너무나도 허술했다. 느려터진 움직임으로 송하나를 지키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뛴다.


트레이서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나도 뛰고있는 이 상황 자체가 너무 신나 웃음이 난다.


탕, 트레이서가 생포해야 하는 대상의 손등에 총을 쏜다. 뭐, 죽지만 않으면 괜찮겠지.

그러자 송하나가 그녀에게 사격을 한다.


그녀의 뒤로 뛰어들어간다. 그리고 총구를 그녀의 머리에 겨냥한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만난 "세번째"의 목소리가 들린다.



---기억해. 네가 애초부터 왜 왔는지.---


찌잉, 하는 두통이 머리에 밀려온다. 두통이 점점 심해져 일단 임무를 끝내야겠단 생각에 아무렇게나 총을 쏜다.


탕.


그리고 나도 모르게 뛰어가 목표물을 생포하려는 트레이서를 껴안는다. 그리고 시간을 가속해 먼 곳으로 간다.


"뭐하는 짓이야?"


뒤에서 목표물의 비명이 들린다. 머리가 더 아프다.


"...이러면 안됐어야 했어. 우리."


"뭔소리 하는거야? 임무 잊었어? 빨리 가야해!"


짜증이 나는지 트레이서는 나를 밀치려고 한다.


---가지는 끊임없이 나뉘어.

---...무수한 선택지....

---기억해, 네가 애초부터 왜 왔는지.


머릿속에서 끊임없는 목소리들이 몰아닥친다.

나를 밀치려는 트레이서의 손목을 붙잡아 넘어뜨리고 총구를 갖다 댄다. 그리고 시간의 여유를 두지 않고 당긴다.


탕.


"이 선택지도 잘못 선택했나봐. 아니, 애초부터 이게 처음이었나."


나는 중얼거린다. 다시 가속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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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왔네. 이번엔 어디로 갈거야?"


그녀가 나를 쳐다본다. 이번엔 무슨 생각을 하고 온거니?


"애초부터 이게 없었어야 했어 시간이동같은거. 모든걸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어."


"그렇구나. 또?"


"...애초부터 우린 모이지 말았어야 했어. 하나, 그 애는 그냥 한국에 있었어야 했어. 내 옆에 있으면 이런 애들이 계속 올거 아냐."


흐응, 그래? 하며 그녀가 빛을 가리킨다.


"많이 발전했네, 레나 옥스턴.

하지만 아직이야. 그래, 거의 다 왔어.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