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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再来(재래-sairai) - 4<Loop 3>

"레나? 여긴 무슨 일이야?"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이 목소리는 언제나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응. 그냥 왔어 윈스턴.


"싱겁긴, 올라와! 대접할건 없지만 일단 이야기하자구."


지브롤터 기지. 그의 연구실로 올라간다.

익숙한 곳. 이곳에서 한발 한발 발을 떼 그를 따라가면서 나는 수 없이 고뇌한다.

이게 맞는 일일까.


"뭐 마셨지? 소다? 차?"


"응. 홍차 한잔 줘."


"그래 잘 지내지?"

그가 커피포트에 물을 넣으며 뒤에 앉은 나에게 묻는다.


"응. 근데 윈스턴. 요즘 세상이 흉흉하잖아. 혹시 우리를 모을 생각 같은거 하고 있어?"


윈스턴의 손이 멈춘다. 그리고 그가 몸을 들어 진지한 얼굴로 나에게 말을 한다.


"그래. 맞아. 요즘 세상에서 좋은 가치를 찾기는 힘들지.

희망, 용기, 연민... 나는 다시 오버워치를 소집해 그들에게 이 가치관을 전달하고 싶어."


다시 윈스턴이 등을 돌려 차를 준비할 때,

손을 들어 그를 겨눈다.


...미안 아저씨. 아저씨는 우릴 다시 모으지 않았어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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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론의 기지를 파괴하는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었다.

이곳에서 나를 노릴 것이다. 라는 확증이 있는 이상, 이곳은 없어져야 한다.

몇 번, 붙잡힐 위험도 있었지만 운이 따라줘서일까. 이곳을 무사히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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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움직여!"


사이렌 소리가 나고 메카에 탄다. 일주일에 서너번, 많으면 매일. 옴닉은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들을 모두 파괴해야만 한다.



옴닉은 꾸역꾸역 밀고 올라온다. 그리고 그들은 매일매일 발전한다. 내 옆에 있던 전우가 쓰러진다. 실수로 너무 앞에까지 나가버린거 같다.

옴닉들이 나를 벽으로 몰고간다.


"자폭시키고 뒤로 빠져."


아, 이제 끝인가, 하는 때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누군가가 바닥에 무언갈 두고 뒤로 사라진다.

어차피 그들이 더 몰려오면 자폭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자폭 버튼을 누르고 뒤로 도망간다.


어깨를 누군가가 움켜잡는다. "실례할게."라는 말과 함께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를 안아들고는 뛴다. 엇 하는 사이에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


"위험할뻔 했네. 조심해야지."


"별로 안도와주셔도 됐는데요."

도와달라고 말한 적도 없는데 왜 도와줘. 감사인사라도 듣고싶은거야? 괜히 짜증이 난다.


아아, 너는 그렇지. 라며 그 사람은 웃는다.

"끼어들어서 미안. 그래도 만나서 반가워. 나는 레나 옥스턴이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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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도 그녀는 잊을만 하면 나타나서 나의 공을 채갔다.

메카 위로 올라가 나에게 실없는 농담을 하기도 하고, 위급할때엔 나를 안고 먼 곳으로 도망도 가 줬다.


귀찮긴 하지만 없으면 쓸쓸했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그녀를 기다리게 되었다.


"자기, 그냥 그만두고 도망가는건 어때?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다던가."


그녀가 불쑥 묻는다.

아아. 나도 이민을 생각해본적은 있다. 하지만 갈 수는 없다.


"그건 싫어요. 여기서 지켜야 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다른데 가면 고생이라고요."


"그래도 나가서 싸우는게 무섭진 않아?"


"무서운데.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하겠냐. 싶으면 나가서 싸우게 돼요."


"가족들은 뭐래?"


가족...

내가 아무 말이 없자 그녀가 먼저 사과를 한다.

뭐, 사과할 필요도 없었는데.


"다 죽었어요. 부산에 옴닉들이 올라온 그 이후에. 옴닉들은 우리의 전술을 모방하고 대처하고 발전하는데 우리들은 그대로잖아요.

해외의 원조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건 그저 버티는거였고, 그렇다 보니 결국 많은 민간인들이 죽었어요.

거기엔 우리 부모님도, 친구들도 있었죠.

그래서 도망갈 수 없어요. 나는 저 바닷속에서 올라오는 옴닉들이 싫고, 여기 있는 사람들이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겪게하고싶진 않아요."


그렇구나. 하고 그녀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이상하게 그녀는 만나고난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부터 습관적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처음에는 짜증도 냈지만 소용이 없다는걸 알게된 이후에는 그냥 내버려둔다.


그녀의 그 쓰다듬이 부모님을 연상하게 한다던가. 그런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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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시내로 출동해야해요."

새벽, 그녀가 서둘러서 옷을 입는다. 마산? 마산은 왜? 하고 물으니 시위 진압이라고 한다.


한국은 지금 전체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부산에서는 일정 간격을 두고 옴닉들이 올라오고 있었고, 그 지역을 중심으로 반 옴닉정서가 팽배해져 있다.

그리고 정치인들. 그들은 이 정서를 이용해 국가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옴닉의 탓으로 돌리는 전체주의적 사고를 퍼뜨리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정치활동의 결과물로, 최근 부산에서 활동을 했던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새로운 정부를 세웠다.


'옴닉을 몰아내고 새로운 한국을 만듭시다.'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정부는 옴닉에 대한 탄압을 통과시켰으며 옴닉을 보호해주는 인간들에 대한 즉결 심판을 통과했다.

그리고 이에 반발하여 마산을 중심으로 "공격을 가하지 않는" 일반 옴닉에 대한 인권운동이 전개되었고, 정부는 계엄령을 발동해 이들을 제압하고 있다.


하나가 소속된 기동기갑부대는 부산에서의 옴닉 공격에 대항해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갑자기 상부에서 모든 메카를 마산으로 집중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무슨 일이지?"

레나는 하나의 뒤에서 몰래 군사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 탈론에서의 신체강화 덕분에 예전의 몸일 때보다 남들을 미행하고 은신하는것에는 더 자신이 붙었다.


하나는 중대장의 자격으로 대대장의 명령을 내려받고 있었다.

레나는 대화가 일어나는 방 밖에서 창문에 귀를 대고 대화를 엿듣는다.


"지금 위에서 명령이 내려왔어.

현 시점부터 마산은 폐쇄된다. 마산시를 한정하여 통신 방해전파를 흘릴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0분 후, 05시 00분부터 작전명 '단일민족'이 발동된다.

작전 내용은 다음과 같다. 05시 00분부터 모든 부대원은 마산시 내에 있는 모든 시민들을 제거한다. 기동기갑부대, 이하 메카는 중요한 행정기관건물, 의료건물을 위주로 파괴한다."


레나는 귀를 의심했다. 국가의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왜 국민을 학살하는 명령을 내리는거지?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유를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하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대장은 하나의 정강이를 발로 걷어찬다.


"이유를 묻는다? 네가 나에게 이유를 물을 짬밥이야? 군인이 뭐야. 까라면 까는거야."


"저희는 옴닉을 대상으로 국민을 수호하는..."

하나는 말을 맺지 못했다. 대대장이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앗아 하나의 미간에 댔기 때문이다.

거리가 가깝다. 때문에 자기가 들어갔다간 하나가 죽을수도 있다.

레나는 긴장으로 몸을 굳히며 언제든 들어갈 준비를 했다.


"너만 잘났어? 너만 군인이야? 상부에서 까라면 까는거야. 이 작전을 누가 지휘하는줄 알아? 지금 청와대에 계신 각하가 직접 내린 명령이야.

네 머리통에 구멍 한두개 나는거. 그냥 무시되는게 지금 현재 상황이야. 못해? 그럼 빠져. 그대신 넌 여기서 있어. 끝나고 나서 명령불복종으로 군사재판 들어갈거니까."


하나는 무기를 모두 빼앗기고 손을 뒤로 묶여 지하로 내려간다. 지금이라도 당장 하나를 데려가고 싶지만 이곳에는 수 많은 군인들이 있다.

이들을 모두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걸 하나가 허용할 것인가. 여태까지의 일을 겪은 레나는 모든 일을 섣부르게 행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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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레나가 하나를 풀어준 것은 작전이 끝난 이후였다.

작전 중, 작전본부의 경계는 최고조로 삼엄했으며 실탄을 장비한 병사들이 수시로 건물의 이곳저곳을 순찰했다.


작전 후, 모두가 이 지역에서 일어난 일을 옴닉에 의한 학살로 조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회의에서 송하나 대위를 "순직"시키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옴닉에 의한 마산 시민들의 학살,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 출동한 메카. 그리고 옴닉에 의한 송하나 대위의 순직.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일 완벽한 시나리오가 완성된 순간, 레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하나가 잡혀있는 지하로 내려갔다.


"쉿. 언니야. 조용히 언니 말 들어."

레나는 수갑을 풀어주며 하나에게 얘기를 했다.


"지금 위에서 너를 죽이려고 해. 조용히 여기를 빠져나가는거야. 해외로 가자. 그곳에서 이름도 신분도 모두 바꾸고 사는거야. 지금 일은 잊어."


"언니, 그럴 순 없어요. 이걸 알려야죠. 이렇게 되면 내가 우리 부모님을 죽인 그 옴닉과 다를 바가 뭐에요."


"제발 자기. 내 말좀 들어. 너 지금 죽는다니까?"


시간이 얼마 없다. 조금 있으면 군인들이 내려올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하나를 지키던 보초들을 죽인 것을 알 것이다.

그리고 그 때에 자신이 이 모든 군인들을 죽이고 하나를 무사히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은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다 잃었어요. 나에게 남은게 뭘거 같아요?"


나에겐 너밖에 없어. 레나는 목구멍 밖으로 나오려는 말을 눌러담았다.

그 얘기를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언니. 그래, 언니 말대로 내가 여기서 무사히 도망을 치고 해외로 나간다고 해봐요. 내가 과연 행복할거 같아요?

이 수 많은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뒀다는 죄책감. 그걸 안고 살 수 있을까요?"


"......"


"언니. 언니가 도망가요. 사람들에게 알려줘요. 지금 이 일들을. 아니, 못하겠으면 적어도 이 지역에 흐르는 전파장해를 없애줘요.

그러면 사람들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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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후, 레나는 군사본부의 옥상에 있던 방해전파 발신기를 부쉈다. 그리고 하나의 휴대전화로 SNS에 글을 올렸다.

<마산 시내. 군인이 민간인 학살.>


건물 내에 한발, 총성이 울린다. 마치 자신이 그 총을 맞은 것처럼, 레나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엉엉 울었다.


왜 이번에도, 그녀를 지키지 못했을까. 왜 그럴까. 문제의 본질이 뭘까.


문제의 본질. 몸을 떨며 울던 그녀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과연 그것이 문제의 본질일까. 레나는 고민한다.


하지만 나에게 남은건 그것밖에 없어.


다시, 레나의 가속기에 불이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