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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게임-3


하나의 상태는 비디오를 본 이후로 더 엉망이 되었다. 상부 또한 그 점을 알고는 있지만 이번 작전의 지휘권은 전적으로 탈론에게 있기에 어쩔 수 없었다.


하나는 밤마다 악몽을 꿨다. 꿈 속에서 그녀는 레나가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고 또 봐야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변해버린 레나가 자신의 목을 졸랐다.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그녀. 아무리 질이 나쁜 범죄자라도 죽이지 않고 법의 처벌을 받게 하려고 노력하던 그녀가 즐겁게 사람을 죽였었다.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든거야."

꿈 속에서 레나는 하나의 목을 조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거야."

하나가 목이 졸려 컥컥거리는것을 레나는 정말 즐겁다는듯 바라본다. 


점점, 레나의 눈빛이 붉게 변하고. 이내 하나가 알던 푸른 빛을 뿌리는 레나는 온데간데 없고, 붉은 빛을 빛내는 그녀가 자신을 보고있다.


그리고 가위를 눌린 듯 하나는 일어난다. 이런 일이 여러번 반복이 되니 결국 치글러 박사는 하나를 의무실에서 재우도록 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강한 수면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수면제도 그녀의 몸을 다시 건강하게 할 수는 없었다. 단지, 끈적끈적한 약의 기운이 그녀와 레나의 만남을 오랬동안 이어주기만을 했다.


레나에 대한 하나의 죄책감은 극에 달했다. 그리고 임무에 나서는 그녀의 모습은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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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선 안은 불편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탈론과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하나가 그들의 팀에 끼어있다는 것이었다.


이윽고, 수송선이 탈론의 요원을 태우기 위해 경유지에 내렸다. 문이 열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세 명의 탈론 요원이 탔다.


"...시끄럽게 굴면서 땍땍거리기에 어쩔수 없이 목을 그었어. 그래서 기분 나빴어?"


"응. 피가 튀잖아. 앞으로는 적당히 해."


"알았어 자기."


수송선에 먼저 오른 사람은 위도우메이커였다. 그리고 영상에서 나온 Dr.P, 마지막으로 레나 옥스턴. 이 순서대로 수송선에 올랐다.


영상을 보고 얼마 안된 때라 모든 오버워치 요원들은 그들을 보고 몸이 굳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무슨 일을 했고, 무슨 일을 당했는지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나는 레나와 눈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비디오에서 보인 레나의 잔인성. 시체들 사이에서 웃는 그녀의 광기. 그리고 꿈속에서 만난 레나.

죄책감과 공포. 그리고 그리움. 이 모든 감정이 얽혀 하나는 자신의 무릎만을 응시했다.


무릎 위에 놓여진 손만 잡고 있던 그 때, 붉은 빛이 자신의 손등 위로 비쳐졌다. 그리고 검은 가죽장갑이 자신의 턱을 잡고 들어올렸다.


"자기. 얼굴이 왜이래. 내가 자기를 지켜줬는데. 건강히 있어야지."


"..어, 언니."


"자기야. 오늘 피곤한데 나온거야? 왜 사람들이 자기를 보냈을까. 피곤하면 쉬지."


다정하게 자신의 볼을 쓸어주는 레나의 손길은 예전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녀의 그 눈빛. 그 눈빛은 뭔가가 달랐다.


마치 다섯살짜리 아이가 자신의 소중한 장난감을 보는듯한 그 눈빛에 하나는 얼어붙을수밖에 없었다.


"자기 오늘은 피곤하면 쉬어. 자기 없어도 내가 다 할수 있어. 나는 해결사잖아?"

--우린 같이 나갈수 있어. 언니는 해결사잖아?--


그녀의 그 말이 일년 전 그 말과 너무 비슷해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예전처럼 레나는 자신을 가슴에 안고 머리를 쓸어주었다.


"하아..자기.. 울지마.. 자기가 울면.. 내가 속상하잖아.."


레나가 하나를 달랜다. 천천히, 레나의 머리가 하나의 귓가에 닿는다.


"자기. 내 앞에서만 울어. 자기 우는 모습이 소름끼치게 사랑스러운데. 이거 다른사람도 보면 그 사람들을 다 치워버리고 싶잖아?"


순간 몸이 얼어붙는다. 이 언니는 내가 아는 그 언니가 아니다. 울지도 못하고 눈을 크게 뜨고 있자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레나가 고개를 들어올리고는 하나의 볼에 묻은 그 눈물을 핥는다.


"아...정말 나는 자기가 보고싶었어.."


모두들 그녀의 변한 모습에 얼어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때, P가 껄껄 웃으며 박수를 쳤다.


"그만해 트레이서. 데뷔전을 치르기도 전에 그렇게 기를 죽이면 어떻게하나."


그리고 그는 주머니에서 네모난 은제 상자를 꺼냈다. 안에는 손으로 만 궐련이 여러개 있었다.


익숙한 듯 레나는 상자에서 궐련 하나를 꺼내 불을 붙였다.


금새 수송선 안은 뽀얀 연기로 가득 찼다.



작전지에 갈때까지 레나는 하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앙겔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우리 하나가 이렇게 마른거야?"


"왜 하나를 여기로 데리고 왔지? 지금 상태를 봐도 모르겠어?"


"지금 작전에서 하나를 뺄 수는 없을까?"


앙겔라도 어떤 말이 없자 레나는 궐련을 길게 한 모금 빨고 바닥에 던지더니 워커 발로 밟았다.


"아무도 말을 안해주네. 그럼 내가 알아서 하는수밖에. 오늘 내가 알아서 해도 되는거지?"


"맘대로 해. 나는 그냥 오늘 머릿수 채우러 온거고, P는 너 구경하러 온거니까."

위도우메이커의 말에 레나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익숙한 클래식을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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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요원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이 오버워치와 탈론의 협동 임무였지, 사실상 탈론으로 간 트레이서의 단독 임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수송기에서 내리자 마자, 위도우메이커가 한 발, 보초를 쏘고 있는 병사를 저격했다. 소음기를 부착하지도 않았다.


우렁찬 총성, 그 소리에 놀란 보초들이 한명, 그리고 또 한명 달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달려오자 붉은 빛이 잔영만을 남기고 사라지더니 보초들이 한명씩 쓰러졌다.


레나의 전투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목을 졸라 죽인 사람에게서 큰 인상을 받은 듯, 와이어로 한명 한명의 목을 그어서 죽였다.


보초를 모두 죽이자 레나는 아지트인 빌딩으로 들어갔다.


오버워치 요원들이 따라 들어가려고 하자 P가 말렸다.


"기다리게. 지금 저 아이가 데뷔를 하고 있잖나."


"무슨 소리야? 혼자서 인질을 구출하고 적을 어떻게 소탕해?"

모리슨이 따져물었다. 하지만 P는 거기에 대해 의아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질 구출? 왜 구출해야하지? 자기들이 약해서 적에게 잡힌걸. 

잡히는 순간 자폭이라도 해서 적의 머리를 하나라도 줄여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러지도 못하고 저렇게 잡혀있다는건 쓸모없는 말이지.

우린 그런 쓰레기에게 줄 돈은 없네. 그러니 트레이서의 데뷔전으로 멋지게 은퇴시키는거지. 아, 저기 오는군."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레나가 멀리서 뛰어온다. 그리고는 그들에게서 열발자국 떨어진 곳에 서서 양 팔을 벌리더니 하나를 불렀다.


"자기야! 선물이야! 하나, 둘, 셋!"


꽝, 하고 지축이 흔들렸다. 천천히, 하지만 큰 소리를 내며 건물이 서서히 무너졌다. 그리고 그 불꽃을 배경으로 레나가 이를 드러내며 더 없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자기야 어때? 좋지? 나는 저 소리가 좋아서 미칠거같아!"


그리고 그 때, 딸깍. 하고 위도우메이커가 스위치를 누른다. 레나가 화염을 배경으로 몸을 부르르, 떤다.


그리고 뒷걸음치는 하나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하나의 얼굴을 살피며 레나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 대신 남은건... 걱정.


"어디 아파? 놀랐어? 내가 자기 걱정할까봐 빨리 처리하고 왔잖아. 자기 대신 일도 다 했고. 헤헤."


똑, 레나의 머리끝에서 볼로 핏방울이 한방울 떨어진다. 누구의 피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그녀 자신의 피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레나는 신경도 쓰지 않고 하나의 손을 자신의 머리에 얹는다.


"칭찬해줘. 늘 하던대로."


하나는 주문에 걸린듯 천천히, 레나의 피묻은 머리를 쓸어올려줬다. 그걸 느끼며 레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마치 주인에게 상을 받고 칭찬해달라는 강아지처럼, 레나는 하나의 손길을 정말 즐겁게 느끼고 있었다.


"아... 기분 좋다. 그럼 우리. 다음에 봐."

머리를 쓰다듬어줘서 기쁘다는듯. 레나는 하나에게 입을 맞췄다. 예전의 레나라면 수줍게, 입술과 입술을 부딪혔을 뿐일 테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거칠게 하나의 입 속에 혀를 넣고 훑는다. 한참을 그렇게 하나와 혀를 얽히던 레나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아랫입술을 문다. 

살짝 물어서 흥분을 하도록 하는것이 아니라 피가 나도록 물어뜯는다. 입술에서 피가 나자 그것을 한번 핥더니 한참 하나를 쳐다본다.


"그럼 다음엔, 내가 찾아갈게. 그땐 좀 더 건강한 모습이었음 좋겠어."


그녀의 야윈 얼굴이 정말 안쓰럽다는 듯, 레나는 하나의 볼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그녀는 붉은 빛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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