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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게임-4



탈론과의 공동 임무 이후 일주일. 탈론으로 간 트레이서의 데뷔를 지켜본 본부의 사람들은 그녀가 대형 테러를 저지를거라 생각했다.


트레이서를 대비하기 위해 특별구성팀이 구성되었고, 윈스턴 박사의 주도로 트레이서를 저지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팀이 생겼다.

그만큼, 트레이서가 보인 광기와 그녀의 능력은 모두에게 걱정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일주일간 그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트레이서가 너무 미쳐 탈론이 그녀를 쓰지 못하고 감금한거다. 트레이서가 다시 제정신을 차린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얘기를 했다.


그리고 그런 트레이서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본부에 단 한명 있었다.

그날 밤. 하나가 여태 그랬던 것처럼 의무실에서 잠을 자려고 했다. 


의무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그녀는 레나와 마주치고 말았다.

달빛을 등에 진 그녀는 창틀에 앉아 하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기. 왜 앙겔라에게 가는거야? 우리 방 있잖아."

그리고 그녀는 하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하나의 손목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꿈에서처럼 목이 졸릴거 같았다. 고통을 겪었다고 하나에게 화를 낼 거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저 방으로 하나의 손을 잡고 들어간 그녀는 화장실로 그녀를 데리고 갔다.


"뭐해? 자기도 벗어야지."

그리고 하나의 앞에서 무방비하게 그녀는 옷을 벗었다.

하나가 옷을 벗지 않고 멍하게 레나를 바라보기만 하자 레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안 잘거야? 씻고 자야지. 나 오늘 피곤해. 자기 대신에 일 많이했단 말이야."

하나가 떨리는 손으로 옷을 벗자 레나가 그녀를 도와 셔츠와 바지를 벗겼다.

그리고 상냥한 손으로 하나의 머리를 감겨주고 몸을 씻겨주었다.


드라이기로 머리까지 말려주고 난 후, 레나는 하나를 안고 침대 안으로 들어갔다. 하나를 뒤에서 안은 레나는 하나의 머릿결에 코를 묻었다.


"하아... 자기 냄새... 너무 그리웠어. 자기.. 나 무서워하지마. 나는 자기를 사랑하고. 그러니까 꼭 지킬거야. 아무도 자기를 건드릴수 없게..."


하나는 잠에 들 수 없었다. 레나의 숨소리가 천천히, 그리고 고르게 변하자 하나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품에서 나와 레나의 얼굴을 보았다.


잠에 빠진 그녀의 얼굴은 예전과 같았다. 아이같은 얼굴로 조용히 잠에 든 얼굴. 하나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쓸어보았다.

손에 전해져오는 따뜻한 그녀의 얼굴은 예전과 같았다. 


하나가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자, 레나가 부스스 눈을 떴다.


"자기.. 잠 안와? 내가 안아줄게. 어서 자자."

하나의 팔을 끌어당겨 품에 넣고 등을 토닥토닥해주는 그녀의 손짓은 예전과 똑같았다.

그 손짓에 하나는 자신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1년만에 꿈도 꾸지 않고 잠을 잤다.

다음날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하나는 밤에 레나를 만났다. 레나는 어떤 이상행동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하나의 몸을 씻어주고 그녀를 안은채 잠을 잤다.

그렇게 레나는 밤마다 하나의 등을 쓸어주었고, 하나는 잠을 잤다.


희안한건 하나가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때엔, 레나는 어디론가 사라진 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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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일째였을까. 잠을 자는 하나는 거친 숨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레나가 머리를 감싸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언니, 어디 아파?"


"으..으으.. 하나.. 하나를 지켜야해.."

구슬땀을 흘리며 레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 모습이 힘들어보여 하나는 그녀의 머리를 감싸안아줬다.


"자기야. 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머릿속에서 자기가 자꾸 다쳐. 내가 자기를 지키지 못해. 자기야. 이 생각좀...!! 제발, 없애줘!!"

레나는 고통스러운지 침대 헤드에 머리를 박아댔다. 하나가 아무리 레나의 머리를 감싸쥐어도, 레나는 그것을 멈추지 못했다.


"날 막아줘, 자기.. 날..!"

그렇게 소리치는걸 마지막으로 레나는 방의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언니! 하며 쫓아갔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다음날, 하나는 다시 잠을 자지 못한채 복도를 걷고 있었다.

걷고 있는데 벽이 울렁거리는거 같았다. 잠시 쉬었다 갈까, 하고 그녀는 복도에 놓여있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레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날 막아줘. 생각을 멈추게 해줘. 하나를 지켜야 해. 고통에 찬 레나의 비명이 귓가에서 울렸다.

내가 무언갈 해줄 수 있을거 같았다. 내가 이 문제의 해결을 알 거 같다. 하지만 머리가 어지러워 더 이상 생각이 진행되지 않았다.



"송하나씨, 괜찮아요?"


직원 하나가 하나에게 캔을 건냈다. 그리고는 옆에 앉는다.

소다 캔. 캔을 따자 탄산이 빠지는 소리가 난다. 몇 모금을 마시자 그제서야 천천히 벽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얼굴이 많이 상했어요. 요즘 좀 나아지는가 싶더니, 또 무슨 걱정 있어요?"


"아뇨.. 그냥... 기억해야만 하는게 있는데 잘 떠오르지가 않네요."


그렇구나.. 하고 직원이 대답한다. 그리고 소다를 다시 한모금 마시는데 직원이 다시 말한다.


"기억이 안날때는요, 일단 생각을 않는거에요. 그리고 신나게 노는거죠. 하나씨 게임 잘하잖아요."

부릉부릉, 입으로 소리를 내며 직원이 운전대를 돌리는 시늉을 한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마음이 풀리는지 하나는 오랜만에 소리를 내 웃었다.


"아.. 고마워요. 덕분에 좀 나아졌어요."


"웃는 소리 들으니 좋네요. 하나씨가 빨리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직원이 하나의 팔을 손으로 쓸어준다. 격려를 하듯 등을 몇번 두드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게임이라... 오래 못했지. 그래. 오랜만에 한번 해 볼까.



----------------    



숙소의 문을 열자 그녀가 있었다. 열린 창문에서 들어온 바람을 타고 비릿한 피냄새가 훅 끼쳤다.


"자기. 왜 그사람이 자기 팔을 만지게 놔둬?"

레나가 피를 뒤집어쓴채 묻는다. 툭. 그녀가 하나의 발 밑으로 무언갈 던진다.


누군가의 손목.


천천히. 머릿속에 손목의 주인이 떠오른다. 아...


몸이 굳어서 움직이질 않는다. 레나가 천천히, 하나에게 다가온다. 그녀의 손에는 와이어가 들려있다. 와이어의 끝에서 똑, 하고 피가 떨어진다.


"나는 자기를 지키고 있는데 말이야...그치? 자기는 내거야."

표정도 없이. 레나는 하나의 팔을 끌어당겨 침대에 던진다. 그리고 하나의 위에 올라타 그녀를 바라본다.


"어떻게 해야 내거인줄 알지? 자기는 잘못 없어. 문제는 사람들이지." 


레나가 하나의 입술을 물어뜯는다. 금방 입술이 찢어져 피가 난다. 피가 난 입술을 빨아대던 레나가 이번에는 목덜미를 물어뜯는다. 목덜미, 목덜미에서 쇄골.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정성스럽게 푼다. 피가 나도록 급하게 물어뜯는것과는 또 다른 모습에서 이질감을 느낀다.


"자기에게 이렇게. 자국을 남기면 될까? 자기에게는 강아지가 있다고. 다른 파리떼들을 쫓을 수 있도록.. 어때?"


그녀가 하나의 가슴에 이를 드러내려 한 순간, 숙소의 문이 거칠게 열린다.

요원들이 총을 들어 레나를 겨눈다.


"손들고 조용히 내려와. 바닥에 엎드려."

요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레나에게 말한다. 레나는 그런 직원을 보며 씩 웃는다.


"아이고. 들켰다. 그럼 자기야. 오늘 밤에 또 봐."

하나의 몸을 끌어당겨 짧게 입을 맞춘 레나는 붉은 빛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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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 의무실이었다. 침대 주위로 커튼이 쳐져 있었다. 침대 옆에 있는 창을 보니 시간은 벌써 밤이었다.

언니가 나에게 입을 맞추고는, 그리고는 몸에 힘이 빠져서 정신을 잃었다는게 기억난다.


"지금 레나는 여태 우리가 만났던 탈론 요원들과는 다른 행동방식을 보이고 있어요."

윈스턴 박사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말을 듣고 앙겔라 박사님이 말을 한다.


"그렇죠. 그녀는 기억이 없어지지 않았고, 광적으로 하나양에게 집착하고 있어요. 근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들이 왜 이런 일을 하는거죠?"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기억을 없애고 탈론으로 생활하기 위한 목표의식을 다시 심는 것보다 하나를 지킨다는 목표의식을 주는거죠.


'네가 우리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송하나를 죽일 것이다.' 이것을 더 확대해 '네가 우리를 위해 민간인을 죽이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송하나를 죽일 것이다.'로요."


"어떻게 그게 가능하다는거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거에요!"


"그녀가 받았던 그 약물. 사랑하는 대상이 고통을 받는 환상을 보여주는 그것을 레나는 일주일간 경험했어요. 

그녀에게는 하나가 고통을 겪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공포일거고, 그걸 통해서 레나를 길들인거죠.


더불어서 하나양이 받을 고통도 생각해야해요. 하나양은 레나의 바뀐 모습을 보며 끊임없이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어요. 

이건 우리 요원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고요."


"그럼. 이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없나요?"


"글쎄요.. 레나의 뇌속에 박힌 그 세뇌가 너무 강력해요. 그리고 이미 그녀는 우리의 요원을 살해했어요.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예전과 같다고 장담할 수는 없죠."


"그럼... 레나 옥스턴양은 우리 곁을 떠난건가요."


윈스턴 박사님의 말은 없다.

'우리의 곁을 떠났다.' , '세뇌가 강력하다.' , '나를 죽일거란 공포가 언니에게 족쇄.' , '탈론이 나를 통해서 언니를 이용.'


뒤죽박죽했던 머릿속이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몸을 일으키려 한 순간, 바스락 하는 소리가 난다.

뭐지, 하고 보니 편지였다. 언니의 글씨로 Hana라고 적혀있다.


겉표지에 다음과 같은 메모가 있다.

<왜 방에 없었어? 같이 자고 싶었는데... 편지만 주고 가. 사랑해.>


나는 편지를 뜯어 내용을 본다.

이게 기회일수도 있다. 언니가 나를 지켰듯. 나도 언니를 그 굴레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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