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게임-Epilogue

앙겔라 치글러는 시골길을 걷는다. 오랜만에 가지는 휴가였다. 그리고 그 휴가기간 중 꼭 찾아야 하는 곳이 있었다.


저 멀리. 자그마한 2층 오두막이 보였다. 가까이 가자 목소리가 들린다.


"자, 밥을 먹어야지. 하나는 밥을 잘 먹잖아."


"하나도 그거 먹기 싫대."


"그래도 잘 참고 먹는구만. 너 지금 엄청 말랐어. 그러다가 하나가 너랑 안놀아줘."


"하나가 안놀아줘?"


"그럼. 너처럼 말라비틀어져 못생긴 애인을 누가 갖고싶겠어?"


"그럼 잘 먹을거야!"


"잘 하고 있나요?" 테라스에 앉아서 실랑이를 하고 있는 아멜리에게 인사를 한다.

죽겠어. 말은 지지리도 안들어. 아멜리가 인사를 받으며 레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사건 이후, 아멜리는 탈론에서 나갔다.


재미없어졌어. 다 구질구질해. 라고 말하며 그녀의 은퇴를 막는 탈론의 고위간부들의 미간을 모조리 쏘았다고 한다.


더 이상 나를 찾지 말라며 그녀는 시골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나, 그만. 하나는 충분히 먹었대. 네가 먹기 싫다고 하나에게 주는건 아니지."


아멜리는 레나의 숟가락을 빼앗아들고 그녀의 입에 가져다댄다. 처음에는 입을 꾹 다물던 레나도 그녀의 눈빛에 졌는지 순순히 입을 벌린다.


"네가 매일 먹기싫은걸 하나에게 주니까 매일 하나를 목욕시켜야 하잖아."


"우리 하나는 목욕하는거 좋아한다 뭐! 내가 매일매일 씻겨줬어!"


"말대답은 수준급이야. 다 먹었으면 이제 가서 놀아도 돼."


그녀가 바빠 보여서 그저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기만 했다.


그녀는 온종일 레나의 뒤를 따라다니며 레나가 위험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감시를 했다. 그리고 그녀가 위험한 행동을 하면 단호하게 말렸다.


성격 자체가 깔끔해서일까. 하루에도 몇번씩 레나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비누로 닦아준다.



----------------    



"고생이네요."


"그럼. 하루에도 수십번씩 갖다버리고 싶어."

아멜리가 레나의 이불을 끌어올려 목 아래에서 여민다. 레나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걸까. 웃으며 입맛을 다시는게 퍽 행복해보였다.


"그녀는 아직..."


"그래. 저 토끼인형과 즐거운 신혼생활 중이야."


그녀의 손 끝에, 낡아서 실밥이 다 나온 토끼인형이 있다. 레나 옥스턴은 연인을 안듯, 토끼인형을 안고 있었다.


"살이 많이 빠졌네요."

나는 레나의 손을 보고는 말한다. 저번에 봤을때보다 그녀는 더 야위어 보였다.


환상 속에서만 그녀를 만나는 것이 부족했을까. 점점 그녀 자신도 환상 속으로 사라지려는 듯, 현실에서의 레나의 무게는 가벼워져 가고 있다.


"그래도 오늘은 잘 먹은 편이고 잘 논 편이야. 상태가 최악일때는 반응이 없어."

아멜리도 얼굴을 굳히며 말한다.



----------------    



그 날, 송하나는 죽었다. 그리고 그때 레나 옥스턴에게 채워져 있던 구속도 풀렸다. 하나는 그녀가 가질 죄책감까지도 가지고 가고 싶었을까. 그녀는 어떠한 죄책감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그녀는 송하나가 죽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족쇄와 함께 그녀의 현실에 대한 인지력도 풀려버렸다.


그녀는 환상 속에서 하나와 살고 있다. 하나와 웃고 하나와 떠든다.


"왜 그녀를 돌보고 있는 건가요? 죄책감?"


"글쎄...죄책감도 있고. 연민도 있고.. 동질감도 있지 그리고 부럽기도 해."


아멜리는 쓰게 웃으며 말을 잇는다.


하나가 죽는 그 순간. 아멜리가 손을 더 빨리 썼더라면 그녀가 죽지 않았을수도 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그녀가 박사를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충격을 받았으리라. 누가 연인의 족쇄를 풀기 위해 자기 자신을 집어던진단 말인가.


그녀의 모습은 인간이라기 보다는 계산을 통해 최상의 해법을 내놓는 컴퓨터와도 같았다.


짝을 잃은 그녀의 모습은 기억을 잃고 짝을 죽인 자신의 모습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연인을 위해 몸을 바칠 수 있는 짝이 있음에 부러웠을 것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이 그녀로 하여금 레나 옥스턴을 돌보게 하는 것이다.



진 사람도 없었지만 이긴 사람도 없다. 하나의 계산은 냉철하고 정확했지만 최선일까. 라는 질문에는 의문이 든다. 



----------------  



레나 옥스턴은 눈을 뜬다. 눈 앞에 하나가 있다.


"자기 아직 안 잤어?"


"응. 언니 자는거 보고싶어서."


"자기도 자야지. 우리 같이 자자."

레나는 손을 뻗어 하나를 뒤에서 끌어안는다.


"흐음, 자기 냄새 좋다."


"언니"


"응?"


"언니, 내가 한 말 잊지 않았지?"


"응. 자기가 나더러 이제 나는 자유롭다고 했잖아."


"그래. 우리 언니 잘 기억하고 있네. 그럼 지금 어때? 자유로워?"


레나는 눈을 데굴, 하고 굴린다. 아멜리가 귀찮게 밥을 먹이려고 군다. 때때로 앙겔라가 와서 주사를 놓는건 아프고 무섭다. 하지만...


"응! 자유로워. 행복해."

'오버워치 > 트레디바트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게임 - Epilogue(Another)  (0) 2016.07.27
게임-5(Another)  (1) 2016.07.27
게임-5  (0) 2016.07.26
게임-4  (0) 2016.07.26
게임-3  (0) 201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