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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게임-5(Another)


<사랑하는 자기.

자기가 걱정이 되어 글을 써. 자기는 오버워치에 있고 난 탈론에 있으니 자기를 지켜주지 못해서 늘 불안해.
그런데 Dr.P가 나에게 멋진 제안을 했어.

자기도 나와 함께 탈론으로 가자. 자기는 아무 일도 안해도 돼. 자기는 그냥 내 옆에만 있어줘.
자기도 나와 같은 마음일걸 알아. 내일 새벽 4시, 내가 자기를 찾아갈게.

레나 옥스턴>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치글러 박사님은 귀가 예민하니 내가 발소리를 내면 깰 지도 모른다. 그래서 결국 맨발로 연구실을 나갔다.

바깥으로 나가니 밖은 고요했다.

"시간 맞춰서 왔네."
언니가 내 앞으로 뛰어온다. 내 몸을 꼭 끌어안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많이 아팠어? 의무실 냄새가 나네."

"응, 이젠 괜찮아. 어서 가자."

"그럴까? 근데 하나야. 신발도 안신고 그게 뭐야."
언니가 인상을 찌푸린다. 아... 이걸 어떻게 하지.
근데 내가 뭘 해결할 필요도 없었다. 언니가 나를 안아들고는 응, 이러면 되지. 하고 씩 웃는다.

그렇게 언니에게 안긴 채, 나는 탈론으로 간다.

탈론의 직원들은 내 옷차림을 보더니 별 몸수색을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게 환자복에 맨발 차림인 여자애를 누가 검사하겠는가.

Dr.P라는 사람에게 간다. 그 사람 옆에 위도우메이커가 서 있었다.


"오, 당신이 D.Va죠? 이렇게 순순히 오실줄은 몰랐습니다. 트레이서가 하도 걱정을 많이 해서요. 별 일을 해달라고 부른건 아닙니다.
그저,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안심시켜주세요."

거짓말. 그는 결코 그런 목적으로 나를 데려오지 않는다. 그는 나와 언니 모두를 탈론의 요원으로 사용하고자 할 거다.

간단한 게임이다. 나의 패와 그의 패. 그것을 생각한다면 쉬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패는 나 자신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싶은 패는 "정상적인 레나 언니"와 "레나 언니와의 지속적인 관계"다.
그가 가지고 있는 패는 "레나 언니"다. 그가 가지고 싶은 패는 "탈론 요원으로 합류한 송하나."

그렇기 때문에 그는 레나언니를 오염시켰다. 그리고 그걸 나에게 보였다. 나를 망가뜨리고 내가 가질 수 없는 패를 가지려 노력하며 점점 망가지는걸 지켜봤다.

하지만 게임에서의 승패는 한순간에 바뀐다. 아무리 약한 패를 가지고 있어도 적이 원하는 패를 부숴버린다면. 적은 적어도 "이길 수 없다."

나는 오버워치의 요원들을 믿는다. 그들이라면 언니를 잘 다독여 줄 것이다.

나는 우습게도 위도우메이커에 대한 신뢰가 있다. 언니를 가져간 그 날, 왜 하필 그녀는 언니로 하여금 나에 대한 마지막 스킨십을 허용했을까.

나는 위도우메이커의 마음 속에 있는 작은 감정, 연민을 믿는다.


----------------    


D.Va가 Dr.P에게 간다. 시시하다. 라고 생각한다.
정신이 나간 연인을 위해 자신의 정신까지도 망가뜨릴 생각일까. 그녀가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이곳에 오질 말았어야 했다. 

애초부터 트레이서가 미친 행동을 보였을때, 그녀를 쏴 죽였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미쳐버린 연인을 위해 자신을 바치고 있다.

바보같긴. 나는 둘 모두를 조롱한다.

레나를 훈련시키는것은 정말 시시한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닌 남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고통에 차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 고통을 버리기 위해 그녀의 가치관을 버려버렸다.

아무리 육체적인 고통을 가해도 무너지지 않던 그녀였다. 피를 토하고 정신을 잃어도 금새 일어나서는 또 때릴거냐고 웃던 그녀다.

그런 그녀가 송하나가 고문을 당하는 환상 그 하나로 자신이 여태 지켜온 금기를 깼다. 그리고 그에 대한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했다. 나에게 자신을 때려달라 애원했다.
이 죄책감, 이 고통을 잊고싶어. 그래서 그녀를 때리면 그녀는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우스운 일이지. 고통을 잊기 위해 마리화나를 피워 대면서 그녀는 하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봐, 레나 옥스턴. 너의 그 사랑이 이제 너의 연인도 망가뜨리고 있어.



D.Va가 P에게 다가간다. 다가가면서 그녀가 뒤춤으로 손을 가져간다. 뭘 꺼낸다. 날붙이. 눈 깜박할 새에 박사에게 칼을 들고 달려간다. 아니, 눈 깜박할 새는 아니다.

내 눈으로는 그녀의 정수리를 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칼을 들고 P에게 달려드는 자세가 너무 허술해 P를 지킬 생각도 들지 않았다.

당연히, P는 그녀에게서 칼을 뺏는다. 실랑이 할 새도 없이 그녀의 목에 칼이 들이대졌다.


"하하, 송하나씨. 제가 그렇게 허술해 보였나요? 저를 죽인다고 트레이서씨가 과연 하나양이 알던 그녀로 돌아올거 같습니까.
제가 그녀에게 학습시킨 내용은 그렇게 대충이지 않습니다. 제 계획은 탄탄해요!"

P가 박장대소를 하며 웃는다. 송하나는...함께 웃고 있다.

"맞아. 당신은 너무 단단한 세뇌를 시켰어. 언니는 나를 지켜야만 한다는 강박에 빠져 있지. 당신이 나를 지켜주게 할 거라 믿고있어."

그리고 그녀는 P의 손을 단단히 잡고.


그대로 자신의 목을 찔렀다. 


----------------    


순식간이었다. 하나가 자신의 P의 손을 빌려 자신의 목을 뚫으려고 한 그 순간, 나도 모르게 P의 손을 총으로 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두 사람에 대한 연민? 송하나의 책략에 대한 감탄? 나도 잘 모르겠다.

"아악! 위도우메이커... 대체 뭐하는거야!"

"저 애 말이 맞아. 넌 지나치게 단단하게 세뇌를 시켰어. 그리고 너무 단단해 한방에 부서졌지."

P의 말만 듣는다면 송하나를 지킬 수 있다고 레나 옥스턴은 세뇌당했다.
하지만 P가 송하나를 죽인다면 어떻게 될까.

레나 옥스턴의 1차 우선순위. 송하나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 이 무너진다. 그리고 2차 우선순위. P의 말을 듣는다면 송하나가 안전하다. 라는 법칙도 무너지게 되어있다.
거기에다가 내가 쏜 한 발의 총알.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 족쇄, '나만히 송하나를 지킬 수 있다.'또한 무너졌다.

P가 단단히 묶어놓은 세뇌가 풀어진 충격으로 레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다.

송하나는 결코 레나 옥스턴과 같은 처지가 되려고 오지 않았다.
그녀가 가진 단 한가지 소망은 '레나 옥스턴을 족쇄에서 풀어준다.' 였던 것이다.

이를 통해서 송하나는 자신이 가진 가장 약한 패로 P를 이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웃기지마! 트레이서! 위도우메이커를 쏴버려! 죽여버리라고!"

"...당신이 지켜준다고 했잖아요. 당신 말만 들으면 우리 하나가 안전하다고."

족쇄가 풀린 레나 옥스턴은 탈진한듯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내가, P의 머리에 총을 가져다댄다.

"이제 끝났어. 저애를 봐. 목줄이 끊어져서 아무 짓도 못하고 있잖아. 네 실험은 실패야.
그리고, 아.. 이제 다 지겨워진거 같아. 그만 끝내자구."

그리고 그대로, 총을 발사한다.


----------------


"언니..."

목에서 피가 흐른다. 깊지는 않아서 손으로 피를 막으며 언니에게 간다.

"자기야.. 나, 뭐가 뭔지 모르겠어..."

멍하게 주저앉아있는 언니 앞에 무릎을 굽히고 언니와 눈을 맞춘다.

"언니. 잘 들어. 그렇게 고생해서 나를 지키려고 하지 않아도 돼. 자, 봐. 사람들이 다 나를 지켜주잖아."

"그럼 난.... 난 뭘 해야 해? 자기는 내건데... 내가 내걸 지킬수 없..."

"쉿. 정신차려. 난 언니가 날 지켜주던 지켜주지 않던 언니거야. 근데 다만... 너무 힘주지 않아도 돼. 그동안 힘들었지? 괜찮아."

정말 그동안 힘들었던 것일까... 언니는 나를 껴안고는 엉엉 울었다. 엉엉 우는 언니의 모습이 기분좋다. 서서히 의식이 흐려진다.. 괜찮잖아. 언니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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