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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비타민

"너도 군 생활을 해봤으니 알겠지만, 지휘에 잘 따르도록 해. 여기서는 내가 네 상관이다. 이상."

무뚝뚝한 아저씨.

 

"잘 부탁해요, 저는 앙겔라 치글러. 메르시라고 해요. 다칠 일이 있으면 오세요."

볼 일 없는 의무관

 

"술도 못 마시는 햇병아리구만. 맥크리다."

느끼한 카우보이 아저씨.

 

...모두 다 시시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와! 너도 어린 나이부터 대단하네! 나는 레나 옥스턴! 새로운 요원은 언제나 환영이야!"

시끄러운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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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고 숙소를 한번 훑어본다. 앞으로 꽤 오랜시간동안 이 곳에서 나는 근무를 해야 한다. 지긋지긋한 육군보다는 여기가 더 보수도 세고 보급품도 고급이다.

그래도 성가신건 성가신거다. 이러나 저러나 그냥 한 판의 게임. 이걸 가지고 영웅이니 상관이니 무게잡는건 딱 질색이다.

 

전투라면 이골이 나게 겪어봤다. 메카의 조종간을 잡아 조준하여 맞힌다. 정말 간단한 일이다.


어떤 전투에서는 옴닉의 머리만을 맞히는 퍼펙트 헤드샷 전투도 해봤고, 어떤 전투에서는 옴닉의 다리만을 맞춰 움직이지 못하게도 해 봤다.

 

그래, 모든게 한 판 게임. 별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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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RBS(Red Blood State), 옴닉에게 배타적인 테러 집단이다.

옴닉을 몰아내고 순수 인간들로만 구성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집단으로, 그렇지 않은 국가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선포했다. 집단에 의해 여러 나라가 테러 위협 아래에 있다.

 

오늘 우리의 임무는 테러집단의 테러 모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역을 급습해, 그들의 테러를 사전에 저지하는 것이다.


모두들 다치지 않고 임무를 완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 도착하기까지 30, 모두들 준비 단단히 하길 바란다."
 

 

무뚝뚝한 아저씨가 무뚝뚝하게 상황을 설명한다. 말은 장황하지만 결국은 마디. '나쁜 놈들을 모두 쓸어버리자.' 괜히 이런저런 말을 갖다붙이는지 모르겠다.

나는 손에 들고 있는 게임기를 놓지 않는다. 어차피 귀로 듣고 있는데 놓을 이유가 없다.

 

", 자기 신기록이야. 지금 1위네."

 

시끄러운 언니가 옆에서 게임기를 들여다보며 참견한다. 귀찮아. 나는 대답 대신에 푸우, 하고 풍선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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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va입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방송에 찾아주셨네요.

디바비바님 별풍선 100 감사드려요, 사랑을 담아- 디바!

오늘은 테러집단을 대상으로 전투를 벌일 예정이에요. 그럼 오늘도 퍼펙트 게임! 진행해보도록 하겠어요."

 

로봇 내부를 비추던 카메라를 바깥으로 돌린다. 이제 시청자들은 내가 전투하는 장면을 보게 것이다.

오늘도 퍼펙트 게임. 나는 이기는 게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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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비바 : 비바님 오늘도 전원 헤드샷 가는건가요.>

<별풍조공인21 : 오늘은 테러 진압이라니 멋지네요.>

<elqkakstp : 군대에 디바 있으면 자원입대한다.>

 

시끄러운 채팅창은 일단 작은 화면으로 내려놓는다. 이제는 게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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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게임은 꽤나 고난이도였다. 일단 적의 AI 지나치게 높았다. 적의 장비는 그닥 좋진 않았지만 적에게 유리한 지형이라 잘못 걸어나가면 여기저기서 총알이 날아왔다.

 

하지만 나에게 문제 것은 없다. 총알이 날아오는건 적당히 피한다. 피할 곳이 없으면 공중에서 방어 매트릭스로 막으면 된다.

 

"30. 0데스! 아직은 풀피! 총알이 스쳐가지도 않네요!"
 

<디바비바 : 적들 컨이 발컨이네.>

<별풍조공인21 : 발컨이 아니라 디바느님이 신컨인거임.>

<elqkakstp : 헤드샷 날려줘요.>

<crazyshot : 이거 생방인가요?>

 

그때, 10m 앞에서 포탄이 터진다. 여파로 먼지가 자욱하게 인다. , 이건 예상 못했는데.

화면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일단 적이 있을법한 곳으로 탄을 발사한다.

이번에는 뒤에서 포탄을 피격당했다. 중심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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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 퍼펙트 게임일줄 알았는데.."

 

다행이도 카메라는 망가지지 않았고, 방송도 진행 중이다.  그래. 아직 게임 오버는 아니다. 카메라를 수트에 단다.

 

먼지 속에서 소총을 적이 나에게 온다. 메카는 운용할 없기에 메카의 해치를 연다. 새로운 메카가 오기 전까지 하나로 적을 대응해야 한다. 장비는 망가졌지만 컨트롤은 그대로니 걱정이 없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다.

 

적의 얼굴. 내가 했던 게임 적의 얼굴은 적의로 가득 있었다. 하지만 적은 다르다.

 

나이는 나와 비슷한 정도, 겁에 질려있다. 총구가 위아래로 떨린다.

 

<별풍조공인21 : 디바님 헤드샷 부탁합니다.>

<crazyshot : 컨이 발컨이네. 바로 쏘지 않는거 보니.>

 

망가진 메카의 유리창에 시청자의 채팅이 계속 올라온다. , 아니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 사람이 총을 나에게 겨눈다.

 

<디바비바 : 해드샷 쐈네. 디바님 떨어진듯.>
<elqkakstp : FPS
게임 원코인 클리어 한번 가시죠.>

<별풍조공인21 : 그래도 아직 0데스네요.ㅋㅋ 31 0데쓰 축하합니다.>

--------------------별풍조공인21님이 별풍선 31개를 보내셨습니다.-----------------------

 

잔해에 기댄 몸에서 바닥으로 피가 흐른다, 사람의 눈에서 생명이 빠져나가는게 느껴진다. , 계속해서 나를 보는 눈에는 공포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카일!!!" 

저편에서 어떤 남성이 총을 버리고 뛰어온다. 카일, 내가 죽인 사람의 이름이 카일이구나.

 

"! 안돼! 카일!! 아빠와 엄마를 두고 가지 ! 카일!! 제발!!"

남자는 나를 의식하지도 않고 아들의 얼굴에 뺨을 부빈다. 총을 손이 떨린다.

 

<elqkakstp : 기회네. 쏘세요.>

<crazyshot : 오늘 디바님 진행이 너무 느려서 재미없네요.>

------crazyshot님이 나가셨습니다---------------

 

사람이 나에게 총을 겨눈다.

나도 남자에게 총을 겨눈다. 하지만 방아쇠를 당길 수가 없다.

 

총성이 울린다. 남성의 가슴에 구멍이 난다. 피가 신발에 뿌려진다. 놀라서 총을 떨어뜨린다. 남성은 나를 노려보며, 천천히 앞으로 엎어진다.

 

"총을 쥐어, 그리고 적을 . 안그럼 죽는다."

 

무뚝뚝한 아저씨. 사람이 나에게 말한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는다.

 

"네가 죽인거다. 이건 사람을 죽이는거야. 그걸 명심해."


아저씨가 나에게 한마디를 뱉고는 뛰어서 간다.

아저씨가 말했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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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의무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앞에는 의무관이 앉아있다.

 

"하나양, 괜찮으신가요?"

 

"...괜찮아요."

한국에 있었을때도 전투 이후에는 이렇게 의무관과 상담을 했다. 떄에는 대충 게임기를 만지며 대답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기도 만지고 싶지 않다. 약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

 

"하나양.. 지금 하나양은 전투에서 적과 싸우고 뒤에요. 정신적으로 힘들 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전투 한두번 하는것도 아닌데요."
고개를 들지도 않고 얘기를 한다. 얘기로 빠지고 싶지 않아 어쩔 없이 게임기를 켠다.

 

"...하나양, 혹시나 해서 말해주는데 하나양은 오늘 많은 생명을 살린거에요.

하나양이 테러를 저지함으로써 무고한 생명 수십만을 살린거나 다름없어요."

 

무고한 생명 수십만명, 머리 속에서 저울이 떠오른다. 이름도 모르는 백인, 흑인, 황인, 남자, 여자, 노인, 아이, 옴닉…. 대충 경기장에 가득 사람을 저울 쪽에 세운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저번에 내가 죽인 사람을 세운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 공포에 떨던 , 아버지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 카일….

 

간단한 숫자 크기 비교이다. 당연히 저울은 경기장에 가득 사람 쪽으로 기울어야 한다. 하지만 계속 마음 속에 카일이라는 남자가, 그리고 사람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저는 괜찮아요. 이런 얘기 하실거면 나가볼게요."

복잡한 생각을 해서일까, 게임에 집중을 할 수 없다.

게임기 화면에 -Game Over-라는 문구가 뜬다

치글러 박사님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밖으로 나간다.

 

답답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건물 벽이 점점 좁아져 나를 조이는거 같다. 나는 밖으로 뛰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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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여기서 뭐해?"

 

바깥에 나가서 한참을 앉아있었나. 누군가 등을 , 하고 쳤다. 뒤돌아보니 시끄러운 언니다.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계속 한다. 머리가 복잡한데 짜증이 나서 게임을 켠다.

내 무시가 지치지도 않는지 언니는 게임기를 같이 들여다보며 이러쿵 저러쿵 시끄럽게 떠든다.

 

손이 떨려 내가 원하지 않는 게임을 실행한다. FPS 게임이다. 눈앞에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제발 조용히 해줄수 없어요?"

 

시끄러운 언니의 목소리가 그친다.

 

"나는 괜찮다구요! 나에게 와서 시끄럽게 이러쿵저러쿵 떠드는거에요?"

내버려둬! 이렇게 소리를 지르려고 했다. 근데 목이 막힌다. 앞이 흐릿해진다. 다리의 힘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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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울었을까. 시끄러운 언니는 생각보다 조용히 옆에 앉아서 내가 울때까지 기다려줬다.

 

"혹시 힘든거 있어? 있으면 나에게만 말해줄래?"
언니의 질문은 이거였다. 내가 힘들거라 가정하지 않았다.


언니에게 말하면 부대원 전체에 내가 약해빠진 애라는 소문이 같다. 이성은 괜찮다고 말해! 그냥 ! 라고 말한다. 하지만…

 

"언니는 처음 사람을 죽였을때 어땠어요?"
 

"나? …...내가 처음으로 죽인 사람은 40 남자였어. 아마 정도 나이면 아내도, 어린 자식도 있었겠지.

물론 좋은 사람은 아니야. 남자는 마피아 조직원 하나였거든."

 

작게 한숨을 쉬고는 언니는 말을 잇는다.

 

"처음에는 몇날 몇일을 울었어. 밥도 제대로 먹었지. 이틀 울기만 했나.. 배가 고프더라고

그래서 칩스를 우걱우걱 먹는데, 사람을 죽이고 지는 살겠다고 밥을 먹는 내가 한심해서 울었어."

 

"그럼 어떻게 극복했어요?"
 

언니는 질문을 예상했다는듯 피식, 웃는다.

 

"극복... 못하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이 머릿속에서 재연될때도 있어.


내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고 무사히 살아가고 있어. 라고 한다지만 별로 위로는 안되더라고.


그냥. 품고 살아가는거야.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누구를 다치게 했으면 책임은 내가 져야지그래서 우리 일이 힘든거야."

 

언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울어. 아직 울게 남았잖아? 근데 배는 고플거니까 방에 가서 울거면 식사거리는 챙겨들고

그리고 음…. 이거 받아. 울려면 기운이 있어야 ."


언니가 주머니를 뒤지더니 뭔가를 내민다. 우리나라의 레모나 같은걸까? 가루 형태의 비타민이다.

 

" 챙기고. 저녁식사때 , 자기!"

그녀는 나를 두고 어딘가로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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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D.va입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방송에 찾아주셨네요.

싸움꾼디바님 별풍선 300 감사드려요, 사랑을 담아- 디바!

오늘은 마피아를 대상으로 임무를 수행할거에요. 오늘도 최대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고 게임을 클리어하겠습니다."

 

나는 카메라를 바깥으로 돌린다. 그리고 비타민 봉지를 뜯어 가루를 입에 털어 넣는다.

 

"자기는 싸우기 전에 그걸 먹어? 기운차게 싸우려고?"

 

"그냥. 맛있으니까. 언니도 하나 줄까?"

 

"아니, 나는 됐어. 오늘도 다치지 자기."

 

". 언니도 다치지 말고!"

 

언니가 메카 위에서 훌쩍 뛰어내린다. 올라가지 말라고 몇번을 말했는데도 듣질 않는다.

<작전 돌입으로부터 앞으로 5. 4…3…2…1 작전 개시.>

 

오늘도 부디 무사하게.


"D.va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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