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은 정말 우연이라고 할 것이다. 오늘 오버워치 기지에는 20대 이상의 여성진만이 있다. 남성진을 포함한 대부분의 직원은 1박 2일의 훈련을 떠났고, 하나는 CF촬영으로 다음날 새벽 늦게나 들어온다고 한다.
언니들끼리 있을 때에는 특별한 것을 해야죠! 레나의 부추김 속에 모두는 주변에서 가장 괜찮다는 술집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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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 괜찮겠어?"
우리는 주변 호텔서 묵고 들어갈거야. 모두들 레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본다. 하지만 그녀를 유일하게 막을 수 있는 사람, 아나 대장님은 이미 따님의 등에서 깊은 숙면을 취하고 계셨다. 레나도 같이 자고 가요, 라고 앙겔라가 팔을 잡아 끌었지만 레나는 확고했다.
"꼬오맹이가 집에 오거등요? 얘가 겁이 많아서 혼자 두면 안돼요."
널 그 애 옆에 두는게 가장 걱정될 일인거 같은데, 보통이라면 다들 이런 생각을 했지만 여성진 모두는 핏속에 다량의 알코올이 흐르고 있었다.
뭐, 가겠다는데 어쩌겠어. 그들은 몸을 돌려 주변의 호텔로 간다.
다음 날, 모두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역시 러시아 사람과 중국 사람이 끼면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게 된다. 속도 쓰리고 머리도 아픈게 정말인지 딱 죽고싶었다.
"레나는 어디 있어?"
그나마 일찍 잠드셔서 피해가 없는 아나가 물었다.
"숙소로 돌아갔어요. 하나를 혼자 두면 안된다는ㄷ…"
말이 끝나기 무섭게 뭐? 하며 아나의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으으윽, 모두가 머리를 움켜쥐는 와중에 아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왜 그 애를 혼자 보낸거야, 다들 미쳤어?"
얼굴이라도 씻고 가요, 모두가 말렸지만 아나는 서둘러 숙소로 발걸음을 향했다.
"다들 무사해야 할 텐데…" 부사령관님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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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렸을 때엔 이미 새벽 세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몸이 너무 피곤해 씻지도 않고 이대로 침대에서 잤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면 언니가 내 얼굴이며 이며 다 닦아주겠지.
나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숙소로 향했다.
그리고 멀리 숙소가 보이는 순간, 나는 긴장을 푼 몸에 다시 힘을 줬다. 침입자다.
숙소의 유리문이 모두 깨져 있었다. 마치 총과 같은 것으로 밖에서 쏜 것처럼 유리가 산산조각나 흩어져 있었다.
총을 쥔다. 메카를 조종하는 조종사다 보니 아무래도 백병전에 약한데, 언니에게 전화를 걸지만 받질 않는다.
이대로 몸을 돌려 다른 사람들을 부를까, 하지만 언니가 저 안에 있으면 어떻게 하지. 머릿속에 수 많은 생각들이 생겨났다 사그라든다.
언니가 저 안에 있다면 발을 돌릴 수 없다. 결국 땀이 나는 양 손을 바지에 문지르고 나는 총을 단단히 쥔다.
조심히, 산산조각난 유리를 밟으며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에 있던 정수기는 무엇에 맞아 박살났는지 바닥이 온통 물 천지다. 의무실이며 행정실, 등등, 모든 곳의 문이 음푹, 들어가 있다.
혹시 사람이 있을지 몰라 들어가본 휴게실은 처참하다. 자판기 살해범이라도 왔다 갔나? 음료 자판기, 과자 자판기 등 모든 자판기들은 죄다 부서져 있고 당구판도 박살이 나 있다. 성하게 서 있는 의자도 없다. 그래도 핏자국은 없는게 다행이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온거지? 오늘 이곳은 비어있을 터. 무언갈 훔치려면 이렇게 어지르진 않을텐데..
중앙 계단으로 올라가려다 숨을 삼킨다. 1층 중앙에 있는 식당부터 계단까지. 점점점, 붉은 액체가 떨어져 있다.
피? 하나는 자기도 모르게 상처입은 동료를 떠올린다. 그게 누구든 상처입은 동료를 발견했을때 과연 내가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천천히, 붉은 자국을 따라 잔해를 헤치며 한층한층 올라간다.
붉은 자국은 일정 간격을 두고 이어진다. 벽을 보자 빨간 손자국이 나 있다.
누군지는 몰라도 크게 다친거 같아 걱정이 된다. 그리고 천천히 그 자국을 따라간 곳은 자신의 숙소였다.
자신의 방을 쓰는 사람은 단 두명, 자기와 레나언니이다. 나는 다친 곳 한군데도 없이 있다. 그럼 이 많은 피의 주인공은 레나언니? 무릎에서 힘이 빠진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을 경우, 언니를 구할 사람은 나 뿐이다.
천천히 문고리를 돌린다. 아니, 돌릴 필요도 없다. 문고리는 손을 대자마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 소리에 숨어있는 적이 나올까, 나는 순간 몸을 숙이고 주변을 경계한다. 적이 자신을 발견할까 불도 켜지 않은 상태라 어둠 속에 무언가가 일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었을까. 적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문을 슬쩍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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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난장판이다. 자신의 게임 소프트, 그리고 언니가 수집하던 내 피규어를 모아둔 장식장은 바닥에서 산산조각이 나 뒹굴고 있다. 식탁도 TV도 쓰러져 있다.
이곳이 기지 안에서 가장 큰 난투가 벌어진 곳인 듯 하다.
자기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진다. 갑작스럽게 쳐들어온 적들, 그리고 식탁을 방패삼아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적과 대항하는 언니.
"어, 언니!!"
붉은 웅덩이 속에 언니가 등을 위로 하고 쓰러져 있다. 가까이 가 보니 온 몸이 붉은 것 투성이다.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숨은 쉬고 있나? 천천히 무릎을 굽혀 언니의 코 밑에 손가락을 대 본다. 다행이도 숨은 쉬고 있다. 이 피는 어디에서 나오는 거지? 언니의 몸을 천천히 둘러본다. 가속기의 빛에 비추어 본 곳은 온통 붉은색이다. 일단 언니를 깨워야 한다는 생각에 언니에게 손을 댄다….
응?
언니의 배 밑에 손을 대자 뭔가 뭉클, 하고 만져진다. 미끈미끈한 질감. 손을 위로 올려보니 붉은 액체가 미끈미끈한 느낌이 든다.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는다. 새콤달콤한 냄새...케첩이다.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망가진 숙소, 박살난 유리문, 박살난 휴게실. 그리고 케첩.
일단 언니를 뒤집는다. 언니의 몸이 케첩 범벅인걸 제외하면, 그리고 언니에게 지독한 술 냄새가 나는걸 빼면, 다친 곳이 없는거 같다.
언니의 몸 아래에서 감자와 생선 뭉치가 나온다. 튀김 조각이 붙어있는걸 보면 이건 피시 앤 칩스…?
셜록 홈즈가 말했다. 불가능한걸 모두 제외하고 남은 유일한 가설은 진실이라고.
하지만 정말로? 나는 언니를 깨워서 묻고싶다. 이게 진실이냐고. 진실이면 왜 그랬냐고.
하지만 당사자는 술에 절어 잠을 자고 있다.
결국 내가 한 추리는 맞는 걸까… 언니를 보며 나는 수십가지의 질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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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적에게 기지가 초토화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아군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때문에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기지에는 어느정도의 병력을 배치해 두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쓸모없고 처참하며 비참한 파괴는 처음이군, 하며 모리슨은 머리를 벅벅 긁는다.
이걸 누구에게 따져야 할까. 일단 당사자에게 경고를 주어야겠지. 라며 잭은 계단을 올라간다.
범인이 있는 곳, 그 문 앞에는 <초인종, 두드리기 금지. 전화 주세요.>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다.
그리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전화번호가 적혀져 있다.
화가 나지만 여기서 화를 내면 안된다. 잭은 휴대전화의 액정을 엄지로 부술듯 누른다. 몇번의 신호가 가다가 뚝 끊기고, 곧 문이 열린다.
제일 어린 요원, 송하나가 자기를 올려다본다. 눈 밑에 검은 그늘이 져 있는게 그녀도 어젯밤의 참사로 꽤 피해가 큰 듯 하다.
"D.va , 트레이서를 불러다오."
"언니는 자요."
짤막하게 그녀가 답한다. 문을 등지고 서 있는게 한발짝도 들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그녀는 지금 큰 과실을 저질렀다. 그녀가 한 일은 우리 요원들의 사기를 꺾을지도 몰라."
"언니는 제가 혼낼게요. 고의로 그런건 아니잖아요? 한번만 눈감아 주세요. 그리고 언니 혼자만의 잘못도 아니잖아요."
그녀가 잠긴 목소리로 말한다. 그렇게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피해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그래도 그녀가 저지른 잘못은 기지의 재산에 큰 피해를…"
"얼마죠? 제가 보상할게요."
쪼그만 아이가 주머니에서 수표책을 꺼낸다. 펜으로 턱을 몇번 긁은 후에 액수와 서명을 하고는 찢어서 건넨다.
"이정도면 충분할거에요. 유리도 문도 단단한걸로 바꿔주세요. 남은건 나중에 이 언니가 또 잘못할 때, 그 때 써 주세요."
그러면 저도 피곤해서… 하고 하나가 문을 닫고 들어간다.
허, 참… 저렇게 조용히 자신을 물리친 사람은 몇 안된다. 저 나이대의 사람은 하나가 유일할 것이다.
할 말은 없다. 모리슨은 다시 한번 머리를 긁다 수표를 본다. 말도 안되는 액수를 여러 번 확인하고는 등을 돌린다.
말도 안되는 애에 말도 안되는 연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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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온다. 집 안에서 쓸모없어진, 혹은 쓸수 없게된 모든 것들을 빼 내고 나니 마치 막 이사온 집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식장 속의 물건들은 모두 상자 속에, 바닥은 맨 나무바닥, 침대보와 요는 모두 새것. 그리고 문제의 그녀.
"으으으… 자기.. 머리아파."
얼굴부터 시작해 온 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지 못한거겠지. 정확한 전문용어로는 "술병"이라고 한다.
하나는 레나의 이마에 올려진 수건을 찬물에 다시 적셔 올려준다.
"으이구… 잘 한다, 잘 해."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언니도 이 한마디 속에 들어있는 엄청난 의미들을 다 읽었는지 끙끙대다 말고 이불 속으로 얼굴을 숨긴다. 빨간 이마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숨을 쉬고 등을 돌려 부엌으로 간다.
언니가 다친게 아니라 고주망태가 된걸 알고 언니를 몇번 걷어찬 후, 집을 청소하고 돌아왔더니 언니가 바닥에서 끙끙대며 누워있었다.
저 언니가 엄살은, 하며 한번 더 걷어찰까 하는데 얼굴이 열병이 난 것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헛구역질을 하기에 부랴부랴 쓰레기통을 가져다 주니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뱉어낼듯 게운다.
놀라서 옷을 벗기니 얼굴 뿐 아니라 가슴부터 허벅지까지, 온 몸이 빨간 언니를 보고 술병이라 판단, 부랴부랴 숙취 해소 방법을 검색했다.
<영국의 숙취 해소 방법은 '블러드메리'라는 토마토가 든 칵테일을 마시는 것….> 까지만 읽고 검색창을 닫았다. 이 언니의 나라 사람들은 해장을 위해 또 해장술을 마신단다. 국가가 단체로 미친거 같다.
숙취, 숙취에 좋은 음식. 하고 찾아보니 비타민이나 단백질이 든 음식을 먹이라고 했다. 게우는걸 봐서는 수분 섭취도 해야겠지.. 까지 생각이 미친 하나가 선택한 것은 레몬 음료와 달걀죽. 레몬 음료는 침대 옆에 놓여 있고 달걀죽은 지금 냄비 속에서 끓고 있다.
"언니, 일어나서 죽좀 먹어봐."
쟁반에 죽을 담아와 언니를 깨우니 알 수 없는 신음을 늘어놓으며 모로 눕는다. 하아… 한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과 안쓰러운 심정이 섞여 한숨으로 나온다.
"죽을 먹어야 게워도 속이 덜 아플거 아냐."
겨우겨우 언니를 달래 앉힌다. 수저를 쥐어주니 겨우 몇술을 뜨고 내려놓는다.
"조금...조금 있다 먹을게…"
쉰 목소리로 언니가 말한다. 한번 더, 한숨을 쉬곤 언니에게 레몬 음료를 건넨다. 이것도 안되면 숙취에 시달리는 박사님에게 가서 아무 주사나 놔달라 하려 했는데 다행이도 음료수는 벌컥벌컥 마신다.
한번에 음료수를 다 마신 언니가 후우, 하고 주변을 둘러본다. '눈빛에 이게 뭐지?'하는 궁금증부터 '아차.'하는 후회, 그리고 공포까지 지나가는걸 본 후에 내가 입을 연다.
"그래, 트레이서씨. 기지를 박살낸 소감은 어떠신가요?"
"아… 그….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이래서 아나 대장님이 머리를 감싸쥐었구나… 언니 예전에도 그런 적 있어?"
"응… 오버워치 해체 전에…"
점점 언니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그도 그럴게 술 먹고 한 거대한 주정을 두 번이나 저지른 것이다. 얼마나 부끄럽겠는가.
하지만 내가 언니에게 말을 건건 단순히 기지를 박살내서가 아니다. 정말 궁금한게 있어서이다.
"근데 언니, 왜 케첩으로 예술을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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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언니, 왜 케첩으로 예술을 한거야?"
언니 새로운 별명 생겼더라. 블러디 레나. 술 취하면 잭슨 폴록이라도 돼? 하고 그녀가 묻는다.
어제 일을 생각하려니 다시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왜 그랬지… 하고 나는 기억을 더듬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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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은 광란의 밤이었다. 보드카와 맥주, 빠이간이 뒤섞여 돌아다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흐늘흐늘, 춤을 추는거 같았다.
"레나, 호텔에서 같이 자고 가는건 어때요?"
박사님이 나에게 물었다. 옆에서 메이 언니도 자고 가라고 얘기했다. 흐물흐물, 다리에 힘이 없어서 그럴까. 하고 생각하는데 하나에게 생각이 미쳤다.
하나는 오늘 새벽에 온다고 했지? 오늘 기지에 아무도 없는데…
"꼬오맹이가 집에 오거등요? 얘가 겁이 많아서 혼자 두면 안돼요."
발음이 이상하게 나온다.
뒤에서 사람들이 붙잡지만 나는 집으로 간다. 깨끗하게 씻고, 꼬맹이를 기다려야지.
문제는 가속기였다. 희안하게 술만 마시면 얘가 말썽을 일으킨다. 아니, 사실 술만 마시면 내 몸에서 알아서 얘를 작동시킨다.
나는 분명히 서둘러서 문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입구 유리문이 박살났다.
아야야, 다친데는 없지만 유리문은 깨졌다. 하나가 밟으면 다칠텐데. 빗자루로 여길 청소하려고 했다. 그래서 빨리 1층 행정실이나 사무실로 들어가 청소 도구를 가져오려고 했다.
하지만 문들은 모두 잠겨져 있었다. 몸을 부딪쳐봐도 끄떡 없다.
역시, 오버워치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 사이에 뭔가에 부딪혀서 깨진게 있는거 같다. 하지만 사소한건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하나라면 가벼우니까 안다칠거야, 하고 계단을 올라가려고 한다. 그때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언니, 식사 거르지 말고 있어.' 라고 하나가 나가기 전에 얘기했다. 그러고 보니 냉장고에 피시 앤 칩스를 넣어놨지. 괜히 뱃속이 출출하다.
그래, 케첩과 머스타드를 듬뿍 뿌려서 먹자. 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케첩을 손에 든건 좋았는데 힘을 너무 줬나보다. 찌이익, 하고 케첩이 뿌려진다. 이대로라면 방까지 케첩을 들고 갈 수 없을거 같다.
하는 수 없지. 식당에 있는 케첩들을 양손에 몇개씩 끼고 간다. 찌이익, 가는 길마다 새콤한 케첩 냄새가 나니 뱃속이 더 허기지다.
문이 잠겨서 어찌저찌 열었다. 냉장고에서 피시 앤 칩스를 꺼내고 몸을 돌린다. 발을 내딛는 순간, 바닥에 뿌려진 케첩을 밟고 미끄러진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가속기를 썼다. 뭔가에 또 엄청 부딪혔다. 일어나려는데 너무 졸렸고, 그래서 그냥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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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하나에게 일일히 설명하긴 힘들겠지, 내가 생각해도 제대로 믿기 힘든데, 그녀는 오죽할까.
"그, 글쎄...내가 좀 별나잖아."
나는 그저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어제 일을 회상하니 자연스럽게 어제 먹은 술들이 연상된다. 속이 더부룩하다.
내 표정이 심상치 않은지 하나가 레몬 음료를 따라준다. 시원하고 톡 쏘는게 좀 살거같다.
한번에 한잔을 다 비우고 다시 하나의 눈치를 본다. 어제 일은...정말 엄청난, 매우 엄청나고 불행한 사고였다.
그리고 이 사건의 뒤처리는 꼬맹이가 다 한거 같다.
그녀가 손을 올린다. 때릴건가? 하고 몸을 움츠린다.
"으이구… 잘했어. 그래도 신났겠네."
하나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좀 더 자, 하고는 날 눕히고선 가슴을 토닥여준다.
기가 막힌 표정,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손끝이 너무 상냥하다.
지끈지끈 아픈 머리도 하나가 쓸어주니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후우, 다음부터는 자제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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