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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센티넬 버스 설정) 아귀 - 2

  부터였을까, 그녀는 종종 나의 방으로 찾아왔다. 찾아왔다고 나의 몸을 더듬거나 하진 않았다. 그녀는  침대에 기대 게임을 했고, 나는 침대에 기대 책을 읽었다. 

몇번은 불편해 안경을 쓰고 있었더니, 안경  벗으라고 꾸지람을 하기에 안경도 벗었다. 

 

"언니, 헤드폰이  이렇게 많아요?" 
그날은 왠일인지 게임도 하지 않고  방의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와서 쭈뼛쭈뼛하게 나를 껴안아줘서 그랬을까, 그렇게 그녀가  방을 어지럽히는게 신경이 쓰이진 않았다. 

 

그녀가 나에게 들이댄건 서랍 속에 있던 헤드폰. 나는 궁금해하는 그녀에게 헤드폰을 끼우고 휴대전화에 연결해 음악을 한곡 틀어준다.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그녀가 노래를 들으며 의아하다는듯 나에게 눈썹을 올린다.  설명을 해보라는 뜻이다. 

 

"그냥. 노래가 균형이 맞잖아. 세상 소리는 균형이 맞지 않고 너무 시끄러워서. 힘들때 듣고 있으면 괜찮아. 

헤드폰이 많은건, 쓰다보면 헤드폰이 낡아서 잡음이 나는데 그게 듣기 힘들거든…" 

내가 말을 하자 그녀가 아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방을 뒤지더니 이번에 꺼낸건 단추가 떨어진 셔츠, 쓰레기통에 버린 건데 이게 뭐냐고 꺼내든다. 

 

내가 우물거리며 단추가 떨어져서...라고 말하자 "단추가 떨어졌다고 옷을 버리는건 세금 낭비에요!" 라며 가방에서 반짓고리를 꺼낸다. 


그녀가 예상치도 못한걸 갖고 있어서 책을 덮고 바라보니 머쓱하다는  등을 돌리고 옷을 꿰매준다. 그리곤 옷을 의자에 걸쳐놓는다. 

내가 읽는 책을 한참 보던 그녀가 방을 한바퀴 돌고는 나에게 돌아온다. 

 

"언니는 정말 힘들었겠네요." 

 

"?" 
 

"언니가 보는 세상은 모든게 불균형하니까요. 언니는 그게 불편하고. 그래서  힘들었겠어요." 

치부를 들킨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연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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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힘들었겠어요, 라고 얘기를 했다. 

그러자 언니는 한참을  눈빛을 들여다봤다. 언니는  그랬다.  눈속에서  많은 답을 찾곤 했다. 그리고  눈속에서 뭔가를 찾았는지, 고개를 숙였다. 

드러난 목이 붉었다. 구부린 뒷목에 목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앙상한 목뼈에서 언니가 겪었을 불편함이 밀려들어왔다. 

 

마치 상처난 피부를 소금에 문지르는 것과도 같았을 것이다. 세상은 언니에게 너무나도 자극적이어서, 그래서 힘들었을것이다. 

언니에게 연민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 드러난 목에, 가만히 입을 맞췄다. 

 

그리고 그때 나는 언니의 뒷목을 통해 언니가 진심으로 편안해함을 느꼈다. 파르르, 떨리는 언니의 등에, 목에. 나는 입을 맞췄다. 

 

 

"난 가이드라는 자리가 갑갑했어요. 사람들은 저 정도 능력의 가이드가 되면 세상을 모두 가질거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아니었어요. 글쎄..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처음으로 하는 얘기에 횡설수설한다. 다시 심호흡을 하고 얘기한다. 

 

"내가 세상을 가지려면 나는 내 자신을 포기했어야 했어요. 나를 도구처럼 사용해야만 했죠. 능력순대로, 모르는 센티넬과 포옹을 하고 관계를 가지고.. 그렇게 되면 부도 명예도 움켜쥘수는 있을 거에요." 

근데 저는 그게 싫었어요. 나는 뒷말을 삼킨다. 언니는 아까의 자세 그대로 조용히 내 말을 듣고 있다. 

 

"태어날때부터 정해진거였죠, 언니가 태어날때부터 세상이 따가웠듯, 제가 태어났을때, 세상에서 제가 자유롭게 살 자리는 없어 보였어요." 

언니의 등에 얼굴을 붙이고 얘기한다. 연애감정이나 연민과는 상관없이 그저 내 속마음을 얘기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못했어요, 그도 그럴게 뛰어난 엘리트라고요. 이런 얘기를 하면 배부른 소리한다고 할거 아니에요." 

언니의 손이 내 손등을 쓸어준다. 그래, 너도 힘들었구나. 하듯. 

 

 

 

"그럼, 가볼게요, 언니." 

 

그녀가 인사를 하고 나를 바라본다. 예전처럼 거부감이나 불편함은 없다. 약간의 부끄러움은 남아있는거 같다. 근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일거. 

 

잘가, 하고 나도 손을 흔든다. 문을 닫고 문득 화장대의 거울을 본다. 안경을 쓰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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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종 소리가 시끄러웠다. 베개를 뒤집어쓰고 뒤척거리다 자명종을 끈다. 처음으로 듣는 자명종 소리에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신기한 일이네, 하고 일어나 방 안을 둘러본다. 

어제 하나가 간 이후로 피곤해서 그대로 잤던 탓인지 방이 어수선했다. 희한하게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씻고 나와 셔츠를 입으려 옷장을 연다. 그러다 문득, 어제 하나가 단추를 달아준 셔츠에 눈이 갔다. 

 

쓰레기통에 들어간 옷인데... 주저하는 마음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결국 거기에 손을 넣어 입는다. 

안경도 헤드폰도, 그다지 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방 밖을 나선다. 

 

세상의 소음에 기분이 그리 상하지 않는다는 게 신선하다. 식당에 와서 주문을 한다. '아무거나요.' 

 

하나와 마음이 통했기 때문일까? 몸을 섞는게 각인의 전부 아니었어? 하는 의문이 생긴다. 어서 하나에게 가서 이 변화를 말해주고 싶다. 

 

가이드들의 사무실로 가는 길, 내 옆을 여린 소녀와 한 남성이 지나갔다. 그리고 사무실로 가기 위해 코너를 도는 순간, 등 뒤에서 큰 굉음이 울렸다. 

 

 

소녀가 남성의 목울대를 잡고 있었다. 남성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내가 의식하기도 전에 내 몸은 이미 소녀의 옆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소녀의 손을 떼려고 했다. 

하지만 소녀의 손은 바위처럼 단단했고, 남성의 얼굴은 파란색에서 점점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폭주다. 나는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본능적으로 알았다.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벽의 버튼을 눌러 방화벽을 내렸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총을 뽑아들었다. 

소녀의 손목, 그 얇은 손목에 총을 겨누는 것이 마음을 매우 불편하게 했다. 미안해,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방아쇠를 당겼다. 소녀의 손이 날아가며 남성이 숨을 다시 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소녀의 목적은 여전히 남성인 듯, 다시 그 남성에게 달려들었다. 

 

가속기를 사용해서 그 가운데를 막아섰다. 남자의 옷 뒷덜미를 잡고 반대편 구석으로 도망갔다. 도중에 소녀가 나의 어깨를 잡았다. 그 힘이 세, 더이상 달리지 못했다. 하지만 남자는 저편으로 멀리 던질 수 있었다. 남자는 살렸다. 문제는 나다. 

 

살기 위해서 다시 총구를 들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이 살인을 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는다. 

이건 사람이 아니야. 이건 표적이야. 이를 악물며 소녀의 무릎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소녀가 풀썩 넘어졌다. 하지만 곧 일어나는걸 봐서 힘 외에도 치유의 능력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방화 유리 저편으로 사람들이 몰려오는게 보였다. '누구든 가이드를 불러줘!' 나는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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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하자 기관이 발칵 뒤집혀 있었다. 새로  센티넬이 폭주를 한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고수준의 가이드들이 뛰어나갔다. 그리고  거기에서 언니를 보았다. 

 

언니는 폭주한 센티넬에게 총을 쏘고 있었다. 입술을 짓이기며 총을 쏘는 언니의 표정엔 고통이 짙게 배어 있었다. 언니의  앞에 있는 소녀는 나보다도 어려 보였다. 많이 잡아야 열넷? 그정도의 소녀에게 언니는 총을 쏘고 있었다. 그에 대한 죄책감이 언니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터였다. 

 

"뭐 하는거에요? 왜 방화벽을 열지 않아요?" 
 

"방화벽이 고장났어. 아까 폭주한 센티넬이  센티넬을 몇번 집어던졌거든. 그때의 충격으로 열리지 않는거 같아. 사람들이 장비를 가지러 갔어." 

언니의 얼굴 곳곳에  있는 상처가 그것인가. 나는 밖에서 지켜볼수밖에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언니는 최대한 총을 쏘지 않으려고 했다.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해 가속기로 갇힌 복도의 이곳 저곳을 도망다녔다. 그러다가 옷깃이나  다리등을 잡히면 벽으로 처박히곤 했다. 

 

"총을 쏴, 언니!" 언니에게 소리쳤지만 언니는 듣지 못하는거 같았다. 아니, 듣지 않는 것일수도 있었다. 

 

복도의 반대편에서 사람들이 방화벽을 부수기 시작했다. 나는 그곳으로 가기 위해 언니에게서 등을 돌려서 달렸다. 

 

 

방화벽이 내려져서일까, 반대편 복도로 가기 위해서는 몇개의 층을 오르락내리락해야만 했다.

겨우 도착한 곳에서는,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니, 언니도 폭주를 일으키고 있었다. 언니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손 끝부터 형체가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나는 언니의 폭주를 안다. 언니의 폭주 속에 들어가면 무엇을 느끼는지 안다. 내 보고로 사람들 또한 그것이 무엇인지  터였다. 하지만 가이드 중 그 누구도 언니를 구하러 가질 않았다. 

 

내가 언니에게 달려가자 사람들이 나를 들어가지 못하게 밀었다. 왜? 왜그러는데요? 내가 묻는데도 사람들은 대답 없이 나를 몰아냈다. 다시 사람들을 뚫고 들어가려 할 때, 내 어깨를 누군가가 잡았다. 팀장님이었다. 

 

"하나, 들어가지 마라. 저기 안에는 레나 외의 새로온 센티넬도 폭주하고 있어. 네가 들어갔다가 그 센티넬에게 맞기라도 하면..." 
 

"그럼 지금 둘 다 포기하자는 거에요?" 
 

"기다려 보자는거다. 저쪽이 먼저 폭주를 일으켰으니... 먼저 죽을수도 있지, 그 때 레나 옥스턴을 네가 진정시키면 된다." 

 

그의 말은 현실적이었고, 계산적이었다. 하지만 나도 언니에게 옮아서였을까. 결코 납득할  없었다. 

 

나는 그의 팔을 뿌리치고 앞으로 달려갔다. 

"비켜줘요! 언니!" 

 

"오지마! 하나야! 여기...윽! 위험해! 오면 안돼!!" 

 

바보같은 언니가 참견을 했다. 사람들이 언니의 말이 맞다며 나를 밀어냈다. 정식으로 각인한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 유난이냐는 사람도 있었다. 

 

'정식으로 각인'… 

 

그리고 그 때, 나는  나로선 절대 안할거 같은 말을 소리쳤다. 

 

"저 언니가  센티널이에요! 내가 가이딩을 해줘야 해요! 나는  언니와 각인할 사이라고요!" 

 

기관 내에서 나에 대한 소문은 유명했다. 각인을 안하는 가이드. 그런 내가 각인이라는 말을 내뱉은 것이 충격적인듯, 일순간 사람들의  힘이 느슨해졌다. 

 

그리고 나는, 언니가 있는 그 무(無)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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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언니와 각인할 사이라고요!" 

 

오지말라고 내가 분명히 얘기했는데, 하나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는게 들렸다. 

 

그래도 가이딩을 받은 덕분일까, 최초의 폭주처럼 고통만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나의 목소리도 들렸고 주변도 확인할  있었다. 

하지만 고통은 여전히 거셌고, 내 몸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하나가 여기에 뛰어든다는건 정말 위험한 일이다. 근데 그녀가 여기로 뛰어드는게 보인다. 내가  할수 있을까. 

 

센티넬 소녀도 나의 폭주 범위 내에 있는지 허공에 손짓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하나가 여기에 맞는것만은 방지해야만 했다.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기다시피  소녀에게 기어간다. 소녀에게 멱살이 잡힌다 

 

그래, 있는 힘껏 던져봐. 

 

소녀가 나를 하나가 있는 쪽으로 던진다. 

 

 

머리가 땅에 부딪히며 시야가 마구 뒤섞였다. 가뜩이나 예민한 감각이 혼란스럽기까지 하자  견디기 힘들었다. 나의 조금 앞에서 하나가 바닥을 손으로 쓰는게 보인다. 

 

하나야, 여기야... 나는 손을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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