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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센티넬 버스 설정) 아귀 - Epilogue

 Epilogue 

 

꽃집에 들른다. 꽃들을 이것저것 고르는데 내키는게 없다. 결국 꽃집을 나와 이번에는 빵집에 들어갔다. 저번에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었었지. 이번에는 부드러운게 아니라 매콤한 칠리가 든 샌드위치를 고른다. 평생 맥 앤 치즈와 피시 앤 칩스를 먹은 언니에게는 새로운 맛일 것이다. 

 

 

"언니!" 
 

"오! 꼬맹이 왔어?" 

한쪽 어깨가 붕대로 칭칭 감긴 언니가 나에게 소리를 친다. 확실히 밝아졌다는 느낌에 나도 기분이 좋다. 

 

"이번에는 뭐 갖고 온거야?" 

킁킁킁, 언니가 내가 가져온 종이봉지의 냄새를 맡는다. 안을 들여다보면 빠른데 늘 언니는 강아지처럼 밖에서 먼저 냄새를 맡는다. 

 

"이번건 한번도 안 먹어본 맛일건데. 잘 먹을 수 있겠어?" 
내 질문에 언니는 대답 없이 어깨를 으쓱, 하고 치켜올린다. 한쪽 어깨가 아프다는걸 까먹었는지 미간을 찌푸린다. 

 

종이봉지에서 꺼낸 샌드위치를 보여주자 언니의 눈이 기대로 반짝거렸다. 

"이번건 매운건데, 잘 먹을 수 있겠어?" 
 

"매운거? 글쎄.. 먹어본 적은 없는데.." 

언니의 눈에 걱정이 깃든다. 그럴 줄 알고 초콜릿 우유를 사 왔다고 내놓으니 새로운 음식들이 마구 나온다고 언니가 신나한다. 

 

 

"쓰읍...하..쓰읍...이거 괜찮네." 

 

"언니, 괜찮다면서 지금 콧물나오고 있어." 

한손은 깁스를 했고 한손은 샌드위치를 집고 있기 때문에 내가 언니의 코를 휴지로 닦아준다. 내가 어떤 짓을 해도 샌드위치를 먹겠다는건지 언니는 빨개진 얼굴로 샌드위치를 해치우고 있다. 속이 쓰리겠네, 라고 생각하며 저녁은 속이 편한걸로 사다줘야겠다고 생각한다. 

 

"근데, 자기." 

흥, 하니까 코를 흥. 풀고는 코를 킁킁거리던 언니가 나를 부른다. 

 

"응?" 
 

"자기 요즘 일 안해?" 
 

"무슨 일?" 

  

"자기는 가이드니까...일 해야하는거 아냐? 나는 다쳐서 못한다지만..." 

 

이 언니는 묘하게 바보같은 소리를 할 때가 있다. 

 

"뭔소리야 언니. 이제 언니의 가이드가 내가 됐잖아. 언니가 아프면 내가 어떻게 일을 나가. 그러니까 이렇게 내가 코도 풀어주고 그러는거지." 

말을 하면서 얼굴이 달아오른다. 언니도 매운거를 먹을 때보다 더 얼굴이 붉어진다.  

 

부끄러워서일까, 언니가 꽤 큰 샌드위치를 한 입에 넣는다. 저러다 사레 걸리지, 하는데 켁켁거린다. 왜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는걸까. 

언니에게 우유를 건네며 나는 언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지금 이 분위기에서 이 말을 해도 될까? 

 

"언니." 

 

"또 왜." 

언니가 목이 메어 말한다. 매운걸 먹고 사레들리면 그렇게 되는거야. 눈물이 그렁그렁한 언니를 보며 나는 말한다. 

 

"우리 같이 살자." 

초콜릿 우유를 마시던 언니가 우유를 이불에 뱉는다그게 그렇게 놀랄만한 걸까? 

 

",?" 
 

"같이 살자고이제 우리집에 들어와내가 매일 쓰다듬어주고 안아줄게뽀뽀도 해줄게그럼 언니 맛있는것도 먹을  있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지?" 
 

"아니까 말하는거야언니거절하는거 없기다병원서 나오면 바로 같이 살자." 

나는 언니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턱에서 초콜릿 우유가 떨어지는 장면은 그리 낭만적이진 않지만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프로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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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넬로 각성한 후에 처음으로 밖으로 나와 살게  집이다낡은 아파트지만 그럭저럭 깨끗하고 무엇보다 주변에 좋은 공원과 시장이 있었다.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마신다매연이나 먼지 냄새 대신에 신선한 공기가 느껴진다. 

 

"언니이리  와봐!" 

 

하나가 나를 부르기에  본다하나가  문을 가지고 씨름을 하고 있다. 

 

"언니  아귀가 안맞는거 같아 들어봐맞춰보자." 

 

하고 하나와 문을 들어올려 아귀를 맞춘다. 

하고 손을 터는 하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그리고 머리를 끌어당겨 입을 맞춘다부드럽고 안정된 느낌이제야 나는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