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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센티넬 버스 설정) 아귀 - 1

순간 문을 열지 말까, 하고 고민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사람을 구해? 이건 능력 밖의 일이야.

센티넬의 현재 상태, 능력의 정도로 보건데 지금 이대로 내버려두면 오분도 지나지 않아 죽겠지.

 

안에서는 계속해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린다. 뒤로 몸을 돌려 도망가고 싶다는 욕구를 계속 막는 소리.

결국 문고리를 잡고 돌린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까까지만해도 들리던 사람의 비명소리도 이제는 들리지 않는다. 감으로 찾아야 하는 걸까? 하지만 감에 있어선 자신이 없는데.

책에서는 이에 대해 누구도 설명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대로 여기 서있다가는 센티넬이 죽었을때 내가 멀쩡하다는 보장을 없다.

 

아까 들었던 비명을 기억하며 어림짐작을 하며 앞으로 나간다. 그래. 꽤나 가까웠어. 그렇게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를거면 쓰러져 있겠지. 바닥으로 엎드린다는 생각을 한다. 몸의 상태가 어떤지 모르니 이것도 어림짐작이다. 이쯤일까, 장님이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으려 하는 것처럼 손으로 바닥을 쓴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거 큰일이다.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무릎걸음으로 전진하면서 바닥을 손으로 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앞이 밝아졌다. 붉은 경고등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 손끝에 여성의 끝이 닿아있다. 레나 옥스턴.

 

발작하듯 몸을 떠는 여성의 몸을 안는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책에서 나온 폭주하는 센티넬을 조정하는 방법을 떠올린다. 이렇게, 스킨십을 하면 된다고 했나.

생각보다 간단했다. 금새 레나 옥스턴은 숨을 고르게 있게 되었다. 바로 상태가 안정적이게 되었다고 방심해서는 된다. 나는 그녀가 정신을 차릴때까지 한참동안, 그녀를 안고 있다.

 

그녀의 호흡이 안정되자 나는 그녀를 빨리 내려놓는다. 누군가와 몸을 맞대는 이런 느낌이 불편하다.

슬쩍,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는 느낌이 든다.

 

그녀는 바닥에 잠시동안 누워서 숨을 고른다. 작은 목소리로 약을 .. 이라고 하기에 협탁 위에 있던 약병과 물잔을 건네준다. 약을 입에 넣으며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주워 쓴다.

 

"신기하네요, 센티넬이 안경을 쓰다니."
 

"안경을 쓰면 보기 싫은걸 볼수도 있거든. 송하나, 19. 맞지?"
그녀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얘기한다. 천천히 일어나 바닥을 정리한다.

 

왠지 마음이 들킨거 같아 방을 나선다.

 

"고마워."

그녀가 뒤에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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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겪는 폭주였다. 예전에 시공간을 헤멜 때와 비슷하면서도 매우 달랐다.

시공간을 헤멜 때의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폭주에서는 고통만을 느꼈다.

 

고통스러웠지만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도 겁이 났다. 특히 가이드는 센티넬의 몸을 조정한다고 하는데, 나의 고통이 센티넬에게도 전해질까 걱정됐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들어오지 . 누가 되었든 들어오지 .

 

하지만 갑자기 고통이 사라졌다. 한동안 숨을 고르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누군가의 속이었다. 나보다 작은 여자였다. 나보다 작은 여자면서 가이드. 그런 사람은 명밖에 되지 않는다. 내가 진정이 되자 그녀는 나를 내려놨다.

내가 불편할까봐 내려놓은 거였을까.

그녀도 아팠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으로 몸에 힘이 들어오자 마자 몸을 일으킨다. 그러면서 짧은 시간에 그녀의 얼굴을 본다.

 

불편함, 거북함, 거부…

안에 맛이 퍼진다. 고개를 돌리고 그녀에게 약을 달라고 하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일어나서 약을 건넨다.

약을 목으로 넘기며 안경을 쓴다. 이상 그녀에게서 거부의 표정을 읽고싶진 않다.

 

그녀는 내가 안경을 쓰는 것을 신기해한다. 그렇게 거북한 대상임에도 호기심이 드는 걸까? 문득 애가 아이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거부당하고 싶지는 않아.

 

"안경을 쓰면 보고싶지 않은걸 볼수도 있거든." 나는 웃으며 그녀에게 말한다. 그리고는 등을 돌려 바닥을 정리한다.

정도면 의사도 전해졌겠지? 그녀도 눈치가 있는지 밖으로 나간다.

 

"고마워."

그래도 진심을 담아, 마디를 건넨다.

 

그녀가 나가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처음으로 받아보는 가이드의 호의였다. 하지만 결과는 거부였다.

역시, 나는 환영받지 못한다는 씁쓸함이 몸으로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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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하시고 사람 내려놔요. 지금 상황은 당신에게만 손해에요."
나는 난간에 매달린 범인의 눈을 똑바로 본다. 사람의 동공이 흔들린다. 범인의 팔에는 과거 사람의 연인이 붙잡혀 있다. 연인의 이별 통보에 의한 충동적인 범죄,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분노하고 있다. 자신과 연인 모두를 포기할수도 있다.

 

아래에는 아직 떨어지는 사람을 받쳐줄 장비가 갖춰지지 않았다. 장비만 갖춰졌으면 사람의 팔을 쏘아 떨어뜨리면 될 텐데…

 

인이어에서 무전이 들려온다. 지금 사람이 떨어지기로 예측된 공간으로 장비를 놓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인질은 구조, 납치범은 사살. 나에게 명령이 떨어진다.

 

그래도, 있다면 살리고 싶다.

 

 

나는 남자의 눈을 바라본다. 미세하지만 사람의 눈동자는 곳만 응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범인의 집중력이 떨어질 , 그때가 기회이다.

 

찰나의 순간, 이때가 기회이다. 나는 범인의 앞으로 가속해서 연인의 팔을 떼어낸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범인은 놀라 재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 연인을 난간에서 옥상으로 밀어넘긴다. 그렇게 힘을 주는 것의 반작용으로 나와 범인은 옥상에서 떨어진다. 10 높이의 건물, 난간을 잡기엔 늦었다. 이때 3 전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겨우 난간을 잡는다.

 

범인의 무게로 한쪽 어깨가 빠질듯 아프다. 범인은 손을 펴고 떨어지려고 한다. 이를 악물고 범인의 손목을 붙잡는다. 범인이 내가 손을 놓지 않자 손톱을 세워 나의 팔을 긁는다. 살이 찢어지며 피가 흐른다.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할 , 위에서 경찰이 나의 몸을 올리며 범인의 손을 잡는다.

 

 

"이번에도 아슬아슬했네요."
박사님이 팔에 붕대를 감으며 말한다. 나는 그녀가 상냥하게 대해주는 안되는 센티넬 한명이다. 이유는 내가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 노력해서일 것이다.

우리들의 능력은 파괴적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센티넬은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된다. 나의 능력은 그에 비하면 파괴적이다. 물론 나도 사람을 죽일 수는 있다. 그래도 그게 내키지 않기에 최대한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한다. 이것이 그녀에게 호감을 얻은 계기일 것이다.

 

몸에 스트레스가 쌓임을 느낀다. 주머니를 뒤져 약병을 꺼낸다.

 

"최근에 가이드가 생겼다고 들었는데…" 그녀가 미간을 찌푸린다.

"약을 먹는게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아요. 약에 내성이 생긴다고요."

 

나는 그저 웃으며 약을 먹는다.

 

"가이드가 당신을 거부하나요?"
 

"거부라고 할까요. 그녀는 아니라 누구라도 거부하는거 같던데요."
나는 애써 웃는다. 그래도 박사님 덕분에 약도 있고 다행인걸요.

 

박사님이 한숨을 내쉰다.

 

"지금 당신의 상태를 생각하면 가이드에게 소리를 해야겠는데요, 지금 당신 몇일째 끼니도 제대로 못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관리를 못하다가는 다시 폭주를 수도 있어요."

 

"아직 어린애에요. 그래도 한달에 한번 정도는 만나서 손도 잡아주고 그래요."

 

박사님이 말이 많다는 입을 벌린다.

나는 그저 웃는다. 표정을 보더니 박사님이 입을 다문다. 어휴우.. 그녀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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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 옥스턴이 없이 임무에 나갔다고 한다.

사실 나에게 통보가 오긴 했다. 같이 나가는게 어떻겠습니까, 권유도 받았다.

하지만 저번주에 레나 옥스턴과 손을 잡아서 어느정도 가이딩은 줬다. 하지만 최근에 임무에 자주 나가게 되었다. 아마 상태가 좋진 않겠지.

 

"어떻게 너는 가이드라는 사람이 센티넬을 관리하지 않는거야? 그러다 폭주라도 하면, 네가 책임질 있겠어?"
가이드는 센티넬 개인만 보호하는게 아냐. 뒤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는거야.

그가 나에게 윽박지른다. 그리고 나는 그저 그의 말을 듣는다.

 

나도 가이드가 센티넬의 곁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쯤은 알고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너무 거북하다. 나의 의사따윈 없이 한번도 만나본 없는 타인과 스킨십을 나누어야 하는게 불편하다.

그냥 내가 일반적인 사람이었으면 스킨십이라는 행위는 마음이 이끄는 사람에게 터였다. 하지만 가이드로 태어난 나에게 그럴 자유는 없다.

 

이런 마음을 아는걸까, 레나 옥스턴도 이상하게 나를 찾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한달에 한번, 의무감과 불편함에 그녀의 방에 가면 가만히 손을 잡게 내버려둔다.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그렇게 손만을 잡고 있다가 나온다. 나오는 나의 뒤에 대고 짤막하게 "고마워"라고 말할 뿐이다.

때문에 그녀에 대한 나의 마음은 매우 복잡하다. 아예 달려들며 매달린다면 매몰차게 거부하거나 적당히 스킨십만 해줄텐데,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해주는걸 기다리기만 한다.

 

"하나, 네가 어려서 불편한것도 이해해. 하지만 이렇게 두다가는 레나 옥스턴이 힘들어질거야. 적어도 가서 대화 한번은 하는게 어때?"

그도 너무 몰아붙였다는걸 느꼈는지, 이번에는 천천히 나에게 의사를 묻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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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고 거울을 본다. 그새 아래가 많이 검어졌다.

약에 내성이 생긴다는 박사님의 말은 정말이다. 작은 일에도 점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제는 방에 있는 작은 먼지 톨이나 흐트러진 물건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오감이 예민해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음식의 맛도 지나치게 짜거나 달아 먹질 못한다.

 

"레나 옥스턴씨, 방에 있나요?"

 

밖에서 송하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놀라서 안경을 쓰고 문을 연다. 그녀가 밖에서 손에 무언가를 머쓱하게 있다.

 

"무슨 일이지?"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반응에 그녀도 적잖이 놀란듯 뒤로 발자국 물러난다. 그렇게까지 밀어낼 생각은 없었는데.. 상대는 이제 성인이 아이다.

일단 문을 열어 그녀를 들어오게 한다.

 

그녀가 방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강박적으로 정리된 방에 질린듯한게 등만으로도 느껴진다.

 

"무슨 일이야?"
이번에는 조금 상냥하게 묻는다.
 

"그냥요, 언니는 제가 맡은 센티넬이니 언니 상태를 보러 왔어요."

그녀가 탁자 위에 가방을 올려놓고선 나에게 다가온다. 그녀가 다가오는게 거북해 뒤로 물러난다.

 

"제가 귀신이에요? 가만히 있어봐요."
나는 그녀의 말에 자리에 우뚝 선다. 그녀가 안경을 벗긴다. 그리고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누군가가 그렇게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적이 없어 부끄럽다.

하지만 나는 버릇처럼 그녀의 눈을 들여다본다. 그녀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걸까… 미안함? 호기심?

 

"먼저 찾아오지 그랬어요. 밖에서 폭주할 있어요?"

그녀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인다. 순간 몸이 움츠러든다. 하지만 말의 내용은 걱정이다. 순간 애가 뭐하러 온건지 이해가 가지않아 자리에 우뚝 섰다.

 

"거기 서있지 말고 이리 와요." 그녀가 손을 붙잡아 이끈다. 그저 손을 잡아준건데 몸에서 긴장이 풀어진다. 그리고 나를 괴롭히던 예민한 바늘이 뭉뚝해지는걸 느낀다.

 

" 잡아줄게요. 이거 먹어요." 그녀가 손을 잡은채, 가방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건넨다. 샌드위치…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없다. 상추는 너무 어석거리고 마요네즈에 버무린 달걀은 너무 느끼했다. 하나가 눈을 빤히 바라본다. 결국 자리에 앉아 샌드위치의 포장을 벗긴다. 손으로 벗기기 불편하자 그녀가 손을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후각이 둔해져서 그럴까, 생각보다 냄새가 역하진 않았다. 고소한 냄새가 나는것도 같다. , 베어물자 어석거리던 상추가 아삭거린다. 한입, 한입 먹는데 그제서야 허기가 느껴진다.

 

천천히 먹어요. 그녀가 우유를 건넨다. 그렇게 처음으로 샌드위치와 우유를 맛있게 먹었다.

 

"미안해요."

샌드위치를 먹고 이를 닦는데 뒤에서 그녀가 불쑥 중얼거린다.

 

"? 뭐가?"
 

"자주 가이딩을 못해줘서, 당신이 임무에 나가는데 혼자 나가게 해서요."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 하며 웃는다. 괜찮아, 너도 거북하잖아.

 

"근데 당신에 대해 아는것도 없는데 그렇게 서스럼없이 손을 잡고싶진 않아요. 손을 잡고, 스킨십을 하고, 키스를 하고… 그런 의무적인 관계가 싫어요."

치약을 입에 물고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 안에 있는건 불안감… 적어도 다른 가이드처럼 나에게 경멸을 보이거나 하진 않는다.

 

"그래서 미안하면서도, 하는 없어요."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말한다.

그래, 그녀가 지금 하고자 하는 말은 위험하게 방치하겠다는 뜻도 된다. 다른 센티널이라면 아마 화를 내며 가이드의 교체를 요구하겠지.

 

하지만 왜일까, 그녀의 눈에 한치의 거짓도 없는게 느껴지자 그리 불쾌하진 않다. 어느 정도는 이해도 간다.

그래서 치약을 뱉고 나는 그녀를 보며 말한다.

 

"나는 너를 탓하진 않아. 솔직히, 나도 네가 불편하고."

 

얼마나 어이없는 대화일까. 몸이 불편해서 가이드에게 매달려도 모자를 센티넬이 가이드가 불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게 최선의, 그리고 정직한 답이었다.

 

피식, 하며 그녀가 웃는다. 아마 나와 같은 감정이겠지.

그렇게 우리는 욕실에서 손끝만을 잡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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