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에게서 구조 신호가 왔다."
모리슨이 우리에게 말한다. 그의 표정은 눈에 띄게 초조하다.
"최근에 도쿄에서 있던 돌발적인 사건과 트레이서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는게 그들에게 밝혀지면서 그들이 대대적으로 자기네 애들을 의심하기 시작한거 같다. 핸슨이 구조 시간, 장소를 보내왔다."
마음이 불편하다. 핸슨, 그 사람에게 나는 큰 빚을 졌다. 그런 그를 위험에 빠뜨렸다는게 못내 죄스럽다.
"시간은 이틀 후, 20:30. 런던의 그린 파크다."
왕궁의 뒷쪽이네, 라는 생각과 함께 과거 런던에서 있었던 나의 실책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동시에 위도우메이커의 얼굴이, 그리고 송하나의 얼굴이 연상이 된다.
고개를 흔든다.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싸움에 겁을 집어먹을순 없다.
반드시, 그를 구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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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파크. 낮에는 조깅하는 사람부터 관광객까지 붐비는 곳이 텅 비어있다.
정부와의 협조 덕인지 평소보다 더 인적이 드물어 내가 아는 곳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모두들 준비 되었나, 핸슨이 자세한 장소는 미처 알려주지 못했다. 따라서 이곳을 수색해 핸슨을 확보한다. 탈론의 요원도 있을 수 있기에 모두들 조심하도록.
이제부터 도청의 위험이 있으니 무전은 이것으로 마친다. 내일,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 이상.>
처음으로 하는 첩보원 구출 작전이다. 핸슨이 빼낸 정보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탈론은 핸슨이 오늘 도망간다는것까지 예측할 수도 있다.
때문에 오늘 작전에 투입된 요원은 나를 제외하고 다섯명. 이 큰 공원을 여섯명이 뒤진다는건 말도 되지 않지만 많은 수가 영국으로 이동하면 그들의 시선을 끈다는 것이 이유였다.
시선을 끌지 않으려 무전도 중지. 거기에 가슴에는 가속기가 없다. 가슴에 가속기가 있는 여성, 트레이서가 영국에 간다는건 탈론의 시선을 끌기 쉽기 때문이란 이유이다.
오늘 과연 내가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도 들지만 애써 무시한다.
"후우...."
한숨을 쉬며 벤치에 주저앉는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친다.
공원을 수색하는 내내 나는 과거의 기억과 싸웠어야 했다.
개인 임무, 런던, 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을 지키는 것.
이 모든 것이 과거의 실패를 떠올리게 했다.
견딜 수 없어 나는 자리에 앉는다. 괜히 임무를 자원했나, 하는 후회가 든다.
저편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요원인가, 하고 돌아보는데 우리 요원의 옷차림이 아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며 벤치에서 땅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탈론의 요원, 송하나다.
너가 핸슨을 죽이러 온 거야? 왜, 왜 너는 나에게 이렇게 모질게 굴지?
포복 자세로 바닥을 긴다. 그녀는 나를 눈치채지 못한듯, 그 랩톱을 든 채로 천천히 걷는다.
하나, 둘, 셋.. 그녀의 걸음과 내 호흡을 맞춘다.
하나, 둘, 셋.. 그녀의 머리의 움직임과 내 손을 맞춘다. 방아쇠에 건 손가락을 빼내 움직여본다. 저번처럼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일은 없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하나, 둘, 셋..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저 편에서 붉은 눈이 보인다.
정찰 보안경. 보안경 아래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번에도, 몸을 피하려고 하지만 그랬다간 송하나에게 들킨다.
어느 쪽으로 보던 내가 공격을 피할 길은 없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한다. 내가 위도우메이커에게 이 총을 발사하는것이 나은지, 송하나에게 발사하는것이 나을지.
송하나가 가진 로봇 운용 기술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개개인으로 보았을 때엔 그녀는 민간인이나 다름없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그녀를 죽일 수 있겠지.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 그 짧은 시간에 결정이 난다.
그렇다면 선택은 하나다.
우리 둘의 방아쇠가 불을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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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엎드려 헐떡인다. 처음으로 가속기 없이 싸웠다는 것 때문에 온 몸에서 힘이 빠진다.
위도우메이커, 그녀가 총을 맞았다는 확신이 든다. 머리나 목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깨는 맞았을 것이다.
그 근거로 나는 총을 맞지 않았다.
무전이 없을 인이어에서 잡음이 들린다.
위도우메이커, 그녀의 웃음소리다.
"오, 너는 나를 맞췄어. 내 어깨가 으스러지긴 했거든. 그건 칭찬해줄게."
그건?
그녀는 더 높은 소리로 웃는다. 우리 요원들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웃음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Cherie...너는 끝까지 멍청해. 둘다 정말, 멍청해 웃음이 나올 정도야.
날 잡을 수 있을거 같아? 네가?"
그녀의 웃음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인이어에서 들리는건 바람소리?
"둘 다?"
"Personne n'échappe à mon regard."
그녀가 웃음을 참으며 이 말을 던진다. 무전이 끊어진다.
무슨 소리지? 나는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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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나, 그녀가 쓰러져있다.
나도 모르게 다가가 그녀를 안아든다. 오른쪽 가슴 아래. 간이다. 총알이 간을 스쳤다. 손에 힘을 줘 피를 막는다. 하지만 울컥거리며 손 위로 뜨거운 피가 올라온다.
내가 쏜 것일까? 아니다. 위도우메이커는 분명히 말했다. '너는 나를 맞췄어.'
그러면 누가? 그녀가? 왜?
혼란스러워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무전의 주파수를 마구잡이로 돌린다. 잡히는 무전은 없다.
"언니."
그녀가 나를 부른다.
그녀의 손이 내 자켓 안으로 들어온다. 나의 맨 가슴을 피묻은 손으로 더듬는다.
"다행이다."
그녀가 눈을 감는다.
"잠깐만, 잠깐만 하나야. 뭐가 다행이야. 잠깐만!"
내가 그녀의 상처를 더욱 꽉 막는다. 손 위로 피가 올라온다.
그녀의 랩톱을 연다. 뭔가,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모니터 화면에 문서작성 화면이 떠 있고, 큰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Song Hana - Hanson G>
"송하나... 핸슨... 송하나... 핸슨...G?"
머릿속에서 알파벳이 움직인다. 그녀의 이름을 쓴 알파벳이 이리저리 춤추더니 새로운 자리에 가서 앉는다.
<SONGHANA/ HANSON G = HAN(A) SONG>
"아아...아아아..."
머리가 혼란스럽다. 눈에서 눈물이 나온다.
"자기야..자기야.. 잠깐만.."
손 위로 올라오는 피의 양이 적어진다. 점점, 손등의 피가 마른다.
인이어를 미친듯 두드린다. 저편에서 발자국 소리가 난다. 뿌연 시야 너머로 우리 요원이 보인다.
도와달라고 소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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