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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벚꽃의 유산 - Prologue

"우와, 박사님. 귀여운 애기는 어떻게 만든거에요?"

인형같은 아이가 파리하 언니의 바지를 붙잡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레나언니가 호들갑을 떨어서일까, 아이가 살짝 겁을 먹은것도 같다.

 

"아나, 괜찮아요. 바보같지만 착한 이모들이에요."

앙겔라 박사님이 아이에게 손을 뻗는다. 아이는 손가락을 빨며 고민하더니 파리하 언니의 바지를 놓고는 박사님에게 안긴다.

 

까만 머리에 얼굴이 대조적인 아이가 엄마의 품에 안겨 우리를 쳐다본다. 박사님이 귀에 대고 속삭이자 손가락을 빠는 것을 멈추고 우리에게 손바닥을 쫘악 좌우로 흔든다. 그리고는 부끄럽다는 다시 가슴에 고개를 파묻는다.

 

"아나가 아직 수줍음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파리하 언니가 멋쩍은듯 말한다. 어머니처럼 강한 여자가 되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아직 이름값을 못하네요. 그녀가 중얼거린다.

 

'아나 말로는 어렸을때 당신 모습이랑 똑같다는데요.' 라고 박사님이 놀리자 파리하 언니가 들은척 하며 아이를 안아 높게 들어준다. 아이가 금새 기분이 좋아져 활짝 웃는다.

 

나는 손바닥에 사탕을 놓고 아이를 부른다. '이리와, 이모가 사탕 줄게.' 아이가 파리하언니의 품에서 내려와 우리에게 걸어온다.

 

"이모에게 뽀뽀 한번 주면 사탕 주지."

볼을 내밀자 아이는 잠시 고민하는 하더니 다시 파리하엄마에게 가서 안긴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우리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뽀뽀 안해도 되니까 가져가렴, 하고 손을 내밀자 아이가 도도도 와서 사탕을 가지고 엄마들에게 돌아간다.

 

"감사합니다, 라고 하는거야 아나."

파리하언니가 아이에게 말하자 아이는 엄마의 바지를 붙잡으며 '감사합니다.'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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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뚝뚝한 파리하에게서 이런 귀여운 아이가 나올줄은 몰랐네요."

레나 언니는 친화력이 좋다, 아니 수준이 아이와 비슷해서일까. 아나는 금새 레나언니와 웃으며 뛰어놀더니 언니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언니는 꿀이 떨어질거 같은 눈으로 아이를 바라본다. 아이가 그렇게 예쁠까?

 

"언니, 아기 좋아해?"
 

"그럼, 귀엽잖아. 예쁘고."
 

" 닮은 아이 있었음 좋겠어?"
 

"자기 닮은 아이? 있으면 내가 땅에 발을 못닿게 할지도 몰라. 예뻐서 캥거루처럼 주머니에 넣고 다닐걸."

언니가 웃으면서 얘기한다. 아하,

 

"언니, 우리 아이 가질까?"
 

나의 발언이 충격적이어서일까, 언니가 멍하니 바라본다. 그리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생각 외의 답변에 나는 놀란다. 하지만 언니의 그런 표정은 처음이라 말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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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간대에 흩어져 있는 레나의 물리적인 신체를 현재 시간대에 묶어두고 있는 , 그것이 시간가속기에요. 확실한건 아무것도 모르죠. 그녀의 신체 나이가 20대긴 하지만, 수십년 후에도 20대의 신체일지 아니면 나이를 우리처럼 먹을지. 그리고 그녀가 시간가속기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그녀의 수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무것도 몰라요.

그리고 그녀의 몸에 있는 세포가 이러한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확신도 못하고요. 미안해요, 어떤 것도 확신할 없네요."

앙겔라 박사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하지만 결론은 하나. 아무것도 모른다.

 

"지금 시간가속기를 개선하고 싶기야 하지. 나라고 레나를 시간가속기에 묶어두고 싶겠니? 하지만 문제는 위험부담이 크다는거야. 시간가속기에 영향을 받는 표본은 레나 한명, 때문에 레나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장담할 없는거지. 거기에다 기관의 상부는 상태 그대로 두자는 입장이야."

윈스턴 박사님의 설명에 의하면 언니를 고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지 장담할 없다고 한다.

 

나는 한숨을 쉬며 집으로 돌아와 거실 쇼파에 몸을 파묻었다. 언니가 겁을 내는것도 당연하다. 무엇 하나 확실한게 없는데 그런 무리한 일을 리가 없지.

하지만… 하나는 쇼파의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눈을 감는다. 생각을 해봐야 같아.

 

잠시 잠에 든거 같았다. 그런데 푹신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떴더니 언니가 위에 앉아 있었다.

고개는 어깨 위에 기대고 몸을 안은 언니, 등이 규칙적으로 천천히 오르내리는걸 보니 잠든 껴안고 있다 그대로 잠이 들었나보다.

 

하긴, 오늘은 하루종일 밖에 나가 있었구나. 언니가 많이 보고싶었나보지.

언니의 목덜미에 코를 대고 숨을 들이마시니 언니에게서만 나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오늘 얻은 정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그리고 품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는 언니의 등을 본다. 언니와 닮은 딸이라.. 주근깨가 생길 정도로 밖에서 뛰어노는 아이, 그리고 뒤를 쫓아가는 언니의 모습을 그려본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진다.

5월쯤 벚나무가 피면 아래에서 함께 벚꽃놀이를 즐길 수도 있겠지.. 그쯤이면 어디 시골에 집을 하나 사는것도 좋을거 같다.

 

그런데 문제는 언니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다. 흐음, 하고 한숨을 내쉰다.

 

, 하는 소리가 나더니 언니의 어깨가 바르륵, 떨린다. 목덜미에 바람이 닿아서 그렇구나. 당황해서 등을 토닥거리며 몸을 살살 좌우로 흔든다.

 

"꼬맹, 나는 아기가 아닌데…"

 

불만스럽다는 말이지만 잠에 잠긴 목소리에는 만족감이 묻어 있다. 잤어? 하고 물어보니 고개를 끄덕이며 몸에 , 하고 힘을 준다. 일어나려 하기에 팔로 몸을 감싸 안는다.

 

"언니, 우리 아기 갖자."

 

"?"
 

"언니가 걱정하는게 뭔지 알아. 하나 확신할 없어서 불안한것도 알고. 하지만 그래도 가지고 싶어. 걱정이 된다고 행복이 일을 포기하면 안되잖아?"
나는 천천히 언니의 목덜미에 마음을 담아 입술을 댄다. 걱정 언니. 내가 언니를 지켜줄게.

 

언니의 몸이 살짝 굳었다 풀린다. 마음이 전해진걸까.

 

걱정 언니. 괜찮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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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는 병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5, 벚꽃잎이 그녀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하나는 벚꽃이 만개하면 함께 꽃놀이를 가자고 말했고, 레나는 하나에게 '배가 불러서 수나 있겠어?' 라고 말했다.

 

내가 그렇게 말해서 그런거니.

엄마랑 같이 나와서 벚꽃을 보고 싶은거니.

 

레나는 머리를 감싸쥐며 힘들어했다.

아이가 나오려면 달은 있어야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저렇게 놀린 다음 날일까. 레나는 자신의 입을 쥐어박고 싶었다.

혹시… 안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가슴에서 빛나는 시간가속기가 이렇게 족쇄 같던 적은 처음이었다.

 

"걱정 마요. 예전 같아서는 위험할 있지만, 요즘 의료기술로 보면 칠삭동이는 미숙아 수준에도 끼지 않는걸요."

레나의 옆에 앉으며 앙겔라는 말했다. '이거라도 마셔요.' 하고 건넨 종이컵을 손에 들긴 했지만 레나는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앙겔라. 혹시…"

내가 완전하지 않아서 아이가 일찍 태어나는거 아냐? 라고 그녀는 눈으로 물었다.

 

"그건 저도 확신할 없죠. 다만 하나와 아기 모두가 건강하리라 믿어요."

하나의 고향에서는 벚꽃이 피는 5월이면 가족들이 꽃이 벚나무길을 걸으며 소풍을 한다고 했다.

 

부디, 내년 아이의 생일엔 우리 모두가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걸을 있길.

기도하듯 레나는 손으로 종이컵을 감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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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사히 태어났다.

'호흡기가 약할 있어요.' 라는 얘기를 들었긴 하지만 7개월에 태어난 미숙아 치고는 매우 건강한 편이었다.

 

병실에 들어가자, 아이를 안고 있던 하나가 레나를 보곤 환히 미소지었다.

무사한걸 보자 레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 울고 그래. 얘가 언니랑 똑같이 생긴거 같아. 빨리빨리 나온것도 언니랑 비슷한거 아냐?"

레나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자, 하나가 레나에게 장난을 쳤다.

 

어서 안아봐. 엄마잖아. 하나가 아이를 건네자 레나는 몇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안아보라고 하자 레나는 땀에 젖은 손을 바지에 몇번이고 닦았다.

 

1kg 겨우 넘었다고 했나, 내가 생각한 1kg 이렇게까지 가벼운거 같진 않았는데.

호흡기를 달고 있긴 했지만 입을 오물거리는 아이를 안고 레나는 미소지었다.

 

"이름은 뭘로 하고싶어?"
 

"글쎄… 한나(Hanna) 어떨까?"
 

" 이름이랑 너무 비슷하잖아. 조금 생각해보자."

 

아이를 다시 침대에 눕히고 레나는 하나를 끌어안았다.

 

"자기야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자길 닮아서 정말 예쁘다."

 

하나는 레나가 평소와 달리 장난도 치지 않는걸 보고 언니가 많이도 놀란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슨 말로 언니를 편하게 줘야 할까… 눈을 돌리던 하나에게 , 벚꽃나무가 보였다.

 

", 올해 벚꽃놀이는 했네. 내년에는 가자."

언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나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래.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그리고 수십년 뒤에도 우리 셋이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