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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트레디바트레

벚꽃의 유산 - 1


"아니, 아기가 열이 펄펄 끓었다니까!"

"네, 보통 그때의 아이들은 체온조절이 잘 안돼서 종종 열이 나곤 해요. 하지만 레나, 그렇게 일일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아일린은 또래 아이들처럼 건강한 아이에요."

미치겠네, 하며 레나가 손을 어깨 위로 들어올렸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 일년, 레나는 아이의 몸 상태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

하나는 그런 레나의 뒤에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지켜봤다.

그녀는 불안해하는 것이다.

"언니, 이제 열도 내렸는데, 집에 아이 좀 데려다줄래? 언니 지금 흥분한거 같아. 내가 박사님이랑 얘기해볼게."

자기도 내가 과민반응한다고 생각해? 레나가 뒤를 돌아봤다. 하지만 하나는 레나를 과민반응한다고 생각하고있지 않은 듯 했다.

"언니, 아일린 여기 있으면 더 아플수도 있어."

하나가 아이를 레나의 품에 넘긴다. 조심히 아이를 드는 레나의 모습은 보통의 엄마들과는 달랐다.
마치 아이가 금방 먼지가 되어 날아가기라도 할 듯. 아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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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레나의 발자국이 더 이상 들리지 않자, 하나가 앙겔라에게 사과한다.

"뭐, 한두번도 아닌걸요. 그녀가 저렇게 유난스러운 엄마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요."
앙겔라는 이해한다는듯 대답했다. 하지만 레나의 반응이 당황스러운듯, 그녀도 이마에 내려온 머리를 쓸어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이마에 땀이 반들거렸다.

"언니는 아이가 자신의 불완전함에 영향을 받았을까봐 그래요. 저 조그만 아이에게 시간가속기를 채울 수는 없잖아요."
하나는 레나에 대해 설명한다.

잠결에 레나가 보이지 않아 눈을 떠 보면 침대 옆에 둔 아기침대에 레나가 서 있곤 했다.
말 없이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다 아이가 만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표정을 하고는 조심히 아이의 손을 만지곤 했다.
어쩔때는 아이를 만지는것도 두려워할때도 있었다.

전염병도 아닌데 말이에요. 하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찻잔을 입에 댔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 속에는 걱정이 담겨 있다.


"저..박사님... 아이 말인데요..."

"괜찮아요. 아이의 혈액검사, 그리고 아이의 신체변화를 보고 제가 확신하는데 아일린은 보통 아이들과 같아요."

마음이 들킨게 민망한걸까, 하나는 멋쩍은듯 뒷머리를 쓸었다.

"레나의 마음이 늘 저렇다면 아이에게 그렇게 좋은 영향을 주진 못할텐데요."

"뭐, 늘 저러는건 아니에요. 가끔씩 저렇죠... 시간가속기가 고장날때는 조금 더 오래 그렇고요."

아아. 그렇군요. 앙겔라도 찻잔을 입에 댔다. 하지만 찻물이 입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다만 후우, 하고 찻잔 속에 큰 물결이 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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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어둑한 집 안, 거실에서 레나는 말 없이 아일린을 보고 있었다.
최근 레나의 시간가속기는 한번 더 고장이 났었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윈스턴의 능력도 발전한걸까, 이번에는 한시간도 안 돼 레나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고 난 후 몇일이 지나서 아이가 열이 났다.
레나는 발작처럼 불안을 내보였다. 상처입은 고슴도치같다. 라고 하나는 생각했다.

하나는 말없이 레나의 등에 얼굴을 기댔다.

"언니가 풀죽어 있으면 나도 풀죽는걸?"

하나가 등에 얼굴을 부비자 굳어있던 레나의 얼굴이 조금은 풀어졌다.

"미안 자기. 내가 좀 신경질적이었나?"

"응. 오늘은 좀 많이."

레나가 고개를 돌리자 하나가 레나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불안해 하지 마.

"걱정 마. 아일린은 평균적인 애들보다 월등히 건강하대. 그리고 걸어다닐때 보면 애가 하도 잘 걸어다녀서 내가 지칠정도라니까."


아일린은 언제 아팠냐는듯 팔다리를 활개치고 코까지 도롱도롱 골며 자고 있었다.
하나가 손을 뻗어 아이의 조그만 코를 만지자 귀찮다는듯 통통한 손으로 얼굴을 문질르고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부부는 한참을 말 없이 지켜봤다.

"언니."

"응?"

"많이 불안해?"

대답이 없다. 하나는 손을 뻗어 레나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에 뻗었다.

"걱정하지마. 다 잘될거야."
하나가 레나에게 말했다. 마치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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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몇달 후, 팔레스타인.

숨막히는 열기, 내리쬐는 태양 아래에 레나와 하나 둘은 서 있었다.
하나는 메카에 타고 있지 않았다. 오늘은 누군가를 부수기 위해 오지 않은 것이다.

100년이 넘는 분쟁, 오버워치는 이 분쟁의 종점을 찍으려 노력했다.
약자를 무기로 몰아내려는 사람들을 제압하고 평화를 이루려 노력한지 몇 년, 드디어 본부는 오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부의 수장 간 대화의 장을 만들었다.

이 두 국가간의 분쟁이 끝난다는 것을 반길 군수산업체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오늘 오버워치의 임무는 이 대화의 장을 평화롭게 수호하는 것이다.


하나가 인이어에 손을 댄다. 레나의 인이어에는 아무 소리가 없는게, 개인적인 호출을 받은 듯 하다.
그녀의 얼굴이 다소 딱딱하게 굳은 것이 신경쓰이지만, 오늘 이 곳이 평화로운 곳임과 동시에 얼마나 불안한 곳인가를 생각한다면 이해할만 하다고 레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두 국가간의 협상이 시작되었다.


대화와 토론, 서로의 이익 챙기기와 배려, 두 나라간의 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있는 듯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영토 쪽에서 갑자기 큰 폭음이 들리며 대화의 방향은 반대쪽으로 향했다.
레나가 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이스라엘 시가지에서 연기가 오르는게 보였다.

하나, 하나는 어디에 있지? 꼬맹이가 오늘은 메카에 타지 않는데..

"자기야! 들려? 대답좀 해봐!"
대답이 없다. 레나는 신경질적으로 주파수를 돌렸다.

"잭, 우리 꼬맹이 그쪽으로 갔어?"

<무슨 소리냐. D.va는 트레이서, 너와 함께 협상 테이블 수호 임무를 맡았는데.>

순간 배에 묵직한 납이 차는 것 같다. 설마,

"잭이 부른거 아냐? 좀 전에 무전을 듣고 나갔는데."

잠시 말이 없다. 그러더니 전체 무전에 모리슨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 D.va를 호출한 사람이 있나, 있다면 응답 바란다.>

대답이 없다. 젠장, 그녀는 주먹을 움켜쥔다. 견딜수가 없어 지켜야 할 자리를 다른 요원들에게 넘기고 달려나온다.

<대기조, 대기조는 듣도록. D.va요원이 실종되었다. 대기조 중 2명은 요원 수색에 나선다.>

"여기는 트레이서, 트레이서도 요원 수색에 참가한다."

가속기에 불이 환하게 빛난다. 제발, 무슨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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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의 베이스캠프에도, 보급창고에도 하나의 모습은 없다.
그러면 의심이 가는 곳은 단 한곳. 그녀가 이스라엘의 시가지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그녀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목소리가 인이어에서 들렸다.

<탈론의 습격이다. 무인 로봇 30대, 이스라엘 시가지로 접근중. 반복한다. 탈론의 습격이다. 무인로봇 30대, 이스라엘 시가지로 접근중. 공격조 A, B는 지금 이스라엘 시가지를 수호한다.>